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으신 이훈 교수님 / 나정례
어느새 낙엽이 쌓이고 흰 눈이 내려서 겨울을 실감합니다. 목포 대학교 평생 교육원에서 글쓰기 공부하던 생각을 하니 엊그제 같아요. 제목을 내주시면 글을 쓰고 화요일 저녁에 교수님의 가르침을 받으며 검정으로 낙서한 것 같은 종잇장은 정말 얼굴이 뜨거워서 교수님을 바로 볼 수가 없었어요. 밤 7시부터 10시까지 칠판 가득 써서 설명을 해 주셔도 다음 주에 글을 쓰면 반복해서 틀린 것을 다 읽으시고 정확하게 지적하고 말이 되게 가르쳐 주시는 교수님은 이 세상에 한 분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나하나 지적하시며 나물하시면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지만. 그러나 고쳐 주시는 글을 보면 아하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글을 바르게 쓸 수 있도록 지도해 주시니 강의 시간이 기다려집니다. 배움은 젊고 늙음과 상관없이 노력만 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동사의 활용, 서술어와 어울리게 글을 쓴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어요. 늘 고쳐도 매끄럽지 못하지만 다행히 좋으신 교수님을 만나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아직도 글을 쓰고 나면 앞뒤가 바뀌어 말이 안 되니 목이 터져라 가르쳐 주셔도 늘 잊어요. 내색 않으시고 하나라도 살피시며 애쓰시니 죄송한 마음입니다.
코로나 19가 끝난 줄 알았는데 끝없이 환자가 늘어나서 대면할 수가 없네요. 비대면 온라인으로 가르치시니 코로나 신경도 안 쓰고 배울 수 있어서 좋습니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생각조차 못하고 지나쳤을 것을 글로 써 놓고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일주일에 한번 쓰지만 덧없이 지나가는 세월 속에서 글을 쓰는 여유와 고쳐서 설명해 주시는 교수님이 계시기에 큰 힘을 얻었습니다. 뒤돌아보며 쓰는 작문이 추억을 되살리지만 서툴게 살았던 부분도 알 수 있어서 반성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글쓰기를 통해서 그동안 생각해 본 적 없는 유언장을 써서 남편에게 보였을 때 감동하는 모습은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것이라는 뿌듯한 생각이 들어요. 그동안 많이 배웠습니다.
늦은 시간 마다하지 않으시고 궁금증을 이해시켜 주셔서 고마워요. 74세에 써 보는 글이 특별한 성취가 없더라도 교수님 지도를 받아 본 값진 시간은 오래 기억될 것입니다. 제가 쓴 두서없는 글 읽으시며 얼마나 힘드셨어요? 코로나 19 확산으로 만나 뵐 수도 없으니 2020년을 보내는 12월에 교수님의 안녕을 빕니다.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어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