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 예레미야5장10~19절
제목 : 징계하되, 진멸하지는 않으시고
적의 침략이 임박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할 것이라고 착각하는 유다 백성의 잘못된 생각을 뒤엎고 북쪽의 적이 심판의 대행자로 올 것임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유다 백성은 하나님의 심판 예고를 무시하다가 무서운 재앙을 겪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들을 심판하되, 완전히 진멸하지는 않으십니다.
1. 심판받는 유다(10~14절)
1) 파괴되는 포도원(10~11절).
(1) 가지만 꺾어 버리라(10절)
“[10] ○너희는 그 성벽에 올라가 무너뜨리되 다 무너뜨리지 말고 그 가지만 꺾어 버리라 여호와의 것이 아님이니라”
그 가지만 꺾어버리라. – 유다 백성은 하늘의 농부로부터 극상품의 포도 품종으로 심기워졌으나 그 열매는 역겨운 냄새가 나는 들포도가 되고 말았습니다(2:21).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은 유다의 대적을 불러 하나님 소유가 아닌 나쁜 포도나
무의 가지를 제거하라는 임무를 맡기셨습니다.
한편, 70인역(LXX), 수리아역(Syriac Versions of the Bible) 등은 이 부분을 '그 근본은 남겨 두라. 그것들이 주의 것임이니라'고 해석하였습니다.
(2) 이스라엘의 집과 유다의 집이 내게 심히 반역하였다(11절).
“[11]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이스라엘의 집과 유다의 집이 내게 심히 반역하였느니라”
솔로몬 사후 두 개의 왕국으로 분열되었던 이스라엘 중 북이스라엘은 이미 앗수르의 침략으로 멸망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포로로 끌려가고 그중 더러 본토에 남아 있는 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선지자는 이들마저 심히 반역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반역하다'('바가드')란 말은 '속이다', '가증하게 행하다'란 대단히 심각한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말을 들은 유다인들은 예레미야를 몹시 핍박했을 것입니다.
2) 여호와를 인정하지 않는 자들(12~14절)
(1) 재앙이 임하지 않을 것이라합니다(12절).
“[12] 그들이 여호와를 인정하지 아니하며 말하기를 여호와께서는 계시지 아니하니 재앙이 우리에게 임하지 아니할 것이요 우리가 칼과 기근을 보지 아니할 것이며”
여호와께서는 계시지 아니하니 재앙이 우리에게 임하지 아니할 것이요. – 백성들은 여호와의 언약을 어겨도 아무런 처벌이 없을 것으로 보았습니다.
그 근복적 이유는 여호와의 존재마저 인정하지 않는데 있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본질상 그 마음에 하나님 모시기를 거부하는 인생의 추악한 모습을 다시금 보게 됩니다(롬1:28).
*롬1:28 “또한 그들이 마음에 하나님 두기를 싫어하매 하나님께서 그들을 그 상실한 마음대로 내버려 두사 합당하지 못한 일을 하게 하셨으니”
결국 그들은 여호와로부터 오는 칼이나 기근의 심판이 없을 것으로 보았습니다.
우리는 이런 그들의 말을 근거로 해서 그들이 자기도취에 빠져 있었음을 짐작하기에 충분합니다.
백성들은 언약 파기로 인한 저주 조항이 가동되어 그들에게 심판이 닥칠 것이란 점을 새까맣게 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2) 선지자의 말씀을 바람으로 여깁니다(13절).
“[13] 선지자들은 바람이라 말씀이 그들의 속에 있지 아니한즉 그같이 그들이 당하리라 하느니라”
선지자들은 바람이라. – 백성들은 선지자들을 통해 주어진 하나님의 말씀을 바람처럼 공허한 것으로 여기고, 그 대신 거짖 선지자들의 감언 이설(甘言利說)을 좇아 갔다는 내용입니다.
'바람'('루아흐')는 하나님의 '영'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는 점에서 저자의 언어 유희(Wordplay)를 보여줍니다.
즉, 백성들은 하나님의 영을 바람으로 간주하는 중죄를 범했다는 것입니다.
(3) 나의 말을 불이 되게 하고 이 백성은 나무가 되게 하여 불사르리라(14절)
“[14] 그러므로 만군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라 너희가 이 말을 하였은즉 볼지어다 내가 네 입에 있는 나의 말을 불이 되게 하고 이 백성을 나무가 되게 하여 불사르리라”
네 입에 있는 나의 말로 불이 되게하고. - 하나님은 유다 백성들에 의해바람으로 취급되어버린, 바로 그 말씀을 무서운 불로 화하게 하신다는 뜻입니다.
한편, 본절에서는 하나님을 만군의 하나님 여호와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구약에서 이것은 '전투에 임하는 이스라엘과 함께 하시는 전투의 하나님'이란 개념을 가졌습니다(출7:4 참조).
*출7:4 “바로가 너희의 말을 듣지 아니할 터인즉 내가 내 손을 애굽에 뻗쳐 여러 큰 심판을 내리고 내 군대, 내 백성 이스라엘 자손을 그 땅에서 인도하여 낼지라”
여기서는 천체와 천사의 무리까지 포함하는 '하늘과 땅의 무리의 하나님'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시103:21; 사40:26 참조).
*시103:21 “그에게 수종들며 그의 뜻을 행하는 모든 천군이여 여호와를 송축하라”
*사40:26 “너희는 눈을 높이 들어 누가 이 모든 것을 창조하였나 보라 주께서는 수효대로 만상을 이끌어 내시고 그들의 모든 이름을 부르시나니 그의 권세가 크고 그의 능력이 강하므로 하나도 빠짐이 없느니라”
2. 이방 민족에 의한 징계(15~19절)
1) 강하고 오랜 민족(15~16절).
(1) 강하고 오랜 민족을 이스라엘 집에 보내겠다고 합니다(15절)
“[15]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이스라엘 집이여 보라 내가 한 나라를 먼 곳에서 너희에게로 오게 하리니 곧 강하고 오랜 민족이라 그 나라 말을 네가 알지 못하며 그 말을 네가 깨닫지 못하느니라 ”
강하고 오랜 민족이라. – 유다를 응징하시는 하나님의 도구로 사용될 바벨론에 대한 묘사입니다.
바벨론은 예레미야 당시에 이미 2,0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나라였으며 나보폴라살 왕(B.C.625-605년) 때부터는 팔레스틴의 신흥 강국으로 등장하여 위세를 떨치고 있었습니다.
(2) 그 화살통은 열린 무덤이요 그 사람들은 다 용사입니다(16절).
“[16] 그 화살통은 열린 무덤이요 그 사람들은 다 용사라”
열린 무덤이요. – 바벨론 군사들은 모두 다 능한 궁수들이어서 결코 표적을 놓치지 않을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화살 하나는 한 사람의 목숨과 같은 것이며, 장병들 어깨에 걸려 있는 전통은 마치 뭇사람의 무덤을 짊어진 것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2) 침략의 결과(17절).
“[17] 그들이 네 자녀들이 먹을 추수 곡물과 양식을 먹으며 네 양 떼와 소 떼를 먹으며 네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 열매를 먹으며 네가 믿는 견고한 성들을 칼로 파멸하리라”
16절이 전쟁의 과정을 묘사한 것이라고 한다면,
본절은 전쟁의 결과를 서술한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추수 곡물, 양식, 양떼, 소떼, 아들과 딸 등 모든 것이 파괴되고 말 것입니다.
그들은 성이 튼튼하다고 자랑하였으나 이것들도 무너지고 말 것입니다.
이때가 되면, 예레미야의 예언이 옳았다는 것이 입증되게 되는 셈입니다.
차라리 자신의 예언이 틀리기를 바라는 예레미야가
이런 종말적인 상태를 예언한다는 것은 대단히 고통스러 웠을 것입니다.
3) 진멸의 모면(18절).
“[18]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그 때에도 내가 너희를 진멸하지는 아니하리라”
내가 너희를 진멸치는 아니하리라. – 본절의 앞 구절들은 운문체로 기록되었으나 본절과 그 다음절은 산문체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여태까지 참혹한 심판의 결과를 묘사해 왔으나,
그것이 이 민족의 완전한 종말이 되지는 않을 것이란 뜻인데,
이는 예루살렘에 하나님의 엄청난 심판이 임하기는 하되,
그 속에서도 하나님의 긍휼이 있을 것임을 시사합니다.
철저한 심판 중에서도 긍휼과 위로의 메시지가 함께하는 것은(4:27),
하나님의 징계의 목적이 이스라엘의 완전한 파멸에 있지 않고,
그들을 정결케 하고 새롭게 하는 데 있음을 보여줍니다(Feinberg, Harrison).
4) 심판의 이유(19절).
“[19] 그들이 만일 이르기를 우리 하나님 여호와께서 어찌하여 이 모든 일을 우리에게 행하셨느냐 하거든 너는 그들에게 이르기를 너희가 여호와를 버리고 너희 땅에서 이방 신들을 섬겼은즉 이와 같이 너희 것이 아닌 땅에서 이방인들을 섬기리라 하라”
여호와를 버리고 너희 땅에서 이방 신들을 섬겼은즉 이와 같이 너희 것이 아닌 땅에서 이방인들을 섬기리라. – 유다가 하나님과의 언약을 배반하고 이방신들과 연합하였기 때문에 이제 그들은 그 이방인들에게 속박당하며 이방인들을 섬기게 될 것입니다.
본절은 바벨론으로 끌려갈 것임을 지적하는 예언으로서 범죄에 대한 대가는 반드시 치러야 한다는 교훈을 제시합니다.
하나님은 어떤 분입니까?
1) 북방의 군대를 징계의 막대기로 사용하여 패역한 유다 백성을 심판하십니다(10,18절)
그러나 아주 멸하지는 않으시고 그 땅에 여전히 “남은 자”가 있게하십니다(44:28).
가지는 꺾되 뿌리는 남겨놓으라 하시고, 무너뜨리되 성벽의 자취는 없애지 말라 하십니다.
희망의 파편들마저 완전히 제거하지는 않으신 것입니다.
조금은 남겨두고, 여전히 기다리는, 이것이 사람을 징계하시는 하나님의 긍휼의 마음입니다.
우리가 믿음의 순례를 멈출 수 없고 멈춰서는 안되는 이유가 바로 이 하나님의 감당 못할 사랑 때문입니다.
나(우리)에게 주시는 교훈은 무엇입니까?
1) 신분과 자격과 지위, 그 어떤 것도 하나님의 심판을 면제해주지 못합니다(11~14절).
그러나 유다 백성은 하나님께서 자신들을 심판할 리 없다고 믿었습니다.
“하나님이 계시지 않으니” 심판자가 없다고도 했습니다.
또 선지자의 숱한 경고들을 “바람”처럼 흘려보냈습니다.
선택받은 백성에게는 심판이 없다는 오만한 믿음이요 헛된 자긍심일 뿐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심판이 ‘아니라, 아니라 없다’하는 자들에게 재앙은 어느 날의 바람처럼 불현 듯 찾아옵니다.
2) 강한 용사들(4:6)이 성읍을 포위할 때, 유다 백성은 견고한 성벽을 의지했습니다(15~17절).
날랜 용사들이 활시위를 당길 때, 유다 백성은 높은 성루에 안심했습니다.
‘그러나’높고 견고한 그 무엇도 끝내 교만한 그들의 목숨을 지켜주지는 못했습니다.
하나님 외에 그 무엇도 인생의 안녕을 보장해주지 못합니다.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는 인생은 언제나 아슬하고 위태롭습니다.
3) 성숙한 신앙인은 문제의 원인을 먼저 ‘자신’에게서 찾습니다(19절).
그러나 재난을 겪은 유다 백성은 여전히 그 까닭을 몰라 어리둥절합니다.
그들은 재앙이 어디에서, 왜 왔는지를 미처 깨닫지 못합니다.
그리하여 선지자는 이 모든 재앙이 “너희”, 곧 각자의 악한 마음과 우상숭배로부터 비롯되었음을 지적합니다.
미숙한 자는 문제의 발달을 밖에서 찾으려 하나, 위기의 때에 성숙한 그리스도인은 ‘나의 모습’을 먼저 진중히 성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