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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 장 마전(魔殿)의 소전주(小殿主)
"어떻소?"
"……!"
"어차피 낭자의 현재 처지로는 음양쌍환을 보존하기가 매우 힘들 것이오. 그리고…… 음양쌍환은 혈루마경(血淚魔經)이 없는 한 무용지물에 불과하오."
"……."
예옥상의 표정이 전처럼 차갑게 굳어졌다.
그녀는 날카로운 눈길로 여온을 쏘아보며 무거운 음성으로 말했다.
"그래요. 음양쌍환은 혈루마경이 없는 한 무용지물에 불과해요. 그러나…… 설사 혈루마경이 없다고 해도 음양쌍환은 이 세상의 그 어떤 보물과 비교할 수 없는 절대무쌍의 가치를 지니고 있어요. 특히 무림인들에게는……"
"물론이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설마 낭자 자신의 목숨보다 귀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오. 가문의 복수를 위해서라도 말이오."
"……."
예옥상은 대꾸하지 못했다.
그렇다.
보물이 아무리 소중하다 해도 어찌 사람의 목숨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더욱이 그녀에게는 가문의 혈채(血債)를 해결해야할 막중한 의무가 있지 않은가!
"……."
예옥상의 얼음처럼 차갑고 돌처럼 무심한 얼굴에 문득 갈등의 빛이 떠올랐다.
그녀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간파한 여온이 목소리에 힘을 주며 다시 말했다.
"낭자께서 기분 나쁘게 들으셔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사실 우리 형제는 마음만 먹으면 강압적으로라도 그 물건을 취득할 수도 있소. 하지만 그렇게는 하고 싶지 않소. 우리는 장사꾼이므로 낭자와 공정하게 거래를 하고 싶소."
그 말에 지금까지 잠자코 있던 청의 소녀가 다시 코웃음을 날리며 나섰다.
"흥! 무력을 사용하고 싶다면 한 번 사용해 보시지!"
"……."
여탁의 안색이 홱 변했다.
예옥상이 재빨리 손을 저어 청의 소녀를 저지했다.
"군매(君妹), 가만히 있어. 내가 해결할 테니……"
그녀는 이어 얼음처럼 차가우나 신비스럽도록 영롱하고 빛나는 아름다운 눈으로 여탁과 여온을 응시했다.
'으음……'
'아……!'
그녀의 눈길을 접한 금은쌍괴는 기이한 물결이 가슴 속에 마구 파도치는 것을 느꼈다.
'정말 매력적인 눈이다……'
'아아…… 나의 영혼이 저 눈 속으로 모조리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다.'
금은쌍괴는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약해져서 문득 그녀를 무료로 봉사 해주면서 보호해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때, 예옥상이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당신들의 조건을 수락하겠어요. 그러나…… 반드시 보타산에 있는 망아암(忘我庵)까지 우리를 데려다 줘야만 해요."
금은쌍괴의 얼굴에 희색(喜色)이 떠올랐다.
"하하…… 그야 물론이오."
"낭자도 우리 형제의 소문을 어느 정도 들어서 잘 알고 있을 줄로 믿지만…… 우리 형제는 예전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영원히 신용(信用)을 제일의 신조로 삼고 살아갈 것이오."
예옥상은 금은쌍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당신들의 신용을 믿겠어요."
그녀는 품 속에서 두 개의 주먹만한 팔찌(環)를 꺼냈다.
투명한 가운데 칠채(七彩) 영롱한 광채가 은은하게 뿌려지는 신비스런 팔찌였다.
"오오…… 음양쌍환(陰陽雙環)!"
"틀림없는 음양쌍환이다!"
팔찌를 건네받은 금은쌍괴의 입에서 절로 흥분되고 격앙된 외침이 터져나왔다.
바로 그때였다.
"흐흐흐…… 보물은 덕망이 있는 자만이 얻을 수 있는 법이다."
"크크크…… 금은쌍괴! 네놈들에게 과연 그 보물을 지닐 수 있는 덕망이 있다고 생각되느냐?"
참으로 음산한, 저절로 공포심이 일어나게 만드는 사악한 괴소가 장내에 울려퍼졌다.
동시에 아홉 명의 혈의인(血衣人)이 바람처럼 모습을 나타냈다.
"앗!"
"다, 당신들은……?"
금은쌍괴의 표정이 급변을 일으켰다.
아홉 혈의인의 중앙에는 음침한 표정에 전신으로 사악한 기운을 물씬 풍겨내는 노인(老人)이 장승처럼 서 있었다.
그의 가슴에는 존(尊)이라는 글씨가 검은 빛으로 용사비등하게 쓰여 있었다.
-혈의마제(血衣魔帝) 막여사(莫如斯)!
그렇다.
천하에서 붉은 옷을 입고 가슴에 존 자를 새겨놓고 다니는 사람은 오직 하나, 당대 마도의 최강자 중 하나라는 혈궁의 궁주, 혈의마제 막여사 뿐이었다.
막여사의 뒷편에는 다섯 명의 호호백발 노인이 기러기 날개처럼 서 있었는데, 그들이 바로 혈궁의 장로(長老)인 혈궁오로(血宮五老)였다.
그리고, 막여사의 좌측에는 이십대 후반의 청년(靑年) 하나가 음산한 기운을 뿌리며 서 있었는데, 그가 바로 문제의 소혼미랑 막청이었다.
아름다운 사내 미랑(美郞)이라는 외호가 말해주듯, 그의 용모는 어느 곳 하나 흠 잡을 곳이 없을만큼 미려준수하고 헌앙했다.
다만, 눈자위가 약간 검고 입술의 끝부분이 위쪽으로 치켜진 것으로 보아 유난히 색(色)을 밝히고 오만한 성품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막여사의 우측에는 비정한 분위기의 중년검수(中年劍手) 두 사람이 서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눈빛이 물처럼 고요하고 차가운 것으로 보아 생사지경의 수련을 거친 자들임을 직감하게 했다.
"흐흐흐……"
막여사는 금은쌍괴를 쏘아보며 음침한 괴소를 흘렸다.
"음양쌍괴, 네놈들이 감히 나 막여사의 일을 방해하다니…… 그러고도 설마 살아남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겠지?"
"으음……"
금은쌍괴의 입에서 저절로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막여사, 저 놈이 이토록 빨리 움직이다니……'
'정말 큰일이로구나. 막가 부자만 왔더라도 어떻게든 해보겠는데…… 혈궁오로까지 끌고 왔으니……'
'젠장! 오늘의 일은 아무래도 길(吉)보다는 흉(兇)이 훨씬 많겠구나……'
그때였다.
막여사가 자신의 우측에 서 있는 두 중년검수에게 명령을 내렸다.
"저놈들에게 본좌의 일을 방해한 것이 얼마나 큰 잘못이었는가를 죽음으로 알게 해줘라!"
"존명-!"
두 중년검수가 막여사를 향해 직각으로 허리를 굽혀 보인 뒤 금은쌍괴에게 다가섰다.
그 사이에 막여사는 다시 혈궁오로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저들 두 시비는 죽여버리고 저 예가 계집만 다치지 말고 생포하시오."
"존명!"
혈궁오로 중 하나가 청의와 홍의의 두 소녀에게 다가섰다.
순간, 청의 소녀가 두 자루 단검을 움켜쥐고는 예옥상의 앞을 막아섰다.
"흥! 덤빌테면 한 번 덤벼봐라! 단숨에 네놈의 심장에 바람구멍을 만들어 줄테니……"
"……."
노인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비록 그는 혈궁오로의 막내였지만, 천하 무림에서 죽음의 상징으로 인식되어온 무적의 초절정 고수였다.
그런 자신에게 이제 젖비린내도 가셔지지 않은 어린 계집아이가 독오른 독사처럼 덤벼드니 어찌 기막히지 않겠는가!
"흐흐흐…… 망할 계집! 노부가 네년의 껍데기를 홀랑 벗겨놓고 말겠다!"
노인이 품 안에서 채찍를 꺼내더니 허공을 향해 세차게 휘둘렀다.
쐐애애액!
채찍은 마치 살아있는 영사(靈蛇)처럼 기기묘묘(奇奇妙妙)하게 허공을 가르더니 청의소녀를 향해 빛살처럼 빠르게 쏘아갔다.
그런데, 청의 소녀는 조금도 피할 기색도 없이 오히려 냉랭하게 코웃음을 터뜨리면서 두 자루의 쌍검으로 채찍을 마주쳐 나가는 것이었다.
츠츠츠츠!
파파팟!
그녀의 쌍검은 마치 폭풍과 뇌전이 휘몰아치듯 현란한 광채를 뿌리면서 절묘하게 채찍을 퉁겨내고 있었다.
챙! 챙챙챙……!
'아니?'
노인의 눈이 부릅떠졌다.
단검과 채찍이 부딪치는 순간, 믿을 수 없게도 채찍이 단검에서 뿜어지는 강기( 氣)의 여력(餘力)을 이기지 못하고 퉁겨져 올랐기 때문이다.
'이럴 수가…… 한낱 시비에 불과한 계집의 무공이 노부와 맞먹다니……'
놀란 것은 그만이 아니었다.
혈궁오로의 나머지 네 사람과 막여사 등도 크게 놀라고 있었다.
이때, 막여사의 옆에서 팔짱을 낀 채 음탕한 눈길로 오직 예옥상 만을 바라보던 소혼미랑 막청이 막여사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막 궁주, 당신은 저 청의 계집이 펼치고 있는 검법을 알아 보겠소?"
순간, 막여사는 흠칫하더니 말을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그…… 글쎄요…… 어디서 많이 본 쌍검술 같기는 한데…… 언뜻 기억이 나지 않는군요."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었다.
어찌 자식이 아버지에게 반말하고, 아버지는 자식에게 경어를 사용할 수 있단 말인가?
사실 거기에는 한 가지 엄청난 비밀이 감추어져 있었다.
음모(陰謀)!
그리고 그것은 또한 무림의 운명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엄청난 음모가 감추어져 있었다.
"……."
잠시 청의 소녀를 유심히 바라보던 막청의 오만한 입가에 문득 싸늘한 비웃음이 떠올랐다.
"막 궁주, 저 계집이 사용하는 것은 해남검파(海南劍派)의 독문 검법인 쌍검절혼(雙劍絶魂)이란 수법이오."
"아……"
막여사의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다.
"그렇다면 저 계집은 해남검주(海南劍主) 하불감(河不感)과 어떤 관계가 있단 말입니까?"
막청은 오만하게 고개를 저었다.
"내가 신이라도 되는 줄 아시오? 그런 것까지 다 알고 있게?"
"……."
막여사의 표정이 그만 머쓱해지고 말았다.
바로 그때였다.
펑!
장내에 굉렬한 폭음이 터지면서 사위를 뒤흔들었다.
그리고는 곧장 참담한 비명이 연속으로 터져나왔다.
"우욱!"
"헉!"
비명은 여탁과 중년검수가 동시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터뜨린 것이었다.
중년검수의 오른쪽 팔이 어꺠 부근에서부터 싹뚝 잘려져 나가 있었다.
여탁도 옆구리의 살점이 움푹 떨어져 나가 허연 뼈가 보일 정도로 깊은 상처를 입고 있었다.
"병신같은 놈!"
그 광경을 지켜보던 막청이 싸늘하게 내뱉었다.
순간, 막여사가 전신을 부르르 떨며 재빨리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속하가 저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서……"
"……."
막청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을 뿐이었다.
그러자 막여사는 더욱 안절부절 못하더니 막청을 향해 매우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삼(三) 공자님, 속하가 직접 나설까요?"
"……."
막청은 여전히 아무런 말 없이 장내의 싸움판을 지켜보다가 문득 눈빛을 잔인하게 번뜩이며 말했다.
"당신이 직접 저 금은쌍괴를 처치하시오. 그리고…… 나머지 저 청의와 홍의의 계집은 오로가 일제히 덤벼들어 없애 버리도록 하고……"
"알겠습니다."
막여사는 막청에게 공손히 허리를 숙여보인 뒤 혈궁오로에게 소리를 질렀다.
"뭣들 하고 있는 것이냐? 빨리 저 두 계집을 처치해 버리지 않고!"
"알겠습니다!"
휘익! 휙! 휙!
혈궁오로 중 나머지 네 사람이 재빨리 청의소녀와 홍의소녀를 향해 달려갔다.
"아……"
그 광경을 지켜보던 예옥상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려버렸다.
그녀는 누구보다도 혈궁오로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개개인의 무공조예도 이미 초절정에 달해 있지만, 연합하여 펼치는 합공(合功)은 수십 배 더 가공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조부인 장절 예춘방조차 그들에게 죽음을 당했다면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으리라.
"흐흐흐…… 잘 가거라, 계집들!"
번쩍!
혈궁오로 중 대형인 초지광(楚祉光)이 홍의 소녀를 향해 사정없이 검을 내리쳤다.
"아앗!"
홍의 소녀는 다급한 비명을 내질렀다.
사실 그녀는 청의 소녀와는 달리 무공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였다.
"멈춰라!"
예옥상이 마침내 분노의 외침과 함께 나섰다.
그녀의 수중에는 어느새 자색(紫色)의 피리가 쥐어져 있었다.
쐐애액!
자색 피리는 초지광의 검을 정면으로 맞받아쳐 나갔다.
챙강!
요란한 쇳소리에 이어 예옥상의 자색옥소가 손을 떠나 허공에 날았다.
단 한 번의 부딪침에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
그 광경을 지켜보던 막청의 눈에 의혹의 빛이 떠올랐다.
"어찌 된거지? 소문을 듣자하니 저 예가 계집의 무공은 후기지수 중에서도 단연 최강이라던데?"
"흐흐…… 거기에는 당연히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유?"
막여사가 음산하게 웃으면서 재빨리 대답했다.
"사실 속하가 그토록 쉽게 장절을 죽일 수 있었던 것은…… 예씨세가의 모든 식솔들에게 독마천(毒魔天) 어르신의 독약(毒藥)을 먹였기 때문입니다."
"……?"
"흐흐흐…… 독마천 어르신의 독이 얼마나 무섭다는 것은 누구보다 삼 공자께서 잘 아실 것입니다. 때문에 저 예가 계집의 현재 무공은 삼류무사보다도 못한 실정입니다."
"……."
막청이 이마를 찌푸렸다.
"그러다가 저 예가 계집이 죽기라도 하는 날에는 어찌 하려고?"
"흐흐…… 그건 조금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막여사가 득의한 표정으로 말했다.
"독마천 어르신네께서 주신 독은 오직 내공만 감소시킬 뿐이지 생명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니까요."
"흠…… 그렇다면 다행이군."
바로 그때였다.
"아악-!"
외마디 비명이 터졌다.
청의 소녀의 두 자루 단검이 채찍에 휘말린 채 손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흐흐흐……"
혈궁오로의 막내인 소진방(蘇眞防)은 잔혹한 괴소를 흘리면서 청의 소녀에게 천천히 다가섰다.
"흐흐흐…… 이제 지옥의 문은 열렸다. 네 년은 그저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쐐애애액!
그의 채찍이 다시 허공을 가르면서 청의 소녀를 뱀처럼 휘감아 들었다.
"아아……!"
청의소녀는 절망의 신음을 터뜨렸다.
이미 지칠대로 지쳐 있는데다가 무기까지 떨어뜨렸기 때문에 도저히 피할 수가 없었다.
"사…… 상군아!"
예옥상의 입에서도 다급한 외침이 터졌다.
"아아…… 나 때문에 너까지……"
바로 그때였다.
"빌어먹을! 하는 짓들이 너무 치사하구나!"
"흐흐흐…… 그러게 말입니다. 연약한 여인에게…… 그것도 여러 놈의 사내놈들이 합공을 펼치다니…… 이제보니 아래에 달린 물건값도 못할 놈들입니다."
어디선가 냉랭한 음성들이 들려온다 싶더니,
휙! 휘이잉!
백영(白影)과 금영(金影)이 동시에 빛살처럼 쏘아오더니 청의 소녀와 예옥상의 앞을 막았다.
꽝! 콰아앙……
"우욱!"
굉렬한 폭음에 이어 답답한 비명이 터지면서 청의 소녀를 공격해가던 소진방의 몸이 가랑잎처럼 허공을 날았다.
"아니!"
"웬놈들이냐?"
이 돌연한 광경에 막여사와 막청의 안색이 급변을 일으켰다.
바람처럼 나타난 금의인과 백의인은 어느 틈엔지 예옥상을 비롯한 세 소녀를 양 옆구리에 껴안고 있었다.
그들은 당문우와 궁유였다.
당문우는 예옥상을 껴안고 있었고, 궁유는 양 팔에 청의 소녀와 홍의 소녀를 껴안은 채 기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실 그는 난생 처음으로 이렇듯 가깝게 여체와 접촉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분이 묘해진 것이다.
"……."
"……."
재빨리 두 사람을 살펴보던 막여사와 막청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예사로운 놈들이 아니다.'
'결코 우리들의 하수가 아니다. 대체 어떤 놈들일까?'
막여사가 먼저 궁유와 당문우를 번갈아 바라보며 소리쳤다.
"네놈들은 웬놈들이냐?"
"우리가 누구냐고?"
궁유가 히죽 웃으며 빈정거렸다.
"우린 발정난 빨간 쥐새끼만 전문적으로 잡는 포서객(捕鼠客)들이다!"
"뭣이!"
막여사는 상대가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얼굴을 벌겋게 물들였다.
"네놈은 본좌가 누군지 아느냐?"
"누군데?"
"흐흐흐…… 귀를 후비고 잘 들어라! 본좌가 바로 혈궁의 궁주이신 혈의마제시다!"
궁유가 키들키들 웃었다.
"혈궁의 궁주 좋아하시네. 마음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해야 하지 않겠느냐? 마전의 총순찰(總巡察) 나으리……"
"……."
그 말에 막여사의 안색이 급변을 일으켰다.
아니, 장내에 있는 중인들의 안색이 대변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막청의 놀람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는 안면을 일그러뜨리며 급히 물었다.
"네…… 네놈이 그 사실을 어떻게……?"
"내 예측대로 네놈은 역시 마전에서 나온 놈이었군."
궁유의 중얼거림에 막청은 내심 아차! 했다.
자신이 상대의 교묘한 화술이 넘어갔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하지만 이미 쏟아진 물이었다.
이때, 금은쌍괴가 다시 한 번 경악의 표정을 떠올렸다.
"마전이라고?"
"그 저주스런 마전의 문이 열렸단 말인가?"
두 형제의 눈에는 한결같이 공포의 빛이 떠올라 있었다.
-마전(魔殿)!
이 얼마나 공포스런 이름인가?
중원의 마도(魔道)와는 아예 그 본질과 차원이 다른 피와 죽음의 대명사!
마전이 중원에 최초로 등장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오백 년 전이었다.
그들은 중원에 진출하자마자 단숨에 천하를 온통 피바다로 만들었고, 십여 년 동안 그들에 의해 죽어간 사람의 숫자는 아예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또한, 무림 역사상 최초로 소림사를 위시한 구파일방이 강제로 봉문(封門:문파의 문을 닫는 것)이란 치욕을 당했었다.
하나, 하늘이 무심치 않았던지 그들은 십 년만에 멸문을 당하고 말았다.
마전을 멸문시켰던 사람들은 구파일방의 당시 장문인들인 정문십기(正門十奇)였다.
그러나, 정문십기의 능력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들의 능력 만으로 마전을 멸문시킨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들이 마전을 멸문시킨데는 당연히 드러나지 않은 비밀이 감추어져 있었다.
암중에서 정문십기를 도와준 세력이 있었던 것이다.
전설의 신선도(神仙島)와 천외천(天外天)의 다섯 가문(天外五家)에서 나온 문주(門主)들이었다.
그들이 있어기에 정문십기는 마전을 멸할 수 있었던 것이지 그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마전의 멸문이란 아예 꿈조차 꿀 수 없었던 일이었다.
그렇다면 천외오가란 대체 어떤 곳인가?
-무산(巫山)의 자미원(紫微院)!
-천산(天山)의 천산검부(天山劍府)!
-북해(北海)의 빙궁(氷宮)!
-대막(大漠)의 천도성(天刀城)!
-신강(新疆)의 천화문(天火門)!
욱일승천하던 마전은 결국 그들 연합세력에 의해 철저하게 무너졌고, 마전의 전주를 비롯하여 마전을 이끌던 십마왕(十魔王)과 수많은 수뇌들은 간신히 죽음을 모면한 채 마전 아래의 수천 장 지하에 숨어 버렸다.
그러자 신선도주는 그 지하로 통하는 입구에 가공한 죽음의 진(陣)을 설치해 놓았고, 그 후로 마전은 두 번 다시 등장하지 않았다.
그러나, 십 년의 세월동안 마전이 중원에 일으켰던 피바람은 너무나도 잔인무도한 것이어서 세인들은 오늘 이 순간까지도 마전이라는 말만 들어도 공포에 떠는 것이다.
한데, 오백 년이 지난 오늘 그들이 다시 나타났으니 금은쌍괴가 두려움에 잠기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이때, 막청이 두 눈에 사악한 살광을 피어올리며 냉혹하게 소리쳤다.
"막여사! 저 두 놈을 잡아 찢어 죽여라!"
"넷!"
막여사는 음산하게 대답하면서 앞으로 성큼 나섰다.
그는 두 눈에 음독한 흉광(凶光)을 이글거리면서 먼저 궁유에게 다가섰다.
"흐흐흐…… 이놈! 죽을 차비나 해라!"
궁유는 피식 웃었다.
"혈의마제라는 이름이 갓난 아이들에게는 공포를 심어줄지 몰라도 내게는 지나가는 똥개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 이, 찢어죽일 놈!"
막여사가 무섭게 분노하며 벼락같이 신형을 움직였다.
"죽엇-!"
어느 새 뽑았을까?
번-쩍-!
그의 등 뒤에 있던 핏빛의 검(血劍)이 환상처럼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
천하의 어느 누가 이토록 빠른 절검(絶劍)을 상상이나 할 수 있으랴.
독사의 이빨처럼 궁유를 향해 뻗어가는 막여사의 검은 빨라도 너무 빨랐다.
얼마나 빠른지 혈검이 뿜어내는 붉은 빛줄기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가공스럽다는 표현밖에 다른 말이 필요가 없는 쾌검(快劍)이었다.
'음……'
궁유의 안색이 가볍게 굳어졌다.
비록 그가 막여사를 놀리고는 있었지만 사실 그는 막여사를 결코 경시하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당금 무림에서 혈의마제가 차지하고 있는 지위나 명성은 최고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명성과 그런 위치에 오른다는 것은 그에게 그만한 실력이 있기 때문이다.
궁유는 당연히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래도 설마하니 막여사의 검이 이토록 빠를 줄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다음 순간,
채앵!
사방으로 불똥이 튕기면서 날카로운 금속성이 하늘을 뒤흔들었다.
어느 틈엔지 궁유가 조화불마선으로 막여사의 검을 막아내고 있었다.
'이…… 이럴 수가?'
막여사는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며 안면에 강한 불신의 빛을 떠올렸다.
무림에 출도한 이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는 검학이었다.
그 무적검의 신화가 난생 처음으로 깨어진 것이다.
그때, 궁유가 히죽 웃으며 빈겅거리듯 말했다.
"중원마도의 최강자이자 마전의 총순찰이라는 당신의 실력이 겨우 이 정도였던가? 참으로 실망이 크군……"
"으음……"
막여사는 침음성을 흘렸다.
"생각보다 무서운 고수였군."
궁유는 어깨를 으쓱하며 자신의 얼굴을 매만졌다.
"무섭다니? 내가 어디로 봐서 무섭게 생겼소? 이 정도면 준수하고…… 꽤나 돋보이는 미남인데……?"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번쩍-!
또다시 태양의 파편같은 검광이 그의 시야에 번뜩였다.
빠르다!
조금 전의 그 빠름보다 열 배 이상 빠르고 잔인한 살검(殺劍)이었다.
아마도 막여사는 이번 공격에 혼신의 힘을 다 쏟아낸 것 같았다.
하나,
채…… 앵!
그의 가공할 살검은 다시 궁유의 조화불마선에 의해 허무할 정도로 간단하게 차단되어 버렸다.
"……."
막여사의 얼굴이 보기 흉하게 일그러졌다.
그는 힐끔 막청을 바라보았다.
하나 막청은 막여사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뒷짐진 자세로 여유롭게 하늘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은 한마디로 막여사와 궁유의 대결은 자신과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태도였다.
'이…… 이럴 수가?'
막여사의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일생일대 최대의 강적을 만났거늘…… 아예 나를 무시해 버리다니…… 결국 나 막여사가 죽음을 당한다 해도 전혀 신경쓰지 않겠다는 뜻이란 말인가?'
다음 순간, 그는 두 눈에 시퍼런 불길을 뿜으며 무섭도록 어금니를 짓깨물었다.
'좋다! 어떻게든 이놈을 죽이고 살아남겠다. 그리하여……'
주륵……
이빨에 물린 입술이 터지면서 핏물이 가늘게 흘러내렸다.
'오늘의 이 수모를…… 기필코 갚아주겠다!'
그는 이어 살기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궁유를 잡아 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그러자 궁유가 예의 야릇한 미소를 머금으며 이죽거렸다.
"당신은 번갯불을 구워먹고 자랐소? 말 한 번에 칼질 한 번이라니…… 해도 너무 한다고 생각지 않으시오?"
"흐흐……"
막여사는 낮게 괴소를 흘렸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한꺼번에 다 해라. 죽으면 더 이상 주둥아릴 놀리지 못할 테니말이다."
"정말이오?"
궁유가 히죽 웃었다.
"사실…… 난 아까부터 당신에게 꼭 한마디 해주고 싶었던 말이 있었소."
"……."
"당신이 내게 퍼부었던 그 칼질들을 보니…… 당신은 장차 푸줏간에서 일을 하면 제격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구려. 사실 당신은 무인보다는 푸줏간의 백정이 훨씬 더 잘 어울릴 인물이오."
순간, 막여사의 얄팍한 입술을 비집고 짧은 한마디가 싸늘하게 흘러나왔다.
"한 칼에…… 죽인다!"
-죽인다!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주위가 온통 죽음의 기운으로 뒤덮여 버렸다.
동시에 막여사는 수중의 검을 허공을 향해 수직으로 세웠다.
그 자세는 검으로 하늘을 떠받친다는 천주부동(天柱不動)이라는 명칭의 기수식이었다.
"……."
궁유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웃음이 사라졌다.
그는 웃을 수가 없었다.
지금 막여사가 취한 모습은 죽음을 각오한 필살일격(必殺一擊)의 자세였기 때문이다.
막여사 같은 천하고수가 이토록 단호하게 마음을 먹은 이상, 그가 펼쳐낸 공격초식은 틀림없이 파천(破天)의 그것일 것이 분명했다.
"……."
궁유는 서서히 섭선을 자신의 가슴 쪽으로 잡아 당겼다.
숨막히는 침묵……
시간이 흐를수록 막여사의 눈빛이 섬뜩하도록 강렬해졌다.
"죽여 버리겠다……!"
지금까지 막여사는 어느 어떤 상대에게도 오늘과 같이 여러번 말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무려 두 번씩이나 반복해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기필코 상대를 죽이고야 말겠다는 집념이 아니고 무엇이랴.
"……."
"……."
숨막히는 침묵과 긴장 속에서 죽음의 기운이 숲속을 뒤덮기 시작했다.
스스스스!
막여사의 혈검 끝부분에서 문득 투명한 홍광(紅光)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궁유의 눈빛이 가볍게 흔들렸다.
'저…… 검법은……?'
그때 그의 귓전으로 당문우의 전음이 들려왔다.
"궁유, 조심해라. 그것은 혈전마검(血電魔劍)이다……"
바로 그때였다.
막여사의 신형이 허공을 갈랐다.
파앗!
-신검합일(身劍合一)!
몸 자체가 검이었다.
막여사의 신형은 허공으로 솟구치는 순간, 그 즉시 가공할 살강(殺 )으로 변해 궁유를 향해 화살처럼 쏘아갔다.
궁유의 준미한 눈썹이 한 차례 꿈틀했다.
촤르르르륵……
그 순간에 그의 섭선은 이미 마음과 동시에 자신을 향해 쏘아오고 있는 막여사를 향해 펼쳐지고 있었다.
파파파팟……!
그와 더불어 폭죽이 터지듯 사방으로 뿜어지는 바늘 끝처럼 날카로운 선강(扇 )!
그것은 마치 어부가 고기를 잡기 위해 던지는 그물과도 같았다.
꽈꽈꽝!
와지직!
푸스스……
섭선에서 폭출되는 강기에 의해 방원 십 장 이내의 물체들이 박살나며 흙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동시에 두 신형이 정면으로 격돌했다.
파라라파- 팟!
꽈르르르르…… 릉……!
붉은 불꽃이 눈부시게 작렬했다.
노도 같은 경력이 한 차례 거센 회오리를 일으켰다.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위력의 일전(一戰)!
극히 짧은 순간, 억겁처럼 느껴지는 격돌의 시간이 흘렀다.
더불어 불꽃처럼 무섭게 작렬했던 붉은 검광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동시에 두 사람의 모습이 드러났다.
흡사 한 차례 폭풍에 휘말리고 난 듯한 모습들이었다.
막여사는 검을 비스듬히 거둔 채 파리한 안색으로 뒤로 한 걸음 물러나 있었다.
주르르륵……
그의 오른쪽 어깨 부위가 피로 물든 채 처참한 상처를 드러내고 있었는데, 막여사는 지금의 이 상황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한 얼굴로 궁유를 바라보고 있었다.
"……."
궁유의 안색도 밀랍처럼 창백해진 채 서리덮인 바위처럼 굳어 있었다.
다행히 그는 아무런 상처도 없었다. 다만 소맷자락이 넝마조각처럼 찢겨 너덜거릴 뿐이었다.
누가 보아도 그의 명백한 우세(優勢)였다.
막여사의 시선이 궁유의 섭선에 박히며 창백한 입술이 떨리듯 움직였다.
"네가 사용한 수법은…… 분명…… 도법(刀法)을 섭선으로 펼친 것이었다."
"……."
궁유의 눈에 언뜻 놀라움의 빛이 스쳤다.
막여사의 음성이 계속 이어졌다.
"만약 나의 짐작이 틀리진 않았다면…… 그것은…… 지옥참마도법(地獄斬魔刀法)이었을 것이다."
"……."
"너는…… 누구냐?"
"……."
좌중이 가볍게 술렁였다.
-지옥참마도법(地獄斬魔刀法)!
그것은 전설로 전해지는 파천오병 중의 지옥도(地獄刀)에 기록되어 있다는 파천구무(破天九武) 중의 하나였다.
순간,
촤라라락!
궁유는 섭선을 접으며 담담히 입을 열었다.
"대단하군. 천하의 그 누구도 몰라본 지옥도법을 알아보다니…… 그렇다. 내가 펼친 것은 분명 지옥도에 새겨져 있는 지옥참마도법이었다. 그리고…… 내 이름은…… 궁유다. 소면무정 궁유!"
"소…… 면…… 무…… 정……"
울컥!
막여사는 놀라움의 눈빛을 띠더니 그대로 한 모금 선혈을 토해냈다.
놀랍게도 그 선혈 속에는 으스러지고 조각난 내장 부스러기들이 섞여 있었다.
"흐흐흐……"
막여사는 잠시 자신이 토해낸 피를 보다가 막청에게 시선을 던졌다.
이글거리는 눈빛이었다.
막청의 표정이나 눈빛은 여전히 무표정 했다.
"흐흐흐……"
막여사의 입술 사이로 허무에 가득찬 분노의 웃음이 처절하게 흘러나왔다.
"한 평생을…… 오직 마전 만을 위해 살아왔거늘…… 후조문(後照文)…… 네놈이…… 이런 식으로…… 헉!"
그는 말을 끝맺지 못하고 눈을 하얗게 까뒤집었다.
아니, 허옇게 변한다 싶은 순간에 이미 그의 몸은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쿵!
막여사의 몸은 땅바닥에 나뒹굴기 무섭게 뻣뻣하게 굳어갔다.
그제서야 막청, 아니 후조문의 입술이 가볍게 열렸다.
"막여사…… 당신은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본 전에 충성을 다한 것이다."
'……'
"당신의 그 죽음으로 상대의 무공과 그 깊이를 알아낼 수 있었으니 말이다."
'……'
장내에 있던 사람들의 눈에 놀라움과 경악의 빛이 떠올랐다.
'이럴 수가……?'
'단지 상대방의 무공 수위를 알아보기 위해 자신을 위해 그토록 충성하던 수하를 일부러 죽음 속으로 몰아넣다니……'
'후조문…… 저놈이 과연 인간이란 말인가?'
당문우는 내심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름을 느꼈다.
'간악한 놈! 결코…… 네놈을 용서치 못한다…… 늑대 같은 놈……!'
그때였다.
후조문이 궁유와 당문우를 번갈아 바라보며 무심한 일성을 터뜨렸다.
"들었겠지만…… 내 이름은 막청이 아니라 후조문이다."
당문우가 차갑게 반문했다.
"십절마제 후금량과는 어떤 사이냐?"
"……?"
후조문의 눈에 경악의 빛이 떠올랐다.
"네놈이 어떻게 본 공자의 아버님을 아느냐?"
"역시 아버님의 추측대로 십절마제 후금량이 마전의 문을 열었군."
"아버님?"
후조문의 눈에서 번쩍! 기광이 떠올랐다.
"혹시…… 네놈의 성씨는 당(唐)이 아니냐?"
당문우는 담담하게 웃었다.
"그렇다. 본 공자가 바로 사천당문의 화화공자 당문우다."
순간, 후조문은 하늘을 바라보며 앙천대소를 터뜨렸다.
"어쩐지 닮았다 했더니…… 크하하하하핫! 네놈이 당사적의 아들일 줄이야……"
"……."
한순간, 후조문은 웃음을 뚝 그치며 당문우를 무섭게 노려보았다.
"당문우!"
"……."
"과거 네놈의 아비가 나의 아버님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네놈에게도 똑같이 해주겠다!"
"……."
"흐흐흐…… 죽이리라! 네놈을…… 흐흐흐……"
선고(宣告)!
죽음의 선고였다.
그리고, 그것은 장차 당문우가 겪어야 할 피의 운명과 죽음의 길……
그 모든 그것들의 첫 번쨰 운명의 부닥침이었다.
또한, 마전과의 본격적인 사투(死鬪)의 시작이기도 했다.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어야 하는!
-천관서생(天冠書生)!
그 위대한 영웅의 신화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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