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려관스님 추모다례재 봉행
7월7일 관음사 극락전에서
회주 삼이 우경스님 법문 펼쳐
봉려관 스님 추모다례재를 마치고 해월굴을 참배해 헌향하는 스님들 모습.
근대 제주불교의 중흥조로 평가받는 해월당 봉려관 스님을 추모하는 다례재가 지난 7월7일 대한불교 조계종 제23교구본사 관음사(주지 무소 허운) 경내 일원에서 봉행되었다.
이날 행사는 관음사 회주 삼이 우경 스님, 주지 무소 허운 스님을 비롯한 도내 대덕스님들과 두옥문도회의 스님들, 도내 기관단체장과 신행단체장, 재가불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1부 봉려관스님 추모다례재, 제2부에서는 신행수기 공모시상식, 제3부에서는 해월굴 참배 순서로 진행되었다.
극락전에서 진행된 추모다례재는 △삼귀의 △반야심경 △행장소개 △추모사 △추도사 △추모법회 △종사영반 △헌향·헌화 △인사말 △교구 봉려관스님 선양사업(10상도)소개 순으로 진행됐다.
관음사 회주 삼이 우경 스님은 법문을 통해 “눈의 경계도 의식의 경계까지도 없고, 무명도 무명이 다함까지도 없으며, 늙고 죽음도 늙고 죽음이 다함까지도 없고, 고집멸도도 없으며, 지혜도 얻음이 없느니라” 반야심경을 설하시면서, 마음과 정신, 몸의 능력으로 살아간다며 조금씩 조금씩 받아들이면서 조금씩 조금씩 쓰면서 살아가니 미워하지 말고, 의심하지 말고, 머물지 말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83년 전에 해월당 봉려관 스님께서는 열반하셨나니, 83년 동안 어느 길을 찾아서 가셨을까. 아니면 오늘 추모다례재에 어느 길을 좇아서 오셨을까 되새겨 본다”며 “눈으로 볼 수 있는 것, 귀로 들을 수 있는 것, 혀로 맛볼 수 있는 것, 생각을 할 수 있는 것들이 나타나고 있으니 색, 소리, 향기 등이 관음사 도량으로 들어온다.”고 새롭게 탄생하는 관음사의 모습을 법문을 통해 설했다.
무소 허운 주지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해마다 봉려관 스님의 정신을 제주도내외로 널리 알리는 작업에 최선을 다해오고 있다”며 “제주불교는 4·3사건으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입었고, 그 후 관음사는 점차적으로 수행과 신행도량으로 정진해나가는 가운데, 황금기였던 불교의 참모습을 되찾아나서는 길이 해월당 봉려관 스님 추모다례재를 기리는 자리와 함께 계승되어가야 할 불사(佛事)”라고 강조했다.
이보다 앞서 관음사 포교국장 제량 스님은 해월당 봉려관 스님의 행장을 소개하는 순서에서 “해월당 봉려관 스님께서는 1907년 12월8일 대흥사에서 수계를 받음으로써 근대 제주불교 최초의 비구니가 되었으며, 또한 1908년 1월5일 제주로 들어와 산천단에서 수행하다가 근대 제주불교 최초의 종교행사인 ‘부처님오신날’ 행사를 치러냈다”며 스님이 걸어온 생애 발자취를 통해 근대 제주불교에 끼친 깊고 너른 공덕의 행장을 설명했다.
법화사 주지 도성 스님은 추모사를 통해 “스님께서는 약 200년 동안 불교의 자취마저 사라져버린 무불시대에 척박한 제주 땅에서 불문에 귀의하여 온갖 고난과 핍박 속에서도 결코 물러서지 않으시고, 제주불교를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는 원력으로 정진한 끝에 제주에 불교 씨앗을 심으셨다”며 “모든 법이 불에 타고 쓰러져버려 그 어디에서도 불법을 접할 수 없었던 암울한 시기에 오직 부처님의 정법을 펴 중생을 구제하리라는 일념으로 구법(求法)에 오르셔 마침내 스님은 관음사를 창건하셨고, 이를 시작으로 제주 각처를 다니면서 법정사, 불탑사, 포교당, 월성사, 백련사, 법화사 등을 창건 또는 중창하셨다”며 근대 제주불교의 큰 선각자요, 제주불교의 중흥조인 봉려관 스님의 자취를 기렸다. 또한 “일제 강점기 법정사 무오항일운동의 주역인 김연일. 강창규스님들께 거처와 자금을 제공하는 등 항일운동의 중심에 섰던 애국자”라는 말로 추모했다.
이어서 길상회장 김희현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은 해월당 봉려관 스님의 추모다례재를 통해 스님의 삶을 함께 되새겨보며, ‘함지사지이후생(陷之死地而後生)’으로 불국정토 이루어 나가도록 기원했다.
관음사 극락전에서 추모다례재를 봉행하고 있다.
제23교구신도회 김문자 회장은 “곤궁하고 혼란스러웠던 시절에 관음사를 창건하시어 제주에 무불시대를 마감하고 더불어 사는 법을 열어주시니, 그 은덕 어찌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라며 추도했다.
관음사 신도회 양방규 회장은 “중생들이 정법에 눈을 뜨고 바른 믿음 속에서 고통을 벗어나 위없는 평안누리기를 서원하시었던 한결같은 마음은 관음사를 비롯한 도내 사찰 불자들에게 수행과 신행이 터전이 되어 불자들의 귀의 처가 되고 있다”고 추도했다.
관음사 김희철 종무실장은 봉려관 계승 사업보고에서 “봉려관 스님의 일대기를 지난 2년간의 사업성과를 바탕으로 봉려관 스님의 일대기 10폭의 탱화로 조성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면서 “올해는 그 첫 단계로 10폭의 탱화에 들어갈 장면을 선정하고, 앞으로 3년에 걸쳐 스님의 일대기를 탱화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제 2부에서는 (사)봉려관선양회(이사장 김수진)와 제주불교신문이 공동주최하고 혜향문학회(회장 김정택)가 주관한 ‘해월당 봉려관 스님 탄신 156주년 기념 제7회 전국신행수기 공모’ 시상식이 있었다.
사)봉려관선양회 오영호 상임이사는 인사말을 통해 수상자들을 축하하면서 심사평은 불교신문 지면에 실린 내용으로 대신했다. 오영호 상임이사는 계속해서 “봉려관 스님이 제주 관음사를 창건했다는 사실은 역사적으로 매우 의미가 깊다”며 “스님이 입적하신 후 70여년이 지났지만, 스님이 이뤄놓은 공적을 기리는 선양사업은 아쉬웠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혜전 스님 중심으로 2010년 관음사에서 봉려관 스님의 공적을 선양하기 위해 사)봉려관선양회가 창립되었으며, 이후 관음사와 함께 강연회, 토론회, 세미나, 음악회, 뮤지컬, 책자발간 등 다양한 사업들을 펼쳐왔다“며 “또한 지난 3월에는 봉려관 스님에 대한 연구서 ‘봉려관’이 발간되기도 했다”면서 앞으로도 선양사업에 계속 매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제7회 신행수기 공모 당선자 명단은 다음과 같다. ▷대상 수상자 김정자 ▷ 최우수상 수상자 서행련, 서경련 ▷우수상 수상자 나인순. 양춘숙, 김시현, 이현주, 김은이 등이다. 이들 수상자들에게는 앞으로 혜향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할 자격이 주어진다고 한다.
제3부에서는 사부대중이 해월당 봉려관 스님의 수행하던 해월굴로 이동해 다시 한 번 간단한 다례재를 봉행하고, 공모전 수상자들의 헌화가 있었다. 이어 관계자들과 수상자들이 모여 기념사진을 찍는 것을 마지막으로 신축년 해월당 봉려관 스님 다례재가 여법하게 회향되었다.
제7회 신행수기 공모 대상 수상자 김정자 불자
“부처님 닮아가려고 노력하겠다”
▷해월당 봉려관 스님 탄신 156주년 기념 제7회 신행수기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셨는데, 축하드리면서 소감 한 말씀 주셨으면 합니다.
▶글을 통해 제 자신의 살아온 날들과 수행을 정리해 볼 수 있어서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기대를 안했는데, 이렇게 값진 상까지 안겨주시니 참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 역시도 부처님의 가피로 받은 상이며 수상의 영광으로 더 열심히 수행 정진하라는 메시지로 생각하고 부처님 닮아가는 참된 불자로 거듭나겠습니다.
▷평정심이란 어떻게 생각하시고, 어떻게 유지하시고 있는지요?
▶예. 삶의 굴곡을 겪고, 암 판정까지 받으니 눈앞이 깜깜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부처님 가르침에 의지하며, 모든 인생의 고비들을 “부처님이라면 이 순간을 어떻게 하셨을까?”하는 생각을 떠올리면서 헤쳐 나왔습니다. 부처님은 “좋다 싫다, 밉다 곱다. 옳다 틀렸다”라는 분별을 하지 않으시는, 평정심을 유지하고 계시는 분이십니다. 부처님을 닮아가려고 노력하다보니, 아무리 큰 어려움이 닥쳐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가 있었습니다.
▷수기 작품에서 번뇌를 보리로 승화시켰다는 의미는 어떤 뜻인가요.
▶경전에서 늘 봐왔던 말입니다. 번뇌를 보리로 승화시킨다는 말은 어려운 일을 겪다보면, 번뇌가 파도처럼 밀려오지요. 하지만 부처님께서 이런 상황을 주셨을 때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것을 통해서 어떤 공부를 하라고 부처님께서 이 숙제를 내주셨을까 하는 생각을 늘 해왔습니다. 내가 처한 상황을 수행거리로 승화시키려고 노력하다보니, 번뇌가 보리심으로 승화되며, 결국 부처님 가르침을 내 삶과 접목시키는 것이 제일 중요했습니다.
▷인생 제2막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요?
▶많은 사람들이 저를 보고 기적이라고 합니다. 부처님의 가피로 3개월 시한부 인생에서 지금까지 4년 넘는 시간 동안 잘 이겨내며 두 번째 생명을 얻었습니다. 지금부터 사는 삶이란, 덤으로 사는 삶이라 생각하며 수술을 마치고 몸이 회복되어 부처님 도량에 들어와 도량 구석구석을 내 손으로 쓸고 닦고, 공양을 내 손으로 살뜰히 준비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출처 : 제주불교신문(http://www.jejubulgyo.com)
첫댓글 기사 내용 올려주어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