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2019.06.05. 반어와 역설의 구분, 설화와 소설의 3요소
오늘은 내가 처음으로 학교에 똥머리를 하고 온 날이었다. 그래서 나는 시원한 기분으로 권향연 선생님을 기다릴 수 있었다. 선생님이 “안녕!” 하시며 활기차게 교실에 들어오셨고, 반장인 나는 여느 때처럼 일어나 인사를 했다.
“차렷, 공수.”
그 때, 선생님께서 갑자기 인사를 중단하셨다. 의아해 하던 내가 선생님을 바라보았을 때, 선생님께서는 조승현이라는 남자아이를 보고 계셨다. 승현이는 옆자리 친구와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선생님은 승현이에게 작은 지적을 하셨고, 나는 다시 인사를 이어갔다.
“차렷, 공수, 선생님께 경례.”
인사를 마친 후, 매 수업 전에 하는 질문 시간이 이어졌다. 오늘은 내가 있는 줄부터 시작하셨다. 내 줄 맨 끝에 앉아있는 보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대답할 준비를 했다. 그러나 우리는 갑자기 전 날 봤던 모의고사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등급컷에 대해 얘기를 나누면서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걱정했다. 선생님께서 우리 학교는 수시가 적합하고, 대부분 수시로 대학을 간다고 말씀해 주셨다. 또한 우리의 혜택인 농·어촌 특별 전형을 잘 활용해서 대학을 가야 한다고 조언해주셨다. 그러나 우리는 잊고 있던 사실이 하나 있었다.
“선생님, 이제 앉아도 될까요?”
보선이가 아직도 자리에 서있었던 것이다. 모의고사 얘기에 열중이었던 우리 모두와 선생님께서도 깜짝 놀랐다. 선생님께서 보선이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셨고, 이제 정말 질문을 시작하셨다.
보선이를 시작으로 준환이, 령주, 민우에게 지금까지 배운 국어 개념을 물어보셨고, 그 줄 제일 앞자리인 나에게 까지 차례가 왔다. 선생님께서 ‘관련성의 격률’에 관해 질문을 하셨고, 나는 기억이 잘 안나 조금 뜸을 들이다가 이내 대답을 했다. 이제 옆줄로 넘어가 수민이, 용원이, 상혁이에게도 질문을 이어나가셨다. 한별이 차례가 되었을 때, 선생님께서 갑자기 내 이름을 부르셨다. 잠시 한 눈을 팔고 있다가 내 이름이 불려 깜짝 놀랐다. 상황을 파악해보니 이름이 비슷한 나와 한별이를 착각하신 모양이었다. 원래 내 이름을 헷갈려 하는 사람이 많아 익숙해 기분 좋게 넘어갔다. 다시 한별이부터 나머지 친구 모두에게 질문을 하셨고, 헷갈려 하는 친구에게는 힌트도 주시면서 질문 시간을 마무리했다.
본격적으로 수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2차 지필평가에 관한 말씀을 해주셨다.
“자질구레한 문제들은 우리가 곧 볼 시험에 도움이 되지 않아요. 교과서를 최대한 많이 읽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거예요. 대화의 원리 부분은 중요하므로 시간을 들여 읽고 절대 까먹으면 안 돼요!”
곧 이어 교과서 수업이 시작 되었다. 우리가 배우고 있는 시 ‘첫사랑’에는 ‘아름다운 상처’라는 역설적인 표현이 있다. 역설에 대해 본격적으로 설명해 주시기 전, ‘모순’부터 설명해 주셨다.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모순적인 표현이 하나 있어요. 모든 것을 뚫을 수 있는 창과 절대 뚫리지 않는 방패를 알고 있죠?”
“네!”
“이처럼 모순은 실제로 존재할 수 없는 표현이에요. ‘아름다운 상처’또한 현실에서 존재할 수 없죠? 하지만 이 표현은 왜 역설일까요? 바로 역설은 진리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모순과 약간 다르다고 할 수 있어요.”
선생님이 들어주신 예시 덕분에 모순과 역설에 대해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 역설적인 표현 중 대표적인 것으로 무엇이 있을까요?”
“소리 없는 아우성이요!”
“오, 의외로 많은 친구들이 알고 있구나! 소리 없는 아우성의 뜻을 쉽게 설명해줄게요. 예를 들어 선생님이 수업 중 승현이를 심하게 혼내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해보자. 너희들은 저렇게까지 혼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심하게 혼내고 있는 거예요. 그럼 여러분은 저 상황이 부당하다고 느끼지만 속으로만 그렇게 생각하고 직접적으로 선생님께 반박은 하지 못해요. 이 상황을 소리없는 아우성이라고 할 수 있겠죠?”
역설과 함께 헷갈릴 수 있는 반어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셨다. 선생님께서 승현이를 예로 들어 쉽게 설명해 주셨다. 승현이가 떠들고 있을 때 선생님이 “승현이가 참 조용하구나!”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반어는 그 말 자체로는 말이 되지만, 전달하려는 의도를 반대로 말하는 것이라고 알려주셨다.
역설과 반어 수업이 끝나고 교과서 85페이지를 펼쳐 새로운 내용을 공부했다. 먼저 설화에 관한 내용이었다. 설화는 신화와 전설, 미담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신화는 주몽 이야기를 예로 들어 설명해주셨다. 신화에서는 자아와 세계가 같다고 할 수 있는데, 자아가 세계를 이기다 못해 세계를 자아로 만들어 버린 것이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전설은 세계가 자아를 이긴 것이고 민담은 동물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으로 자아가 세계를 이긴 것인 민담적 가능성이라고 하셨다.
다음은 소설의 3요소를 배웠다. 우리가 곧 배울 소설인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의 인물, 사건, 배경을 찾아보았다. 먼저 이 소설의 대표적인 인물은 오 선생과 권 씨가 있다. 오 선생은 빈민촌에서 살다가 선생님을 하면서 성남 시청 뒤 집을 구매해 셋방을 내놓은 사람이었고, 권 씨는 이 셋방에 세를 들어 살기 시작한 사람이었다. 어느 날 경찰이 집에 찾아와 오 선생에게 권 씨가 전과자였고, 수상한 부분이 있으면 바로 알려달라고 부탁하지만, 자신은 권 씨를 좋아한다는 의아한 말만을 남기고 갔었다. 사건은 광주 대단지 사건으로, 권 씨가 분양권에 관련해 부당한 일을 당해 이 시위를 주도하여 전과자가 된 사연을 드러내고 있었다. 배경은 1970년대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될 때 경기도 성남시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한 시간 수업하면서 시 속에 나오는 역설 표현과 소설의 3요소, 설화에 대해서 배웠다. 계속되는 강의식 수업으로 중간에 조금 졸기도 했지만 권향연 선생님의 항상 활기차신 모습이 내가 더 수업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든다. 선생님이 노력하시는 만큼 나도 수업에 열심히 참여해서 곧 있을 2차 지필평가도 최선을 다해 볼 것이다.
2019_06_05_최은별.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