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이국종
아주대학교 중증외상센터장 의사 이국종이 쓴 17년간의 이야기다.
‘골든아워’ 60분에 생사가 달린 목숨들, 그리고 그들을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
외과의사 특유의 시선으로 현장을 예리하게 파고드는, 잘 벼린 칼 같은 문장은 본인이 사표로 삼은 작가 김훈을 닮았다. 사고 현장과 의료 현장을 직접 경험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절절함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중증외상센터에서 만난 환자들의 삶과 죽음, 의료진의 고된 일상은 물론 그동안 언론에 익히 알려진 석해균 선장 구출, 세월호 참사 등도 현장을 겪은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입체적인 이야기로 들려준다.
우여곡절 끝에 저자가 몸담은 대학병원이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로 지정된 후에도 여전히 열악한 현실에서 국제 표준에 맞는 시스템을 안착시키고자 고투하는 과정을 그렸다. 중증외상센터 사업이 시간이 흐를수록 원칙과 본질에서 벗어나 복잡한 이해관계에 휘둘리며 표류하는 동안 시스템의 미비를 몸으로 때우던 동료들이 한계상황에 내몰리고 부상으로 쓰러졌다. 켜켜이 쌓여가던 모순과 부조리는 결국 전 국민을 슬픔에 빠뜨린 대참사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세월호, 귀순한 북한군 병사 등 대한민국 중증외상 치료의 현장을 증언하며 저자는 이제 동료들의 희생과 땀과 눈물을 돌아본다. 낙관 없이 여기까지 왔고 희망 없이 나아가고 있지만, 전우처럼 지금껏 같은 길을 걸어온 사람들을 기록하고 부상을 감수하며 헬리콥터에 오른 조종사들과 의료진들, 사고 현장에서 죽음과 싸우는 소방대원들, 목숨을 각오하고 국민을 지키는 군인과 경찰들…. 이 책은 바로 그 사람들에게 바치는 헌사다.
원칙과 현실의 괴리, 관료주의와의 싸움, 앞서가는 사람의 처연함, 일이 완성되면 그때서야 벌 떼처럼 빨대를 꽂는 사람들 등은 우리도 늘 작거나 크거나 느껴가며 우리도 일하고 생활한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서 다행이다. 책을 읽으면서 무슨 내용인지 좀 더 이해를 넓히고 국민적 공감대가 넓혀졌으면 한 바램이다.
아주 짧게 짧게 이야기를 전개해서 부피가 상당해도 잘 읽힌다.
읽을 것을 강력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