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성시장역 / 우종구
지하철 문이 열리자 동해안이 통째 밀려든다
오징어 꽁치 고등어 갈치 눈이 돌아간 가자미들까지
밀물에 휩쓸려 퍼덕이며 따라든다
칠성시장 어물전은 저들의 멱을 따서 먹고 사는 곳
살아있어도 죽었고 죽어있어도 살아있는 저 눈들을
그 누구도 감길 수가 없다
칼을 들이대도 깜빡일 수 없는 저 그렁한 눈망울들
능란한 칼질에 따라 값은 시끌벅적 매겨지고
가게마다 꽉 찼던 진열대가 비어갈수록
허리끈에 묶인 전대는 부풀어 오른다
비릿한 시장이 조용해지면 일곱 별이 허공에 뜬다
지하철 문이 닫히자 동해안이 맥없이 출렁인다
텅 빈 바다를 싣고 지하철은 갈치처럼 달린다
남아있는 어물들은 캄캄한 시장 바닥에서 서로를 위로하며
무서운 내일을 기다린다
(대구문학 / 3월호)
첫댓글 선생님, 오래도록 건강하셔서 좋은 작품 많이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선생님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