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이는 어렸을 때부터 일기 쓰는 걸 생활화했다. 축구를 시작하면서부터는 일기를 마치 훈련 일지 쓰듯 그날 훈련했던 내용과 생각들, 그리고 반성과 새로운 각오들로 빼곡히 채웠다. 패스를 제대로 못해서 자신을 자책하는 내용도 눈에 띄었고, 패스 실패는 정신을 바짝 차리지 못한 결과라며 마음을 다잡는 부분도 볼 수 있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훈련을 하고 돌아오면 감독님이 가르쳐주신 전술과 자신이 그 전술을 얼마나 이해하고 받아들였는지, 그리고 만약 그렇지 못했다면 다음에는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지 등 나름대로 자신이 정리한 것들을 기록해 두었다.
지성이가 축구부의 떡볶이 회원에 가입한 적이 있었다. 공식 모임은 아니었고 동료 선수들끼리 구성한 동우회 비슷한 것이다. 한 사람씩 돌아가며 일주일에 한 번씩 떡볶이를 사주는 거였는데, 그날은 지성이가 떡볶이 당번이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던 나는 지성이가 노는 데 정신이 팔려 집에 빨리 오는 걸 신경 쓰지 않았다며 사정없이 몰아쳤다. 지성이는 내 앞에서 제대로 설명도 못하고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급기야 내 입에서 “그렇게 늦게 올 거면 당장 축구 때려치우라”는 소리에 “앞으론 절대 늦지 않겠다”며 싹싹 빌었다.
나중에 지성이 일기를 보고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았다. 지성이는 그날 일기에 축구부 떡볶이 모임을 설명하면서 ‘아빠가 축구를 하지 말라고 해서 두려웠다. 두려운 이유는 내 꿈이 축구 국가 대표 선수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써놓았다. 그 일기를 보고 아이에게 얼마나 미안했는지 모른다.
그러다 일기를 통해 지성이가 단순히 축구를 좋아하고 즐기는 게 아니라 대학 입학은 물론 국가 대표가 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 지성이에게 축구는 더 이상의 놀이가 아니었던 것이다. 국가 대표에 대한 소원은 그 후에도 여러 차례 일기에 언급돼 있었다. 축구를 하는 게 고달프고 힘이 들어도 목표가 국가 대표이기 때문에 꾹 참아내겠다는 내용도 자주 눈에 띄었다.
국가 대표가 되겠다는 꿈이 적힌 지성이의 일기를 보면서 나는 ‘이 녀석이 허무맹랑한 꿈을 꾸고 있네. 그래도 꿈은 클수록 좋은 법이지’하며 아들의 인생 목표를 조금은 느슨한 마음으로 지켜본 것 같다. 그러다 내가 본격적으로 뒷바라지를 하게 된 것은 지성이가 일기에 약속한 대로 자신의 생활을 실천해 나갔고, 목표대로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는 걸 확인하면서부터다.
그 후론 훈련장에도 종종 나가 보고 지방에서 경기가 열릴 땐 학부모들과 함께 차를 타고 원정 응원을 가기도 했다. 지성이는 이전과 달리 내가 축구부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자 얼굴 표정이 밝아졌다. 아마도 당시 지성이는 ‘적어도 이제부턴 아빠가 날 축구 그만두라고 야단치는 일은 없겠구나’하고 생각했을 것이다.
첫댓글 너무도 유명한 박지성 선수 일기~~~더이상 말이 필요 없이 행동으로 옮기세요!!!!
박감독님도 일기 한번 써보시죠. 날마다 가락동파의 재밌는 일상에 대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