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호불호가 있을 것이다. 이중에서도 국내외 여행은 누구나 호에 해당하리라 본다. 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그 이유는 젊었을 때 술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이다. 국내 여행의 경우에는 산을 위주로 다녔기에 정상과는 거리가 멀고 산중턱이나 산아래에서 술판에 합류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해외의 경우에는 대체로 업무 출장차 갔던지라 마지막날 초대한 회사에서 관광을 시켜주지만 그 또한 전날 과음으로 맥을 추지 못했다. 게다가 결정타는 수십년간 달리기에 중독되어 운동과 일로 피로가 누적이 되어 주말에는 거의 하루종일 잠을 보충해야 했다. 그런 탓에 결혼 이후 지금까지 집사람과 함께 국내외 여행을 다녀온 것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이런 나의 취향과는 달리 집사람은 여행을 참으로 좋아했다. 그래서 국내이던 해외이던 가고 싶다면 혼자 가던지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함께 가라고 해서 몇차례 다녀오기도 했다. 이제 술을 끊은 지도 8년이 넘었고 운동 강도도 줄여 더 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래서 집사람보고 당신이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내가 따라가 줄 터이니 언제라도 계획을 잡으라고 했다.
그렇게 말하고도 몇개월째 반응이 없어 항상 마음 한켠에 미안한 마음이 올라왔다. 그래서 내가 여행의 기본 지침을 집사람에게 전달해 주었다. 1달에 1번 이상, 그리고 국내에서 해외로, 방법은 개인 출발이 아닌 여행사를 이용하는 것으로 하면 좋겠다고 했다. 왜냐하면 불호에서 호로 이동하려면 첫 시도가 매우 중요하고 점진적으로 시간이나 빈도를 늘여가야 한다는 것을 운동을 통해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번 결심하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내 스타일이라 시작을 신중하게 하는 편이다. 9월 첫주 주말은 벌초 때문에 갈 수 없었고 마지막 주는 추석 연휴라서 안되고 가능한 날짜는 2,3,4주 밖에 없었다. 이러한 경우에는 앞으로 무슨 변수가 발생될지 모르기 때문에 나의 경우에는 항상 빠른 것을 기준으로 결정을 내린다.
그래서 2주 토요일 가까운 곳에 차를 가지고 다녀 왔다. 그곳이 바로 거창 우두산 출렁다리였다. 이 장소는 이번 휴가기간에 TV를 보다가 인근에 저런 곳도 있구나 해서 메모를 해 두었다가 가보자고 했다. 9월 초순이지만 30도를 웃도는 더운 날씨여서 그런지 찾아오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평일에는 자가용으로 매표소까지 갈 수 있지만 주말에는 3~4km 떨어진 야외 주차장에 차를 대고 셔틀버스로 이동해야 한다. 셔틀버스에서 내려 출렁다리까지 약 20~30분 걸어 올라가야 한다. 올라가는 계단에는 좋은 문구들을 많이 붙여 놓아 잡념을 없애 주었다. 출렁다리에서 기념사진을 몇컷 찍고 산 정상에서 바라다보는 전경이 가슴을 탁 트이게 해 주었다.
하산은 생각보다 코스가 짧아 순식간에 내려왔다. 마지막 구간에서 자신이 얼마나 날씬한지를 알아보는 7개의 통과문이 있었다. 마치 지옥과 천당문 같기도 했다. 집사람은 2번째의 날씬한 문을 가뿐하게 통과했지만 난 겨우 빠져 나왔다. 평소 하는 운동에 비해 집사람과 비교가 되어 창피한 마음이 들었다.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내려와 출출한 배를 채우려고 맛집을 들렀다.
해장국을 후루룩 비우고 나니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거기서 그리 멀지 않는 합천 해인사로 향했다. 해인사는 40년전에 집사람과 함께 한번 간 적이 있었다. 그런 추억과 기억을 되새기려고 갔었지만 전혀 낯설어 해인사 절 내부만을 둘러 봤다.
해인사 구경을 끝내고 내려오다가 카페에 들러 팥빙수를 시켜 놓고 집사람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집사람이 오늘 여행이 어떠했는냐고 물었다. 첫 여행이라 그런지 그저 그렇다고 했다. 그러자 집사람 왈!!! 난 좋은데 하면서~~ 이 나이에 여자가 남자보고 여행 가자고 하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그래!! 하는 것이었다. 강 펀치에 한방 얻어맞은 기분이었지만 그리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9월부터 시작되는 나의 늘그막 여행 릴레이가 얼마나 지속될지 두고 봐야겠지만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녀온 곳은 여행 후기를 남길 것이다. 그래야 세월이 지난 시점에도 새록새록 기억이 날 테니 말이다.
1. 1차 여행지
-일시: 2032.9. 11 오전 10:30~ 오후 6:30
-장소: 거창 출렁다리 및 합천 해인사
-방편: 개인차량 이용 집사람과 단둘
2. 이번 여행에서 느낀 점
- 출렁다리 입장료를 만 65세 이상인자는 무료라서 확실히 노인이라는 것을 인식
- 출렁다리치고는 길이가 너무 짧음
- 지역 살리기를 위한 거창군의 참신한 행정능력 인정
- 산행하는 사람들의 복장에 비해 내가 너무 촌스러운 복장으로 임함
- 집사람이 힘들어하는데도 나 혼자 등반하고 하산한 것
- 좀 더 여행지에 대해서 스터디를 하지 못한 점(나중에 보니 인근에 가창 전통시장, 수승대 출렁다리, 창포원 등이 있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