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궂은 날씨에 다들 평안하셨는지요?
3주 동안 출퇴근 알바하느라 애쓴 가운데
집에 손님이 4주나 와 있어서 완전 밥순이하느라
글 올릴 짬이 없었네요.
그럼.. 저의 밥순이 일기를 시작해 볼게요.
때는 바야흐로 기다리고 기다렸던 방학 즈음.. 7월 16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울아빠 막내동생 아들(거의 조카뻘인 사촌동생)이 방학동안 대치동에서 학원수업을 듣는다기에
집 가까운 죄로다가 덜컥 와 있어라, 했는데..
역시 옛말은 틀리지 않더라구요.
여름손님은 호환마마보다 무섭더라구요.
지금부터 스크롤의 압박과 더불어 질리도록 음식사진만 줄창 나올 예정이니
관심없는 분들은 알아서 패스하셔도 되겠어요.
7월 16일, 저녁은 대치동에 있는 보쌈요리전문점 '한소반'에서 먹었답니다.
원래는 집근처에 있는 보리밥집에 가려고 했으나
학원등록을 해야한대서 아예 대치동에 있는 음식점으로 간 거였어요.
참깨드레싱이 올라간 샐러드와 배추김치가 밑반찬으로 나오고
사진에 보이는 보쌈이 주 메뉴에
도토리전, 칼국수, 죽까지 먹을 수 있는 셋트가 있어요.
최형부네 패밀리가 청계산 지점에 다녀오고 괜찮더라는 얘기를 했는데
실제로 먹어보니 완전 내스탈~
이날 이후로 무려 3주 연속 토요일마다 방문을 했다는;;
다행히 파트너는 달랐는데
같이 간 사람들이 모두 만족하더라구요. ^^
평소 돈주고 왜 국수를 사먹느냐,
고기 물에 넣었다 뺀 건 맛이 없다,는 주장을 하는 민서방은
오로지 가정의 평화를 위해 묵묵히 드라이브에 열중했다는 후문.
마치 손님을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울집 컴터방에 서재용 커다란 책상과 침대, 에어컨까지 다 들여놓은 상태라
전날 민서방이 땀으로 목욕해가며 청소를 해 놓았더랬지요.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언니네 건너가서 아침을 해결하고
점심은 대충 오뚜기냉면으로 먹고
바로 학원수업 시간이라 민서방이 동행을 했답니다.
중요한 첫날이니까요.
허리 24인치의 날씬빠꼼 사촌동생과
뒷판만 보면 40대는 거뜬히 먹어주는 민서방
7월 18일엔 제가 방학을 했구요,
저녁에 과일을 단체로 들였어요.
울동네 월수금만 오는 과일트럭이 있는데
제가 나름 단골인지라
전화한통으로 주문끝.
수박, 참외, 천도 한박스에
매일같이 쥬스를 갈아댈 예정이었으므로
토마토도 한박스 추가.
여름내 과일쥬스, 샌드위치 엄청 해댔네요.
그리고 제 방학은 19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답니다.
그 첫날.
정신을 차려보니..
어랏, 제가 걸레를 삶고 있는 거예요!!!
럴수럴수 이럴수!!!
저 원래 부엌과 냉장고 빼곤 집안일 안하는 뇨자거든요.
이런 건 무조건 용사마 담당인데
손님이 뭔지...
밤늦게 공부하는 손님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아침은 거르고 점심은 샌드위치와 비빔면으로 서빙
7월 20일 수요일
아무리 올빼미라고는 해도
데리고 있는 입장에서
아침은 먹여야 할 것 같아
아껴둔 제주산은갈치를 구웠어요.
근데.. 소금간이 제대로 들지를 않아
요기는 짜고 죠기는 싱겁고..
짠 거 잘 안먹는 손님은 한토막 제대로 건들지도 않고 식사끝.
청소기 한판 돌리고 빨래 널고 나니 택배가 왔어요~
엊그제 주문한 선풍기.
저희가 워낙 살림이 단촐해 선풍기 한대로 버텼는데
손님이 오니 도저히 안 되겠더라구요.
게다가 울집에는 피부로 물을 뿜어내는 부녀가 사는지라..
신일이냐, 한일이냐 고민하다 한일로 들였네요.
요즘 나오는 선풍기는 날개 5개가 일반적이고
'초미풍'이라고 산들바람 수준으로 돌아가는 모드가 있어서
정윤이 재울때 아주 요긴하게 썼답니다.
점심엔 양파덮밥을 했어요.
인터넷에서 찾은 보물같은 레시피인데 초간단하니 함 시도해보세요.
1인분 기준으로 양파1개, 베이컨 2줄, 간장 1큰술, 고춧가루 반큰술 정도예요.
양파가 숨이 적당히 죽을 때까지 들들 볶다가 양념하면 끝.
마지막에 참기름이랑 통깨로 화룡점정해도 되구요,
버섯쪼가리 넣어주면 훨씬 더 럭셜한 맛이 난답니다.
베이컨을 싫어라하셔도 좀 넣으셔야 해요.
그래야 제맛이 나거든요.
7월 21일 목요일
수업이 월수금토일에 있고
화목은 방콕 예정이라 더 신경이 쓰이는..
울집은 원래 풀밭인데
손님은 고1 남자아이인지라
마트에서 양념불고기를 사다 볶아줬어요.
점심엔 유부초밥, 냉우동샐러드, 김치전
저녁엔 계란말이와 순두부찌개였는데
아무생각없이 넣은 청양고추가 완전 매운놈이라
매운 건 또 잘 안드시는 울집손님이 거부.
계란말이로 밥 한그릇 비우네요.
7월 22일 금요일
요날은 제가 일탈을 했어요.
아침 일찍부터 나와서 늦게 귀가했거든요.
그렇다고 완전 땡땡이는 아녔고
아침에 나오면서 김치볶음밥 거리 다 준비해놓고
알아서 해먹으라고 메모 붙여놓고
학원가서 먹을 샌드위치랑 쥬스는 기본으로 쟁여놓고 나왔답니다.
임신 24주~28주 사이에 당뇨검사를 해야 하는데
요날이 그날이었어요.
완전 달달한 약 한통 원샷하고 한시간 대기.
그리고 채혈을 한답니다.
제가 작년에 수술하고 입원한 이후,
주삿바늘 공포증이 생겨
피뽑는 거 완전 질색팔색인데.. ㅠㅠ
그리고 사능역(경춘선라인)에 있는 친구네 놀러가서 저녁까지 얻어먹고 왔지용~~ ㅎㅎ
7월 23일 토요일도 정윤이 데리고 외출모드
민서방 출근한 관계로 저녁까지 먹고 오기
샌드위치 질릴 것 같아 험블하게 김밥을 싸봤답니다.
정윤이 가졌을 때 민서방 주문대로 치즈, 참치, 김치 김밥 3종을 말았던 적이 있는데
그때 이후로 첨인 것 같아요.
7월 24일 일요일
정윤이 낮잠타임이랑 점심시간이랑 잘 맞아서
조용하게 식사하기
손님이 제일 좋아라하는 음식이 냉면이라길래 휘리릭 말아내고
오븐에 닭다리 양념구이 했어요.
김치전은 아침에 먹던 거 재탕.
7월 25일 월요일
방학 2주차.
이번주는 거의 약속이 없어 완전 식모가 따로 없네요.
주말에 시댁에서 공수해 온 함박스테이크를 구웠어요.
김밥도 곁들이고 샐러드도 담아내고..
까다로운 울집손님은 요렇게 셋팅까지 해놔야 좋아해요. ㅠㅠ
시어머니 아들보다 비위맞추기 더 힘들더란;;
7월 26일 화요일
지난번 갈치구이의 실수를 만회코자
간고등어를 2박 3일 쌀뜨물에 담궈서 소금기를 빼고
혹시라도 간이 안 맞으면 알아서 찍어먹으라고
와사비+간장까지 대령했어요.
김치찌개도 끓이고
수박도 한입크기로 잘라놓고..
7월 27일 수요일
오늘은 스파게티 먹는 날.
토마토냐 크림이냐 물어보니
크림은 느끼하대서 토마토로 결정.
시판소스에다 토마토, 호박, 양파, 버섯 좀 더 넣고
정성이 뻗쳐 마늘빵도 구웠답니다.
발사믹비니거+올리브오일 드레싱 올려서
토마토도 한접시 썰었는데
한꺼번에 넘 토마토가 과했던 듯.
쨌든 정윤이 끼니도 한방에 해결~
일타이피 완전 사랑해요~~
월말은 민서방이 많이 바쁜 시기인지라
어쩔 수 없이 야식을 하게 되는데
이날은 라볶기였어요.
자발적으로 치즈 두장 올려서 비벼먹는 두남자.
손님방문의 최고 수혜자는 민서방이지 싶네요.
7월 28일 목요일
톡톡톡 알밥
알밥이 이렇게 쉽고 간단한 줄 몰랐다니까요.
민서방도 한번 먹더니 "기절할 정도로 맛있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어요.
믿거나 말거나~ ㅎㅎ
저녁으로 먹은 훈제오리&청국장찌개
요건 울학교 단골 급식메뉴 조합이예요.
청국장 냄새 폴폴 나는 날이면
어김없이 훈제오리가 등장하거든요.
무쌈에 머스타드는 환상궁합.
이날 야식은 쟁반모밀에 찐만두
두남자 먹는 것만 봐도 저는 배불러요;;
사실.. 안먹어도 배는 불러요.. ㅠㅠ
7월 29일 금요일
간만에 샤핑샤핑
old vs. new
발바닥
뒤꿈치
울엄마보면 속상하려나? ㅎㅎ
제가 좀 신발을 험하게 신는 편이라고 해두지요. ^^
친정방문을 앞두고 일찍 퇴근한 언니랑
울집서 저녁을 먹었어요.
손님주려고 산 매콤낚지볶음을 둘이서 후루룩
결국 증거인멸에 성공!
야식으론 퀘사디아를 했어요.
쥬스가 동나서 미숫가루로 대체.
입맛에 맞았는지 완판하신 손님.
30일부터 1일까지 잠정 휴업.
손님이 자격증 시험 관계로 포항에 잠깐 내려갔거든요.
7월31일 일요일
손님은 다음날 올라올 예정이나
최형부가 혼자 올라온다길래
또다시 밥을 차렸어요.
시래기된장찌개, 함박, 불고기, 코울슬로까지..
내외하시는 최형부는 짐정리하시느라 방콕.
결국 민서방 입만 호강에 겨워 헤엄치기.
8월 1일 월요일
출퇴근 알바가 시작되었어요.
더불어 민서방 휴가도 시작되었어요.
하지만 정윤이 봐주시는 분이 여행을 가셔서
꼼짝없이 베이비시팅을 해야했던 민서방.
정윤이 낳고 19개월이 되도록 혼자 왼종일 애보기는 처음이었답니다.
가슴깊이 반성하며
육아독립군 마눌의 심정을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길 바랄뿐이예요.
저는 더 바빠졌습니다.
"애 보는 것만으로도 넘 힘들어."라는 막말을 해대는 남편때문에
5시 반에 일어나
손님 쥬스, 샌드위치, 제 점심도시락에
정윤이 일용할 끼니를 챙겨야 했거든요.
일일이 메모까지 붙여놔야 민서방이 해먹이므로
다크써클이 그림자가 될 정도였어요. ㅠㅠ
저희 세식구는 밖에서 해결하고
손님은 버거킹 와퍼 셋트 사다 줬어요.
8월 2일 화요일
퇴근하자마자 밥해먹이기
돼지불고기 사다가 당근만 추가해서 볶았어요.
양념이 강하지 않아서 정윤이도 잘 먹었고
자작한 국물에 밥 비벼먹기도 괜찮았어요.
야식으로 피자를 하려고 했으나
또띠아가 두장 남은 관계로 퀘사디아 앵콜
민서방 밤마실을 못나가게 했더니 삐져서 난리난리였는데
결국 퀘사디아 먹고 풀어졌어요.
단순+무식+지*=공대생의 표본이라니깐여.
자기야 정윤이 3시간씩 낮잠잘 때 같이 자니
해가 져도 기운이 팔팔하지만
전 5시 반에 일어나서 이것저것 하느라 기운 없단 말이지요.
뭐 쿨하게 보내줄수도 있었으나
하는 짓이 괘씸해서 말예요.
수요일은 예상치 못하게 시댁에서 1박 하느라
손님은 완전 팽개쳤고
8월 4일 목요일
훈제오리와 순두부찌개
제가 원래 순두부 좀 끓이거든요.
까다로운 우리 동건이도 이모가 끓인 건 맛있다고 먹으니
뭐 객관적으로도 인정받은 맛이라고 해야 하는데
우리집 손님 입에는 여전히 너무 칼칼한가 봐요.
2인분 넉넉하게 오리를 구웠는데도
둘이 먹으니 시너지가 발생했는지 살짝 아쉬운 듯.. 했어요.
8월 5일은 사진없음.
난 너무 바빴을 뿐이고..
정윤이는 동건이 큰엄마한테 맡기기.
8월 6일 토요일
주5일 캠프인데 광복절 땜에 토요일까지 출근을.. ㅠㅠ
점심에 먹으라고 닭갈비 양념해서 해동시켜 놓고
정윤이는 유진이 큰엄마한테 맡기고 출근했답니다.
퇴근하자마자 있는대로 대충해서 저녁먹여 학원보내고나니
포항갔던 최패밀리 돌아왔답니다.
울집서 대충 밥먹고 집은 초토화 시키고 가버렸어요.
8월 7일 일요일
야심차게 준비한 메뉴
무려 36시간을 핏물 빼고
48시간 동안 양념에 담궜다가
오븐에 구운 베이비립
아웃백보다 더 맛있다는 립서비스와 함께
손님과 민서방 사이좋게 뜯어먹더군요.
오전에 마트에 가서 민서방이 집어 온 햄버거빵.
애 좀 보라고 떨궈놨더니 요걸 발견하고선 흥분해서 저를 찾아왔더라구요.
"자기, 이것좀 봐. 대박이야!" 이럼서요..
대박은 개뿔.
나한텐 아니거든?!
결국.. 햄버거 만들었어요.
속에 미국산 돼지고기로 만든 패티를 넣자는 걸(민서방 주장)
제가 우겨서 국산 돼지고기로 만든 산적을 넣었답니다.
학원가기 전
제일 좋아하는 냉면과
정성들여 만든 홈메이드 햄버거로 밥을 먹여요.
그리고 저희 세식구는 시댁으로 고고~
목요일까지 시댁에서 뭉갰답니다.
8월 11일에 다시 우리집으로 왔으나
한번 손을 놓은 부엌일은 좀체 회복이 쉽지 않더라구요.
금요일까지 이틀 팽팽 놀다보니 주말이 되었답니다.
8월 14일 토요일
손님 마지막 학원수업 날이예요.
아무리 좋아한다지만
냉면 정말 넘 애용했죠?
8월 15일 월요일
오전에 근처 백화점가서
포항에는 매장이 없다는 CK 청바지 하나 사주고(다행히 세일품목을 집었다는..)
저녁엔 외식을 했답니다.
손님이 회전초밥을 원츄했는데
아시다시피 너무 비싼지라
아쉬운대로 정윤이 돌잔치했던 씨푸드부페로 예약했어요.
마지막 연휴라 다들 아웃오브 서울을 한 관계로
저희 가족끼리 룸 하나를 차지했답니다.
모두 건배!
그리고 손님은 밤 10시 버스로 포항에 내려갔어요.
8월 20일 토요일
손님이 가고 첫 주말..
우린 원래 이렇게 험블하게 먹어요. ㅎㅎㅎ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을 4주.
힘들지 않았다면 뻥이겠죠?
처음 일주일은 서로 입맛 조율하느라 힘들었고
그다음 일주일은 이것저것 해먹이느라 힘들었고
세번째 주는 제가 출근을 시작하느라 정신없었고
마지막 주는 시댁에 있느라 제대로 챙기지도 못했어요.
식구 한명 늘었을 뿐인데
식비는 완전 산으로 산으로 고개를 넘고,
유난히 덥고 습했던 시즌이라
다음달 전기요금 폭탄 맞지 않을까 은근 걱정도 되네요.
벋뜨!
정윤이는 삼촌이 있어서 더 좋아했구요,
원래 하숙생 모드였던 민서방은
전혀 본인 라이프패턴에 영향도 받지 않고
오히려 각종 야식과 집안일에서 벗어나
손님방문의 최대 수혜자로 자리매김하며
한달새 4키로가 폭폭 쪄 주셨답니다.
전 뭐.. 원래 음식을 잘 하지도 못하는데 객식구가 와 있다보니
아무래도 심적으로 부담이 됐었어요.
겁없이 덜컥 와 있어라, 했다가
역시 손님은 아무나 치르는 게 아니야, 라며
스스로 깜냥의 한계를 알았답니다.
울엄마가 잘해주라고 전화도 여러번 했더랬는데
이만하면 나 잘했지?
대신 두번은 못해~~ ㅎㅎㅎ
첫댓글 긴 일기 잘 읽었네...아주 잼있게~
손님 치르느라고 고생은 많이했겠지만 사촌동생이 고마워할 것 같네.
잼있게 사는 모습을 잘 정리해줬어요^^
고답단 소리 듣겠다고 한 일은 아니었답니다.
근데 아직 어린데다 남자애라 이런 게 고마운 일이란 건 모를수도 있어요.
글구 참 너무 떨어진 신발 신고 다니지 말아라...너거 엄마 슬퍼한다~
그래서 과감하게 버렸어요.
민서방이 보고 반성해야 하는데..
글구 참 너무 떨어진 신발 신고 다니지 말아라...너거 엄마 슬퍼한다~
넘 재 밌게 잘읽고 있음당....
이모~ 잘 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