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세 무료 살기부터 내 집 마련까지
이 재 곤
2026. 4. 30.
가끔 가로변을 지나가다 보면 전봇대나 벽면에 붙어있는 여러 가지 홍보 광고 쪽지를 무심코 읽어 볼 때가 있고 부동산 중개소를 지나치다가도 창문에 붙어있는 광고를 보는데 그중에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은 월세, 사글세, 전세 등 방세 광고 쪽지로 지난날 내 형편에 맞는 셋방을 구하려고 열심히 돌아다니던 일이 떠 올라 잠시 추억에 잠기기도 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일반 가구 열 가구 중에 주택 소유 가구는 다섯 가구 반이고 무주택 가구는 네 가구 반으로 방세(房貰)나 집세를 월세 사글세 전세 등의 방법으로 사는 무주택 가구는 언젠가는 내 집을 마련하리라는 희망을 안고 세(貰)를 살며 생계(生計)를 이어 오고 있는데 나 역시도 수년을 무주택자로 사글세 전세를 살며 빨리 내 집을 마련해야겠다는 목표를 향해 살아온 때가 있었다.
수십 년 전의 일로서 나는 결혼 전에 방(房)이나 집을 따로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우선 본가(本家)에서 같이 지내기로 하고 결혼해서 어머니와 형님 가족이 같이 살게 되었다. 한집에 많은 가족이 생활하니 불편해 같은 마을에 있는 당숙모 집 사랑채가 비어 있어 무료로 있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아 평소에 상상도 안 해 본 방세를 무료로 분가하여 첫 살림을 차려 살게 되었다.
분가해서 무료로 살게 된 집은 살림을 살던 집이 아니고 손님을 맞이하거나 남자들이 거처하던 사랑채이니 주방도 없고 시설이 낡아 살림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았다. 내가 무료로 빈집에 첫 살림을 차리다니 어이가 없고 처량하며 아내에게 가장 미안했지만 말로 표현하지는 못했다.
나는 학창 시절이나 성인이 되면서 혼자 구상(構想)해온 것은 공부를 마치고 나면 내 능력에 맞는 직장에 취직해 월급을 받아 저축해서 예쁜 신혼집을 마련한 다음에 결혼해 방세, 집세 구애받지 않고 살아야지 생각했는데 헛된 꿈으로 끝나고 만 것이었다.
무료 셋방살이를 얼마 동안 불편하게 하면서 돈을 조금 모아 고향마을을 벗어나 면 소재지 마을에 삼간집을 한 채 사 이사를 해서 지내며 방세 걱정은 안 했으나 얼마 후 전근(轉勤) 가면서 군(郡) 소재지 읍내로 이사를 하며 면 소재지 집을 매매하고 처음으로 사글세 셋방을 얻어 살게 되었다.
셋방을 살게 된 집은 주인 가구 외에 세 가구가 셋방을 사니 집 안에 사람이 항상 북적거리고 아이들은 마음대로 뛰놀지도 못하고 가장 불편한 것은 네 가구가 사는 집에 화장실이 하나뿐이니 줄을 서다시피 했다. 규모가 작더라도 내 집을 마련해서 방세 걱정 없고 화장실 불편하지 않게 지낼까 궁리(窮理)하였다.
사글세를 사는 것은 시한부 삶을 사는 것과 비슷하다 사글세 기간은 어찌 빨리 지나가는지 금방 기한이 다 되어 또 돈을 마련하여 재계약을 하였고 세를 주고 우리가 살고 있지만 돈이 아까웠고 계약금액도 주인이 요구하는 대로 줄 수밖에 없는 “을(乙)”의 신세였다. “을”의 신세를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일하여 저축했으며 내가 만약 집을 사서 방세를 놓을 일이 생기면 가능한 한 세입자 “을”의 입장을 생각하여 계약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지기도 했다.
수년을 절약 저축하고 대출을 받아 방 4칸짜리 한옥 주택을 샀다. 우리 부부도 좋았지만 연세가 많으신 어머니께서 크게 기뻐하셨다. 새로 산 집은 방이 크고 작고 4개여서 3개는 우리 가족이 사용하고 방 1개와 작은 부엌은 세를 놓았는데 우리 쪽에서는 세입자를 배려해 세(貰)를 적게 받는다고 했지만 세입자 입장에서는 어땠는지 모를 일이다.
몇 년을 군(郡) 소재지 읍내에 크게 부족함이 없이 살다가 아이들 상급학교 진학 문제로 대구광역시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단층 양옥집을 사서 이사하고 방 2개는 우리가 사용하고 작은방 2개와 옆에 딸린 부엌은 전세를 놓아 집 구입 대금 마련에 보탰고 거기서 몇 년 살다가 그 집은 팔고 새집을 사서 이사하여 방을 세놓으며 지냈는데 불편하고 어려운 고비가 있었다.
방세를 놓는 일도 세입자가 나가는 날짜와 들어오는 날짜가 잘 맞지 않아 조정하기가 어렵고 방세도 제때 정산되지 않아서 사채를 빌리거나 대출받아 정리하며 맞추어 가야 하니 부동산 업자 금융업자가 따로 없을 정도였고 셋방을 사는 일도 방세를 놓는 일도 겉으로는 태연하게 지내며 처리해도 돈이 오고 가는 일이니 마음속으로는 남모르게 고민하며 애가 탈 때도 있었다.
나는 무료 셋방살이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오십여 년 넘게 셋방을 살거나 셋방을 놓거나 세상 살아가는 소용돌이 속에 같이 돌아가다가 이제는 탈선하여 작은 단독주택을 마련해서 살며 세를 놓지 않으니 신경 쓸 일도 없고 내 나름은 편안하게 여생을 보내고 있다고 여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