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생활상을 알아보기 위한 문헌으로 『임원경제지』가 있다. 향촌 생활에 필요한 일을 16지로 나누었다고 하여 『임원십육지』라고도 한다.
저자는 서유구로 그의 조부는 『본사』와 『해동농서』를 저술한 서명응이며 그의 부친 서호수는 『해동농서』를, 또한 형수는 『규합총서』를 저술한 빙허각 이씨로 농업과 식생활 분야에 최대 업적을 남겼다.
『임원십육지』 중 정조지 편은 음식에 관한 분야를 다루고 있는데 각 음식 기록의 출처를 밝혔으며 중국, 일본의 음식도 다루었다. 이것은 우리나라 음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여진다.
그 노력 중의 하나인 국수 이야기를 알아보자.
임원십육지의 정조지 제 4장 구면지류 제 2절 면 부분에서 등장한다.
교맥면
메밀을 빻아 가루로 낸 후 수비(水飛)하여 포에 펴서 햇볕에 말려 가루로 한다. 이 메밀가루와 녹두가루를 물에 넣고 풀 같이 쑤어서 국수틀에 넣어 눌러 삭면을 만들어 장국에 끓여 먹는다. 또는 메밀가루에 물을 넣고 반죽하여 나무판 위에서 밀어 칼로 가늘게 썰어 실처럼 가는 국수를 만든다.(증보산림경제)
수비(水飛)한다는 것은 곡식의 가루에서 잡물을 없애는 것 또는 물과 함께 가루를 섞어 그릇에 두면 입자가 분리가 되는데 이를 통해 미세한 가루를 추출할 수 있다.
교맥면은 앞서 살펴보았던 문헌에서도 등장한 면류이며 주 재료는 메밀과 녹두가루이며 국수틀에 눌러 먹는 형태이거나 칼로 썬 형태일 것이다.
난면
밀국수에 달걀 흰자를 넣고 반죽하여 나무판 위에서 얇게 민 후 칼로 실처럼 가늘게 썰어 장국에 삶아 먹는다.(옹희잡지)
난면의 경우 다른 문헌에서는 달걀 노른자를 넣는다고 하였고 오미자국에 말아먹는 형태라고 한 문헌도 있으나 여기에서는 달걀 흰자를 사용하며 장국에 삶아 먹는 형태이다.
사면
녹두가루에 냉수를 붓고 저어 묽은 죽과 같은 농도로 갠다. 바가지에 송곳으로 가는 구멍을 여러 개 뚫는다. 이 바가지에 반죽을 붓고 끓는 물에 대고 국수발을 뽑는다. 국수가 다 익으면 바로 꺼내어 찬물에 헹군다. 꿀을 탄 오미자즙에 넣어서 먹는다. 바가지를 높이 들수록 국수가 가늘어진다.(증보산림경제)
묽은 죽의 형태인 녹두물을 구멍 뚫린 바가지에 넣어 만드는 국수... 강원도의 올챙이 국수가 아닐까 싶다. (강원도의 올챙이 국수 형태 참고) 흰색의 녹두 가루에 물을 개어 만드는 것으로 오미자국에 흰 국수 면발을 넣어 먹는 사면이다.
갈분면
칡가루와 녹두가루를 섞어 사면을 만들어 먹으면 갈증을 없애준다.(고사신서)
칡을 이용하여 사면과 같은 방법으로 만드는 국수를 갈분면이라고 한다. 갈근은 사석, 즉 모래와 돌에서 자란 것이 좋다고 하며 음식 외에 식재료에서의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창면
녹두가루와 물을 섞은 엷은 죽을 밑이 넓은 그릇에 얇게 붓는다. 끓는 물 안에 담궈 이것을 익히고 찬물에 담갔다가 칼로 가늘게 써는 방법이다. 그 출처는 삼산방과 증보산림경제로 국물은 오미자즙이나 꿀물에 먹어 더울 때 갈증을 해소 한다고 하였다.
창면에 관한 사진(봄비를 이용한 창면 참조)과 글(음식디미방의 창면)을 참고하면 창면의 형태를 상상해 볼 수 있다.
노분면
노근(갈대뿌리)의 껍질을 벗기고 빻아서 가루로 하여 녹두가루와 같은 방법으로 수비하여 만든다고 하였다.(삼산방)
천화면
9~10월경 과루(하눌타리)뿌리를 갈아서 가루로 하여 메밀가루에 섞어 국수를 만들어 먹는다고 하였다.
율면
밤가루를 수비하여 녹말과 같은 분량으로 섞어 국수를 만든다. 밤가루가 면에 직접 들어간 국수의 형태로 추정된다.
별작면
밀가루를 체에 쳐서 묽은 장물로 반죽하여 잠깐 둔다.(숙성의 과정) 탄환 크기로 빚어 참기름을 바르고 도마 위에 놓고 대나무 관으로 찍어 기름 종이 위에 펴서 볕에 말려 저장해 둔다. 쓸 때 조금씩 꺼내어 끓는 물에 넣었다 찬물에 담군 후 손으로 잡아 늘여 깻국이나 간장으로 간을 한 후 면을 넣어 먹는다고 한다.(삼산방)
밀가루 반죽을 저장해 두었다가 손으로 잡아 늘려 면을 만들어 먹는 형태인 것으로 추정된다.
진주면
꿩, 닭, 오리, 거위 등을 기름지고 연한 살만 삶아 물기를 빼고 녹두나 황두 크기로 썰어 삶아 먹는다고 하였다.(삼산방)
과면
오이를 가늘게 썰어 끓는 물에 넣었다 꺼내 녹말을 입혀 장국에 넣어 끓여 먹는고 하였다.(삼산방)
나단탕병
찹쌀을 반죽하여 탄환 크기 정도로 빚어 고기 장국에 넣어 익혀 먹는다고 하였다.(옹희잡지)
그 외 서면(기장), 화면(진달래꽃), 백합병, 옥연색병(마), 석류분(연근국수), 산약면(마), 구면(무즙으로 반죽), 취루면(홰나무즙으로 반죽), 홍사면(새우즙), 우박탁(마즙), 영록박탁 등의 국수 만드는 방법이 기술되어 있다.
또한 면발을 반드는 방법도 소개하였다.
수활면방
손으로 뽑은 국수를 만드는 방법으로 밀가루에 물과 기름, 소금을 넣고 반죽한다. 여러 번 치댄 후 100~200번 주무르기를 3~4차례 하면 작고 연해져서 떡 조각처럼 된다. 이 것을 안반 위에 올려놓고 100번 정도 친다. 반죽을 수백번 주물러서 잡아 당겨 국수가락을 뽑는다. 뽑아낸 국수는 찬물에 담그고 겨울철에는 따뜻한 물에 담근다고 하였다.
삭면방
수활면 만드는 방법과 비슷하나 기름을 더 넣어 손으로 국수를 뽑는다. 젓가락으로 얽어 가늘게 펴서 햇볕에 말리고 기름을 사용하지 않을 때는 쌀가루죽 묻히기를 3~5차례 하면 둥글고 길며 가늘게 된다.
경대면방
좋은 밀가루 2근에서 1냥을 빼고 소금 2냥을 섞고 물로 반죽하여 여러 번 치대어 아주 얇게 밀은 것이 경대와 같다. 끓는 물에 익혀서 찬물에 넣어 건진다.
탁장면
좋은 밀가루에 소금을 넣고 찬물을 넣고 반죽하여 탄환을 만들 정도로 한다. 쌀가루를 뿌려 얇게 밀고 잔을 엎어 잔 입 크기대로 떠내는데 얇을수록 좋다.
위의 면 만드는 방법은 모두 중국 서적인 『거가필용』에서 출처를 밝혔다.
이렇듯 서유구의 임원십육지는 한,중,일의 생활사를 기록한 저서로 후대에서까지 영향을 주었다.
임원십육지에서 국수류는 현대에 와서 간소화되고 사라진 것들도 많이 있지만 문헌을 통해 후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으며 우리 음식에 대한 자부심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