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이 막 끝난 17일 주말 목포시와 목포YMCA가 주최한 '청소년 진로 페스티벌'이 청소년문화광장에서 펼쳐졌습니다.
여기에 우리 노동인권강사단도 초청을 받아 '청소년 노동인권'을 주제로 부스 하나를 운영키로 하였습니다.
우리 강사단은 늘 하던대로 근로기준법 퀴즈와 노동상담을 준비했습니다.
저는 거기에 '행복한 노동을 위한 상상 마당'을 내 멋대로 끼워넣었습니다.
그래봐야 우드락 한장과 포스트잇, 매직펜이 준비물의 전부였지만 말입니다.
목포시와 청소년단체가 주최하는 페스티벌에는 별다른 기대가 없었습니다.
다만 수능을 마친 청소년들을 학교 밖에서 만난다는 기대 정도는 있었죠.
이런 종류의 페스티벌은 제게는 회사나 대학의 홍보 브로셔와 기념품 잔치이거나 청소년들의 유명 연예인 커버 무대로 각인되어 있는 탓입니다.
그런데 이번 행사는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청소년문화센터 소속 청소년들로 구성된 청소년위원회가 이번 행사를 주관하고 목포시와 YMCA는 청소년위원회를 지원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회사나 대학 홍보 부스도 있었지만 잘 안보이고, 대부분의 부스가 청소년들이 직접 자신들의 꿈을 드러내는 자리였습니다.
물론 지역인사들의 지루한 연설과 걸그룹 커버 무대는 여전했지만요.
올해로 6회차 행사이고 청소년들의 참여도가 높은 행사라고 YMCA관계자는 뿌듯해 하더군요. 그런데 저 메인 현수막은 도대체 누가 무슨 의미로 만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 눈에는 이번 행사에서 가장 큰 NG는 저 현수막입니다.
날은 제법 추웠지만 학교 밖으로 나온 청소년들은 활기차 보입니다.
제가 관심을 갖고 둘러본 존 입니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한다며 선 보인 드론과 일상에서 만나는 신기술 3D 프린터. 모두 청소년들이 동아리 활동을 하며 직접 제작(실상은 조립)한 것 입니다. 열중하는 모습에서 또 자긍하는 모습에서 행복한 노동을 위한 상상의 문이 열리기도 하더군요.
저의 '행복한 노동을 위한 상상 마당'은 달랑 스티로폼판 한장과 포스트잇 그리고 매직펜입니다.
도와주겠다고 나온 청소년들에게 개념을 설명하고 진행방법을 알려줬더니, "개념은 대충 모르겠고 어떻게 하는지는 대충 알겠다"라며 시큰둥 해 하더군요.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뭔 마당이라고 들었는데, 마당 활동은 어디서 하냐?"고 되묻더군요.
스트로폼판에 전지를 붙이고 "이게 마당이다"고 대답하고 포스트잇을 나눠주며 "행복한 노동을 위한 상상을 여기에 담아 마당을 채울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옹삭하기 그지 없는 기분을 뻔뻔함으로 감추고, 청소년들은 "헐"과 함께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지원 나온 청소년들은 페스티벌을 한편으론 즐기면서도 자기들 할 일을 잊지 않고 척척 잘 해 냈습니다.
공연을 마친 청소년이 무대에서 내려오면 붙잡고 포스트잇에 그들의 행복한 노동에 대한 상상을 채워왔습니다.
부스를 차린 청소년들에게 그들의 부스활동에 참여해 주고 대신 그들의 행복한 노동에 대한 상상을 받아 왔습니다.
"근데 너 지금 행복해?"로 접근해 "언제 행복한 것 같아?" "무슨 일을 하면 행복할까" "어떻게 일하면 행복할까"로 정리 했다고 합니다.
저는 저대로 기웃거리는 청소년들을 붙잡고 우리 마당에 초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마당이 구석 구석 채워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