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문 개방 실험, 녹조 저감 효과 입증 못 해…수량 확보·오염원 차단이 근본 해법 지적 TK 가뭄 속 보 개방 재개 신중론…농업용수·생활용수 안정 공급도 함께 고려해야
8월 초 녹조로 가득한 낙동강 유역 강정고령보 전경. 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녹조 낀 낙동강 가르는 레저객 전국적으로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6일 녹조 확산으로 녹색을 띠고 있는 경남 양산시 물금읍 황산공원 인근 낙동강에서 레저객이 수상레저활동을 하고 있다. 뉴스1
[경상매일신문=최영열기자]대구·경북을 비롯한 영남권이 기록적인 폭염과 극심한 가뭄을 동시에 겪으면서 낙동강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정부는 여름철 녹조를 줄이겠다며 낙동강 하류 4개 보의 수문을 순차적으로 개방했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일부 구간에서는 유해 남조류가 오히려 급증하면서 수문 개방만으로는 녹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이 다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번 실증은 낙동강 녹조 문제의 원인이 단순히 '보'가 아니라 기후변화와 가뭄, 폭염, 그리고 상류에서 유입되는 영양물질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녹조를 근본적으로 줄이려면 수위를 낮추는 사후 처방보다 총인과 질소 등 영양염류 유입을 차단하는 예방 중심의 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지난달 말부터 강정고령보, 달성보,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 등 낙동강 하류 4개 보의 수문을 부분 개방했다. 물의 체류시간을 줄여 유속을 높이고 녹조를 약 30% 줄이겠다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수문 개방 이후 상수원 구간의 유해 남조류는 오히려 급격히 증가했다. 해평과 강정고령 등 주요 지점에서는 일주일 사이 남조류 세포 수가 10배 이상 늘어난 곳도 확인됐다. 수온 역시 대부분 30도를 넘어 녹조 발생에 최적의 환경이 조성됐다.
환경당국도 이번 조사만으로 보 개방 효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하지만, 적어도 폭염과 가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보 개방만으로 녹조를 억제하기 어렵다는 점은 분명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녹조 발생의 핵심 원인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남조류는 수온이 28도를 넘고 강우량이 부족해 유속이 느려질 때 급속히 증식한다. 여기에 농경지 비료와 축산 분뇨, 생활하수, 산업폐수 등에서 유입되는 질소와 인 같은 영양물질이 더해지면 녹조는 폭발적으로 번진다. 결국 폭염과 가뭄이라는 자연 조건 위에 오염원이 겹치면서 녹조가 발생하는 구조인 셈이다.
특히 올해처럼 장마가 수도권에 집중되고 영남권 강수량이 평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수량 자체가 부족하다. 대구·포항의 취수원 변경, 영천시의 하천 굴착과 간이 양수장 설치, 청도 등 일부 지역은 단수 우려까지 생겨나고 있다.
도내 농업용 저수지 저수율도 예년 대비 30%선이 감소 52.3% 저수율을 보이고 있으며, 안동댐과 임하댐은 '주의', 운문댐은 '경계' 단계에 들어갔다. 평년을 크게 밑돌고 있다.
이 같은 현실에서 보 수위를 더 낮추는 정책은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낙동강 보는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 1300만 주민의 식수와 농업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핵심 시설이다. 특히 낙동강 유역 농민들은 보가 확보한 용수에 의존하고 있어 수문 개방 확대에 강하게 반발해 왔다.
일부 전문가들은 수위를 낮춰 표층수를 빠르게 흘려보내더라도 전체 수량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깊은 수심이 제공하던 냉각 효과가 줄어들고 수온 상승이 빨라져 오히려 녹조가 더 창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 정부의 이번 실증에서도 수문 개방이 녹조 감소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보 개방 효과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기후변화가 일상이 된 지금은 과거와 다른 물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일정 지역을 향한 집중 폭우 양상은 더욱 강해지고 가뭄은 길어지는 극단적 기상이 반복되는 만큼 안정적인 물 저장 기능은 과거보다 중요해졌다.
낙동강 보는 홍수와 가뭄을 동시에 대비하는 국가 물관리 시설이라는 점에서 녹조 문제만을 이유로 운영 방식을 임의 변경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정부 역시 오는 2030년까지 낙동강 수질 개선을 위해 총인 배출량 30% 감축을 목표로 생활하수 처리시설 개선, 산업폐수 관리 강화, 가축분뇨 관리, 비료 적정 사용, 비점오염원 저감시설 확충 등을 추진하고 있다. 녹조의 먹이가 되는 영양물질을 줄이는 것이 근본 대책이라는 판단에서다.
결국 이번 보 개방 실험은 녹조 문제의 해법이 단순한 수문 개방에 있지 않음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보 개방 실험보다 안정적인 용수 확보와 상류 오염원 차단, 총인 저감 정책을 병행하는 장기적인 수질 개선 전략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녹조는 결과일 뿐 원인은 따로 있다는 점을 정책이 다시 확인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