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정기모임
1, 일시: 2024.06.24. 10:00
2. 참석인원: 4명
3. 선정도서: 클레어 키건 “이처럼 사소한 것들”
4. 작가와 책 소개
- 작가는 1968년 아일랜드에서 출생하여 미국, 영국, 아일랜드에서 영문학, 정치학, 문예창작, 철학을 공부하였다. 24년간 활동하면서 단 4권의 책만 냈는데 1999년의 첫 단편집 “남극”이 2개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하였다. 두번째 작품 “푸른 들판을 걷다”, 세번째 작품 “맡겨진 소녀”도 유수한 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세번째 작품 “맡겨진 소녀”는 타임지에서 뽑은 21세기 최고의 소설 50선에 선정되었다. 2021년에 출간된 “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2022년 오웰상을 수상하였고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역대 부커상 후보에 오른 가장 짧은 소설(126쪽)로 알려져 있다.
- 이 책은 18세기부터 20세기 말(1996년)까지 아일랜드 정부의 협조하에 카톨릭 수녀원이 운영하며 불법적인 잔혹행위를 저질렀던 ”막달레나 세탁소“를 배경으로, 자칫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선택 앞에서 고뇌하는 한 남자의 내면을 그려낸 소설이다.
5. 줄거리와 나눈 이야기
- 소설의 배경인 1985년 아일랜드 뉴로스타운, 공장들은 문을 닫고 정리해고가 이루어지는 경제 불황 속에서 춥고 우울하고 어두침침하다.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성실하고 둥근 태도로 부유하진 않지만 성공적인 가정(아내와 다섯명의 딸)을 꾸려온 주인공 펄롱은 딸들의 성장을 보며 기쁨과 감사를 느끼면서도 삶의 의미를 생각하며 공허함을 느낀다.
”언제나 쉼 없이 자동으로 다음 단계로, 다음 해야 할 일로 넘어갔다. 멈춰서 생각하고, 돌아볼 시간이 있다면, 삶은 어떨까, 펄롱은 생각했다. 삶이 달라질까 아니면 그래도 마찬가지일까(29쪽),
”아이린과 딸들 말고 또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했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는데 어딘가로 가고 있는 것 같지도 뭔가 발전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때로 이 나날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44쪽)
- 석탄이나 땔감을 팔고 배달하는 일을 하는 펄롱은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수녀원에 석탄 배달을 갔다가 학대받고 감금당한 아이(미혼모)를 발견하나 구해주지 못하고 돌아선다. 수녀원에서 본 광경으로 마음이 심란했던 펄롱은 아내에게 뭐 아는 게 있는지 물었으나 '우리의 책임이 아니다, 때로는 모른척 해야 하는 일도 있다'며 화를 낸다. 지역의 거대한 권력 네트워크를 구축한 수녀원과 척을 지게 될 때 돌아올 자신들의 삶이 무너질 것이 두려운 것이다.
”펄롱을 괴롭힌 것은 아이가 석탄광에 갇혀 있었다는 것도, 수녀원장의 태도도 아니었다. 펄롱이 거기 있는 동안 그 아이가 받은 취급을 보고만 있었고 그 애의 아기에 관해 묻지도 않았고 수녀원장이 준 돈을 받았고 텅 빈 식탁에 앉은 아이의 작은 카디건 아래에서 젖이 새서 블라우스에 얼룩이 지는 채로 내버려두고 나와 위선자처럼 미사를 보러 갔다는 사실이었다.“(99쪽)
- 크리스마스 전날, 주변의 조언을 들었음에도 펄롱은 수녀원으로 가서 석탄광에 감금된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온다. 이야기는 거기서 끝이 난다.
”두 사람은 계속 걸었고 펄롱이 알거나 모르는 사람들을 더 마주쳤다. 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나날을, 수십 년을, 평생을 단 한번도 세상에 맞설 용기를 내보지 않고도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부르고 거울 앞에서 자기 모습을 마주할 수 있나?“ (119쪽)
”최악의 상황은 이제 시작이라는 걸 펄롱은 알았다. 벌써 저 문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는 고생길이 느껴졌다.(중략) 하지 않은 일, 할 수 있었는 데 하지 않은 일-평생 지고 살아야 했을 일은 지나갔다. (중략) 펄롱의 가슴속에서는 두려움이 다른 모든 감정을 압도했으나, 그럼에도 펄롱은 순진한 마음으로 자기들은 어떻게든 해나가리라 기대했고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121쪽)
- 펄롱이 이렇게 용기를 내어 타인의 고통에 눈 감아버리지 않고 실천하는 진정한 크리스천이 된 배경에는 미시즈 윌슨의 가르침과 돌봄이 있었다. 펄롱은 가사도우미인 미혼모의 자식으로 태어났으나, 미혼모들이 가는 카톨릭 보호소에 가지 않고 개신교도인 주인집 미시즈 윌슨의 집에서 자랐다.
”그분이 날마다 보여준 친절을, 어떻게 펄롱을 가르치고 격려했는지를, 말이나 행동으로 하거나 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을, 그것들이 한데 합해져서 하나의 삶을 이루었다. 미시즈 윌슨이 아니었다면 어머니는 결국 그곳에 가고 말았을 것이다. (중략) 펄롱이 어떻게 되었을지, 어떻게 살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120쪽)
- 곳곳에서 펄롱의 마음, 아내 아이린의 마음에 공감이 된다. 내가 펄롱이었다면, 아니 펄롱의 아내였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남편의 행동에 어떻게 반응 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 나와 내가족만의 생각하는 생활. 때론 멈추어 되돌아보고, 나는 지금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 삶의 방향을 잃지 않으려면.
- 문장이 간결하고 분량이 짧아 잘 읽히는 책이다. 그러나 문학적으로 우수한 작품이다. 작가는 무수한 의미를 압축해 언어의 표면 안으로 감추고 명시적으로 말하지 않고 미묘하게 암시한다.(옮긴이의 글) 작가의 암시를 다 알아채기는 어렵지만 충분히 느낄 수는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