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빛 바다를 홀로 서서 지키는 섭지코지 선돌 성산10경중 제 9경 "협재선돌峽在旋乭 " 글/이승익
어릴적 필자는 외가집이 있는 신양리 외숙부집에 가끔 들리곤 한다.정초에 세배라든지 외할아버지 할머니 제사에 간다든지 하여 나고자란 마을 다음으로 정감이 가는 마을이다. 그 시절 외가집 가까이에 있는 모래사장 그러니까 지금의 신양해수욕장 백사장에선 마을 사람들 여럿, 품앗이 형태로 둥그런 그물을 넓게 둘러 그물을 양쪽으로 끌어 올리면 싱싱한 고기들이 파닥거리며 그물가득 잡혀 온마을이 고기 잔치를 벌리는 것을 보았었다.
신양 마을은 예전 부터 이웃간 정이 돈독하여 제주마을 전통인 품앗이 문화가 그 어느 지역 보다 발달하여 애향심과 향학열이 뛰어나 대내외를 빛낸 인물을 많이 배출 해낸 마을이다. 이마을 출신들은 경향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지만 고향을 생각하는 전통은 어느마을 못지 않음을 볼 수 있다. 예로 부터 강직한 전통을 자랑하는 신양마을 주민들은 불굴의 정신으로 어려움을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 척박한 모래밭을 일구는 정신으로 마을을 지켰다고 자부한다.
이 마을 설촌은 지금으로 부터 약 100여년전 고기잡이와 해초 채취를 위해 윗마을인 고성리에서 정鄭씨.김金씨.오吳씨 등이 내려와 바닷가에 집을 짓고 정착한것이 마을이 생긴 유래라고 한다.
이후 앞바다에서 풍부한 해조류와 고기잡이가 풍성하여 다른 마을에서 이주하는 주민이 많아졌다. 이렇게 부락이 형성되자 마을 이름을 머리쪽은 막아지고 한쪽만 터져 있어 그 모양이 방房을 닮았다 하여 방두포라 불러 지금도 나이든 이들은 제주어가 변형된 방디라고 부른다.
길게 펼쳐진 모래사장 끝 속칭 '보름알'해안엔 에메랄드빛 바닷물에 깊게 뿌리 박은 선돌이 우뚝 서 위용을 자랑한다.성산 10경 중 제9경인 '협재선돌峽在旋乭'은 섭지코지 등대 옆에 높이 30m 둘레 15m의 선돌바위가 바다위에 위치해 있다.
구전에 의하면 하늘나라 선녀들이 이 곳에서 목욕을 하고 하늘을 오르는데 동해바다 용왕 아들이 선녀들 미모에 반하여 뒤따라 오르려 하자 이에 옥황상제가 분노해 왕자를 돌로 만들었다는 바위다. 그 바위 앞에서 선남 선녀가 사랑을 맹세하고 혼인을 하면 훌륭한 선비 자식을 얻을 수 있다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어릴때 섭지에 서면 병풍처럼 둘러선 일출봉이 고왔다 한라산 자락에 늘어선 오름 무리가 고왔었지 섭지 바위에 뽀사지는 하이얀 파도는 어린눈에도 정겨운 물보라 빛이였지 언제부터인지 아름다운 섭지코지에 콩크리트로 세워진 벽체가 슬픈 듯 꾸벅 거리며 졸고있는 몰골을 보는 요즘 가슴이 무척 쓰리다. (고옥희 시, 단상斷想 2 전문)
섭지코지가 있는 마을 토박이 시인인 성산포문학회 총무를 맡아 우리지역 문화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고옥희의 시 '단상2'에서 시인은 어릴적 사유를 떠 올리며 작금의 섭지코지의 무분별한 개발에 가슴 아파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위의 시에서 시인은 섭지코지에 서 주위를 바라보면 한라산이든 오름이든 다가오는 모습이 무척 아름답게 보인 듯 하다. 지나간 시간을 유추하면 파란 바다도 하얀 파도도 시인의 눈엔 정겨움으로 다가 오는듯 한 모습이다.
그 아름다움과 정겨움도 세월의 부산물인지 어쩐지 모르지만 예전 같이가 않은 듯, 울컥한 이내 마음을 내면에 담아 아릿한 추억의 파편들을 아프게 걸러내는 심산인 듯 하다. 무릇 시인은 상상하는 존재다. 시인의 상상은 아름답기도 가슴 답답하기도 할 것이다. 시인이 상상은 이렇게 이어진다.
만약에 아주 만약에 저 아름다운 섭지코지에 아무런 시설물이나 인위적인 파해침이 없는 맨살의 섭지코지를 상상해본다. 그 상상의 현실을 금액으로 따진다면 섭지코지의 값어치는 상상을 초월한 금액이 나올 것이다.지금의 콘크리트로 떡칠한 섭지코지가 천원이라 치면 맨살의 섭지코지는 천원의 백배 천배가 훨씬 넘을 것이라는 상상이다. 상상은 시인의 자유이기 때문에 이러한 상상도 나쁘진 않을듯 하다.
태평양 물결이 흘러와 부딪치는곳 섭지코지, 그 아름다운 모습은 어디에 비겨도 손색이 없다.어디에 내어 노아도 결코 부족함이 없다.일년 열두달 관광객이 끊이지 않고 찾아오는 섭지코지가 아닌가. 섭지코지는 조면현무암으로 이뤄진 부정형 구릉지대다. 섭지코지 상징인 선돌을 중심으로 작은 송이 오름이 있고 조망이 끝내주는 제주도 기념물로 지정된 협자연대(俠子煙臺)가 있어 관광객들에게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작금의 섭지코지는 관광객으로 초만원이다. 주차시설 등 인프라 구축도 시급한 실정이다. 섭지코지의 주인은 신양리 주민이다. 주민 모두가 합심하여 섭지코지를 가꾸고 아끼는 것도 주민이 몫이다. 시인의 상상처럼 맨살의 섭지코지를 상상하면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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