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음유림관작【貞觀吟楡林關作】-정관 연간, 유림관을 읊어 짓다-이색【李穡】
晋陽公子結豪客【진양공자결호객】진양공자가 호걸들과 친분 맺어
風雲壯懷滿八極【풍운장회만팔극】풍운의 장한 회포 우주에 가득했다.
赫然一起揮天戈【혁연일기휘천과】기운차게 한번 일어나 하늘 무기 휘두르니
隋堤楊柳無顔色【수제양류무안색】<수제>의 버드나무 제 빛을 잃었었다.
已踵殷周成武功【이종은주성무공】은나라와 주나라 본받아 무공을 세웠으니
宜追虞夏敷文德【의추우하부문덕】순임금과 우임금 본받아 문장의 덕을 펴야 하리라.
持盈守成貴安靖【지영수성귀안정】가득 찬 것 지키고, 성취 유지함에는 안정이 제일이라
好大喜功多反側【호대희공다반측】큰 일 즐기고, 공로 좋아하면 잘못되기 쉽도다.
三韓箕子不臣地【삼한기자불신지】우리나라는 기자 때부터 중국이 신하 삼지 않던 땅이니
置之度外疑亦得【치지도외의역득】예외로 하여 그냥 둠이 좋았을 것을
胡爲至動金玉武【호위지동금옥무】어찌하여 금옥과 같은 발걸음을 일으켜
啣枚自將臨東土【함매자장임동토】말에 재갈 물리고, 스스로 동쪽 땅으로 몰려왔던가.
貔貅夜擁鶴野月【비휴야옹학야월】날쌘 군사들 달밤에 안시성을 에워싸고
旌旗曉濕鷄林雨【정기효습계림우】무수한 깃발은 계림에 내리는 새벽 비에 젖었다.
謂是囊中一物耳【위시낭중일물이】주머니 속 물건 취하듯 쉽다고 말하더니
那知玄花落白羽【나지현화락백우】눈동자 흰 깃에 적중될 것을 그 누가 알았을까.
鄭公已死言路澁【정공이사언로삽】정공이 이미 죽어 언로가 막혔다가
可笑豊碑蹶復立【가소풍비궐복립】우습구나, 쓰러뜨린 큰 비석을 다시 세우다니
回頭三叫貞觀年【회두삼규정관년】머리 돌려 정관의 연호를 세 번 소리쳐 보니
天末悲風吹颯颯【천말비풍취삽삽】하늘 끝에서 슬픈 바람만 쌀쌀하게 불어오는구나.
작가 이색【1328~1396】은 고려 말의 문신·학자이며 자는 영숙【穎叔】, 호는 목은【牧隱】이다. 이제현【李齊賢】의 문인이다.
예문관대제학과 성균관대사성 등을 역임하며 신유학 보급에 하였다.
우왕의 사부【師傅】가 되었다.
위화도회군 이후 이성계【李成桂】의 세력을 견제하려 했으나 오히려 그들에 의해 유배되었다.
이 시는 당 태종의 고구려 침략을 소재로 다루고 있으며, 작가 이색의 주체적이고 민족주의적인 역사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 시는 내용상 크게 4단락으로 나누어 살려볼 수 있다.
먼저 1단락을 보자
晋陽公子結豪客【진양공자결호객】진양공자가 호걸들과 친분 맺어
風雲壯懷滿八極【풍운장회만팔극】풍운의 장한 회포 우주에 가득했다.
赫然一起揮天戈【혁연일기휘천과】기운차게 한번 일어나 하늘 무기 휘두르니
隋堤楊柳無顔色【수제양류무안색】<수제>의 버드나무 제방이 빛을 잃었었다.
태종이 제위에 오르기 전에는 주로 호방한 사람들과 친분을 맺고 지냈다
그의 호방한 기운은 세상에 가득하고, 우주【八極】에 가득했다
호방한 기운은 실력에 근거한 신념에서 나오는 힘이다
젊은 시절에 품어온 야망과 길러온 호기가 권력을 잡자 구체적 행동으로 옮겨져 하나의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 것이었다.
그가 제위에 올랐을 때, 하늘의 뜻을 명분【天戈】으로 조금도 망설임 없이 한 번에 일어나【一起】
기운차게【赫然】 바로 실천에 옮겨졌다【揮】 수나라 제방【隋堤】의 버드나무【楊柳】가 얼굴빛이 없어졌다는 것【無顔色】은 그가 수나라 앙제를 쳐부수고 황제가 되었음을 상징한다.
여기서는,
당태종이 수나라를 물리친 사실의 내력을 적어전쟁과 명분의 상호 관계를 의론할 실마리를 마련하고 있다
2단락을 보자
已踵殷周成武功【이종은주성무공】은나라와 주나라 본받아 무공을 세웠으니
宜追虞夏敷文德【의추우하부문덕】순임금과 우임금 본받아 문장의 덕을 펴야 하리라.
持盈守成貴安靖【지영수성귀안정】가득 찬 것 지키고, 성취 유지함에는 안정이 제일이라
好大喜功多反側【호대희공다반측】큰 일 즐기고, 공로 좋아하면 잘못되기 쉽도다.
당태종이 수나라를 칠 때
당태종은 은나라와 주나라의 명분【殷周】을 빌어【已踵】 전쟁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成武功】따라서 당태종은 마땅히 순임금과 우임금【虞夏】을 쫓아【追】 문덕【文德】으로 정치를 천하에 펴야 한다【宜敷】.천하를 얻은 것은 이미 최고의 업적을 이룬 것이다
최고의 것은 빼앗으려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그것은 지키기도 힘든 것이다.
이런 경우, 우선 기반을 공고히 해야 한다
기반을 공고히 함에는 우선 안정해야 한다.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패배한 세력과 반발 세력을 존재 여부를 살피고, 그들의 역공을 막아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안정이 필수적인 것이다.
그런데도 당태종은 천하를 차지하고 아직 그 기반을 공고히 다지지도 못하였다.
이러한 형편에, 오히려 더욱 욕심을 내어 고구려를 공격하는 것은 위험하고 무리한 일이라는 것이다.
작가는 당태종의 성급한 팽창주의라고 비판하고 있다
아울러 당태종의 성급한 팽창주의는 큰일을 즐기고【好大】 공로를 좋아하는 일【喜功】이다.
이러한 경우, 많이【多】 의도와는 다르게 할 수【反側】도 있다.
이것은 곧 개인적 영웅주의에 지나지 않는다고 혹평하고 있다.
여기서는 우임금과 순임금의 덕치주의와당태종의 성급한 영웅주의를 비교하여 당태종의 성급하고도 명분에 어긋난 이웃나라 고구려를 침략하는 전쟁을 비판하고 있다
결국, 여기서는 순임금과 우임금이 덕치를 펼쳐 태평성대를 이룬 사실을 들어, 당태종이 고구려를 무력으로 침공함이 도리에 맞지 않음을 지적하고 있다.
3단락을 보자
三韓箕子不臣地【삼한기자불신지】우리나라는 기자 때부터 중국이 신하 삼지 않던 땅이니
置之度外疑亦得【치지도외의역득】예외로 하여 그냥 둠이 좋았을 것을
胡爲至動金玉武【호위지동금옥무】어찌하여 금옥과 같은 발걸음을 일으켜
啣枚自將臨東土【함매자장임동토】말에 재갈 물리고, 스스로 동쪽 땅으로 몰려왔던가.
貔貅夜擁鶴野月【비휴야옹학야월】날쌘 군사들 달밤에 안시성을 에워싸고
旌旗曉濕鷄林雨【정기효습계림우】무수한 깃발은 계림에 내리는 새벽 비에 젖었다.
謂是囊中一物耳【위시낭중일물이】주머니 속 물건 취하듯 쉽다고 말하더니
那知玄花落白羽【나지현화락백우】눈동자 흰 깃에 적중될 것을 그 누가 알았을까.
작자는 먼저
중국과 우리나라의 각별했던 역사를 이야기 한다
중국이 우리나라에 대해서【三韓箕子】 결코 신하의 나라로 대하지 않고【不臣地】평등한 관계로 예의를 지켰던 사실을 말했다.
이 사실을 고려할 때, 당태종도 고구려를 팽창정책의 예외로 인정하여 그냥 내버려 두었어야 마땅하다【置之度外】.그런데, 어찌【胡】 금과 옥같이 고귀한【金玉】 황제의 신분으로 침략【武】의 발걸음을 재촉하였단 말인가
그것도 은밀히 말에 재갈을 물리고【啣枚】, 직접【自】 군사를 지휘하여 우리나라를 침략하였단 말인가【臨東土】침략을 목표로 단련된 날랜 군사들【貔貅】을 이끌고 당태종은 달밤에 안시성을 포위하였다【夜擁鶴野月】그 때 조용한 우리나라는 새벽비가 내리고 있었고 원정군인 당나라 군대의 깃발【旌旗】은 새벽 비에 젖고 있었다【曉濕鷄林雨】당태종의 팽창정책에 무고한 당나라 군사들은 타국에서 새벽 비를 맞으며 생사의 싸움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개인적 욕망에 눈이 먼 당태종은 안시성을 자기 주머니에든 물건처럼【囊中一物耳】 쉽게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라를 지키려는 안시성주 양만춘의 저항은 그렇게 녹록한 것이 아니었다.
그의 지혜와 용기와 무술도 대단한 것이었다.
양만춘이 쏜 화살【白羽】은 침략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인 당태종의 눈【玄花】을 정확히 맞추어 태종의 눈은 떨어지고【落】, 안시성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여기서는
당태종이 고구려를 침공하여 싸웠으나 고구려 장수, 양만춘이 애국심과 용기와 지혜로 물리쳐 당나라가 무참히 패배한 사실을 적고 있다
4단락을 보자
鄭公已死言路澁【정공이사언로삽】정공이 이미 죽어 언로가 막혔다가
可笑豊碑蹶復立【가소풍비궐복립】우습구나, 쓰러뜨린 큰 비석을 다시 세우다니
回頭三叫貞觀年【회두삼규정관년】머리 돌려 정관의 연호를 세 번 소리쳐 보니
天末悲風吹颯颯【천말비풍취삽삽】하늘 끝에서 슬픈 바람만 쌀쌀하게 불어오는구나.
유림관을 지나는 작가는 과거의 역사를 생각했다
신하인 정공이 이미 죽어【鄭公已死】 언로가 막혀【言路澁】 태종의 성급한 팽창정책이 무리하게 시행되었다.
그 결과로 안시성주 양만춘에게 비참한 패배를 당했다.
당태종 태종은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정공를 생각했다.
그는 정공의 비석을 다시 세웠다【豊碑蹶復立】. 그는 당태종의 이러한 어리석음이 참으로 우습다【可笑】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 비석을 돌아보았다 【回頭】그리고는 정관 연간에 있었던 일【貞觀年】을 세 번이나 되새겨보았다【三叫】하늘도 그 때의 일을 아는지, 하늘 끝 먼 곳【天末】으로부터 슬픈 바람이【悲風】 쌀쌀하게 비석에 몰아치고 있었다.【吹颯颯】고 적고 있다
결국, 여기서는
성급한 팽창주의 정책을 후회하는 태종과고구려 장군 양만춘이 나라를 지켜낸 장쾌한 일을 상기함으로써 당시의 <소극적이고 사대적인 고려의 현실을 비판>하는 그 시대 지성인으로서의 작가의 주체적인 역사의식이 드러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