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은 찬양이 되어 흐르고
김정아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는 살아 계신 하나님. 내 고운 입으로 주님께 찬양하면 그보다 더한 기쁨이 없나니 천사들이 노래하는 하나님의 나라로 울려 퍼져 아름다운 선율이 되어 흐르게 하소서.’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다가 찬양대 팀들의 노래가 시작되면 어김없이 나는 늘 음악 콘서트에 앉아 있는 관객처럼 그 무대를 바라보고는 했다. 훗날 그 자리에 내가 서게 되어 크나큰 은혜를 받을 것은 생각지도 못한 채.
나이 서른셋, 약 일여년간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 속을 걷던 중 나는 홀로 캐나다로 이민하러 가고자 결심하게 되었다. 아무도 없는 타국으로 가서 산다는 것은 굉장한 용기가 필요했다. 적지 않은 나이였기에 실패하고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온몸을 감싸 안았다.
이민을 준비하며 매일매일 하나님을 붙들고 기도했다. “하나님,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저의 앞날을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오직 하나님이 인도하여 주시는 그 길만을 따라가겠습니다. 저의 모든 것, 세포 하나하나까지 알고 계시는 하나님의 자녀로 이 세상을 살고 싶습니다. 부디 저를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마음속 간절함의 기도로 하나님께 매달리고 또 매달렸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찬양팀에 설 것을 제안받았다. 여태껏 그런 무대에 서본 경험이 없어서 망설여졌다. 교회 셀 모임 조차 한 번도 참여해 본 적이 없었는데... 내가 과연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제대로 노래할 수 있을까? 마음속에서는 갈등이 이어졌다.
그러나 곧 결심하였다. 염치없게도 나는 하나님께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이루게 해달라고 늘 바라는 기도만 드리고 있었는데... 나도 하나님께 선물을 하나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캐나다 출국일까지 몇 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하나님을 기쁘게 해 드릴 수 있는 일이라면 해야겠다는 용기가 생겼다.
그렇게 일요일마다 예배 2시간 전 모여 찬양 연습을 하였다. 예배가 끝나고 나면 또 남아서 다음 주에 있을 곡을 연습하였다. 1월의 추운 겨울날, 좁은 방에 모여 앉아 연습하던 우리들의 찬양은 곧 뜨거움으로 우리를 하나 되게 하였다. 알토 파트를 맡게 된 나도 열심히 참여하여 연습하였다.
하나의 곡을 부르기 위해 사람들의 많은 연습이 이토록 필요했다는 것을 예배당에 마냥 편하게 앉아 있을 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오직 하나님에 대한 뜨거운 마음으로 서로의 음들이 조화를 이루어 가는 그 과정과 시간들이 너무나 귀하고도 값졌다. 찬양대원으로서 연습을 하며 그토록 뜨거웠던 적은 여지껏 없었던거 같다. “하나님,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기쁨의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너무나 행복했다.
처음으로 찬양대 무대에 서던 날, 떨리고 긴장으로 가득 차 있던 마음이 찬양을 드리는 순간부터 목이 메어 왔다. 마음속 안에서부터 뜨거움이 차오르고 형언할 수 없는 감동에 노래를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나 때문에 행여라도 망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부여잡으며 노래를 불러 나갔다. 이렇게 찬양대원으로 서서 하나님을 향한 선물을 드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과 벅차오름이 느껴졌다.
주님은 참으로 놀라우신 분이다. 나를 너무나 잘 알고 계시는 우리 주님은 찬양대원이라는 자리로 나를 인도하셨고 찬양을 드림으로써 하나님에 대한 나의 사랑을 더욱더 뜨거워지게 하셨다.
너무나 보잘것없고 세상의 지은 죄도 많은 내가 감히 하나님 앞에서 이런 찬양을 드리고 노래를 드리는 것이 그저 너무 감격스러웠다. 왜 여태껏 이런 기쁨을 몰랐을까? 왜 나는 하나님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까? 왜 하나님께 늘 받기만을 원하고 있었을까?
“내 주의 은혜 강가로, 저 십자가의 강가로, 내 주의 살아있는 곳, 내 주의 강가로” 여러 찬양곡들 가운데 ‘내 주의 은혜 강가로’라는 곡은 처음 찬양대원으로 그 자리에 섰을 때 불렀던 노래다. 시간이 많은 흐른 지금까지도 여전히 내가 어려운 일이 생기거나 힘들 때마다 듣고 있는 치유의 곡이다.
나를 너무나 사랑하시는 하나만은 늘 나를 평온한 은혜의 강가로 인도하여 주고 계셨는데... 그 깊은 하나님의 사랑을 헤아리지 못했다. 이 찬양곡의 가삿말처럼 늘 나의 죄를 눈물을 흘리시며 생명의 생수로 씻겨 주시던 하나님을 너무나 외면한 채 살았다.
노래로도 이렇게 큰 은혜를 부어 주시는 하나님. 정말로 그분의 깊은 뜻은 감히 헤아릴 수 없고 완벽하다. 매주 찬양대원으로 노래하며 그렇게 뜨겁게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받았다. 온몸으로 울려 퍼지는 찬양곡들은 나의 영혼을 깨우고 눈물을 흘리게 했다. 온전히 그 시간만큼은 하나님의 옆으로 다가갈 수 있는 날개가 되어 주었다.
무언가 대단한 곳에 있을 때, 대단한 기도를 드리고 있을 때만이 하나님이 함께 해주시는 것만은 아니다. 하나님에 대한 마음이 준비되어 있다면 우연한 어느 자리에서라도 하나님의 자녀로서 기쁘게 해드릴 수 있다.
내 영혼아, 주님을 찬송하여라. 마음을 다하여 그 거룩하신 이름을 찬송하여라. (시편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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