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냄새/연기’의 어원
바람 한 점 없는 고요한 밤에 향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연기는 곧게 일직선을 지으며 하늘로 이어진다. 흡사 지상과 하늘을 잇는 구름다리처럼 뚜렷이 허공을 가르며 하나의 선을 그어 놓는다. 혹 바람을 만나면 물결처럼 바람결에 출렁이며 계단을 만들기도 한다. 흡사 천국에 오르는 계단처럼.
연기는 끊어짐이 없이 이어지며 하늘로 피어오른다. 그래서 연기는 하늘로 이어(잇달아) 놓는[연] 기운[기]과 다름없다. 지상과 하늘을 잇는 하얀 다리 그 가교(架橋)이다. 그러면 무엇을 잇기 위한 다리인가? 연기/연(煙)은 인(垔) 글말의 형성자이다. 인(垔)의 금문은 뇌(정수리)/신(囟) 또는 서녘/서(西)와 정(壬)의 회의자이다. 정(壬)은 임(壬)의 전주자이거나 망(望)의 갑골문에 나타나는 일(一) 위에 인(人)이 붙여진 자형으로 볼 수 있다.
임(壬)과 공(工)의 갑골문은 二 사이에 ㅣ(十)이 있는 모습으로 비슷하고, 壬이 보다 길쭉한 모습으로 차이가 나타나는 자형이다. 즉, 두 개의(二) 얼(ㅣ)을 이어(잇달아, 머리에 이어)/잇대어 묶어(매어)[임] 주는 것이 임(壬)이고, 고르게 이끌어[공] 주는 것이 공(工)이다. 예를 들면, 맡길/임(任)은 '임(머리에 인 물건 또는 머리에 일 정도의 짐)[임]을 일으켜[人] 둘을 이어 매다(묶다)/매기다(값이나 등수, 차례 따위를 따져서 정하다)[壬]'는 얼개이다. 임(壬)이 '짊어지다'는 뜻이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하나 아이 밸/임(妊) 또한 ‘두(남녀) 얼이 잇대어 매어[임(壬)] 님(임금)의 씨앗[임]을 여미는[女]’것이 아이를 배는 뜻으로 만든 글자임을 알 수 있다.
더불어 무(巫)의 갑골문은 두 개의 임(壬)을 십(十)자가 형태로 교차시킨 자형이다. 갑골문의 ‘十’은 갑(甲) 글자이다. 갑(甲)은 새싹이나 새 생명이 껍질을 가르고 벌리며[갑] 깨어나는 뜻이다. 곧 문을 여는 의미이다. 다시 말해, '신령과 인간의 두 얼을 이어 묶어[임(壬)] 서로 교차하여 문을 열며(소통하며)[十] 무우다(움직이다, 흔들다)/ 무르와내다[무]'는 얼개이다. 한마디로 두 얼을 무르와내어/움직이게 하여 소통시켜 서로 이어주는 의미이다.
따라서 임(壬)은 베틀의 '북'을 나타낸 글자로 볼 수 있다. 곧 날실과 씨실의 두 얼을 이어 매며 베를 짜는 도구 그 북(베틀에 딸린 부속품의 한 가지이고, 씨올의 실꾸리를 넣는 제구로 날 틈으로 오가며 씨를 푸는 구실을 함)을 나타낸다. 그러면 한말 ‘북’은 ‘(북돋우며) 부듯하게(꼭 맞아서 헐렁거리지 아니하다, 가득히 차서 빈틈이 없다)/부라질하여 감다’의 준말이다. 북의 한말글(한자)은 저(杼)와 사(梭)로, 소전에 나타난다. 베틀의 역사는 차치하고라도 베를 짜는 직(織)이 갑골문에 나타나는데 그 핵심인 ‘북’의 글자가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곧 임(壬)이 아홉째 천간으로 가차되어 쓰이자 소전시대에 이르러 따로 저(杼)와 사(梭)로 구분하였다는 반증이 될 수 있다.
저(杼)는 ‘나눠진 얼(날실)[목(木)]을 내가(씨실) 손을 건네며[여(予)] 저어(사리어)가다[저]’는 얼개이고, 사(梭)는‘나눠진 얼을[목(木)] 사리며[사] 천천히 치대어 가다[준(夋)]’는 얼개이다. 천천히 걸을/준(夋)은 윤(允)과 치(夂)의 회의자이고, 뒤져올/치(夂)는 발을 거꾸로 나타낸 글자이다. ‘치대며(밑에서 위쪽으로 올려가며 대다)[치] 뒤로 가다[夂]’는 얼개로, 발로 밟으며(다지며/치대며) 뒤로 가는 현상을 나타냈다. 다시 말해, 베틀에서 날실을 북의 씨실로 감아 바디(베틀이나 자리틀 따위에 딸린 기구의 한 가지로서, 날을 고르며 씨를 치는 구실을 함)질하며 밑에서 위로 베를 짜가는 현상으로 비유되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인(垔)의 토(土)는 정(壬)이거나 정(一 위에 人이 붙여진 자형)이 변한 것이다. 곧 ‘두 얼을 이어[壬] 정작이게(참되게)/정갈하게 하다[정]’는 얼개가 정(壬)이고, '얼을(一) 정말로(참으로/참되게)[정] 일으키다(人)'는 얼개가 정(一人)으로, '바로세우다, 착할, 드러내다(나타내다/呈)' 등의 뜻이다. 서로 대동소이하다. 참고적으로 立의 갑골문은 一 위에 大가 있는 자형으로, '一 위에 人'의 자형과 차이를 보인다. 즉, 립(立)은 '얼을[一] 완전하게(다 이르게)[大] 일으켜 바르다[입]'는 얼개로 완성(마침)[립(立)]을 나타내어, 바르게 세우는 과정[정(一人)]과 차이를 두어 서로 구분했다.
따라서 인(垔)은 ‘얼을 서리어[서(西)] 참되게 이뤄[정(壬)]/바르게 세워[정(一人)]/드러내 보이며[정(呈)] (조상의 얼과) 이어(잇대어) 놓다[인]’는 얼개로, 제사지낼/인(禋)의 본래 뜻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어(이다/기와나 볏짚, 슬레이트 따위로 지붕을 덮다)놓다[인]’는 글말에 따라 전주되어 ‘막다’는 뜻으로 쓰이자, 시(示)를 덧붙여 인(禋)으로 구분했다고 추론이 가능하다. 그러면 연기/연(煙)은 ‘불사르며[화(火)] 이어(잇달아) 날아오르며[연] 바로 세워 하늘로 이어(잇대어) 놓다[인(垔)]’는 얼개이다. 즉, 지상과 하늘을 이어(잇달아 잇대어) 놓는[연] 기운[기]의 뜻이다.
연기의 한말은 ‘내’이다. 그리고 ‘내’는 ‘연기 따위에서 나는 매운 기운, <냄새>의 준말, 시내보다는 크고 강보다는 조금 작은 물줄기 곧 개천, <나>의 특수형태/<나의>가 줄어든 말’등의 뜻이다. 즉 연기의 내는 ‘불내’의 준말임을 알 수 있다. 그러면 ‘내’의 어원은 무엇인가? ‘내다’는 동사의 많은 뜻에서 ‘내’의 여러 뜻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곧 그 각각의 동사를 줄여 명사로 만들었다.
냄새는 ‘내음새’의 준말이다. 곧 ‘내어[내] 으밀아밀(남이 모르게 비밀스레 이야기하는 모양)[음] 새어나오다[새]’의 준말이고, 더 줄여서 ‘내’로 나타냈음을 알 수 있다. 냄새/취(臭)의 갑골문도 코[자(自)]와 개[견(犬)]의 회의자이다. 곧 ‘개가[견(犬)] 코로[자(自)] 추리다(섞여 있는 많은 물건 가운데서 여럿을 가려내거나 뽑아냄, 내용 가운데서 필요한 것만 따다)[취]’는 얼개로, 특히 후각이 발달된 개의 코로서 추리는 것을 나타냈다. 개의 후각 능력은 인간의 100만 배 이상이라고 한다. 역설적으로 냄새란, 개의 후각능력으로 구분해야 하는, 각각의 존재를 나타내는 독특한 차이가 있다는 반증이다. 개 코로 추려서(구분해서) 나타낸 이유로 볼 수 있다. 즉, 냄새는 내가 나의 존재를 내어 으밀아밀 새어 나오게 나를 드러내는 것을 뜻한다.
향(香)의 소전은 기장/서(黍)와 달/감(甘)의 회의자였는데, 해서에서 화(禾)와 왈(曰)로 바뀌었다. 서(黍)의 갑골문은 화(禾)의 변형체와 수(水)의 변형체로 이루어졌다. 화(禾)보다 이삭을 나타내는 비슷한 기호가 하나 더 있고, 수(水)에 나타나는 역 S 기호가 도(刀)에 나타나는 S 기호로 바뀐 차이가 있다. 즉, 일반적으로 떠밀리며 가르는 물의 수동적인 흐름과 반대로 칼처럼 가르며 능동적 거스르는 흐름을 나타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서(黍)는 수(水)의 변형체[氺]가 ‘서’글말일 개연성이 있으므로 그 형성자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기장은 물과 개연성이 없는 곡물이고, 물을 ‘서슬 푸른’칼날처럼 거슬러 가르는 능동적인 흐름을 나타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곧 ‘서붓서붓하게(소리가 거의 나지 않을 정도로 걸음걸이나 움직임이 거볍고 부드럽다)[서] 가르며 흐르다[S]'는 얼개이다. 서슬 퍼런 칼날로 가볍게 가르는 현상을 나타내어 수(水)와 서로 구분했다고 볼 수 있다.
기장의 이삭은 벼의 이삭보다 갈래가 무성하다. 화(禾)와 다르게 더욱 두드러진 상징이 하나 더 있는 이유이다. 그래서 서(黍)는 ‘서붓서붓 가르며 돋아나[서(氺)] 서리는(엉기다, 향기가 가득 풍기다, 식물 덩굴 같은 가느다란 줄이 한곳에 많이 얼크러지다, 어떤 생각이 마음에 자리 잡다, 어리어 나타나다)[서] 무성한 곡물[화(禾)의 변형체]’의 얼개이다. 그러면 한말 ‘기장’은 ‘기운차게 기은(<옛>깃은, 논밭에 잡풀이 무성한)[기] 장(열, 게의 딱지 속에 들어 있는 누르스름한 된장 같은 생식소, 무덤 따위를 헤아리는 단위)[장]’의 준말이다. 덧붙여 기장의 잎집(잎자루의 밑동이 발달해서 칼집 모양이 되어 줄기를 싸고 있는 부분)은 열려 있고, 아주 작은 융기부에서 털이 발생하여 덮고 있으며, 이삭은 빗자루를 만드는데 쓰인다. 서(氺)로 나타낸 이유로 보이고, ‘기’가 ‘깃’과도 관련된 말로 보는 까닭이다. 그리고 기장의 곡물은 게의 생식소[장]처럼 노랗고 동그란 열매가 무성하게 맺히는 형태에 따라 ‘장’으로 나타냈다고 짐작된다.
향(香)은 ‘향기(롭다), 맛·소리·빛·모양 같은 것의 아름다움’등의 뜻이다. 즉, ‘달콤하게 감치듯이[감(甘)] 각자 독특하고 서슬 퍼런 기운찬 장(생식소, 열매)이[서(黍)] 향긋하다[향]’는 얼개임을 알 수 있다. 그러면 ‘향내를 풍기는 물건, 제전(祭奠)에 피우는 향내 나는 물건’등의 뜻은 어떻게 유추된 것인가? ‘ᅘᅧ서(<옛>켜다) (피워) 올리다[ᅘᅧᆼ > 향]’그 준말의 뜻으로 나타날 수 있다. 결국 향(香)은 ‘각자의 유일한 소명(천명)이 향긋하게 켜서 피워 올리는 달콤한 내(냄새)’의 뜻이다.
향(香)은 초의 심지와 같다. 불을 머금고 있는 심지의 상징이다. 그 불이 피워내는 연기가 조상 그 근원과 닿는 다리의 상징이다. 향(香)은 불의 심지이기도 하다. 그리고 향불은 불이 없는 불의 마음(心)이 켜진 불이다. 불이 없는 불이다. 다시 말해 불을 속으로 머금고 있으며, 그 마음을 태워 밖으로 냄새를 피우고, 연기를 피우는 것이다. 즉, 불은 밝히는 것이고, 향불은 냄새를 피우며 연기로 다리를 놓는 것이다.
촛불은 안으로 심지를 태워 거슬러 오르며 밖으로 불을 켜 밝히는 것이고, 분향은 안으로 심지를 태워 거슬러 오르며 밖으로 냄새와 연기를 피우는 것으로 차이가 있다. 악한 냄새는 태워 없애버리고, 선한 향기로운 냄새는 피워 올리며 천지에 퍼트린다. 곧 악한 행위는 불쏘시개로 반면교사하고, 선한 행위는 널리 알려 본보기가 되게 하는 것이다. 더불어 선한 행위만이 하늘에 오를 수 있는 의미도 담긴 상징이다. 하나님의 나라 천국에 갈 수 있는 조건의 다름 아니다. 향(香)이 악귀를 물리치는 의미의 실상이기도 하다. 그 향기로움을 피워 하늘에 알리는 요식 행위로 볼 수 있다. 연기는 지상에서 하늘로 잇달아 오르며 하얀 구름다리를 하늘에 닿으며 이어 놓는다. 땅과 하늘의 연결고리이다. 곧 지상과 천국의 소통 통로이고, 천국의 계단과 다름없다. 나아가 하얀 연기는 순백의 선함을 상징한다. 하얀 두루마리를 빠는 자가 천국에 가는 이유와 마찬가지이다. 그 순백의 선함이 천국의 계단을 만들며 올라가는 상징이다.
향(香)은 제사상의 앞 그 중앙 한 곳에 두고 피워 올린다. 향을 중앙에 놓는 것은 연기가 동서 좌우의 조상과 후손 나아가 지상과 하늘을 서로 잇는 다리 그 가교로서, 항상 삶의 뿌리를 중심 한 가운데 두고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깊이로 내리라는 상징이기도 하다. 조상으로 이어지는 깊이의 뿌리가 어찌 뽑힐 수 있으며 그런 나무가 어찌 흔들릴 수 있겠는가? 이렇게 이어지는 집안의 내력이 가풍(家風)의 진정한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