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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교회 / 창 22:12-19, 엡 2:11-22
10년간 갈보리교회에서 목회를 하면서 제 기억으론 한번도 교인들의 잘못은 물론 잘한 일까지도 여러분 개인의 이야기를 설교시간에 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오늘은 우리들의 이야기 곧 여러분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불쾌하게 생각하지 말고 들어주기 바란다. 오늘 새벽 하나님께 저의 아픈 마음을 우리 갈보리교회 성도들이 느끼게 해달라고, 그래서 서로 회개하는 역사가 일어나게 해달라고, 서로 용서하고 용납하는 치유의 역사가 일어나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그 기도를 의지하면서 말씀을 드리겠다.
여러분은 제 영적인 양이다. 여러분이 아파하면 저도 아프고, 여러분이 기뻐하면 저도 기쁘다. 여러분이 차를 사면 제가 차를 산 것 같고, 집을 살 때 제가 집을 산 것 같이 기쁘고, 여러분이 병이 들면 제 잘못인 것 같이 제 마음도 병이 난다. 여러분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바로 저의 일이다. 부모가 자식을 보고 느끼는 심정과 같다고 할까요? 아마 저뿐 아니라 모든 목회자들의 공통된 생각일 것이다. 집사람이 가끔 ‘왜 교인들의 생활에 관심이 없냐?’고 하면 저는 그냥 웃기만 한다. 그리고 속으로 이렇게 말한다. ‘저들은 내 양들이오. 저들이 있기에 내가 존재하는 것이라오!’ 정말 그렇다. 새벽마다 강대상 밑에 무릎 꿇고 엎드려 1구역부터 4구역까지, 그리고 진안에 사는 가정까지 여러분의 모습을 하나하나 떠올리면서 기도하면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기쁨이 샘솟기도 한다. 그러나 요즙은 우리 교회가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교회인가, 아니 사람들 보기에도 감사가 넘치는 교회인가 생각할 때면 너무도 가슴이 아프다. 누가 잘 했고 잘못했고, 옳고 그르냐를 떠나서 우리 갈보리 제단이 지금 하나님이 원하시는 아름다운 사랑의 공동체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지 생각할 때 너무 가슴이 아프다.
언젠가 엉덩이에 종기가 난 적이 있다. 조그만 것이 돋아나기에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다. 예전에도 가끔 이런 일이 있었는데 그냥 나앗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두면 낫겠지 하고 그대로 두었더니 점점 커지는 거다. 아파서 제대로 앉아있기가 거북할 정도가 되었다. 그래서 병원에 갔더니 ‘고름이 살되냐’라면서 의사가 작은 핀으로 콕 찢고 고름을 짜고 소독해 주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다음 날부터 부기가 가라앉고 나았다. 고름은 절대 살이 될 수 없으니 아무리 아파도 찢고 그 고름을 제거해야 된다는 것을 이때 또 다시 깨닫게 되었다. 오늘 이시간, 어떤 병균이 들어와 우리 교회의 고름이 되어 서로를 아프게 하는지 살폈으면 한다. 그리고 우리의 아픔이 찢어지길 원한다. 아무리 아파도 찢고 그 고름을 제거하여 새 살이 돋아나기를 원한다.
교회가 전주로 이전을 하는 과정에서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작년 6월 보상금이 나오고부터 약 10개월간이 10년은 된 것처럼 느껴진다. 교회를 어디에 세우느냐 하는 문제부터 시작해서, 전주에 교회가 거의 7-80% 지어져가는데 김권사님 자녀들이 진안에 교회를 지어야 한다고 나서면서부터 문제가 심각해졌다. 요즘은 교회를 사고팔기도 한다면서 교회를 팔아줄 테니까 팔아버리고 진안에 교회도 짓고 상가도 사서 거기서 나오는 세로 목회자 생활비를 하면 되지 않느냐, 친척 변호사가 장로인데 재판하면 우리가 승산이 있다고 하더라는 등 이런 말 저런 말이 분분했다. 재판을 해서 교회 재산을 나누려면 교인만 소송 자격이 있으니까 교인 자격을 얻기 위해서 권사님 자녀들이 주일마다 교회에 출석하겠다는 말도 있고, 여러 교인들에게 찾아오거나 전화를 하여 귀찮아서 교회에 당분간 빠져야겠다는 말도 들려왔다. 또한 권사님이 희사한 땅 값을 돌려달라고 통장번호를 알려주면서, 여기에 입금시키라는 말도 있고, 지난 번 노회 때 갈보리교회 목사가 대부분의 교인들이 진안에 남는데도 자기 마음대로 교회 돈 다 가지고 전주에 교회를 짓는다는 유인물을 뿌리려 한 일 등등. 그런 와중에 진안에 남는 분들을 위한 배려의 문제로 박연생 장로님이 서운해 하셨다는 말부터 시작하여, 모든 일들이 권사님 자녀들과 박 장로님이 연관이 된 것으로 소문이 소문을 낳게 되었다. 당회에서도 서먹한 관계가 계속되었다. 교인들간에 작은 일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고, 사소한 일에도 오해가 생기고, 그 오해가 다시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다. 마음을 괴롭히는 많은 이야기가 계속되었지만 저는 모든 일들이 시간이 지나면 서로 이해되겠지 생각했다. 박동열 장로님은 ‘박연생 장로님만 전주에 가도 김권사님 자녀들이 이렇게 못했을 텐데’라고 말씀하지만 그렇지 않다. 박연생 장로님이 전주로 이사가더라도 그 자녀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하고도 남을 것이다.
권사님 자녀들이 이렇게 한다고 해서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이들은 제 양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연생 장로님은 다르다. 저의 영적인 양이기 때문이다. 저는 박연생 장로님을 지난 10년간을 보았기에 잘 안다고 말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박장로님을 칭찬하는 것을 들었다. 장로님은 아픈 사람들을 병원까지 모셔다 드리고,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내 일처럼 도와주시는 분이다. 저도 이곳에 온지 얼마되지 않아 형편이 어려웠을 때 책이라도 사보시라며 슬그머니 봉투를 내미시던 장로님의 따뜻한 사랑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이런 장로님이신데 우리 교인들도 아닌 사람들을 부추기며 이해가 되지도 않는 일들까지 하신다니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섬기며 희노애락을 같이 해온 내 고향의 교회가 없어진다는 생각에 그러신가보다는 생각이 들어 제 가슴이 더 아팠다. 며칠 전 이런 아픈 마음을 갖고 박 장로님 댁을 찾아갔다. 그리고 장로님의 말씀을 들었다. 장로님도 고향교회가 타 지역에 세워진다는 생각에 반대도 했고, 어떻게든 진안에 세워지게 하려고 노력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권사님 자녀들이 장로님과 상의하기 위해 만나보자고 해서 만나주셨다고 한다. 그러나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확실한 것은 자신은 진안에 남더라도 권사님의 자녀들과 같이 재판을 한다거나, 다 지은 교회를 팔아 돈을 나누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더구나 권사님의 자녀들이 재판을 한다고 앞장을 서달라면 ‘그것은 세상 사람들이 하는 일이지 하나님을 믿는 교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분명히 말씀을 드렸다 한다.
지난 번 노회 때에도 권사님 자녀들이 ‘갈보리교회 목사가 대부분의 교인들이 진안에 남는데도 자기 마음대로 교회 돈 다 가지고 전주에 교회를 짓는다’는 유인물을 뿌리려 한다고 해서 류후열 목사님과 진안중앙교회 정목사님, 김장로님 등 네명이 함께 가서 그래서는 안된다고 적극 말렸다고 한다.(희년교회 장로님 이야기) 박 장로님은 우리 인간은 모르지만 하나님의 뜻이 있었기에 전주에 짓게 되지 않았나 생각하신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이 모든 아픔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깨닫고, 우리 갈보리교회가 아름다운 열매를 맺는 기회로 삼자고 하셨다. 마지막으로 장로님이 말씀하셨다. ‘만일 내가 그들과 동조를 했다면 지금쯤 무슨 일이 생겼어도 생겼을 것이다. 그런데 교인들이 인사해도 옛날처럼 같이 웃어주지 않고,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을 보면서, 칼로만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입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쓸쓸히 웃는 장로님의 얼굴을 보니 정말 부끄럽고 가슴이 저려왔다. 진안에 남아도 내 양이고, 전주로 가도 내 양인데.... 저는 주님 앞에 섰을 때 ‘네 양을 먹였느냐?’라는 책망을 받아도 아무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저는 우리 교회 장로님들을 존경하고 사랑한다. 다른 교회들을 보면 장로님들이 교인들 위에 군림하며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하고, 교회에 파당을 만들며, 목사의 말을 무시하는 것들을 많이 보아왔다. 그런데 우리 교회 장로님들은 교회 부서진 것 있으면 망치들고 고치고, 형광등 갈아끼우고, 교회 풀을 깎고, 교회 논 농사지을 때 자신의 일보다 더 앞장서서 힘써 일했다. 장로님들 자신의 집보다 교회가 더 깨끗하고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하시고 물질적으로 아까운 줄 모르고 헌신하셨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갈보리교회는 사랑이 많은 교회라고 부러워했다. 저도 목회자들을 만나면 우리 교회 장로님들 같은 분이 없다고 자랑을 많이 했다. 이런 아름다운 교회가 지금은 나눠지고 찢기고 아파하고 있다. 장로님들, 그리고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정말 여러분께 죄송하다. 하나님의 제단에서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라는 말씀을 외치면서도, 제가 먼저 사랑을 실천해지 못했고 용서하지 못했다. 그런 마음을 품도록 여러분의 영적인 의식을 각성시키지 못했다. 장로님들을 비롯한 모든 성도들의 마음을 나누이게 하고 아프게 한 것은 제 탓이다. 서로 하나되게 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골을 깊게 한 것도 바로 제 탓이다. 이 일의 모든 배후에 우리 교회를 나누고 쪼개려고 하는 사탄의 세력이 있음을 깨닫게 해주지 못하고, 합심하여 기도하여 물리치지 못한 것이 바로 저의 부족한 탓이다. 너그럽게 용서해 주십시오.
성경에 보면 ‘사탄은 우는 사자처럼 삼킬 자를 찾아다닌다’고 했는데 바로 사탄이 우리의 연약함을 알고 찾아온 것이다. 우리가 서로를 원망하고 서로의 마음을 할퀴는 어둠 속에 있을 때 사탄은 하나님을 조롱하며 기뻐 손뼉치고 춤을 추었을 것이다. 성경은 이렇게 말씀한다. 엡 2:16-18절 ‘또 십자가로 이 둘을 한 몸으로 하나님과 화목하게 하려 하심이라. 원수 된 것을 십자가로 소멸하시고, 또 오셔서 먼 데 있는 너희에게 평안을 전하시고, 가까운 데 있는 자들에게 평안을 전하셨으니, 이는 그로 말미암아 우리 둘이 한 성령 안에서 아버지께 나아감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우리가 고통 속에 아파하며 신음할 때 우리 주님은 우리를 위하여 하나님께 간구하고 계셨을 것이다. 당신이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갈보리교회 자녀들을 지켜보며, 우리보다 더 괴로워하시고 안타까워 하셨을 것이다. 우리 교회의 고통을 보시고, 고독을 보시고, 아픔을 보시고, 좌절을 보시고, 괴로움을 보시고, 눈물을 보시고, 허물을 보시고, 우리를 위해 하나님 아버지께 지금도 간구하고 계실 것이다.
이 시간 감히 말씀드릴 수 있다. 주님이 우리와 함께 하신다. 본문 15절 ‘이는 이 둘로 자기 안에서 한 새 사람을 지어 화평하게 하시고’라는 주님의 말씀이 들리지 않는가? 서로 용서하라, 서로 용납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리스도의 피로 가까워져라. 그 동안의 모든 갈등은 갈보리교회를 염려하는, 갈보리교회가 더 좋은 교회가 되게 하기 위한 걱정에서 비롯된 일이다. 누가 더 잘했고 잘못했고가 어디에 있는가? 누가 내가 옳았고 다른 사람은 잘못했다고 단정할 수 있는가? 우리는 판단할 수 없다. 김권사님 자녀들도 사랑하자. 아니 우리가 그들의 마음을 서운하게 한 것이 있다면 그 잘못을 용서해 달라고 빌자. 그리고 말을 함부로 하지 말자. 말 한마디에 상처입는 사람들이 있다. 예수님을 보라. 자기를 잡아 십자가에 달아 죽이려 오는 자들을 향해 베드로가 칼을 빼들고 내리쳤을 때 어지하셨나? ‘참 잘했다. 역시 너는 스승을 사랑할 줄 아는 제자구나’라고 하셨나? 아니다. 베드로를 나무라시며 떨어진 귀를 붙여주셨다. 십자가의 모든 고통을 당하시면서도 저들이 모르고 그랬으니 저들의 죄를 용서해 달라고 하나님께 간구하셨다. 주님은 우리에게도 이것을 원하신다.
중학교 때 ‘러브스토리’라는 책을 보고, 고등학교 때 이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참 아름다운 영화이다. 도서관에서 만난 올리버와 제니는 서로 다른 환경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맹세한다. 두 사람은 눈 쌓인 공원에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기도 하고, 평소 소원이었던 유럽여행을 계획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제니가 불치의 병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죽음을 눈 앞에 둔 제니는 미안하다고 말하는 올리버에게 이렇게 말한다. ‘사랑은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거야.’ 사랑은 정말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를 듣지 못해 마음 한 구석이 항상 꽁해 있는 사람들이 많다. 친한 사이니까 이해해 주겠지,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하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런 사이일수록 부딪하는 횟수가 많기 때문에 그만큼 미안하다고 말할 기회가 더 많아진다. 순간순간 그 마음을 풀어주지 않으면 나중에 크게 터질 수도 있다. 믿지 않는 사람들은 술자리에서 술 한 잔이면 화해하고 탈탈 털어버린다. 그런데 믿는 사람들은 그러지도 못한다는 말이 있다. 예수 믿는 자들은 술을 먹지 않아서 그런가? 아니다. 우리는 주님의 피로 맺어진 형제자매들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안에서 다 해결할 수 있다. 박동열 장로님, 박연생 장로님, 김인권 장로님, 그리고 사랑하는 갈보리교회 성도 여러분, 이제 서로를 용서하기를 바란다. 서로의 마음을 열기 바란다. 서로의 아픈 마음을 바라보기 바란다. 이 시간 하나님 앞에 내 마음을 찢자. 하나님은 마음을 찢으라고 말씀하신다. 이 시간 통성으로 하나님께 회개의 기도를 드리자. (2000-15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