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Point>
배송은 인터넷 쇼핑의 마지막 단계다. 택배로 불리는 배송 서비스는 전자상거래 역사와 맞물려 있다. 택배 시장은 전자상거래 호황과 맞물려 지난 5년 동안 연평균 30%씩 성장하였다. 2007년에는 거래 규모가 2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택배 업체는 제2의 서비스 전쟁에 나서고 있다. 정보 기술을 기반으로 택배 시스템을 전면 교체하는 등 부가가치가 높은 방향으로 사업 모델을 바꿔 나가고 있다. 택배 업체들은 해외 구매 대행 인터넷 쇼핑몰이 늘면서 국제 배송처럼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2세대 택배 서비스의 선언인 셈이다. 택배 산업은 인터넷 쇼핑몰 산업의 후광으로 성장했지만 이제는 첨단 기술로 무장하고 인터넷 쇼핑몰의 파트너로 새롭게 위상을 바꾸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 초기 인터넷 쇼핑몰의 거래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자 주요 업체들은 물류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주문 물량은 늘어나지만 정작 배송이 이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비자는 좀 더 빠른 배송을 원했다. 이때부터 배송에 속도전이 불붙었다. 당시부터 당일 배송은 인터넷 쇼핑몰이 꿈꾸는 차별화 모델이었다.
2000년 아마존은 온라인에서 비디오를 빌리면 한 시간 안에 배달해 주는 코즈모라는 회사에 1억 달러를 투자했다. 였다. 이 회사는 책, 잡지, 음반, 패스트푸드 등을 전국 어디서나 온라인으로 구매하면 1시간 안에 배달해 주는 서비스로 인기를 끌었다. 아마존이 이 회사에 투자한 이유도 코즈모의 물류 시스템을 활용해서 더욱 신속하게 소비자에게 상품을 배달하기 위해서였다. 코즈모의 빠른 배송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자전거였다.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이용해 물류 집하장에서 고객의 집까지 신속하게 배달했다. 첨단 기술의 맨 앞에 서 있는 인터넷, 자동차의 등장으로 퇴물 취급을 받은 자전거.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개의 축이 만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것이다.
배송 서비스는 인터넷 쇼핑몰의 핵심
인터넷 쇼핑몰을 지원하는 후방 사업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배송이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는 인터넷 쇼핑몰 중 80%가 택배 업체를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가 인터넷에서 상품을 고른 후 결제를 하면 그때부터 분주해지는 건 택배 업체다. 소비자가 상품을 받아볼 때까지 전 과정을 쇼핑몰 사업자가 책임지지만 쇼핑몰을 떠난 상품이 고객의 집까지 ‘무사히’ 전달될지 여부는 전적으로 택배 업체에 달려 있다. 쇼핑몰에서 완벽하게 주문을 처리해도 결국은 소비자가 제품을 손에 쥐어야 비로소 거래가 끝나는 인터넷 쇼핑몰 산업의 특성을 감안할 때 배송은 쇼핑몰의 어떤 운영 프로세스보다 중요하다.
온라인 거래에서 배송이 중요한 이유는 이뿐이 아니다. 인터넷으로 상품을 주문한 소비자가 처음 만나는 진짜 사람은 택배 회사 직원이다. 이 때문에 택배 직원은 소비자에게 직,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택배 직원 이미지가 전체 인터넷 쇼핑몰 이미지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제아무리 좋은 상품을 제공했다 하더라도 택배 직원의 사소한 잘못이 소비자에게 쇼핑몰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쇼핑 과정에서 나쁜 선입관을 가졌더라도 처음 만나는 택배 직원한테 좋은 인상을 받으면 쇼핑몰에 대한 인상이 좋게 바뀌기도 한다. 그래서 택배와 쇼핑몰은 전자상거래에서 뗄 수 없는 관계다. 사업적으로도 각별한 관계지만 정서적으로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이미 인터넷 쇼핑몰 초기부터 배송 서비스는 인터넷 쇼핑몰의 최대 관심사였다. 인터넷 쇼핑몰의 상품 품질 수준이 평준화되고 오픈마켓이 확산되면서 상품 가격의 편차가 줄어들어 배송 서비스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진 상태다. 아무리 값싸고 질 좋은 제품을 제공해도 배송비가 비싸거나 배송이 늦어지면 고객의 반응은 냉담할 수밖에 없다. 배송비가 낮고 빠른 배송이 이뤄지면 고객은 쇼핑몰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된다.
인터파크는 인터파크에서 일어난 거래 중에 무료 배송을 하는 상품의 매출이 그렇지 않은 상품보다 30% 이상 높았다고 분석했다. 또 무료 배송 기획전이나 무료 배송 쿠폰 이벤트를 진행하면 트래픽이 40%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그만큼 고객이 배송 서비스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얘기다. 인터파크는 이런 조사 결과를 반영해 차별화한 배송 서비스를 고민했고, 인터파크가 운영 중인 온라인 할인점 인터파크마트mart.interpark.com는 2007년 배송 정책을 혁신했다. 기존 10만원 이상 무료 배송, 5만원 미만 4000원으로 책정했던 배송 비용을 7만원 이상 무료 배송, 5만원 이상~7만원 미만 2000원, 5만원 미만 3000원으로 변경했다. 그러자 트래픽이 20% 가까이 증가했다. 인터파크는 이를 배송 정책 변경 후 매출이 20% 이상 높아진 것으로 해석한다.
인터넷 쇼핑몰 대부분은 배송 업무를 외주 업체에 맡기고 있다. 일부 대기업 계열 종합 쇼핑몰은 그룹 계열사 택배 업체를 통해 직접 배송을 챙기지만 대다수 쇼핑몰은 외부에 위탁한다. 인터넷 쇼핑몰의 서비스 수준을 좌우할 정도로 비중이 높아진 택배는 1980년대 후반 등장했고, 이어 1990년대로 넘어오면서 무르익었다. 미국과 유럽은 60년대, 일본은 1970년대에 등장해 산업의 하나로 자리 잡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90년대 들어서야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택배(宅配)’라는 말도 일본어에서 빌려온 말이다. 운송법에서는 택배업을 가정에서 전화 한 통화로 물품을 원하는 목적지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창고와 같은 특정 장소에 상품을 배송하는 거점(Terminal to Terminal) 수송과 달리, 개인과 기업에서 의뢰 받은 소형 화물을 문앞(Door to Door)까지 배달해 주는 운송 체계라고 명시하고 있다. 택배업이 인정받은 것도 90년대 초반이다. 1992년 6월 법적(자동차 운수 사업법)으로 소화물 일관 수송업(택배업)으로 제도화하면서 정식으로 인정받았다. 이어 1997년 종전 6종으로 구분되던 화물 자동차 운송 사업법이 일반 화물 자동차 운송 사업, 개별 화물 자동차 운송 사업, 용달 자동차 운송 사업 등 3종으로 단순화되면서 일정 기준을 갖추고 등록하면 누구나 소화물 일관 수송업을 할 수 있도록 법이 느슨해졌다. 소화물 상품 제한도 없어져 100㎏ 내외의 중량 화물까지도 취급하는 등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택배 사업이 탄력을 받은 시점도 이때부터다.
택배는 과점 구도가 뚜렷한 산업이다. 현대택배, 한진, 대한통운, CJ GLS, 우체국 등 상위 5개 업체 점유율이 전체의 50%를 넘는다. 대한상공회의소 자료에 따르면 2006년 매출 기준으로 상위 6개 기업이 택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1.9%에 달했다. 시장은 점차 과점 구도로 가고 있지만 신규 업체는 계속 진입하고 있다. 2005년 이후 신세계(세덱스), 유진그룹(로젠택배), 동부 익스프레스택배 등 대기업이 가세했다. 여기에 시장 개방과 맞물려 DHL, TNT 같은 글로벌 기업이 국내 택배 시장 진출할 날도 멀지 않았다.
시장 규모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00년 이후 2005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34%에 달했다. 거래 규모도 2000년의 수백억 원에서 2005년에는 1조 3000억 원까지 늘었다. 이어 2006년에는 1조 8900억 원을 기록했고 2007년에는 2조 원을 넘어설 것이 확실하다. 택배 물량도 2000년 2억 5000만 박스에서 2005년 5억 4000만 박스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2000년 이후 인터넷 쇼핑몰의 거래 규모가 크게 늘어났다는 점을 보면 택배 산업이 인터넷 쇼핑몰 시장에서 성장 엔진을 찾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체 택배 물량 중에서 인터넷 쇼핑몰이 차지하는 수요는 30% 수준이고, 이 수치는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 쇼핑에 따른 택배 물량을 취급하는 업체도 전체의 25.1%로,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배송 물량이 많다. 전망도 장밋빛이다. 꾸준한 전자상거래 수요도 있지만 여전히 일본, 미국에 비해 전체 경제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기 때문이다. 택배 업체도 시장을 낙관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에 따르면 택배 업체의 91.5%가 앞으로 3년간 택배 산업이 순항할 것으로 예측했다. 매년 20% 이상 초고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업체도 절반에 달했다. 그렇게 예측하는 근거로는 홈쇼핑, 통신판매업, 전자상거래 확산(42.6%), 기업물류 아웃소싱 확산(23.6%), 개인 고객 증가(14.9%) 등을 꼽았다.
택배 산업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단가 하락이다. 그만큼 가격 경쟁이 치열하다. 택배 가격은 2003년까지만 하더라도 건당 평균 3500원 선이었지만, 2007년에는 2500원까지 떨어졌다. 택배 물량 중 가장 단가가 낮은 상품은 CD와 책으로, 개당 배송비가 1300∼1500원 수준이다. 택배 가격이 추락한 것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택배 업체의 절반 이상(54.3%)이 최근 5년 사이에 설립됐다. 신생 기업 시장 참여로 경쟁이 치열해지면 서비스 가격이 밑바닥까지 떨어졌다. 물론 이들 기업도 시장 단가가 낮은 상황에서 무작정 가격만 낮춰서 경쟁에 뛰어들진 않았지만 일정한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가격 파괴에 나선 것은 사실이다. 쇼핑몰 입장에서는 택배 가격 하락을 악재가 아닌 호재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택배 회사의 수익 악화는 결국 서비스 하락으로 이어져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갈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쇼핑몰에 대한 평가로 이어진다. 가격 하락을 단순히 택배 업계들만의 문제로 볼 수 없는 것이다.
해외 배송과 정보 기술
택배 업체가 대안으로 꼽는 히든 카드는 해외 배송과 정보 기술(IT)이다. 해외 배송은 떠오르는 신천지다. 해외 구매 대행 쇼핑몰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크게 늘면서 국제 택배 배송 물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제 특송은 국내 택배와 비교해 단가도 2~3배가량 높아 새로운 수익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택배 업계는 앞으로 미국에 이어 EU와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해외 구매 대행이 더욱 활성화돼 국제 택배 물량이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한진, 대한통운, 현대택배 등 국내 주요 택배 업체의 국제 배송 물량은 2007년 1월부터 9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나 늘어났다. 구매대행 쇼핑몰 위즈위드의 배송을 맡고 있는 한진택배는 2007년 1월 4만 2000건이던 물량이 9월에는 6만 2000건으로 50%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엔조이뉴욕과 오렌지플러스www.orangeplus.co.kr의 배송을 맡고 있는 현대택배의 해외 배송 물량도 2007년 9월까지 2006년 동기 대비해서 77%나 늘어난 55만 건이었다. 2006년에 41만 건이던 연간 해외 배송 물량은 2007년 2배가량 80만 건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체 국제 특송 시장도 2005년 358만 건에서 2006년 454만 건으로 26% 성장했다. 산업계는 2007년에는 550만건 이상의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정보 기술(IT)도 택배 서비스를 개선하는 인프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택배 시스템은 지난 몇 년 동안 부지런히 진화해 왔다. TV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에 개인 택배 물량까지 가세하면서 기존 시스템으로 이를 처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택배 업체는 데이터 처리 능력을 높이고 원활한 현장 업무 지원을 통해 택배 사업의 효율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택배 시스템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차세대 택배 시스템을 통한 2세대 서비스를 준비하는 것이다.
기존 택배 시스템은 예약과 배송 관리 중심이었다. 미래 택배 시스템은 집하에서 화물 분류, 창고 관리까지 일반 배송 업무를 보완하면서 동시에 택배 단가 분석과 성과 관리까지 통합해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먼저 종이 운송장을 과감히 없애고 있다. PDA 같은 무선 단말기로 실시간으로 배송 상황을 관리하고 도착 예정을 사전에 파악해 집배송 계획을 예측하고 있다. 이미 주요 업체는 실시간 화물 관리와 화물 추적 서비스로 송장 입력 시간을 크게 줄인 상태다.
대한통운은 2005년부터 인터넷 사이트에 화물 송장 번호나 전화번호, 고객 이름 중 한 가지만 입력하면 각종 화물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배송 예상 서비스를 시작했다. 휴대폰과 스캐너 기능을 보유한 일체형 택배 무선 PDA도 현장 사원에게 보급했다. 이 시스템으로 택배 직원은 물류 센터에서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상품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검사할 필요 없이 스캐너로 읽기만 하면 돼 그만큼 배송 속도가 빨라지고 서비스가 한결 편해졌다. 현대택배도 택배시스템을 재구축했다. CJ GLS도 물류터미널 내에 디지털 영상 기록 시스템을 구축해 고객이 상품의 보관 실태와 유지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화물 분류를 체계화하고 인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화물 분실과 파손율을 크게 줄이는 등 창고 운영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 외에도 주요 업체는 고객의 배송 희망일에 따라 신속하고 정확하게 배송해 서비스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수배송 서비스, 원활한 반품 처리를 위한 서비스, 냉장 택배, 제품 파손의 위험이 있는 아이템을 조심스럽게 취급하는 조심 조심 서비스, 포장 효율화를 통해 배송비를 절감할 수 있는 일사 천리 포장 서비스 등 다양한 차별화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아예 온라인 배송과 관련된 업무 자체를 물류 업체에 전략적으로 맡기는 모델도 등장했다. 델은 배송에서 반품 처리, 대금 회수까지 모든 업무를 물류 업체에 모두 일임했다. 이 모델은 델의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시범 운영 중이며 성과 여부에 따라 전세계로 확대할 방침이다.
인터넷 쇼핑몰과 물류 업체가 단순한 역할 분담에서 전자상거래 시장을 활성화하고 고객 서비스를 위한 전략적인 관계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