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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워싱턴 방문을 계기로 이명박 대통령이 오바마 미정부와 한미 FTA 양국 간 비준을 합의해 버렸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를 미국 경제에 있어 '대성공'적인 성과라 자찬했으며, 미 의회에서도 기다렸다는 듯 비준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버렸다. 이제 남은 것은 한국 국회지만 지금으로 봐선 비준되지 않을 리 없을 모양새다.
이에 "비준 저지를 위해 투쟁하겠다"며 반(反) 한미 FTA 야당의원·인사들의 목소리가 들리긴 하나 그들이야말로 항상 언론 노출을 의식해 앵무새처럼 '결사반대'문구를 외쳐왔다. 때문에 실제 비준을 저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치인들이야 그렇다 치고 현재 국민 대다수도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FTA로 인해 앞으로 어떤 일에 처하게 될지에 대해 특별히 개의치 않는 모습이라 안타깝다.
한국을 이끄는 엘리트 사회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가져다 준 소중한 선물의 대가로 얻는 것은 무엇일까? 한국 대통령의 이례 없던 미 의회당 연설과 40여번의 기립박수세례일까? 한 나라의 대통령이란 자가 자국 국민의 주권을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미국이란 대기업 군단에게 통째로 넘긴 것에 비해 얻은 것은 참으로 초라하다고 볼 수 있다.
생각할수록 납득하기 어렵고 자신의 석자 코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아니 내다보려고 조차 하지 않는 어리석음에 기가 찰 노릇이다. 이제 목전에 다가와 있다. 국회에서 비준만 되고 나면 빼도 밖도 못할 한미FTA란 거대한 괴물은 곧바로 발효될 것이며 이후 한국의 실상은 20년 전의 낙후된 모습으로 단기간 내에 추락할 기로에 서있다. 너무나 심각하고 안타까운 국가적 재앙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정치계 좌 우를 종횡한 한미FTA
현재 목전에 놓여져 버린 한미 FTA를 두고 야당의원들, 특히 전 노무현 정권 당시 한미 FTA를 추진했거나 찬양했던 당사자들이 반대를 명목으로 퍼뜨리는 말이 있다. 그건 '한미 FTA가 노무현 대통령 정권 당시에만 해도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있었던 긍정적인 FTA였으나 이명박 대통령 정권이 들어서면서 그 성격이 변질됐다'는 주장이다. 전 정권에서 대한민국에 유리하게끔 협상을 맺어 놓은 것을 현 정권이 들어서 불필요한 재협상을 벌여 몇몇 독소조항들이 덧붙여졌고, 그로 말미암아 국익에 도리어 해가 될 FTA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독소조항이란 실제로 FTA가 발효되고 나면 어쩔 수 없이 똑같은 문제로 불거져 나올 자연적인 현상을 문자화한 것일 뿐이다. 실질적으로 FTA 자체가 그 독소조항들로 인해 달라지는 일은 전혀 없다. 그 독소조항 내용 자체가 바로 FTA 발효 후 나타날 모습의 부작용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실은 누구보다도 지금 독소조항에 대한 이의만을 걸고 넘어지려는 진보측 인사들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현재 '끝장토론' 운운하면서 국회 내에서 논란의 중점으로 전환되고 있는 소위 그 독소조항 12가지를 들여다본다고 가정해보자. ▲역진방지 ▲금융권 개방 ▲지적재산권 보호조항 ▲특혜관세 혜택 임의 철회권리 ▲재소권 손실보상 ▲공기업 민영화 시 외국인 지분권 등이다.
이 낱말들이 각각 뜻하는 것이 무엇인가? 이것들이 바로 모든 FTA가 지향하는 것들이고 이번 한미 FTA 협상안내에도 이미 존재하는 중점적인 원론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은 이 모든 조항들은 실제로 '독소조항'이란 이름으로 붙여져 논란대상이 되기 이전인 노무현 정부 시절 FTA 협상안에 이미 존속됐던 조항들이다. 재협상을 핑계로 쇠고기와 자동차에서 참여정부 시절보다 한 발짝 물러선다는 조항 외엔 굳이 이미 포함된 몇가지를 끄집어내 새롭게 덧붙여진 것처럼 다로 문자화 시킨 것일 뿐이다. 결국 위에 열거한 모든 것들은 한미 FTA가 비준·발효되는 동시에 한국 사회에 불거져 나올 현상들이란 이야기다.
독소조항들이 갖는 논란의 본질은 무엇일까?
그것은 여야의 표면상 대립 관계를 성사시켜주던 요건 중의 하나인 한미 FTA 문제를 지극히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한 것일 뿐이다. 정치인들이 FTA 비준을 코 앞에 두고 혹시 국민 사이에 논란이 점화될 경우를 대비해 논지의 핵심을 한미 FTA 자체에 대한 정당성이 아니라 독소조항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으로 교묘히 유도해냈다는 이야기다.
몇몇 야당의원들을 포함한 진보 인사들이 이끌고 있는 반대 여론을 살펴보면 '독소조항 논란'들의 숨은 목적이 여실히 달성되고 있다. 정권교체가 이뤄진 후에 독소조항에 새로운 색을 입혀 재포장 하고 나면 현재 여당 입장에서 찬성했던 자들과 야당 입장에서 반대했던 자들이 자리만 바꿔 이념대립을 펼치게 될 것이다. 이후 자연스럽게 FTA를 추진해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FTA 비준을 두고 불거진 논란을 통해 국민 앞에 드러난 중요한 사실이 있다. 그것은 서로 상극인양 국민 앞에 전개돼 보이는 두 정권을 지나오며 단 한번의 실질적 저지활동이나 별다른 위기 없이 한미 FTA가 추진돼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여야 모두 실질적인 국민의 이권을 최우선 목적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아님을 확연히 알 수 있었다.
FTA란 무엇인가?
일반 대중이 FTA를 접할 때 직역의미 그대로 'Free Trade Agreement' 또는 '자유무역'으로만 대충 이해하고 넘어가려고 한다. 이런 현상은 FTA의 실제 의미를 접하는데 있어 혼란을 부르는 이유이며 FTA를 극복해나가야 할 가장 큰 문제다. 사실 FTA의 참 모습을 이해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미국이 이웃 국가인 멕시코, 캐나다와 체결한 나프타 자유무역이 이들 국가 내 일반 노동자들에게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멕시코는 1990년대 중반까지 새롭게 떠오르는 개발도상국의 하나로서 매년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나프타 체결이후 멕시코는 10년도 채 안 돼 중산층의 전멸, 실직율과 범죄율의 급상승, 빈부격차 심화 등을 직면하게 됐다. 멕시코는 탄탄하던 농업의 완전 전멸을 단시간 내 겪으며 빈곤국가로 역행해 버렸다. 멕시코에 비해 사회보장제도나 개인 소득면에서 월등하다고 자부했던 캐나다나 미국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일반 국민들이 겪어온 피해 규모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참고로 FTA로 인한 일반 국민들의 피해는 글 후반에 서술돼 있다.
물론 FTA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사회에서 경제라는 수레바퀴가 어떻게 굴러가는 것인지, 그 수레바퀴의 원동력인 무역 행위들이 성사되는데 관련되는 정치·경제 개체들의 역할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들에 의해 1970년대를 기점으로 불거져 나오기 시작한 소위 '신자유주의'라는 기업위주 정치경제중심 이념에 대해서 알아야 하는 것이 순서다. 하지만 지면상 단순하게 그 이면을 파헤쳐본다면 다음과 같은 모습일 것이다.
현재 G8 국가들을 포함한 많은 중선진국(한국 포함)들이 나머지 95% 국가들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동안 어떻게 눈부신 경제성장을 해 올 수 있었는지를 알면 자유무역이란 아이디어가 왜 나오게 됐는지 훤히 보인다. 자유무역의 반대는 상대국의 높은 산업경제력과 자산으로부터 자국산업 보호정책(Protectionism)에 근거하는 보호무역이라 할 수 있겠다. 한국이 한국전쟁 이후 보여온 경제성장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자원이 없는 한국은 국가경제 자체가 선진국을 상대한 수출 중심이었다. 하지만 관세를 포함 많은 보호벽과 자국산업군에 대한 지속적인 정부 차원의 보조가 있었기에 경제 성장이 가능했다.
수출이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자국시장을 보호하는 장벽 없다면 수출과 동시에 쏟아져 들어올 수입량으로 인해 경제는 결국 제자리에 머물게 되는 것이 당연한 현상이다. 이런 무역실적으로선 실질적 경제성장이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한국은 높은 보호관세 등을 이용한 무역장벽을 유지함으로써 자동차 등 최고 기술의 선진국 품목들로부터 자국시장을 보호해 왔다. 이와 같은 무역 정책으로 지난 IMF 사태 이전까지 국가경제의 중추신경이나 다름 없는 금융권의 완벽한 독립체제 또한 유지해 올 수 있었던 것이다.
한국전쟁 후 한국이 그나마 개인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이룬 것은 위와 같은 보호무역 장벽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한국과의 무역에서 손해를 보는 장사를 해왔다는 건 아니다. 다른 시장은 건들지 않는 대신, 한국과 일본은 미국에게 당시 최대 미군기지 시설을 포함해 미국의 주력산업인 국방관련 산업자체를 100% 떠 넘겨줘 왔다. 또한 그들은 북한을 핑계 삼아 매년 천문학적 액수의 무기 강매를 실시해오고 있었다.
20세기 중반을 지나오며 이들 선진국, 그리고 단기간 경제성장의 기적을 이루었던 일본과 한국을 주시해왔던 전세계 개발도상국들이 도처에서 동시에 치고 올라오는 시대가 와버렸다. 무역 실적을 보장하는 보호무역 체계를 뒤늦게나마 터득하기 시작한 이들 개도국들이 정부차원의 산업형성과 성장보조자금을 비롯한 지원관리를 통하여 자국 내 시장 경쟁력을 무서운 속도로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결국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은 그들 앞에 다가오는 개도국들의 위협을 감지하기 시작하고 대비책을 강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여기서 이들 선진국들이 기획한 것이 소위 '자유무역'이다. 전염병처럼 번지는 '개방'이란 간판 아래 국가 간 통상교류가 세계화되는 시대와 맞춰 서로를 견제해오던 보호장벽들을 모두 헐어버리고, 정부기관이 제외된 기업들간끼리의 선의의 시장 경쟁을 보장해주고 자본주의·민주주의에 입각해 서로 간의 지속적인 성장을 꾀하자는 것이다. 당시 국고 만으로는 자국 산업성장 속도를 끌어내기 어려웠던 멕시코는 FTA를 통해 거대한 외국자본을 국내에 유치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솔깃했던 것이 사실이다. 자연적으로 흘러 들어 올 새로운 투자로 인해 그동안 자체적으로 박차를 가하던 경제는 고속성장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고용률 상승으로 전체 국민 생활수준도 선진국 못지 않은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는 당시 논리는 나프타가 체결되는데 일조했다.
하지만 FTA 체결이 발효되고 나면 실상은 극히 다른 모습으로 전개된다(일부 상위층은 제외)는 사실은 지금껏 체결돼 온 대다수의 FTA을 통해 알 수 있다. 대기업 군단들이 투자를 빙자해 거대 자본을 이글고 상대 국가에 침투해 벌이는 활동은 민중을 위한 일자리 창출도 아니고, 선의의 경쟁도 아니었다. 시장 보호 장벽과 정부 보조를 바탕으로 생존했던 기업들을 모조리 흡수하는 식으로 경쟁 대상 자체를 없애버리는 것이 실제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라는 것. 일단 작고 힘없는 기업들이 더 크고 힘센 외국 기업군에 의해 흡수돼 버리고 나면 이어지는 다음 단계가 바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다. FTA 이전, 미래의 국가경제를 목표로 지원되고 키워지던 국내 기업군 전문직 노동력이 이들 구조조정을 통해 거리로 쫓겨나는 현상이 이어진다는 이야기다. 결국 실직률이 치솟기 시작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관세 정책이 존재할 땐 국산품으로 장악되던 시장은 하루아침에 외국 물품으로 뒤덮이고, 고임금을 받던 우수 전문직출신 실직자들은 서비스나 생산계통의 저임금 노동자로 전락하게 된다. 게다가 총체적으로 이어지는 경기침체로 인해 일반 소득은 급락하고, 서비스업계나 생산업계는 존속능력마저 위협받기 시작한다.
그럼 왜 이러한 무역 조약 등이 곳곳에서 지속적으로 체결되고 있으며 왜 우린 이러한 FTA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일까? 특히 FTA를 세계 각 지역 국가들과 체결함으로 인해 이득을 얻기는커녕 깊어지는 경제 악화와 높아지는 실직률로 신음하고 있는 미국 국민들마저도 왜 이런 악영향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 것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지난번 대다수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침공이 감행된 상황, 국민 80% 이상이 반대했던 금융구제기금 7백억 달러가 2008년 대 금융권붕괴를 일으킨 기업들에게 쏟아 부어진 상황을 비추어 볼 때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FTA를 포함한 수많은 국가경제 정책들의 대부분이 지배층인 상위 1%에 의해 고안되고, 그들의 존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정책들의 1차 목표로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이 쥐고 있는 언론을 통해 대중에게 전달되는 내용은 대중이 수용하는데 있어 구미에 맞게 짜인 시나리오일 뿐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많은 사람들은 "FTA는 국익에 도움이 되며, 잘은 모르지만 수출에 의존한 한국 실정으로 봐선 당연히 필요할 수밖에 없는 정책일 것이다. 앞으로 글로벌 한국이 수용해야할 국제적 정세이기도 하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게 바로 FTA를 고안 추진하는 상위 1% 지배층(기업·정치·언론)이 매일 대중에게 주입하는 논리다. 그리고 대중은 주입받은 그 논리를 되뇔 뿐이다.
한미FTA를 대하는 일반 '견해'
한미 FTA의 폐단성과 이로 인해 앞으로 수년 내 한국 국민들에게 가해질 피해 가능성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2006년 당시 본격 협상이 이뤄지기 시작하면서 국내는 물론, 미국에서도 한미 FTA에 대항한 시민단체들의 연합활동이 매 협상 때마다 이뤄져왔었다. 하지만 다국적 기업군단으로 이미 철저히 무장돼 '운영'되다시피 하는 미국 정부와 한미 FTA 체결 시 가장 큰 혜택을 입게 될 삼성을 비롯한 국내 재벌 기업들이 추진한 FTA 캠페인은 FTA 반대 운동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FTA 반대세력은 기존에 전세계 14개 지역 및 국가들과 체결된 FTA들이 각 지역 민중에게 가져온 폐행과 그 사례들을 수 없이 짚어가며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를 상대로 설득해왔지만 정부당국에겐 그저 가뿐히 넘어설 작은 장벽에 불과했다.
물론 재미교포들 사이 한국정부의 사주를 받고 미 국회를 겨냥한 비준지지 운동까지 전개했다. 자신들에게, 그리고 조국에 남아 있는 수천만의 동족과 친지들이 남아있을 고국의 안녕을 나 몰라라 한 채 '한미 FTA만 비준되면 침체된 교포사회에도 100억 달러의 경제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식으로 비준을 종용하며 분주했던 교포와 교포 단체들의 의식이란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는 모습 그 자체였다.
어떤 이들은 현재의 한국의 경제적 위치로 보아 이번 한미 FTA가 발효된다 해도 별 큰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한국을 멕시코와 견줘 보는 것도 타당치 않고, 심지어 삼성과 같은 글로벌 재벌 그룹이 버티고 있어 미국 대기업에 충분히 맞서 경쟁할 수 있다고 믿는 어리석음 마저 은근히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서 지적돼야 할 중요한 점이 있다면, FTA를 대할 때 자기도 모르게 '나'라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벗어나 '나'를 배제한 '국가'라는 개체로서 바라보고 이해하려는 이들의 어리석음이다. 삼성을 비롯한 많은 재벌 기업들은 한미 FTA뿐만이 아니라 비슷한 무역조약에서 국민 개개인과는 상관없이 더 큰 승자로 나타날 것임은 너무나 뻔 한 사실이다. 삼성이 무역환경에서 이익을 내고 삼성 일가족이 수년 내 빌리어내어(Billionaire) 클럽에 등극한다고 해서 일반 시민들의 삶을 보호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런데도 스스로 눈을 가리고 계속 '국가'차원 운운하며 이를 대하는 모습이 안타까운 것이다.
FTA는 출신 국가와는 상관없이 각국 상위 1%에 해당하는 부자들 사이에서는 활자 그대로 'Win-Win'의 결과를 초래하지만, 나머지 99% 대중에게는 'Win-Win'도 아니고 'Win-Lose'도 아닌, 그저 'Lose-Lose'라는 결과만을 가져올 것이다. FTA가 발효된 국가나 지역 중 빈부 격차가 예전에 비해 배로 극심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근거한다. 대기업 자본인 1%는 일반 시장을 보호하는 시장법규가 모두 철폐된 상태를 최대 이용함으로써 기업과 기업 주주들의 이윤을 최대화하기 위한 모든 방법을 이용할 것이다. 또한 기업 위주의 환경에서 그나마 투쟁을 통해 유지해왔던 노동자의 최소한의 권리마저 잃어버린 대중들은 끊임없는 임금삭감과 치솟는 실직률로 인해 생계에 위협을 받는 지경으로 몰리게 되는 것이다.
한미 FTA를 올바로 이해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FTA는 양쪽에서 이미 상주하고 있는 대기업주들과 그들로 인해 움직여지는 상위층의 현 위치를 더욱 견고하는 데만 그 목적이 있다. 미국이 예전에 몇몇 국가에 독재자를 앉히고 군력을 지원하는 식으로 장악력을 행사하는 방법과 비슷한 고도의 통제 수단일 뿐이다.
한미 FTA 이후 사회전반에 나타날 현상은?
한미 FTA를 통해 미국 대기업군이 1차적으로 가지는 목적은 이미 지난 IMF 사태를 계기로 발판을 닦아 놨던 국내 금융권 침투작업을 본격화함으로서 광범위한 국가 금융제도권 제압을 완성하는 것이다. 또한 IMF 사태를 터트릴 즈음 동시에 둥지를 틀고 조용히 국내에서 주도해온 농업 시장권 제압도 될 수 있다. 지난 IMF 사태가 어느 날 갑자기 우연히 터져 나온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으리라 본다.
금융권과 농업은 FTA를 추진하는 미국이 가장 중시하는 산업분야이므로 FTA 발효 후 신속하게 국내 금융권과 농업을 장악할 것으로 보인다. '상대 국가 또는 세계를 지배하는 길은 그 나라 에너지(석유) 조달권을 장악하는 것'이라고 헨리 키신저가 했던 말도 이젠 옛날 이야기다. 지금 오바마의 자문인 이기도 한 즈빅뉴 브레진스키(Zbigniew Brezinski)가 여러 번에 걸쳐 언급했듯 '상대를 보다 영구적이고 효율적으로 휘어잡는 길은 군력이 아닌 그 나라 화폐 통제권과 스스로 자급자족 할 수 없도록 그 나라 농수산업을 제압하고, 이를 통해 식량 조달권을 주도하는 것'이다.
미국은 레이건대통령 시절을 기점으로 이 두 가지를 실천에 옮겨오고 있었다. 글로벌 국제사회란 간판이 내걸리고, 전 인류가 하나가 돼 서로 간의 불필요한 방어 체계를 내리고 동등하게 발전을 이루자라는 선전문구가 나돌기 시작한 시점이 바로 그때였다. 소련붕괴를 계기로 냉전시대 또한 막을 내리기 시작했고, 공산체계에 속해있던 거대한 지역 국가들이 한 순간에 자본주의 체제에 노출되며 경제적으론 거의 마비상태로 전락한 것도 그때다. 물론 이를 철저히 대비했던 IMF와 세계은행의 활약은 그때를 기점으로 표면상으로도 더욱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한미 FTA 이후 한국사회에는 외국자본 유치 및 외국자본 투자를 빌미로 미 거대 금융권의 유입현상이 줄을 잇게 될 것이다. 앞으로 크고 작은 국내금융기업들의 연쇄 흡수로 이어질 것이며, 결국 국내 금융권 전체가 총체적으로 외국금융 기업들에 의해 장악될 것이다. 이때부터는 한화유통 통제와 환율변동 자체가 외부에 의해 임의로 조정 가능해질 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앞으로 대한민국 국민이 은행에서 돈을 대출 받는다는 의미는 한국기업이 아닌 미국 금융기업으로부터 대출허가를 받고 빌리는 꼴이 된다는 뜻이다. 그들 기업들이 바로 국민의 빚쟁이가 되어 상환요구를 언제든 할 수 있고 상환이 안 될 경우 거주지에서 몰아낼 권리마저 행사할 수 있는 당사자가 된다는 것이다.
레이건 전 대통령 당시 또 하나 주시할만한 사건이 있었다. 몬산토(Monsanto Corp.)라는 회사는 설립 후 반세기 이상을 거대한 화학무기 제조기업으로 군림하다가 레이건 시대를 거치며 한 순간에 유전농업기업으로 탈바꿈을 했다. 그리고 다섯 번의 정권교체 동안 미국 정부의 끊임없는 보조를 받으며 단 30년 만에 미국만이 아닌 전세계를 군림하는 유전농업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점은 특히 곧 한미 FTA 발효시대를 맞을 한국 국민들이 유심히 주시할 수밖에 없는 일이기도 하다.
위에 언급했듯 지배층이 99% 민중을 통제하는데 이용할 수 있는 첫째 요소가 화폐통제권(다시 말해 '빛')이라고 한다면, 그 다음으로 치명적인 요소가 식량통제(즉 '밥상')일 것이다. 몇몇 사람들은 '국내 농업이 어차피 하향기을 걷는 산업이라며 잃고 자시고 할게 없다'고 말하곤 한다. 근대산업이 아무리 발달됐다 한들 일국의 산업 중 가장 중시돼야 하는 것이 바로 식량주권을 유지할 수 있는 농업이다. 이를 알기에 미국은 FTA를 통해 다른 나라로 하여금 모든 정부보조정책을 철폐할 것을 요구해오면서도 자국 농업에 대해선 절대 100% 보조를 포기 않고 있는 이유다. 대한민국은 현재까지는 충분히 주식의 자급자족이 가능해왔던 것으로 본다. 하지만 FTA 이후엔 말이 달라진다는 게 가장 치명적인 문제 중에 하나인 것이다.
미국이 겉으로는 자동차 따위에 목을 매는 듯 행동해왔지만 실제 초점을 두고 있는 항목은 바로 이 농업이다. 세계최대농업기업인 몬산토는 1987년 금호그룹과 계약을 맺고 둥지를 틀어왔다. 현재는 몬산토코리아라는 국내법인을 설립해 지금껏 조용히 한국인 '밥상' 위에 놓이는 음식에 대한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연구해왔다. 또한 국내 농민들이 가진 자체적 씨앗생산 과정 및 배합기술 및 지역특성 유기농법등에 대해서도 상세한 모든 정보를 습득하고 연구하는 동시에, 전국에 퍼져있는 씨앗생산기업, 대규모 유기농장과 기술소유권 등을 매입 후 폐기처리 해오고 있다.
그들은 궁극적으로 한국 전국토를 몬산토 유전자 변형 작물(GMO) 특허기술을 바탕으로 한 농지대로 전환시키는 전초작업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이는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 몬산토는 유전자 기술을 곡물에만 국한시키는 집단이 아니다. 이들의 궁극적 목표는 전반적인 식량에 대한 소유 권리를 목표로 하고 돼지·소 등을 포함한 모든 축산물 또한 유전배합 특허를 내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쇠고기 수입이 문제로 대두되는 것에 대해 미국이 별로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는 이유는 조만간 수출에 의존하지 않는 몬산토를 통한 한국내 자체적 생산 공급이 가능해질 거라는 계산이 오래 전부터 있었기 때문이다.
몬산토라는 기업의 무차별 유전자 곡물 재배행위로 인한 국내 농민들이 감안해야 할 피해가능성과 그에 대한 보호 장치가 한국 정부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겠느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이 또한 FTA에 대한 기본지식이 상실된 데서 나오는 말이다. 예를 들어, 몬산토의 유전변형 농작물에 대항해 소신껏 유기농으로 농작물을 재배해서 생계를 이어가고자 하는 농민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옆 동네에 있는 몬산토 소유농장에서 심어진 유전변형된 같은 종류 농작물이 어느 날 바람에 꽃가루를 날려 와 이 농민의 유기농 농작물을 오염시켜 그의 농작물속에서 GMO작물이 함께 섞여 자란다면 그 작물은 더 이상 유기농으로서의 상품가치를 잃어버리게 된다.
이때 이 농민은 이에 대한 법적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없다. 간단히 말해 이 농민은 몬산토란 기업을 법정으로 끌고 갈 그 '주권'이 한미 FTA 체결로 인해 영구적으로 상실돼 버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이없는 사실은 이 몬산토라는 기업은 이 농민소유의 농장에서 자기들이 특허권을 소유한 유전변형된 곡물이 발견되는 즉시, 이 농민을 상대로 얼마든지 특허법 위반으로 먼저 법정소송을 걸고 넘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 방식은 바로 몬산토가 실제로 자국뿐 아니라 전세계 140여 개국에서 통제권을 쥐는데 사용해온 방법이었다. 재벌 농민이 아니고서야 몬산토라는 대기업이 주도하는 법정소송 3년이면 어느 농부건 두 손 들고 파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지금껏 보인 현실이었고, 그때 기다렸다는 듯 몬산토는 그 농민의 농장을 통째로 제 3자를 통해 매입해버렸다.
그럼 금융권과 농업권 이외분야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한미 FTA 발효로 모든 무역 장벽이 철회되고 나면, 기술력과 거대한 자본력을 위시한 미국 기업들은 각 분야로 대거 국내 진출을 활발히 할 것이다. 물론 그중 일부는 국내 생산공장 설립 등의 실질적 투자를 통해 노동력 창출 활동에 일조를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곧 이어 눈에 띄게 될 현상은 국내에서 이미 자체개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서서히 자리 잡기 시작해 중장기 국가경제 하이테크 산업군단(IT·바이오·우주·의학 등)의 중소기업군이 하나하나 이들 대기업으로 흡수일 것이다. 순수개발 된 자체 기술력과 우수 두뇌는 함께 흡수돼 증발해 버릴 것이고, 이 과정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 국가기업경쟁력의 기반이 될 중소 기업군 자체가 증발돼 사라질 것이다. 흡수 동시 가동될 대규모 정리해고로 인해 하루 아침에 거리로 나앉을 전문인력이 급증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곧 각 직종 전문직 노동력의 노동시장 내 개인경쟁력 상실로 이어지고, 전문직 실업률이 급상승하면서 갓 고등교육을 마치고 사회로 진출할 초기생들에게 주어질 기회 또한 사회전반에서 증발하는 현상으로 번져버릴 것이다.
각 산업분야 내 독점현상으로 전문직 실직자가 전국에서 쏟아져 나오고, 재등용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상황이 이어지면 이는 곧 급작스러운 자영업인구가 폭등하는 현상으로 잠시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이미 고등 전문직의 증발현상으로 기존 중산층의 개인 소득이 급락하는 실정 속에 그나마 버텨내지 못할 것이 뻔하다.
즉, 현 이명박 정부 당국의 말처럼 FTA발(發) 서비스업계의 부상이란 그 자체가 현실성이 결여된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맺게 될 것이다. 국민 생활력은 떨어지고 중산층은 희귀종이 돼 멸종할 것이다. 이어 빈부차가 급속도로 극심해지는 현상으로 서민들은 도태될 것이다. 일부 노동자들은 중국 등 동남아에 퍼져있는 스웨트샵(Sweat shop·노동력 착취 악덕 기업)등으로 일거리 찾아 떠날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중산층이 무너져내리고 빈부격차가 극심해지는 현상은 국내뿐만이 아닌 전세계에서 오래 전부터 일어나는 추세다.
마지막으로 FTA 발효로서 서서히 확연해질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한미 FTA뒤에 우뚝 서 있어온 삼성그룹의 참모습이 표면으로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란 점이다. 전·현직 정부관료들의 대거 재벌기업으로 등용되고 그리고 재벌기업 고위 관료들의 정부 행정부서로의 자유롭게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다. 동시에 정부당국부서 및 공공산업채들의 민영화가 급속도로 진행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최대의 수익자는 바로 삼성이라는 사실이 노골적인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보일 것이다. 일단 여기까지 진전되면 그때부턴 국가가 삼성인지, 삼성이 국가인지조차 분별이 안되기 시작할 것이며, 급기야 그 옛날 그저 한귀로 듣고 흘려왔던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의 의미가 새삼스러워질 것이다.
출처: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48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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