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쉬어 가기: 거짓 자료
혹시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는 아래와 같은 자료를 본 적이 있는가? 이 자료에 의하면, 대한민국 대부분의 박씨(朴氏)들은 신라 제54대 경명왕(景明王: 재위 917~924)의 후손인 것처럼 되어 있다. 신라 제5대 임금 파사왕( 婆娑尼師今: 재위 80~112) 후손으로 알려진 또 다른 박씨들은 2015년 현재 6만 명 정도에 불과한 반면, 경명왕의 후손으로 되어 있는 박씨들은 무려 4백만 명이 훨씬 넘는다(대한민국 통계청). 경명왕에게 8(또는 9)명의 아들이 있었다는 야설(野說)은 그야말로 아무런 근거도 없는 객설(客說)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므로 여기서는 더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다만, 여기서는 아래에 게시된 자료에 나오는 것처럼 대부분의 박씨들이 경명왕의 후손이라는 가당찮은 주장을 (임시로)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게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다른 시각에서 지적하고자 한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경명왕의 아버지인 신라 제53대 신덕왕(神德王: 재위 912~917)은 제8대 아달라왕(阿達羅尼師今: 재위 154~184)의 원손(遠孫)이라고 한다. "원손(遠孫)"이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아무튼 제8대 아달라왕에서 제53대 신덕왕에 이르기까지 약 700여 년 동안 계속해서 오로지 독자(獨子: 외아들)로만 내려온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판단할 때, 경명왕 대에 이르러서는 경명왕 외에 시조왕 박혁거세(朴赫居世)의 후손인 남성(男性)의 수(數)는 적어도 수천 명에 이르렀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그 수천 명의 박씨 남성들의 후손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지고 오로지 경명왕 한 사람의 후손들만 대한민국 땅에 남았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 아닌가.
그러므로 반남박씨 사람들은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는 이런 도표에 속아서는 안 된다. 도표에 보면, 반남박씨(潘南朴氏)를 경명왕의 맏아들인 밀성대군(密城大君)의 후손인 것처럼 올려 놓았으나 이 또한 믿을 만한 근거나 증거가 제시되지 않은 조작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