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몸치의 댄스일기7 [성취감]
2003년 5월 4일 일요일
[몸치의 연습일기] 100회 되는, 그날까지.....!
날씨가 너무 화창하다.
연휴라서 가족들이 나들이를 요구했지만, 난 사업을 핑계대고 집에서 빠져 나왔다.
내가 생각해도 완죤히 댄스에 중증으로 중독된 게 분명하다.
오후 3시쯤에 필라로 들어서니까, 보이던 필라의 관리팀은 안보이고 엉뚱한 사람이 나와서 외부인은 오늘부터 일요일에는 안 받는단다.
이게 웬 날벼락인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문전박대로 난 황당했다.
[댄사모]란 동호회에서 일요일은 전세 냈단다. 강습을 위해...
난, 황당하기도 했고, 약간 화도 났다.
이 좋은 날씨에 댄스 연습 좀 해보겠다고, 가족들 다 팽개치고 빠져나와서, (산 넘고, 물 건너서가 아니구나.) 전철 몇 번 갈아타고 왔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람...!
미리 공고라도 해놓든가!
입장을 불허 받고 난감해 하는데, 열려진 문틈으로 보니까 [디어댄스]의 [헨리]님이 땀을 뻘뻘 흘리며 무슨 강습을 받고 있었다.
난, 살짝 [헨리]니임~ 하고 입모양으로 불렀다.
[헨리]님도 나를 발견하고, 강습 중에 나와서 작은 방에서 연습하라며 안내해 주었다.
난, 다행이다 싶었다.
여기까지 이 좋은 연휴에 찾아왔는데 그냥 쫓겨났더라면...
생각하면, 끔찍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헨리]님 덕분에 살았고, [헨리]님 빽 믿고 작은 홀에서 연습을 할 수 있었다.
다른 날보다 난, 더 열심히 해야만 하는 운명이었다.
오늘은 완전히 남의 집에서 눈치 밥 먹는 신세 아닌가!
자기네들이 전세 낸 집에 어거지로 들어와서 혼자 개인연습을 해야 하는 불쌍한 신세임을 망각할 수 없었다.
난 옷을 갈아입고, 본격적으로 내 스타일대로 연습에 들어갔다.
어차피 작은 방은 공간도 좁고, 거기도 초보인 그들의 회원들이 선배들한테서 개인지도를 받고, 연습들을 하고 있어서 공간이 더 협소했다.
처음에는 자이브 베이직이며, 스트레칭으로 약간 몸을 풀었다.
그리곤 본격적으로 왈츠 박스 베이직에 들어갔다.
결론적으로 오늘 왈츠 베이직 연습은 대 만족이었다. 내 자신이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만큼 무지무지하게 많은 연습을 했다.
내가 왈츠 박스 베이직을 처음 연습 시작하니까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냥 웬 낯선 넘이 나타나서 어설프게, 휘청거리면서 연습 흉내나 내다보다 정도였을 게다.
[헨리]님은 언제 왔는지 내가 연습하고 있는 작은 홀에서 의자를 몇 개 붙여놓고 뻗어서(...ㅋㅋ...) 누워자고 있었다. 어제 밤에 되게 피곤한 일이 있었나 보다...ㅎㅎ..
난, 거울 앞에서 슬슬 워밍업을 시작해서 [완, 투우.., 쓰리... 앤...]하고 작은 소리로 카운터 하면서 박스베이직을 시동 걸었다.
처음에는 중심이 안 잡히고, 휘청거리고, 서툴게 될 수밖에 없었다.
옆에서는 함께 [댄사모] 회원들이 몇 명 연습하였고, 초보 회원들도 선배들이 연습을 시키고 있었다.
내가 연습을 시작하고 얼마 동안은 그들은 아무도 내게 관심을 갖지 않았고,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나를 이상한 눈으로 흘끔흘끔 시선을 던지기 시작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거기서 연습하던 사람들도, 왔다갔다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또 큰 홀에서 일부러 문을 열고 왔다 갔다 하면서 내가 연습하는 걸 쳐다보았다.
몇 분 단위가 지나고, 한 시간이 흐르고. 난 온몸이 이미 땀으로 폭삭 젖어 있었고, 얼굴과 이마, 머리는 온통 물을 뒤집어 쓴 꼴이었다.
셔츠도 흥건히 젖어 버렸고.
나의 자세는 시간이 흐를수록 안정되었고, 휘청거리지도 않았고, 내 스스로가 자신이 느낄 수 있었다.
다리에 힘도 점점 더 생겨가는 걸 느꼈다.
그리고 박스 베이직이 자세가 잡혀감을 느꼈다.
난,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힘이 솟았고, 신이 났다.
몸은 온통 땀으로 샤워를 한 상태임에도.
예전에도 한 번 맛보았던, 그 희열감.... 자아 만족함.... 자신에 대한 대견함.... 억수로 기분이 좋았다.
글구, 시간이 갈수록 몸이 더 가뿐해지고, 홀딩 자세도 흐트러지지 않았고, 팔도 아프지도 않았다.
거기 있던 사람들이 점점 더 난리법석 들을 떨기 시작했다.
난, 더욱 오기 반, 자아만족 반으로 뒤섞여서 계속 쉬지 않고, 단 한 번도 중단 않고, 왈츠 박스 베이직만 연속적으로 계속 해댔다.
중년 숙녀분이 뒤에서 노골적으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래도 난 멈추지도 않았고, 뒤도 돌아보지도, 어떤 누구에게도 눈길도 돌리지도 않고, 박스 베이직만 밟아댔다.
뒤에서 이 사람, 저 사람들이 난리법석 들이 났다.
폼이 너무 멋있다는 둥. 어쩜, 저렇게 잘 할까 라는 둥. 너무 열심히 한다는 둥... 그것도 모두 숙녀 분들이.... ㅋㅋ.... 난, 은근히 살맛이 났다....ㅎㅎ..
그러면서 거기 초보님들을 가르치던 선배 숙녀분이 내가 하는 폼을 그대로 따라하라면서... 저렇게 해야 되는 거야... 어쩌구 저쩌구.
사실, 난 귀도 좀 간지러웠고, 쪽도 팔렸지만, 그래도 뒤도 안돌아보고, 거울로도 눈길도 안 준 채 내 자세, 내 폼에만 신경을 집중하며 계속 계속... 연속적으로...쉬지 않고...
박스 베이직만 죽을 둥 살 둥 그것만 밟고, 온 신경을 집중 시켰다.
어차피 그 상황에서 연습을 중단하면 그 사람들이 내게 말을 걸어올 테고, 그러면 더 쪽 팔리고. 그래서 더욱 멈추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그렇지 않고 나 혼자 연습했더라도 체력이 딸리지 않는 한 난 연습을 중단하지는 않았을 게다.
어차피 난 누구에게 칭찬을 받거나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고,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하고 연습하기 때문이다.
연습 중에도 중년 숙녀 분들이 자꾸 말을 걸었지만 난 대꾸를 할 수 없었다.
얼마나 힘들고, 숨도 차고, 땀도 나고, 또 할 말도 없었고....
내가 나와 싸우는데 남들과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나중에는 보는 사람들이 저러다 탈나거나 병날지 모른다며, 걱정을 노골적으로 해주었다.
그만 하라고, 좀 쉬었다 하라고도 권하기도 하구.
일부러 내 곁에 와서 구경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고맙기는 한데, 내가 타의에 의해서 목표로 정한 연습을 중단할 위인인가.... !
결코 아니란 걸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안다..... ㅋㅋ...
난, 왈츠를 남들만큼 할 때까지는 남들보다 더 열심이가 아니고,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맹연습을 하기로 결심한 사람이다.
그래서, 집에서도 지하 3층에 주차시키고 우리집 아파트 17층까지 걸어 올라가고, 사무실에서도 지하3층 주차 12층 사무실까지 계단으로 걸어 올라간다.
그것도 계단 모서리 끝을 앞 발가락 볼만을 이용해서.... 선생님이 그렇게 하면 발 근육에 힘이 붙어서 왈츠를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해서....
거기 있는 여러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고, 맹연습에 대한 찬사와 칭찬이 많이 들렸지만, 난 모조리 무시하고, 계속 쉬지 않고, 연속적으로 하는데...
그 방에서 다른 강습을 해야 된다며 사람들이 들어와서 어쩔 수 없이 중단해야 했다.
연속 연습 시간이 얼마 안 된 것 같았는데, 내가 시작한지가 두 시간이 넘어 있었다.
계속 할 때는 팔도, 다리도 아프지 않았고, 오히려 가뿐함을 느꼈는데... 중단하고 팔을 내리니까 약간 뻐근했고, 다리도 묵직한 것 같았다.
만약 장소가 자유롭게 허락되었고,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면 난 더 오랫동안 내 기록을 한 번 세우고 싶었다.
언젠가는 연속적으로 (화장실과 물 먹으로만 잠깐 가고, 약간 중간에 휴식은 하구서.) 베이직 연습을 몇 시간 견디고 할 수 있는지 내가 내 자신을 시험해볼 계획이다.
10시간 정도는 할 수 있자 않을까 상상해본다.
연습을 딱 중단하니까 흐르던 땀보다 더 많이 온몸이 마치 분수나 폭포가 된 것처럼 땀이 쏟아지기 시작해서 어떻게 감당이 안 될 정도였다.
설악산 대청봉을 오르던 때보다 더 많이. 그리고 단축 마라톤이라도 한 것처럼.
난, 화장실 세면기에다 머리통을 쳐 박고 물로써 내 몸의 열기와 땀을 식혔다.
그렇게 해도 한동안 계속 땀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도 몸과 마음은 어쩜 그렇게 개운하고 홀가분할까....
너무 좋았다.
헬스장에 가서 억지로 노가다 하듯이 할 필요가 있을까...
난 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ㅋㅋ...
내가 연습을 끝내고야 [헨리]님도 일어났다.
연습을 끝내자 [헨리]님은 무조건 그 동호회에도 가입하여 왈츠를 배우라고 했다.
왕초보반이 오늘부터 운영된다며.
난, 망설여졌지만 별로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그 동호회 사람들도 대환영을 해주었다.
무엇보다 거기 참석하지 않으면 난, 일요일에 연습할 장소를 빼앗기게 되서.
그것이 더 큰 문제여서 가입하고 첫 왕초보반 왈츠수업에 참석하기로 했다.
그래서 그곳에서 초보 강습을 받고, 7시 이후에는 그곳 동호회 회원들은 모두 떠났다.
또 아무도 없고, 예전처럼 나 혼자의 세상이 되었다.
난, 혼자서 왈츠 음악을 틀어놓고, 예전에 단체반에서 배운 왈츠의 A코스를 더듬으며 루틴 연습을 해보았다.
역시 그 베이직 연습은 위력을 발휘했다.
무지하게 잘 되었다.
몸도 흔들리지도 않고, 폼도 나고, 둘 셋 앤... 에서도 휘청거리지 않고, 유연하게... 스웨이까지 넣어가며 루틴도 되었다.
난, 루틴도 다른 음악이 나올 때는 입속으로 카운트 하면서 또 미친넘처럼 연속적으로 계속 돌기 시작했다.
그곳 진짜 주인 아저씨(심사위원으로 나왔던.)와 키 큰 강사 아저씨와 우리 홍선생님한테 배우는 젊은 커플, 대회 준비하는 분들만 저쪽 구석에서 무슨 대회 포스터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고 있든 말든 난 넓은 홀에서 나 혼자 계속 연속적으로 A루틴만을 반복해서 돌았다.
선수 준비하는 커플 중 남자가 계속 나를 바라보며 웃어 보였다.
그것도 한 시간 넘게 혼자서 연습했다.
도저히 허기가 져 견딜 수 없었다.
배가 고파서 연습을 끝내고, 작은 홀에 있던 [헨리]님과 근처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헤어졌다.
밤 9시쯤이었다.
[오늘 연습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