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정을 기르는 겨울, 삼음교혈
사계절에 펼쳐지는 생장수장(生長收藏)의 리듬 중 겨울은 폐장(閉藏)의 시기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봄과 여름에는 양기를 보양하고 가을과 겨울에는 음정(陰精)을 길러야 한다.
천지 사이를 오가는 기운들을 갈무리하는 겨울, 이 시기에는 다가올 봄을 기다리면서 기운을 응축시켜 내부에 모아 두어야 한다.
그래서 저녁에 일찍 자고 아침에 해가 뜬 다음 일어나 활동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양기가 허투루 새어 나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김장을 하고 먹을 것을 저장하는 것 역시 겨울철에 순응하는 것이며 간직하는 기운[養藏]을 돕는 방법이다.
성질은 따뜻하고 맛은 달다. 허약한 것을 보하고 기력을 도우며 오장을 윤택하게 하며, 담(痰)을 삭이고 기침을 멎게 해준다... 엿이라고 할 때는 무른 엿을 말한다...엿은 토(土)에 속하는 것이지만 불로 고아 만들었기 때문에 습한 곳에서도 열이 몹시 생기게 하므로 많이 먹으면 비풍(脾風)을 동하게 한다.
의역학 시간에 약을 만들 때 천기(天氣)를 넣어주기 위해서는 술을, 지기(地氣)가 필요하면 엿을 넣어준다고 들었다.
엿이 지기(地氣)를 넣어주고 토(土)에 속하고 비(脾)로 들어가 기혈을 모두 길러주니 겨울철 음정(陰精)을 보하는 데 좋은 것이다. 하지만 뭐든 지나치면 독이 되는 법.
엿이 간직한 화기(火氣)가 적게 먹으면 몸을 데워주는 역할을 하지만 지나치면 비풍(脾風)을 일으킨다.
비풍은 脾臟에 바람이 드는 것인데 땀이 많이 나고 바람을 싫어하며, 사지가 무기력하여 꼼짝거리기 싫어하고, 얼굴이 누렇게 뜨며 식욕이 없어지는 증상을 말한다.
엿을 만들 때는 곡식의 싹을 틔워 氣가 풀려 나온 것을 가루로 만든 엿기름을 사용한다.
엿기름은 火를 진정시키고 물을 만드는 성질이 있다.
그 氣가 순조로우며 이완되어 성질이 느리고 완만하다.
엿에는 이런 엿기름과 곡식이 가진 기운이 함께 들어간다.
엿 만들기에는 찹쌀·멥쌀·좁쌀·옥수수·기장 등 다양한 곡류가 사용된다.
그중 약용으로는 찹쌀을 으뜸으로 치지만 제주에서는 쌀농사가 되지 않는다.
찹쌀이 나지 않으니 밭에서 키울 수 있는 좁쌀을 이용할 수밖에. 차조는 점성이 있고 맛은 달고 시다.
『본초강목』에는 폐병환자가 반드시 먹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이는 차조가 肺와 腎臟 기능을 강화시켜주기 때문이다. 떠먹는 좁쌀엿에는 특이하게도 돼지 족발이 들어간다. 돼지는 수(水)에 해당하는 짐승으로 그 맛이 달면서 짜고 성질이 약간 차서 먼저 신(腎)으로 들어가는 성질이 있다.
특히 돼지 족발은 氣와 血을 동시에 보해서 출산 후 젖이 나오지 않을 때 달여 먹는다.
肺와 腎臟 기능을 강화시켜주는 차조, 신(腎)으로 들어가 氣血을 보해주는 돼지 족발을 넣어 엿을 달여 먹은 것은 겨울철 몸 안에 음정(陰精)을 기르는데 최고의 조합인 것이다.
엿을 만들어 먹으면서 음정(陰精)을 기르는 건 용천혈이다.
이 겨울에 할 수 있는 건 뭘까? 그건, 혈자리 지압이다. 『절기서당』을 읽다 보면 음력 11월, 자월(子月)에는 발바닥을 주무르라는 말이 나온다.
발바닥에 있는 건 용천혈로 족소음신경의 출발점이다.
우리 몸에는 기운이 흐르는 열두 개의 강줄기, 12경맥이 있다.
이곳은 피(血)와 기(氣)가 흘러 다니는 수로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6개의 양경맥과 6개의 음경맥이 있는데 양경맥은 아래로 내려가는 흐름을, 음경맥은 위로 올라가는 흐름을 탄다.
겨울철은 오행상 수(水)에 배속되는데 6개의 음경맥 중 겨울과 관련이 깊은 혈자리는 족소음신경이다. 그 시작인 용천혈을 눌러주면 자월(子月)에 생겨난 일양의 기운(氣運)이 발바닥을 타고 올라가 온몸을 돌게 된다.
혈(穴)은 그 경맥의 흐름 중간 중간에 기(氣)가 모여 있는 구멍이다.
우리 몸에는 365개의 혈자리가 있는데 이들 각각은 인체 각 장부와 외부의 기운을 서로 연결해준다. 이렇게 손가락으로 혈자리를 눌러 지압을 하면 따로 무언가를 준비할 필요도 없고 특별한 부작용도 없다. 혈자리들은 그 위치와 성질, 주치와 작용이 서로 다르다.
수많은 연구와 임상 결과로 밝혀진 혈자리에 대해 알게 되면 누구나 내 몸을 내 손으로 돌볼 수 있다. 이것이 혈자리 공부의 진정한 매력이다.
용천혈과 함께 겨울철에 지압해주면 좋은 혈자리는 삼음교(三陰交)혈이다.
족태음비경에 속하는 이 혈자리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다리에 있는 3개의 음경맥(족소음신경, 족궐음간경까지)이 교차하는 곳이다. 위치는 안쪽 복사뼈 끝에서 위로 3촌 되는 곳으로 경골의 후면에 있다.
삼음교(三陰交)는 보기(補氣), 보혈(補血), 통맥(通脈), 최산(催産: 출산을 돕는다), 지구(止嘔: 구토를 멈춘다), 이뇨(利尿), 거황(祛黃:황달을 없앤다), 안신(安神:마음을 진정시킨다)작용을 한다.
족태음비경에 속하는 혈자리로 비기(脾氣)를 북돋아 습을 제거하고 부기를 가라앉히는데 간음(肝陰)과 신양(腎陽)을 보하는 작용을 같이 한다.
하초를 조절하는 작용이 뛰어난데 특히 간신(肝腎) 기능의 불균형을 해소하여 생식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족궐음간경과 족소음신경은 모두 생식기를 지나간다.
삼음교를 자극하게 되면 이 두 가지 경맥이 잘 소통되기 때문에 여성의 월경불순, 불임, 생리통에도 좋고 남성의 생식기 이상 증상(조루, 고환염 등)도 다스릴 수 있다.
하복부 증상을 다스릴 때 두루 사용하는데 정체된 기(氣)를 소통시키는 효과가 뛰어나 하지신경통이나 마비, 하지궐랭(심한 냉증)에도 자주 사용된다.
삼음교(三陰交)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腎臟의 기운을 북돋아 주는 작용이 탁월하지만 자극해서는 안 되는 경우도 있다. 『동의보감』 「침구」 <족태음비경>편에는 삼음교혈에 관한 조금 엽기적인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다.
옛날 송나라 태자(太子)가 유능한 의사였는데 한 임산부를 진찰하고는 태아가 여자라고 하였다.
서문백은 진찰을 하고 남자와 여자인 쌍태아라고 하였다. 태자가 성질이 급하여 배를 째고 보려고 하니 문맥이 말하기를 내가 침을 놓아 떨구겠다고 하고 침으로 삼음교혈에는 사하고 합곡혈에는 보하였더니 과연 태아가 떨어졌는데 문맥의 말과 같았다. 그러므로 임산부에게는 침을 놓지 말아야 한다. ─『동의보감』
자신이 맞다는 걸 증명하려고 산모와 아이를 다 해치려고 한 무지막지한 태자.
삼음교(三陰交)는 난산일 때 아이를 빨리 낳게 하고, 뱃속에서 죽어버린 태아가 나오지 않을 때 사법(기운을 빼는 방법)으로 침을 놓아 아이를 출산하게 하는 혈자리다.
문맥은 이런 혈성을 이용해서 아이와 함께 죽을 뻔한 임산부의 목숨을 구한 것이다.
어쩌면 그 자신의 목숨까지도. 똑같은 칼로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는 것처럼 지식과 기술 역시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 하는 용법이 중요하다.
겨울은 한 해를 갈무리하고 내년 계획을 세우면서 새로운 씨앗을 준비하는 시기다.
임산부라면 용천혈을! 그렇지 않다면 용천과 삼음교를 주무르고 문지르면서 우리 몸의 음정을 기르자. 새로운 씨앗은 겨우내 모아진 음정을 받아 단단해지고 새봄에 불끈 솟아날지니.
체질자석관리
태양인의 금양인은 右에 N을 붙이고, 左에 S을 붙인다.
소양인의 토음인은 右에 N을 붙이고, 左에 S을 붙인다.
태음인의 목양인은 左에 N을 붙이고, 右에 S을 붙인다.
소음인의 수양인은 左에 N을 붗이고, 右에 S을 붙인다,
삼음교는 3개의 경락이 지나간다.
그래서 꾹 눌려서 통증이 있는 곳에 N을 붙이고,
통증이 약한 곳에 S을 붙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