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번 버스타고 중계역에서 7호선 타고 건대입구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고 잠실나루역에서 내렸다. 잠실역에서 내렸었었는데 그냥 잠실나루역에서 내리고 싶어졌다. 잠실역이나 나루역이나 찾아 가는 거리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된 측면도 있었고, 잠실역에서 내리면 붐비는 사람, 상가들 사이로 걸어가는 것이 무언가 못내 싫다는 정서도 작용한다.
잠실역 근방으로 높은 빌딩이 서로 경쟁이나 하듯이 우후죽순 들어서 있다. 그것도 부죽하다는 듯이 또 큰 건물들이 올라가고 있다. 도대체 저 많은 건물들이 지어지면 다 필요되어지고 있기나 한 건지 모르겠다.
아버지를 만났다. 중학교에서 일하시는 아버지는 그 나이에 그렇게 일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너무도 행복해하신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 표현으로 하면 '소사'일 듯 싶다. 지금은 뭐라 불려지는지 모르겠다. 한 달에 한 번도 공식적으로 쉬는 날이 없다. 혹여 집안 사정으로 빠지게 되면 에누리 없이 그만큼 급여에서 공제가 된다. 그렇다고 보너스 등 뭐 노동법상으로 주어지는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자식이 노동분야에 나름 전문가일 수 있고, 진보정당 운동의 주요 일꾼일 수도 있지만 아버지와 같은 노동조건에 대해 뭐라고 현실을 적시하고 분노하거나 시정을 강력하게 촉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행동으로 인해 돌아올 결과는 온전히 그 자신의 피해로 나타나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용자측이라고 할 수 있는 상대의 조건도 영세성을 크게 벗어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인 점도 있다.
아버지와 함께 하는 시간은 나에게 있어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는 그랬다.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 아들을 때리기도 하고 야단도 치는 내 모습은 아버지와 비교하면 부끄럽기 그지없다. 나는 아버지께 한 번도 맞은 적이 없다고 하는 것이 늘 자랑거리다. 아버지께 야단 맞은 기억도 없다. 그렇게 자라놓고서 나는 아이들을 그렇게 못키우고 있으니 이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아버지는 친구요 형님이요 인생의 버팀목이다. 아버지와 있으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 소소한 신변잡기부터 가정, 국가 중대사에 이르기까지 정말 맘 편하게 이야길 한다. 그간의 세월속에서 가끔 의견 차이로 인한 갈등도 있지만 그건 조금 시간이 지나면 자식은 자식대로 죄송하고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인자함으로 다가서시곤 했다.
어머니건강이야기, 동생이야기, 건강이야기, 할아버지 산소 이야기, 친척들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 그렇게 대화가 계속이다.
나가서 맛있는 식사라도 하면 좋으련만 학교를 벗어나면 안된다고 하시니 근처 중국집에 쟁반짜장과 탕수육으로 저녁을 했다. 아버지는 그 음식마저도 자식에게 더 먹으라고 하신다.
8시쯤 되어 학교 앞까지 아버지와 걸어서 헤어졌다. 뒤돌아 보면 괜히 눈물이 흐를 것만 같아서 못내 앞만 보고 걸었다. 뒤꼭지에는 쳐다보고 계시는 아버지 숨결을 느끼면서...
7호선 전철칸에서 웅웅 거리는 진동음은 아버지시다. 어디쯤 가고 있냐고, 조심히 잘 가라고 하신다. 네. 걱정마시고 편히 쉬세요.
또 마음이 짠하다. 아버지 사랑으로 온 몸이 후끈하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 계셨으면 최고의 행복이지 싶다.
별도 잘 보이지 않는 서울 하늘의 밤이 흐르고 있다.
덧붙임 :
2012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4,580원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또 논의되고 있다. 노동계, 진보진영은 시간당 5,600원을 주장하고 있다. 정규직 평균임금의 50% 수준 정도에 맞출 때 시간당 5,600원이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소위 말하는 비정규직의 반대편에 정규직 노동자 특히나 공기업, 대기업, 전문직 종사자들의 경우는 비정규직의 몇 배나 되는 고임금으로 불평등성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문제는 몇 배나 차이나는 이 갈등의 차이를 정확하게 인지하거나 해결 방안을 찾지 않은 속에서 최저임금 규정이 자칫 범법자를 양산하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다.
가령, 식당, 슈퍼, 편의점, 주유소, 시장가게, 미용실, 카센타, 양말공장, 마찌꼬바 등 영세자영업자들로서는 부담하기 어려운 최저임금 규정에 대한 부분이다. 겨우 가내수공업 형태로 운영되는 곳들마저 법이라는 일률적인 잣대로 최저임금 규정 등을 들이민다면 이들은 하나같이 범법자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이 부분에 대해 국가적, 사회적 차원의 대안이 세워져야 한다.
실태조사를 하던 연구를 하던 현실적으로 소규모자영업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지원방안이 세워져야 한다.
실업급여, 노령수당, 무상급식 등 다양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과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실제 민노총이나 진보당에서 이를 의제화, 법제화 한다면 상당한 사회적 반향과 지지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이 부분에 대해서는 누구도 고민이나 노력하는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내가 향후 선출직에 당선이 된다면 실제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첫댓글 너무도 인간적인 친구~~이 카페의 방문객~~걍 카페 주인 하자~~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