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빕니다!
서울교구 주낙현 요셉 신부님께서 성공회신문에 연재하신 시리즈 [성찬례 해설]을 공유합니다.
주낙현 신부님께 감사합니다.
원문 출처: [성찬례 해설 3] 성공회 성찬례 - 천주교회와 개신교회 사이에서 - 성공회신문 (skhnews.or.kr)
[성찬례 해설 3] 성공회 성찬례 - 천주교회와 개신교회 사이에서
주낙현 요셉 신부 (서울주교좌성당 주임사제 - 전례학 ・ 성공회 신학)
성공회는 어떤 교회인가? 한국 사회에서 성공회를 설명하는 일이 쉽지 않다. 천주교회와 개신교회가 그리스도교를 양분하여 지배하는 통에, 둘 중 어디에 기대서 설명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성공회의 오랜 별명은 ‘전례 교회’ 또는 ‘기도서의 교회’이다. 아주 귀한 말인데, 전례에 참여하지 않으면 성공회를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예수님 말씀처럼 “와서 보시오”하고 정중하게 초대하는 일이 가장 좋다.
그런데 그다음에도 문제가 생긴다. 천주교회의 전례를 경험한 분이든, 개신교회의 경험만 있는 분이든 대체로, “천주교회 미사와 비슷하네요” 이렇게 말하고는 한다. 여기서 그치면 좋을 텐데 “천주교회를 따라 하는 짝퉁 같은데요” 하는 생각을 품는 분들도 있다. 성공회 신자는 여기서 말문이 막힌다. 그래도 성공회 신자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분명히 말해야 한다.
“천주교회의 미사가 성공회의 성찬례와 닮았지요.” “개신교회의 예배는 성공회 예배의 일부분만 가지고 있습니다. 완전체는 성공회 예배에요.” “성공회 전례는 초대 교회의 전통을 따르고 있답니다.” 사실이 그렇다.
지난 글에 잠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 성공회와 천주교회의 예배, 그리고 일부 감리교회와 루터교회의 예배는 지난 20세기에 있었던 전례 쇄신 운동으로 크게 변했다. 그 큰 변화로 그리스도교의 예배의 핵심인 성찬례의 구조가 거의 비슷해졌다. 그동안 갈라졌던 교단이 역사 연구와 전례 연구 안에서 공통점을 발견하였고, 예배의 틀과 흐름에서는 같은 모양을 갖게 되었다. 이 전례 운동을 모르는 분들을 성공회 신자가 나서서 열심히 가르치고 알려야 한다. 성공회와 전례 연구를 같이한 천주교회는 이 사실을 잘 안다. 개신교회도 이를 배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런데 ‘한국’이라는 말이 앞에 들어가면 상황이 사뭇 달라진다. ‘한국’ 천주교회는 성공회와 나누는 전례 전통을 전적으로 인정하는 데는 인색하다. 그래도 조금은 알아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한국’ 개신교회는 대체로 이런 내용을 잘 모른다. 다행히도 최근에는 성공회 전례에 관심을 두고 배우려는 분들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많아지고 있다. 성공회에 문을 두드리는 분들이 갈망하는 전례를 성공회가 지니고 있다. 그러나 개신교회 주류는 여전히 성공회 전례를 매우 낯설게 본다. 그 수가 많기 때문에 금세 주눅이 드는 것 같다.
책임은 우리 성공회 신자에게 있다. 우리가 자신 있게 전례의 전통과 의미를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려온 예배 관습을 되풀이하는 데 익숙하여서, 그 역사와 의미를 조금 더 헤아리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배의 관습이 조금만 달라져도 금세 불편해한다. 그러면 전례에 담긴 샘물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새로운 경험으로 나아가기도 어렵다. 이런 예배 참여 활기를 잃기 쉽다. 어쩔 수 없이 지키고 치러야 할 의무로마만 남기 쉽다. 전례와 예배의 기쁨을 충분하고도 새롭게 누리지 못하면, 다른 사람을 성공회로 초대할 힘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자신 없는 초대에 응할 사람은 이제 많지 않다. 설령, 응했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단박에 그 분위기와 수준을 알아차린다. 아이쿠, 이런. 이 아름답고 품격 있는 교회를 어려운 처지에서도 지탱하여 물려준 신앙의 선배들에게 매우 죄송한 일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먼저, ‘기도서의 교회’ 신자답게 기도서를 늘 곁에 두고, 기도서의 기도로 먼저 시작하는 사람이 되자. 어떤 부분이라도 좋다. 규칙적으로 기도하는 분이라면 성무일도를 따라서 하되, 이것이 힘들면, 그 시간에 해당하는 기도의 일부분, 한 문단, 혹은 송가와 시편만이라도 읽고, 그 다음에 개인 기도를 하는 것이다. 때때로 기도하는 분이라도, 언제든 기도서에 있는 기도를 하나 먼저 읽고 자신의 기도를 드리는 일이다. 큰 도움이 된다.
주일 성찬례에 꼭 참여하되, 먼저 성찬례를 먼저 꼼꼼히 읽고서 예배를 준비하도록 하자. 성찬례 때는 기도서를 들고 보는 일이 없도록 하자. 성찬례에서는 제대와 독서대에 눈을 향하고, 그 음성에 귀와 마음을 열어 경청하는 일에 집중하자. 잘 들리지 않고 따라 하지 못하겠다는 부분은 오히려 자신이 익숙하지 않다는 지점으로 여겨서, 예배를 마친 후에 다시 살펴서 읽도록 하자. 그런 다음, 이 해설과 함께 성찬례 기도문을 헤아려 공부하도록 하자.
출처 : 성공회신문(http://www.skhnew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