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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맑은샘학교 원문보기 글쓴이: 전정일
<학교와 지역의 미래, 영국의 전환마을과 학교에서 배우다>④ 바스 풍경에 빠지고, 토트네스 사람 할을 만나다
2017. 1. 11. 불날. 날씨: 해가 나오고 파란 하늘. 바람은 차다.
브리스톨 떠나서 바스 문화예술탐방ㅡ토트네스 닿다
<영국 전환마을 토트네스 연수 나흘째 오후, 드디어 토트네스에 닿았다. 아담해 보이는 시골 풍경의 도시가 정겹다. 토트네스 사람 할이 들려주는 토트네스 이야기가 시작됐다. 600년 된 집에서 잠을 자니 또 다른 추억이다. 영국식 전통 양고기와 감자 음식과 키친테이블, 밤 동네 술집 펍에서 노래와 음악, 토트네스 알버트에일에 취하는 밤이다.>
[바스 풍경에 빠지다]
어김없이 6시 눈이 떠지고 씻고 난 뒤 아침 먹고 떠날 채비 한다. 아침 햇반과 라면국물 때문에 속이 든든하다. 날이 가장 좋다. 해가 나오고 하늘이 파랗다. 잠깐 산책하는데 시원한 바람이 좋다. 브리스톨의 바쁜 출근길 관광객은 느긋하다.
<바스-영국 잉글랜드의 서머싯 카운티 북동부에 위치한 도시로 로마시대부터 온천 목욕탕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이 도시의 이름에서 목욕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bath’가 유래했다. 약 2000년 전에 세워진 로마시대의 기념비적인 유적과 18세기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어진 우아하고 독특한 건축물이 많은 곳으로, 1987년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로마인들은 1세기 초 브리튼 섬을 정복한 직후 이곳의 수질을 알아보고 공중 목욕탕과 미네르바 신전을 지었고, 이때부터 온천 휴양도시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현대 기술로 봐도 놀라운 로마 욕탕(Roman Bath)에는 온탕과 냉탕은 물론 운동시설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로마인들이 떠난 뒤에도 배스는 종교적인 중심지로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온천 휴양지로서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흙 속에 묻혀버린 로마 시대의 화려했던 목욕탕과 유적들도 마찬가지였다. 땅속에 깊이 묻혀 있던 로마 시대 유적들이 다시 빛을 보게 된 것은 18세기 중반에 와서이며, 이 무렵부터 배스는 다시 영국 상류계급들이 즐겨 찾는 영국의 대표적인 온천도시로 발돋움하게 된다. 영국의 상류층이 배스 시를 찾게 된 것은 치유 효과가 있다는 온천 때문이기도 하지만, 비슷한 시기 건축가 존 우드 부자에 의해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우아하게 단장된 시가지를 보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이탈리아 건축가 안드레아 팔라디오(Andrea Palladio)를 존경했던 존 우드(John Wood)와 그의 아들 존 우드 2세는 팔라디오 풍의 신고전주의 건물들로 도시를 아름답게 꾸몄다. 30채의 집을 180m에 걸쳐 초승달 모양으로 연결한 로열 크레슨트(Royal Crescent, 1767~1774)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연립주택으로 손꼽힌다. 이 중 하나는 박물관으로 개조되어 18세기 호화로운 내부장식을 감상할 수 있다. 사각형의 퀸광장(Queen Square, 1729∼1736)과 주변의 3층 건물들, 주거지역인 킹즈 서커스(King’s Circus, 1758년 완공), 피렌체 베키오 다리를 본떠서 지은 에이번 강 위의 풀터니 다리(Pulteney Bridge) 등이 모두 배스 시를 빛내는 이들 부자의 작품이다. 이외에도 로마시대 유물을 전시한 로만 배스 박물관(Roman Bath Museum), 영국의 중세 사원 중에 아름답기로 유명한 배스 사원(Bath Abbey) 등이 있다.[네이버 지식백과] 배스 [City of Bath] (두산백과)>
9시 토트네스로 가는 길에 브리스톨에서 40분 걸리는 바스로 떠났다. 영국에 온 둘째 날 로만바스만 잠깐 들려 아쉬웠는데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이라는 계획도시 바스를 다시 들리니 또 좋다. 시간만 충분하다면 18세기 영국의 문화예술을 탐방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인 것 같은데 아쉬운 시간이지만 2시간 동안 볼 수 있는 것에 집중하려고 마음먹었다. 영국에서 아주 드물게 날이 좋아 경치가 예술이다. 저마다 알아서 또는 자연스레 모둠을 지어 조지왕조시대 누런 석회암 건물로 유명한 바스를 둘러보러 나섰다. 장종택, 장동식, 류하늬, 류한글, 나까지 다섯이서 바스에서 볼만한 문화유적지를 보려고 안내소에 들려 지도를 받고 떠난다. 180미터 길이로 초승달 모양으로 연결된 30여채 연립주택으로 유명한 로얄크레슨트가 가장 위쪽에 있어 그쪽으로 가는 길에 상점이 가득한 거리를 따라 올라가다 퀸 광장과 원형으로 지어진 연립주택과 가운데 푸른 정원과 큰 나무로 유명한 서커스에서 사진을 찍었다. 하늘과 건물, 나무와 사람 옷 색이 잘 어울려 저절로 사진 작품이 되겠다. 저마다 찍고 같이 찍고 바스 날씨와 경치에 푹 빠지고 말았다.
드디어 닿은 로얄크레슨트. 하늘은 정말 파랗고, 초승달 모양의 아주 긴 연립주택 건물과 그 앞 로얄 빅토리아 공원의 드넓게 펼쳐진 잔디밭은 푸르고,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그런데 이렇게 길다란 연립주택을 왜 지었을까 생각해보니 휴양도시이자 관광도시로 유명한 곳이라 그렇다. 당시 부자들의 휴양지 별장 개념으로 지어진 게다. 요즘으로 말하면 비싼 콘도 같다고나 할까. 로얄크레슨트 들어서는 곳에 1호집이 있는데 안내판을 보니 헨리 샌포드라는 사람이 1776년부터 1796년까지 하인들과 여기 살았다고 적혀있다. 신고전주의 건축 양식으로 유명한 바스에 들리면 꼭 봐야할 곳이라는데 미국 헐리우드 유명배우들도 로얄크레슨트에 산적이 있다고 한다. 입장료를 내고 로얄크레슨트를 둘러볼 수 있다는데 우리는 시간이 없어 그냥 내려간다. 사진을 참 많이 찍었는데 모두가 팔 벌려 하늘이 높이 뛰는 사진은 정말 볼만하다.
주요 바스 거리를 걸어 내려와 영화 레미제라블에서 자베르 경감이 자살한 곳으로 유명한 풀터니 다리를 보았다. 영화에서보다 작은 규모다. 한 쪽에서 영국인들에게 열심히 문화해설을 하는 할아버지가 있다. 워낙 열정을 다해 설명을 하는지라 저절로 한쪽에 서서 영국 영어 억양을 실컷 듣는다.
마지막으로 바스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을 찾아서 다시 걷고 걸었다. 지도를 따라 걷고, 모르면 물어서 한참을 걸은 끝에 드디어 하늬와 한글 남매와 나랑 셋이 바스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푸른 언덕에 올랐다. 같이 가던 장종택 장동식 두 분은 다리가 아프다고 우리끼리 다녀오라고 해서 헤어졌다. 눈물 나도록 멋진 경치다. 한글과 하늬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멋진 경치에 찬사를 보내고 있는 나도 더 흥분과 감격으로 내려다본다. 거리 쇼핑에는 그다지 소질이 없으니 늘 어느 곳에 가면 멋진 풍경과 유적지를 보는 게다. 자연의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이라는 오래된 도시의 색과 건축물을 한 눈에 내려다보는 건 대단한 호사이다. 코펜하겐, 아소산, 하롱베이와 지리산과 백두산도 그랬다. 어느 곳에 가든 날씨가 참 많은 도움을 주었으니 하늘이 돕는다 생각하고 고마워하며 살 일이다.
부리나케 걸어서 11시 50분에 광장에 닿아 샌드위치를 사서 먹고 차에 탔다. 이번 샌드위치 고르기는 실패다. 치킨바질인데 맛이 없다. 이제 바스를 떠난다.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인 바스에서 공간과 건축을 천천히 음미하며 여유롭게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떠날 때 든다. 스쳐지나가는 관광객 마음이 이렇다. 소설 오만과 편견, 센스 앤 센서빌리티를 쓴 제인오스틴 박물관이 바스에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토트네스 일정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바스에서 하룻밤을 잘 때 시간이 나면 들릴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바스 온천목욕탕에도 한 번 들어가야지 목욕탕 이름의 도시를 잊지 않을텐데. 할 건 많고 시간은 없고 바쁜 탐방은 아쉬움을 진하게 남기고 다음을 기약하게 한다.
[토트네스 사람 할을 만나다]
드디어 3시, 토트네스 닿았다. 토트네주 주민 할이 반갑게 맞아준다. 큰 호스텔이 없어 네 곳에서 나뉘어 잔다. 우리가 자는 곳은 old forge란 600년된 게스트룸인데 서로 곤혼스럽게도 안성균 선생과 더블침대방을 쓰게 배정이 되었다. 같이 묵는 조윤재 선생과 임충근 선생이 서로 바꿔주겠다 나선다. 그래도 그럴 수는 없는 일이라 배정받은 대로 둘이 한 침대를 쓰기로 했다. 마음이 고맙다.
방에 짐 풀고 같은 방에 묵는 셋이서 토트네스 거리를 산책 했다. 다트강을 따라 다리를 건너는데 웬 할머니가 아는체를 한다. 한국에서 왔냐며 반가워 한다. 한국인들이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토트네스 사람들과 저녁 만찬을 하기로 해서 그때 만날 날을 기다린다며 환하게 웃으신다. 멀리서 온 동양 사람을 반갑게 맞아주는 영국 할머니 웃음에 따듯한 환대를 느낀다. 토트네스 정보센터를 찾다 문이 닫혀 있어 옆에 있는 큰 마트가 있어 들어갔는데 브리스톨이나 런던보다 물가가 싸다. 와인과 지역 에일맥주를 사서 들어온 뒤 조윤재 선생과 한 시간 정도 걸으며 토트네스 작은 동네 둘레를 돌아봤다. 아담하고 예쁜 시골 마을 분위기가 난다.
저녁 6시, 600년된 우리 잠집 old forge에 모여 마을 소개를 맡은 할에게 인도를 받는다. 변덕스런 날씨와 맛없는 음식으로 유명한 영국에 온 까닭을 묻는다. 전환마을 토트네스 때문에 온걸 알지만 토트네스는 특별한 도시가 아닌 평범하니 지나친 기대를 말라 한다. 한 시간 동안 어둠이 내려앉은 토트네스 곳곳에서 토트네스 소개를 했다. 토트네스 시작인 다트강에서 소개를 시작하고 싶었단다. 켈트어로 오크나무 뜻이란다. 909년 시작된 도시는 꽤 유명한 휴양지가 됐고 역사를 보면 노르만과 싹센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다트강에서 시작한 소개는 밤길을 걸어서 산업지대 창고로 이동해 줄곧 됐다.
“토트네스의 시작을 다트강에서 말하고 싶었다. 지금은 지역 안내센터인 건물이 예전에는 방앗간이었다. 방앗간이 지역 먹을거리 시작이었다. 큰 수퍼 모리슨에서 한 지역의 70프로가 넘는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건 문제가 있다. 회복력의 시작은 먹는 데 있다. 예전 밀은 우즈베키스탄 캐나다에서 수입했다. 영국에서는 겨울에 곡물을 말리는 게 어렵다. 홀리란 사람이 지역에 귀리 재배와 도정 사업 열정이 생계로까지 이어졌다.”
오크밀이 스켈트밀 같다 한다. 오래된 종자를 보관하고 있고 아이콘으로 맥주를 만들기도 한다고 한다.
토트네스 첫 날 할이 말한다. 우리가 배우러 온 건 관계 회복이 아니냐고. 관계를 친밀하게 하고 공동체를 꾸리는 데는 음식과 맥주가 필요하다고. 먹고 마실 것이 시작이라고.
동네 곳곳을 설명하고 키친테이블이란 지역 먹을거리 출장 회사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7시 산업단지 내 있는 키친테이블 창고에서 영국식 전통 음식인 쉐퍼드파이를 먹었다. 키친테이블도 토트네스 재지역화 프로젝트로 만든 회사인데 우리나라로 보면 마을기업이자 사회적 기업이다. 씨마가 사장인데 케이터링 서비스와 야외음식 차리기를 한다. 제철음식과 지역에서 생산한 재료, 신선한 유가공 식품은 로컬상점에서 구입해 준비한다. 지역 결혼식과 장례식장에서 음식으로 로컬푸드를 알리고 있다. 오늘 저녁은 양고기와 샐러드가 있고 채식자를 위한 음식이 따로 준비됐다. 전통영국식 쉐퍼드파이로 양고기와 파이 안에 다양한 채소가 들어간다. 감자로 섞여있다. 양고기 냄새가 나서 쉽지 않은 맛이지만 시장이 반찬이라고 배불리 맛있게 먹었다. 키친테이블을 보며 우리 동네 과천에 있는 마을기업 바오밥나무가 떠오르고 협동조합카페 통이 떠올랐다.
8시 넘어 잠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동네 펍으로 유명한 앨버트인 펍에서 가게 맥주인 앨버트에일을 먹었다. 음악이 있는 펍에 매력에 푹 빠져든다. 도시에 사는 동네 가수들 솜씨가 어깨를 들썩거리게 한다. 한국에서 온 손님들이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배려해 세 분이 노래를 했다. 안성균 교장은 반주없이 떠나가는배를 불러 펍에 있는 영국인들에게 킹씽어란 찬사를 받았고, 조현재선생과 이종훈 선생은 멋진 기타 연주에 대단한 가창력을 뽐냈다. 다들 신나게 환호하고 즐기며 토트네스 첫날 밤을 즐겼다.
영국연수 주제인 전환마을운동을 배우는 주 목적지인 곳에서 편하고 즐겁게 첫 날을 연 셈이다. 피곤한 몸이 노래와 음악에 취해 살아났다. 동네 사람들이 노래하고 연주하는 펍을 우리 동네 우리 도시에서 열면 어떨까. 음악이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다.
11시 잠집으로 돌아와 씻고 하루를 정리하는데. 와이파이가 안되는 집이라 연락할 데 연락을 못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