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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푼이 장가가는 날
백화 문상희 (고전 유머)
낭독: 김인희 소설가
(댕댕이와 책을..)유투브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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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 이 작품을 듣다가 배꼽이 터져도 저는
책임을 질 수가 없으니 이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예로부터 전라도 정읍이라 하면 문무대관을
많이 배출한 양반곶 이었다.
정읍 하고도 태인마을 탑골에 따뜻한 춘삼월
어느 날이었다.
오늘은 팔푼이 노총각 삼수가 장가가는 날이다.
삼수는 사십을 꽉 채운 동네 유일한 노총각이었다.
삼수는 연속되는 유산 후 세 번째로 태어나서
삼수라고 이름을 지었다.
삼수는 열 달을 다 채우지 못하고 여덟 달 만에
일찍 나와서 팔푼이 삼수였다.
"엄니, 나 장가드는 것 참말이유?"
"그래, 이놈아!
네놈이 장가를 들어야 내가 죽어 니 아비에게
할 말이라도 있지 안 그러냐?"
"근데요 엄니!
내 색시는 어떻게 생겼남유?
아따따 소꿉놀이는 잘하는지 숨바꼭질은 또
잘하는지 나가 알아야 할 것 아닌게비유?"
"그래, 걱정 마라 이놈아!
갸 색시는 너보다 한 달 먼저 나온 칠푼이란다.
그라고 니 샥시도 서른 살이 넘어부렀어 이놈아!"
"어메, 그라몬 나가 한달은 더 읶었구먼유?"
"그래, 네가 장가들면 아를 잘 맨들어서
자식은 열달 꽉 채워서 나오도록 해라 잉?"
"엄니 알았구먼유!
나가 색시한테 잘 얘기 하께라 엄니!"
한편 색시 집 부모님도 칠푼이 점순이 시집을
보내는게 다행 반 걱정 반이었다,
점순이는 일곱 달 만에 나온 데다가 얼굴에 세 개
배꼽에 세 개 등짝과 엉덩이에 점이 세 개씩 있어서
점순이라 불렀다.
그나마 신랑이 될 삼수 총각은 한달이라도
더 익어서 나온 걸 다행으로 여겼다.
신부댁은 자손은 없었지만 넉넉한 땅 마지기라도
가진 집이었다.
그래서 삼수를 데릴사위 겸 해서 사위를 삼았다.
혼사를 치른 후 예의상 본가에서 석달을 보내고
처갓집에 들어가서 살기로 합의를 했다.
반면 삼수네 집은 가난한 집이었고 삼수 위로
형제들이 많았다.
그래서 논 다섯 마지기를 부치는 조건으로 삼수를
데릴사위로 보내기로 한것이다.
드디어 삼수의 혼례식 날 새벽 아들 며느리까지
음식 준비에 부산을 떨었다.
관습대로 삼수는 윗동네로 가서 신부를 데리고
와야 했다.
"엄니요!
저번에 보니께 최부잣집 딸내미 시집갈때
신랑이 말 타고 왔던디 나는 뭐 타고 가남유?"
"이놈아,
우리는 말이 없응께 소를 타고 가면되제 안그냐?"
"하긴 그래유 엄니!
나가 어릴적부터 누렁이 타고 다녔응께유
소는 잘 타지라!"
"그려~, 잘 생각했구먼,
역시나 우리 삼수는 똑똑히여 참말로!"
삼수는 정이 든 누렁이 등짝에 올라탔다.
"아랴 이랴, 누렁아 가자!
나가 오늘 장가를 간당께~?"
"음무~ 음무~!"
누렁이도 주인님 장가간다는 걸 아는지
길게 소리를 내서 축하를 했다.
동네사람들은 담 너머에서 삼수가 혼례복을 입고
소를 타고 가는 모습을 키득거리며 보고 있었다.
윗동네 밤골에는 기와집이 두 채가 있었다.
한 채는 원님네 자택이고 또 한 채가 바로
신부집이라 팔푼이도 금방 찾을 수가 있었다.
대문에 들어서자 벌써 가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칠푼이 신부 화주도 궁금증에 방문을 빼꼼히 열고
신랑 삼수를 쳐다보았다.
삼수는 어메가 가르쳐준 대로 달달 외워서 마당에
넙죽 엎드려 절을 하며 인사를 드렸다.
"아이고 장모님 장인어른 안녕하셨는지라~?
저를 사위로 맞아주셔서 고맙지라~?
"그래, 박서방 왔는가!
소에서 내려 감주라도 한 잔 하고 출발하세!"
"어메요, 우리 엄니가 술 먹으면 큰일 난다고
절대로 먹지 마라 했는디유?"
"그래, 감주는 술이 아니고 식혜라네!"
"그라믄 진작 그렇게 말씀을 하시지라~!
그나저나 샥시가 칠푼이라고 해서 걱정을
했는디 생각보단 이쁘구먼요!"
"어흠 어흠, 그런 말은 그만하고 이 식혜나 마시고
출발해보세!"
신부댁 담 너머에서도 마찬가지로 동네사람들이
수군거리며 키득키득 웃고 있었다.
신부댁 일행은 삼수가 탄 누렁이의 워낭소리를
앞세우고 삼수네 본가에 도착했다.
드디어 팔푼이 삼수와 칠푼이 화주의 결혼식이
시작되었다.
"신랑 박삼수와 신부 윤화주의 혼례식을 거행
하겠습니다.
신랑 신부 재례~!"
신랑 삼수는 절을 하면서도 가자미 눈을 해가지고
신부를 쳐다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때 탁자에 올려놓은 암탉이 느닷없이 달걀을
쏟아놓았다.
"꼬꼬댁 꼬꼬 꼬꼬댁 꼬꼬 꼬꼬댁 꼬꼬"
"어메요, 우리 씨암탉이 알을 낳아부렀네!
저건 우리 샥시 선물로 줘야 된당께라!"
그 말을 들은 좌중은 한바탕 웃음보가 터졌다.
"어흠 어흠, 오늘 암탉이 혼례 중에 달걀을
낳았응께 자손이 넘쳐나겠습니다.
"자~, 신랑 신부 일배!"
삼수는 술잔을 받아 들고 어메가 시키는 대로
입술에 대기만 하고 잔을 내려놓았다.
그 반면에 신부는 술잔을 홀짝 마셔버렸다.
"신랑 신부 이배!"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신부는 술잔을 홀짝 마셨다.
"어메요, 술이 달달한 게 맛이 기가막히구먼유~!"
신부는 삼배 잔 까지 마셔버리고 취해 버렸다.
신부댁 부모는 어쩔 줄 몰라 좌불안석이었다.
"자~, 이것으로 혼례식을 이만 마치겠습니다."
혼례 주례사를 보던 이장님은 이를 눈치채고
위기를 재치로 넘기고 혼례식을 무사히 마쳤다.
신부는 친정 엄마에게 부축을 받으며 마루로
올라갔다.
다음은 마루에서 신랑 신부의 양가 부모에게
예를 갖추고 절을 하는 차례가 되었다.
그래도 삼수는 신랑이라고 책임을 다하기 위해
비틀거리는 신부의 팔을 붙들고 절을 했다.
친정집 엄마는 감주에 냉수까지 가져와서
딸에게 먹여 억지로 술을 깨도록 했다.
해거름 할 때쯤 음식을 다 먹은 하객들은 집으로 돌아갔다.
상견례를 마친 신부 측 부모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돈댁, 우리 딸이 좀 모자라서 실수를 하더라도
이해를 하시고 많은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아이고 사돈어른 별말씀을요!
우리 삼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사를 마치자 신부댁 하객들도 모두 밖으로 나갔다,
"아이고 새아가!
이제 좀 괜찮으냐?"
"예~, 어머님!
한번 토하고 밥을 먹었더니 인제 괜찮혀유~!"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술에서 깨어나자 다행스러운
한숨을 내쉬었다.
반면 삼수는 일찍 자던 습관이 들어 밥상 앞에서
벌써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삼수 엄마는 삼수의 잠을 깨우기 위해 찬물을
삼수의 얼굴에 끼얹었다.
"어메요, 나가 깜짝 놀랐당께요!"
"이놈아, 장가를 들었으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제!
언능 니 샥시 데리고 건넌방으로 가거라 잉!
그라고 엄니가 가르쳐준대로 해야 된다 알었제?"
"예~, 알았어라 엄니요!"
삼수 엄마는 삼수를 잠에서 깨워 건넌방으로
들이밀었다.
삼수 엄마는 팔푼이 삼수와 칠푼이 신부가
초야를 치러야 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팔푼이 신랑과 칠푼이 색시가 과연 초야는
제대로 치루는겨?"
"그려, 우리도 구경 좀 해 보더라고 잉~?"
동네사람들은 담 너머에서 호롱불이 꺼지도록
수군거리며 기다리고 있었다.
삼수 엄마는 아무도 문구멍으로 쳐다보지
못하도록 문 앞에 서있던 사람들을 모두 내쫓았다.
"험, 험, 삼수야 호롱불 끄고 시작하거라 알았제?"
삼수는 호롱불을 끄고 엄마가 가르쳐준대로
초야를 시작했다.
"아니, 이봐요 샥시!
우리 엄니가 차례대로 옷 벗기는 걸 가르쳐
주셨는디 샥시가 옷을 벗으면 난 어쩌유?"
"아이고 서방님!
나는 우리 엄니가 신랑이 팔푼이라서 옷을
못 벗길까봐 나보고 그냥 벗어라고 했는디유?"
어쨌거나 신랑은 신랑대로 신부는 신부대로
양쪽 부모가 가르쳐준대로 초야를 치렀다.
이튿날 아침 삼수를 한쪽으로 불렀다.
"그려 삼수야!
어젯밤 에미가 가르쳐준대로 한기여~?"
"예~, 엄니
보들보들한 샥시 몸이 닿으니께 기분이 묘한게
좋더라구요! 히히히"
"그랴, 그래서 신부 배 위에는 올라간기여?"
"아따따 어메는 뭘 그런 것까지 묻는다요?
샥시가 칠푼이라도 그것은 잘 하더만유~?"
"아이고, 그러면 됐다 삼수야!"
그때 칠푼이 며느리가 머리를 긁적거리며
부엌으로 들어왔다.
"그래, 새아가!
초야 치르느라 힘들었을 테니 오늘은 거기 앉아서
그냥 귀경만 하거라 알었제?"
"예~, 시엄니"
"에이그 새아가 그냥 엄니라고 부르면 된단다
알었제?"
"예~, 알았어라 엄니요!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힘들어할까 해서 되도록이면
쉬운 일만 시켰다.
삼수는 데릴사위이었기에 석 달만 본가에서
머물고 처갓집에 가기로 양가가 합의를 했다.
드디어 석 달이 지나서 삼수는 신부 화주를 데리고
윗동네 처갓집으로 떠날 채비를 했다.
"아이고 삼수야!
어제 엄니가 가르쳐준대로 장인 장모님께
공손해야 된다 알었제?"
"어메요 걱정마세유!
이젠 저도 장가를 들었잖이유~?"
"새아가, 너도 이제는 우리 삼수의 안사람잉께
삼수를 잘 거둬먹여야 한다 알었제?"
"예~, 엄니, 걱정 말더라고요 잉!
우리 신랑이 내 말은 원체 잘 들응께요!"
"그래, 얘들아!
여하튼 무탈하게 잘 살도록 하거라 잉~?"
팔푼이 삼수는 칠푼이 화주를 데리고 윗동네
처갓집으로 들어갔다.
"장인 장모님 그간 안녕하셨지라~?"
"그려 그려, 박서방 왔는가?
어여 안으로 들어오게!"
부엌에서 밥을 짓던 장모도 부지깽이를 손에 든 채
화들짝 놀라서 밖으로 나왔다.
"아이고 우리 박서방 왔구먼?
화주야 너도 얼른 박서방 데리고 방으로 가거라!
나가 언능 저녁 차려서 들어갈랑께 알었제?"
"예~, 엄니 잘 계셨지라?"
장모는 삼수와 화주를 방으로 떠밀어 넣었다.
장모는 씨암탉을 잡아 한상 거나하게 차려서
저녁을 먹였다.
"아이고 장모님!
오랜만에 닭 백숙하고 잘 먹었어라~!"
"그랴 그랴, 사위 사랑은 장모님이제 안그려?"
"예, 맞지라 장모님!"
"어흠 어흠, 그래 우리 화주는 사돈댁에게
많이 배우고 왔느냐?"
"예, 아부지!
시엄니가 별로 시키는게 없어서 기냥 신랑하고
소꿉놀이나 하고 그랬시유!"
"그래그래, 큰일 안 저지르고 왔다니까 다행이다."
뒷날부터 삼수는 이 집 데릴사위로 농사일을
거들었다.
삼수는 비록 좀 모자라긴 했지만 힘은 황우
장사라서 머슴 두몫은 거뜬히 해냈다.
"아이고 우리 박서방 힘이 잠사구먼!
내가 사위 하나는 잘 들였구먼! 허허허 허허허 허"
"야~, 장인어른!
나가 그려도 농사일은 겁나게 잘 한당께요!"
팔푼이 삼수와 칠푼이 화주는 그럭저럭 가을겆이가
끝날 때까지 무탈하게 잘 지냈다.
어느 날 부엌에서 화주는 엄마를 붙들고 이상한
질문을 했다.
"엄니, 나가 자꾸만 배에서 뭐가 움직이는 것 같아라!"
"어디 보자 화주야!
어메 어메, 벌써 아가 발로 차는구먼 그려!"
너 언제부터 기저귀 안 차고 다녔냐!"
"나가 친정에 오고부턴 기저귀 않찼어라~!"
"어메, 그시기가 벌써 여섯 달은 넘었겠구먼 그려!
이제 농사일도 끝났응께 방에서 조신하게
있어라 알겄제?"
이듬해 정월에 엄동설한 삭풍이 불어닥쳤다.
"장모님 장모님!
샥시가 배가 아프다고 난리인디유?"
"그랴?
아이고 아가 나올 때가 됐네비여!
화주 아버지~, 화주 아버지!
나가 쌔기 가서 산파를 데려 올랑께로 언능
군불 더 지피고 가마솥에 물을 좀 끓이시오 잉?"
삼수의 장인 장모는 출산을 위해 부산을 떨었다.
삼수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화주의 손을 잡고
안절부절못했다.
장모와 산파가 들어가고 한참 후에 기와집을
뒤흔드는 소리가 들렸다.
"응애, 응애, 응애~!"
팔푼이 삼수와 칠푼이 화주의 사이에서 2세가
탄생을 한 것이다.
"장모님,
그라믄 야는 열달 채워서 나왔응께 십푼인가유?"
"아이고 이 사람아!
자식 앞에서 그런 저속한 말 쓰면 안되제!
"그라먼 뭐라고 불러야 하는감유?"
그때 화주가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아따따 서방님!
열달 꽉 채웠응께 만땅이라고 불러야제 안그래유?"
"그러네유,
어메 우리 이쁜 만땅이 너무 귀엽다 잉?"
팔푼이 아버지와 칠푼이 어머니 사이에서 열달을
꽉 채운 아이가 그렇게 태어난 것이다.
만땅이는 부모를 닮지 않고 양쪽 조부모를
닮아서 똑똑한 아니었다.
삼수의 장인은 용의 해 정월에 태어났다고 해서
용일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화주는 초산인 데다 엄동설한에 아이를 고생하며 출산해서 그런지
더 이상 임신이 되지를 않았다.
삼수 부부와 장인 장모는 용일이를 극진하게
보살피며 키웠다.
용일이는 할아버지의 보살핌으로 다섯 살 되던 해
마을 서당에 글 공부하러 나갔다.
서당의 훈장은 용일이 할아버지 친구였다.
용일이 할아버지의 부탁을 받은 훈장은 용일이의
뛰어난 총명함을 알고 최선을 다해서 가르쳤다.
용일이 할아버지 윤첨지도 젊어서는 초시에
합격한 사람이었다.
이후 복시에 줄줄이 낙방하는 바람에 글공부를 포기했다.
"할부지,
서당에 가니께 머리 땋은 형아들만 있던디요?
그래도 나가 그중에 일등을 해버렸지라!"
"그려 그려 우리 이쁜 용일이가 일등을 했구만이라!"
용일이는 열두 살에 대학 논어 사서삼경을 떼고
두보의 한시도 줄줄 외웠다.
훈장은 용일이의 재능을 익히 아는지라 시험 삼아
초시 과거시험에 보내기로 했다.
"이보게 윤첨지!
용일이가 원체 명석한 아이라서 벌써 몇십 년 공부한
애들 실력을 넘어섰다네!"
"그래?
우리 용일이가 똑똑한 줄은 알았지만
그정도일줄은 몰랐구먼!
초시는 열다섯 살이면 응시가 가능하다네!
그러니 내년봄에 자네가 한양으로 데려가서
과거시험을 보도록 하게나!"
"그려 그려, 이게 다 자네 가르침 덕분이네!"
"아닐세,
용일이가 똑똑한 아이라서 그런걸쎄!"
이듬해 용일이 할아버지는 땅마지기를 팔아서
말도 두 마리 구입하고 과거시험 준비를 했다.
드디어 용일이가 한양으로 떠나던 날
밤골 마을엔 소문이 돌아 온 동네가 떠들썩했다.
"어메요, 장인어른!
우리 용일이가 과거시험을 본다고라?
지는 하나도 도와준 것이 없는디유 어쩌까이!"
"걱정 말게 박서방!
다 용일이가 명석한 머리를 가졌기 때문이지!"
"아부지, 참말로 우리 용일이가 한양에 간다고라?"
"그래, 화주야!
어쨌거나 네가 열 달 꽉 채워 용일이를 낳아줘서 고맙구나!"
"아부지, 나가 용일이 뱃속에 들었을 때 맨날
꿈을 꿨지라!
그것도 용이되어서 훨훨 날아가는 꿈을
꿨당께요?"
"그래, 그것이 우리 용일이가 길할 태몽이었나 보다."
"아이고 영감!
그러다가 해 넘어가겠시유~!
언능 출발 하랑께요!"
용일이와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성화를 뒤로하고
한양으로 떠났다.
모 심기가 끝나고 한가할 때쯤 용일이와 할아버지가
밤골로 돌아왔다.
"어메, 영감 어떻게 됐시유?"
"아부지, 결과가 나왔시유?"
"아이고 장인어른,
용일이 과거시험은 어떻게 됐시유?"
가족들은 한꺼번에 질문공세를 했다.
"아, 그 참 숨 좀 쉬고 얘기하랑께로!"
그때 용일이가 말에서 내려 정중하게 인사를
올렸다.
"할머니, 그리고 엄니 아부지!
소자 한양 과것길 다녀왔구먼이라!"
"그려 그려 과거시험은 우째된것이여?"
"아따, 이 사람들아!
물이라도 한 사발 주고 물어보더랑께!"
마루에 걸터앉은 용일이 할아버지는 물을
한 사발 들이키고 말을 했다.
"초시는 합격이여!
그것도 일등으로 붙었당께로!"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담 넘어 구경꾼들도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용일이 할아버지는 초시 합격의 기념으로
동네사람들을 불러 잔치를 벌였다.
또다시 가을겆이가 끝날 때쯤 용일이와 할아버지는
말을 타고 복시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 한양으로 떠났다.
다시 한 달이 지나서 용일이와 할아버지가 밤골로 돌아왔다.
서너 명의 군졸들이 창을 든 채 앞장을 섰다.
군졸들은 대문 앞에 도열을 했고 드디어
장원급제를 한 용일이가 안으로 들어왔다.
용일이는 임금님이 하사하신 멋진 백말에 관복을
입고 있었다
용일이와 할아버지는 다시 한번 질문공세에
홍역을 치렀다.
"윤첨지 어른 용일이 장원급제를 축하드려유~!"
"아이고 동네분들 고맙습니다 잉?"
"어메, 칠푼이와 팔푼이 사이에서 워째
저런 신동이 나왔디야?
혹시 씨 도둑질 한 것은 아니여?"
"쉿~, 용일이가 듣겠어라!"
"그랑께로 말이여!
열 달 꽉 채워서 나온 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디
말이여!"
"아니여, 용일이는 저그 외할부지 닮았당께로?
저그 외할부지는 옛날에 초신지 뭔지 합격했잖이여!"
동네사람들은 담 너머에서 오만 잡답이 이어졌다.
용일이 할아버지는 다시 한번 거나하게 음식을
차려서 잔치를 벌였다.
용일이는 약관 열다섯에 초시 복시를 거쳐 만 열
여덟에 대망의 장원급제를 하고 입신양명하여
벼슬길에 올랐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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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좀 늦은감이 있지만유,
시방 따끈따끈한 동영상 올렸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