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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제주도 여행,정착 길라잡이 원문보기 글쓴이: 블루오션
월평마을 아왜낭목→대포동 주상절리→베릿내 오름→색달해녀의 집→중문 해수욕장→존모살 해변→
들렁괴→해병대길→논짓물→대평 포구
▲ 대포동 포구의 아침.
이중섭 미술관 앞에서 만난 25년 지기 고향 친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길을 걸어 대포동 포구에 도착했다.
날이 저물어 하룻밤을 여기서 보냈다.
숙박시설과 식당들이 대부분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어서 포구를 감상하기에는 그만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창을 열고 포구를 내려다보니 햇살을 등진 채 나이 든 어부 부부가 고깃배에 앉아 그물을 손보고 있다.
출어를 준비하는 것일까?
어부 부부만 항구를 떠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도 다음 목적지를 향해 떠나야 한다.
서울 행 비행기를 타야 하는 친구와 삼거리에서 이별의 악수를 나눴다.
이틀 밤을 함께 보낸 친구는 잘가라는 인사를 하고 헤어진 뒤에도 몇 걸음 옮기지 않고
다시 뒤돌아보며 잘가라고 손을 흔들었다.
우리는 배낭을 메고 서로 반대 방향으로 난 길로 걸어갔다.
친구와도 점점 멀어질 즈음 저만치 떨어진 채 마주보며 오던 범섬도 어느새 뒤로 점점 멀어져 갔다.
그러고 보면 친구와 걸을 때 둘만 걸은 것이 아니었다.
범섬도 따라 걸었고 우리들 이야기 속에 범섬도 들어 있었다.
사람이 살지 않는 범섬은 큰섬과 새끼섬으로 이뤄져 있는데 멀리서 보면 큰 호랑이가 웅크려 앉은 형상 같아서
범섬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뭍에서 정면으로 보면 호랑이 콧구멍처럼 생긴 바위도 보인다.
50~60년 전만 하더라도 사람이 거주하며 가축을 방목하고 고구마 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태고적 신비 간직한 지삿개바위
삼거리에서 헤어진 것은 친구와 나, 그리고 범섬이었다.
쓸쓸하게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어느새 고급 저택의 정원에 와 있는 듯 잘 단장된 산책길을 걷게 된다.
대포동 주상절리가 가까워진 것이다.
올레길은 주상절리를 지나치게 되어 있지만 살짝 바닷가로 들어가 본다.
높이가 25미터 정도인 사각형, 육각형의 돌기둥들이 서귀포시 중문동과 대포동 해안 2킬로미터에 걸쳐
조물주가 조각해 놓은 듯 겹겹이 박혀 있다.
주상절리는 분화구에서 흘러내린 섭씨 1,100도의 용암이 바다에 이르러 급격히 냉각하는 과정에서
수축작용과 균열현상이 일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고 한다.
서귀포시 중문동의 옛 지명인 지삿개를 따서 지삿개바위라고도 불린다.
태고적 신비를 간직한 주상절리 바위 기둥 앞에서 젊은 연인들이 사진 찍기에 바쁘다.
주상절리 앞에서 수평선을 바라보면 왼쪽에서부터 마라도와 가파도, 송악산, 모슬봉이 차례대로 보인다.
간혹 올레꾼들이 마라도와 가파도를 혼동할 때가 있는데
조금 도톰하게 올라와 있는 섬이 마라도이고 옆으로 기다랗게 늘어져 있는 섬이 가파도다.
마라도보다 가파도가 큰 섬이란 생각을 하면 어느 것이 마라도이고 어느 것이 가파도인지 금방 알 수 있다.
신발 벗고 싶은 중문 해수욕장
▲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의 존모살 해수욕장.
국제 컨벤션센터를 바라보며 걸어가다 보면 제주 민속문화를 디자인으로 응용한 시에스호텔리조트를 거닐게 된다.
다시 큰길가로 나와 베릿내오름으로 향한다.
베릿내오름에 올라서면 한라산 아랫동네와 제주 컨벤션센터, 중문 포구가 시원스럽게 보인다.
베릿내오름의 허리를 휘어 감듯 나있는 산책로를 따라 내려오면 아까 올랐던 오름 출발점 부근이다.
인근의 중문 해양리조트 퍼시픽랜드 경내로 들어가 색달해녀의 집 바로 옆 돌계단으로 내려온다.
남의 집 뒷담을 넘어 들어오는 느낌인데 바로 앞이 바다이고 해녀들이 갓 잡은 수산물을 붉은 고무대야에 놓고 파는
일명 ‘다라횟집’이 보인다.
자연산 전복이나 소라, 해삼, 낙지, 멍게, 대합, 성게, 잡어회를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했던가.
해녀 기분에 따라 소라와 전복이 하나 더 얹혀질 수 있다.
이곳을 벗어나면 중문 해수욕장이다.
신발을 벗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배낭을 팔각정에 던져 놓고 맨발로 모래사장을 걷는다.
발가락 사이로 꼬물꼬물 모래가 들어와 간질거린다.
폭신폭신한 모래사장을 걷다 보면 발의 피로가 싹 가신다.
발걸음이 가볍다.
하얏트호텔 산책로를 조금 걷다 다시 바닷가로 내려오면 존모살 해수욕장이다.
바로 옆 중문 해수욕장에 비하면 10분의 1도 채 안 되어 보이는 작은 해수욕장이다.
대신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이 든다.
팔짱낀 애인 같은 ‘갯깍 주상절리’
▲ 갯깍 주상절리.
수십 미터 높이의 갯깍 주상절리대가 병풍을 두르고 있다.
오묘하고 신비로운 모습에 ‘누가 조각해 놓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 아래를 걷는다.
바로 옆에는 바닷물이 돌돌 말려 들어와 갯바위에 부딪히며 하얀 거품을 낸다.
수만 년의 풍상을 견딘 바윗조각이 하필이면 지금 머리 위로 부서져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 아래로 울퉁불퉁한 바윗돌을 밟으며 엉그적 엉그적 걸어가는 사람들이 멀리서 보면
공룡 옆으로 지나가는 사람처럼 너무나 작게 보인다.
아까 본 대포동 주상절리와도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대포동 주상절리가 동경할 수밖에 없는 스크린 속 배우라면 갯깍 주상절리는 팔짱을 끼고 걸을 수 있는
바닷가 마을 애인 같은 느낌이다.
▲ 들렁괴. 하늘로 들려진 바위란 뜻이다.
조금 더 가다 보면 앞뒤로 뚫린 바위동굴이 하나 보인다.
이 바닷가 마을에서는 들렁괴라 부른다.
하늘로 들려진 바위란 뜻이다.
안에서 밖으로 향해 바라보는 모습이 새삼 다른 느낌을 준다.
햇빛이 들지 않은 동굴 안에서 환한 바닷가 쪽을 향해 바라보고 있노라니 어느 중년 남녀가 다정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검은 실루엣으로 망원렌즈에 잡힌다.
들렁괴를 지나 바닷가를 걷다 보면 해병대길이 나온다.
올레 8코스 출발지인 월평 포구로부터 13.8km 지점이다.
해병대 군인들이 둥글둥글한 바윗돌을 눕혀 길을 만들어 내어 해병대길이라 불린다.
‘노천 수영장’ 논짓물
소금을 뿌려 놓은 듯 흐드러지게 핀 억새와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는 풍경이 일품인 열리해안길을 걷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 오름 하나가 보인다.
군산이다.
그 모습이 마치 양쪽에 뿔이 달린 투구와 같다.
군산은 제주 유일의 숫오름으로 알려져 있다.
이 오름에 있는 괸물이라는 이름의 약수는 자식, 특히 아들을 점지해 준다는 전설이 있어 아지망(아주머니)들이
찾아가 치성을 드리곤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군산을 옆에 두고 걷다 보면 해수와 담수가 만나는 논짓물이 나온다.
논짓물은 여름철에는 노천 수영장이다.
햇볕이 뜨거우면 차양지붕 아래서 낮잠을 자거나 경기장 벤치처럼 생긴 시멘트 의자에 앉아 물장구를 칠 수 있다.
아이들은 튜브를 띄우며 놀고 연인들은 서로 물에 빠뜨리며 장난을 친다.
짠물에서 수영하다 바로 위에서 콸콸 쏟아지는 담수에 몸을 헹굴 수 있어 편하기 이를 데 없다.
호텔 풀장 부럽지 않는 바닷가 풀장이다.
‘두루마리 산수화’ 대평 포구
▲ 대평포구.
하례 포구를 향해 걷는다.
송악산과 형제섬이 겹쳐지고, 산방산과 박수기정이 오버랩 된다.
대평리에 거의 당도한 것이다.
제주에서는 성산일출봉 못지않게 대평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다.
어느 택시기사는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을 가리키는 영주1경을 대평 포구로 바꿔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만큼 대평리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이다.
저녁 무렵의 대평리 포구는 수묵화로 그려도 아름다울 것 같다.
깎아지른 돌병풍 박수기정이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포구를 두 팔 벌려 안고 있다.
바닷가가 보이는 식당의 평상에 앉아 풍광을 즐기고 있노라면 막걸리 한잔이 생각난다.
저 멀리 대낚시를 하는 이들이 노을빛에 붉게 물들어간다.
바다가 잔잔한 날이면
오른쪽에 둘러쳐 있는 박수기정과
수평선에 떠 있는 마라도와 가파도, 형제섬,
그리고 바다를 향해 기다랗게 뻗어 나온 송악산과 모슬봉, 군산이 두루마리 산수화를 펼쳐 놓은 듯하다.
*이 글은 강민철 작가의 제주올레 기행산문집 <올레 감수광(컬처플러스 간)>을 축약한 것입니다.
첫댓글 범섬과 함께 걷고싶네요 저도요.
가장 살고싶은동네가 범섬앞인데요 돌담님 혹시 적당한물건 알고계시면 알려주세요
손바닥보단 조금크면됩니다. 아니 집사람하고 둘이살거니 손바닥만해도 괜찮아요.꾸벅
역시, 범섬을 좋아하시는군요 범섬은 대평리 군산과도 연관이 많답니다 군산의 옆 모습이 사자상이라 해서 범섬의 사자가 군산으로 왔다는 것이고 그 앞의 예래동은 사자 례 올 래 사자가 온 동네라는 뜻이라 합니다
각설하고 범섬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은 법환동이고 월평포구 쪽은 좀 멀치감치서 볼수있는 곳이랍니다 법환과 월평 사이가 강정인데 요즘 해군기지가 들어선다고해서 주민들의 반대가 아주 심합니다
제가 부동산하는 사람은 아니니 꾸준히 물건을 살펴보세요 경매사이트와 부동산 사이트 등요,,,
아 그래서 예래동이군요,1년째 꾸준히 살펴보곤있지만 어렵네요,돌담님이 부러워요.
저는 2년째 결실을 맺었다는,,,
궁금한데요 2년동안은 어디계셨나요? 저도 제주도 내려가서 있을곳만 있다면..
서울 있으면서 왔다갔다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