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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식당 상호 : 시골집갈치밥상 2) 전화 : 031-383-3131 3) 주소 : 안양시 동안구 관평로 170번길 33(관양동 1606) 4) 주요 음식 : 갈치밥상 |
2. 맛본 음식 : 갈치밥상(1인당 9,500원)
3. 맛보기
1) 전체 : 열 가지 정도의 찬이 갈치구이를 옹위하며 진열된다. 차려지는 품새가 그 옛날 어디선가 마주했던, 아니 날마다 익숙했던 그 밥상이다. 갈치는 그리 굵지 않은 것이 조금 촌스러운 모습으로 작은 그릇에 담겨 있으나, 노릇노릇 맛 기름을 가득 품고 있다. 애틋한 분위기에 순간 군침이 감돈다. 맛이 없어도 추억만으로도 먹을 거 같은데, 제각기 제맛까지 낸다.
2) 갈치구이 : 밥상의 얼굴이다. 적당한 굵기의 갈치 세 토막이 은분이 벗겨져 맨살을 드러내며 간을 속까지 머금고 있다. 화려한 그릇에 놓였으면 밥맛을 더 돋우었을지 모르지만, 촌스러운 지금 모습이 사실 최대한의 모양새와 맛일 수 있다.
갈치는 중간 크기가 가장 제대로의 맛을 낸다. 너무 크면 팍팍할 수 있고, 너무 작으면 발라먹기 사납고 부스러지므로 중간 크기가 적절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촌스러운 모습은 바로 추억의 맛을 불러온다. 추억의 맛은 추상의 맛이고 문화의 맛이다. 음식은 혀만으로 맛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머리로도 가슴으로도 느낀다.
거기다 요즘은 갈치가 제철인 계절. 10월 이후의 갈치는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보충한 영양분인 불포화지방산 지방이 많아 육질이 제일 쫄깃거리는 계절이므로, 눈과 가슴으로 본 맛은 허상이 아니라 실상을 제대로 본 셈이 된다. 거기다 제주산 은갈치 아닌가.
보조음식 : 한 상 가득 놓인 음식이 모두 추억 속의 익숙한 음식이다. 애교로 놓인 샐러드만 빼면 항상 집밥의 고정 반찬들, 그러나 손이 많이 가서 언제부터인가 사치스러운 음식, 드물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된 것들이다. 엄마 밥상, 할머니 밥상이 그리우면 찾기에 딱 적절한 밥상이다. 집밥인지 상업용 밥인지 헷갈린다.
3) 반찬 특기사항 : 이 상의 음식 중 가장 맛나는 음식은 멸치김치조림과 된장국이다. 멸치김치조림은 멸치에 김치를 조린다는 것이 조금은 특별하지만 워낙 익숙한 식재료 때문에 낯설다는 느낌은 없다. 맛 또한 두 식재료의 조합은 이러해야 한다는 생각이 저절로 드니 성공한 음식인 셈이다. 무청만 쓰고 무는 쓰지 않았다. 익은 김치에 배인 멸치맛에서 칼칼한 맛이 느껴져 개운하다.
미역줄기와 비름나물은 약간 단맛이 돌고, 두부조림은 개운하지 않다. 그래도 먹을 만해서 밥상 전체의 향토적인 느낌을 많이 감하지는 않는다.
4) 된장국 : 바지락 조개 된장국이다. 시레기맛도 좋고 상큼하다. 밥상의 수준을 높여주는 국이다.
밥 : 압권이다. 흑미를 살짝 넣고 아무래도 찹쌀을 넣었음직한 밥은 입에 쩍쩍 들어붙는다. 이집에 왜 이렇게 손님이 많은지, 왜 이렇게 남자들이 많이 찾는지 마침내 그 원인을 발견한 듯한 기분이다. 밥상에 담긴 정성을 밥이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밥맛 좋은 밥, 밥맛 내는 밥이다.
눌은밥 : 시골의 눌은밥이다. 밥알이 으깨어지지 않고, 맑은 숭늉에 깐밥의 맛이 그대로 우러난 숭늉, 밥과 함께 칭송받아 마땅하다. 참으로 반갑다.
4. 맛본 때 : 2018.10.
5. 음식 값 : 갈치밥상 9,500원, 갈치조림 소 35,000원 등등
6. 맛본 후
추억을 일깨우는 밥상, 어제 오늘 솜씨가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45년 솜씨라고 자랑이고 제주산 은갈치만 사용한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은갈치는 먹갈치와 대비되어 쓰이는데 낚시로 잡아 은분이 상하지 않은 것이 먹갈치와 다르다. 먹갈치는 그물로 잡으므로 잡는 과정에서 은분이 없어져 먹갈치다. 갈무리과정에서 손이 많이 간 갈치가 은갈치인 거다. 그런데 결국 영양도 없고, 소화도 안 된다 하여 은분을 다 제거하고 먹으므로 둘이 실제적 차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은갈치는 제주, 먹갈치는 목포가 주산지다. 은갈치, 먹갈치는 옛 문헌에서는 쓰임이 확인되지 않으니 최근의 구분이다. 실제로 은갈치라는 말을 들은 지도 오래지 않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은갈치도 그냥 갈치라며 팔았었다.
갈치는 길고 끝이 날카로운 모양새 덕분에 갈티, 칼치 등으로 불리는데, 통영지방에서는 빈쟁이라고도 한다. 한자어로는 군대어(裙帶魚), 갈치어(葛峙魚), 도어(刀魚), 갈치(葛侈) 등이 쓰였고, <여유당전서>에서는 갈치(葛治)라고도 했다. 군대어(裙帶魚)의 ‘裙帶’는 치마끈이니 치마 말기를 말한다. 갈치(葛侈)의 갈(葛)은 칡이다. 칼, 치마끈, 칡 등 모두 길고 날카로운 모양새로부터 갈치라는 이름이 왔다.
전라도에서는 어린 갈치를 풀치라고 하며, 성어 갈치와는 조리법도 다르다. <조선왕조실록> 세종조에도 갈치가 나오는데 서해안의 태안 등의 특산품으로 기록되어 있고 ‘刀魚’라고 했다. 지금은 비싼 생선이 되었지만, 오래전부터 먹어온 친근한 생선이라는 것이 문헌으로도 확인된다. 이름이 다양하다는 것은 여러 지역에서 먹었다는 것이고, 세종조 기록에도 있으니 오래전부터 먹었다는 말이다. 소설의 이본이 다양하다는 것이 독자층이 넓다는 것을 말해 주듯이 말이다.
그런 갈치를 주인공으로 한 친근한 밥상을 만났다. 식당 안을 둘러보니 2/3가 남자다. 그것도 젊은 남자들이 많다. 이 식당은 오래전부터 똑같은 밥상으로 사람들을 푸근하게 끌어안아주던 곳이었다. 군포 대야미 근처 시골마을에서 아파트로 밀려나기 전까지 같은 메뉴, 같은 밥상으로 4,000원 하던 시절부터 만원인 집이었다. 그때도 남자들이 더 좋아하는 식당이었다.
대구의 따로국밥에서 나는 남성음식의 분위기와는 다르다. 따로국밥은 왠지 배제와 남성 권위의 느낌이 난다면 이 밥상은 포용의 모성 냄새가 난다. 모성을 바라는, 고향을 바라는 남성들이 원하는 맛을 내는 것이 손님을 모으는 비결이다. 실제로 식당 사장님은 초심을 잃지 않고 같은 품새의 밥상을 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점검한다고 한다.
집을 잃은 남자들, 고향상실로 고향을 그리는 사람들의 모성 선망에 음식으로 응답한다. 하이데거는 현대인이 과학문명으로 존재를 망각한 결과가 ‘고향상실[Heimatlosigkeit]’이라고 하였다. 고향 상실이 고착되어 우리 시대가 짊어진 운명이 되었다지만 고향을 그리는 것마저 버린 것은 아니다. 고향 색깔에 어떤 식으로든 반응하기 마련인데, 음식에서는 촌음식, 고향음식, 이전 음식, 집밥 등의 선호로 나타난다.
여성은 아직은 제손으로 고향 음식을 해낼 수 있으므로 그만큼 덜 그립다. 많은 남성들은 음식을 제손으로 하지 못하고 한다 해도 손맛까지는 따라하지 못해, 고향음식 맛을 제대로 내기는 쉽지 않다. 거기다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편하게 엄마밥, 아내밥을 얻어먹기가 점점 쉽지 않아진다. 그런 남성들을 위로하는 따뜻하고 편안한 고향음식이다. 추억으로, 가슴으로 먹는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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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상차림 모습과 분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