우연히 벽에다가 뭐라 뭐라 써 둔 것은 / 偶然題壁有云云한가함과 분망함을 나누려는 것 아니니 / 非把閑忙苦要分처신하는 방법이야 상황 따라 다르지만 / 秪是分緣隨遇異의리는 어디서건 원래 다 있는 거죠 / 元來義理到頭存걷잡을 길 없는 망상 수시로 일어나니 / 浮思叵耐無時動좋은 교훈 관심 깊어 주신 것을 잘 알지요 / 善誘深知用意勤학문의 길 잃을까 봐 참으로 두렵건만 / 畢竟亡羊誠可怕계언만도 부끄러운데 말이 많기까지 하네 / 戒言還愧又多言학문이란 물 거슬러 오르는 배와 같아 / 爲學聞如逆水舟정진보다 퇴보 쉬워 언제나 걱정이지 / 登難退易使人憂몸가짐 느슨하면 게으름이 피워지고 / 筋骸縱弛成頹惰언행을 쉽게 하면 허물이 많아지네 / 言行輕浮足悔尤마음 다잡는 공부는 언제나 소홀하고 / 操處規模常促促방심하고 생각 없이 지낼 때가 너무 많아 / 放時思慮太悠悠공부가 이래서야 무슨 진전 있으리오 / 工夫似此何能進저 하늘 바라보니 해와 달이 흐르누나 / 瞻彼靑天日月流
빙군이 차운한 시
세상사에 분망한들 무슨 해가 있으랴만 / 塵世奔忙何害事
청산에서 고요하게 사는 사람 또한 많지 / 靑山靜逸也多分
재능 갖춘 기개는 분망 속에 얻겠지만 / 有道奇才忙亦得
님 그리는 성의만은 은자라도 있는 게지 / 戀君誠意逸仍存
인정은 틈만 나면 습관에 젖지마는 / 人情造次尋常狃
하늘 뜻은 분명히 부지런함 그뿐이지 / 天意分明只麽勤
한가히 지낸다는 말 해서는 안 되는데 / 誰謂偸閑猶可說
더구나 탐락이야 다시 말해 무엇 하리 / 矧伊耽樂更堪言
마음이란 물결이 배를 싣고 엎는 듯해 / 心似波瀾載覆舟기쁜 일도 근심도 그 속에 다 있다네 / 箇中須喜也須憂졸렬함이 부끄러우나 후회만 할 뿐이고 / 自慙疎拙徒然悔미친 행동 못 고치니 탓한들 무엇 하리 / 無改顚狂可奈尤하늘은 사가 없어 나이는 많아지고 / 天不容私年數迫갈 길은 아직 먼데 마음만 답답하네 / 道之云遠我心悠안목 높은 그대에게 선수를 빼앗겼는데 / 饒君高眼輸先手나같이 늙은 자를 누가 배우려 하겠나 / 誰學渠儂老下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