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2주만입니다. 지난 주에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에서 원앙축제를 한다고 온정신을 빼고 다시 오니 오랜만에 오는 것 같아요^^ 세연이는 2주 전에 집씨통 만드는 게 재미있었다고 오늘도 집씨통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우리가 정하는 것은 아니지요.
가는 도중에 정림님이 먼저 올라가 계신다고 문자가 와서 일단 컨테이너에 갔습니다. 간식과 이름표를 챙기러 갔지요. 그런데 세연이 이름표 밑에 작은 봉투가~ 오옷 이것은 선물임을 직감하고 얼른 열어보는 세연이~ 그 안에는 뚝향나무를 깎아만든 귀여운 도토리가 있었어요, 나중에 나무자람터에서 흐른님의 설명을 들어보니 향나무 중에서도 고유종인 뚝향나무를 직접 깎아서 졸참나무 깍지를 씌우신 거래요. 진짜로 나무에서 향이 나니까 신기합니다. 목걸이로 만드셨는데 세연이는 길이 조절도 된다고 신기하대요^^
이름표가 여럿 있었는데 일단 저희 이름표만 하고 나무자람터로 올라갔어요. 추정림 활동가님과 흐른님이 계셨어요. 흐른님은 오늘 개미님이 많다보니 지원해주러 오신 듯 했는데, 결과적으로 너무 열심히 하시고 아이들하고 놀아주기까지 하셔서 지원이라기엔... 너무 열심히 해버리셨어요! 오랜만에 만나니 너무 좋았습니다. 그리고 덕님과 성란님은 더 보고 싶어지네요. 어찌 지내시는지 아시냐고 하니 서로 모른다고 하셔요. (서로 왕따래요 하핫)
나무자람터에는 도토리파종 일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직도 따뜻한 11월 하순! 묘상을 고르고, 10줄 정도 일렬로 자리를 어림해놓고 호미로 쭉 파고는 줄점파종을 합니다. 도토리보다 2~3배 깊이로, 10cm정도 파고 도토리를 3~5개씩 13지점 정도 넣고 다시 덮어주어요. 옆줄을 파다보면 앞에 넣은 도토리들이 자연스럽게 덮이게 되고, 덮고 나면 살살 다독여줍니다. “잘 자라라~” 주문 필수!
일을 하다보니 여러 사람이 더 왔어요. 일단은 각자 설명을 듣고 같은 일을 했지요. 그렇게 일하다 3시 30분쯤 되어서 쉴 때 각자 소개를 했습니다. 다들 간식을 먹으면서도 쭈볏쭈볏하고 있어서 제가 먼저 소개를 했어요. 신기하게도, 1140번인 제가 제일 앞번호라서 제가 먼저 소개한다고 시작을 했어요. 오늘 오신분들은 모두 1200번대더라고요! 노을공원에 오다보니 제가 제일 앞번호인 날도 있군요~
김영진 개미님은 미국 생활 중 휴학하고 한국에 계시는데 어제도 오늘도 연속 개미활동 중이셨어요. 김진수 대표님과 영진 개미님 아버님이 친구사이셔서 알고 오셨다고 합니다
조우리개미님과 부인 박예지님도 오셨어요. 조우리님은 서대문구에서 `떡잎마을 방범대`라는 자원봉사 단체를 이끌고 계시다고 해요. 지난 여름에 샛강이 범람해서 복구해야 했을 때 `떡잎마을 방범대`에서 봉사자 20명을 보내주셨다고 해요! 게다가 이번에 원앙축제 한 것도 아시더라고요^^ 정말 신기했어요.
태희정님과 따님 김보경님은 지난 주에 이어서 한 주만에 또 방문하셨대요. 지난 주에 너무 재미있어해서 또 오려고 했는데 둘째가 감기에 걸리는 바람에 아버님과 둘째는 집에 남겨두고 올 수 밖에 없으셨대요. 온가족이 출동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대단하셔요. 1학년인 보경이가 학교에서 환경교육을 받고 왔는데 어디서 나무를 심을 수 있나 찾아보고 오셨다고 해요. 이번 주에는 친구까지 모셔오셨어요~
묘상에다가 직접 도토리를 파종하고 나서 낙엽 이불을 덮어주는게 참 좋았습니다. 실제로 숲에서 자연스럽게 이렇게 될 텐데, 묘목을 키울 때는 비닐로 덮기 마련이지요. 일부러 노을공원관리사업소에서 낙엽을 받아다가 하시는데, 소통이 부족해서 아쉬운 점도 있으시다고 해요. 흐른님 말씀을 들어보니, 사실 덮어주는 낙옆으로 은행잎과 침엽수는 적당하지 않다고 해요. 침엽수는 보온기능, 수분 공급 기능이 부족하고 은행잎은 살균 성분이 있어 잘 썩지 않는다고 하네요. 낙엽 속에는 공원에 버려진 쓰레기도 섞여있다고 합니다. 도시에서 낙엽을 활용할 수 없는 이유와 정말 비슷했어요. 그래서 도시의 낙엽은 전부 소각되지요. 그래도 노을공원에서는 이러한 어려움이 있다해도 최대한 낙엽을 잘 선별해서 쓰고 계셨어요. 낙엽 이불을 도톰히 덮은 묘상을 보니 따뜻해보였어요.
간식을 먹고는 묘상에다가 흙을 날라서 덮어주는 일을 했습니다. 세발수레는 양껏 담았다가는 가다가 엎어지기 일쑤여서 반쯤 담고 아슬아슬하게 묘상에다가 엎었습니다. 어른 7명에 아이 3명이 같이 힘을 합쳐서 세발 수레를 줄지어 나르는 모습을 보니 정말 개미행렬 같았어요^^ 아이들은 괭이삽으로 흙을 고르게 펴기도 하고, 직접 삽으로 흙을 떠 담기도 했어요. 이후에는 묘상에서 잡초 풀뿌리를 골라내었습니다. 도토리가 자랄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 일단 풀뿌리는 최대한 골라내주어야 해요. 위에서 한번 고르고, 흙을 뒤집어서 한번 더 골라내줍니다. 이렇게 해두고 도토리를 파종한 후에 봄에 새싹이 올라올 때 한번 더 골라내주면 여름에 엄청난 잡풀 정리를 덜해도 되는 가봐요^^ 이 세상에 잡초는 없다지만, 도토리도 어린 시절에는 보호받아야하기 때문에 그렇게 해주어야 한 대요. 좀 더 크면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오늘 흐른님께서는 우리가 하는 일들의 의의와 겨울, 봄을 거치는 자연의 섭리와 나무의 생태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려주셨어요. 정림님도 활동하는 법을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잘 알려주셨어요.
아이들에게는 오늘 엄청난 선물이 있었습니다. 외발수레 타기! 무려 3번이나! 처음에, 중간 휴식 2번 모두 수레를 신나게 탔는데, 세 아이를 한꺼번에 태우고 다니셨어요. 도대체 힘이 얼마나 세신 건지 말도 못해요. 3번째 마지막으로 태워주실 때는 낙엽 푸대 위에다가 셋을 다 던져 올려주시기 까지 했다니까요. 아이들은 너무 재밌는지 일하다가 중간에 누가 꾀를 부린다 싶으면 “야 너 이따 수레 안탈거야?” 하며 엄청 열심히 했어요^^ 서로 같이 있기만 해도 즐거운 아이들은 오늘 최고로 신났습니다
파종이라든지 여러 일들을 다 마무리하지는 못해서 추정림활동가님과 흐른님은 나무자람터에 좀 더 계시고 저희만 먼저 내려왔어요. 개미님들은 “와 여기 노을공원 맞네. 노을 참 예쁘다” 하셨어요. 4시 30분이 되니까 슬슬 노을이 지기 시작했고 5시가 넘어가지 빨간 노을 끄트머리가 보였어요.
겨울에는 집씨통 만드는 줄 알았는데 요새는 겨울에도 땅이 얼지 않아서, 정말 정말 아주 춥지 않으면 할 일이 많아서 나무자람터에서 일을 하게 된대요. 그래도 진짜 추울 때는 군고구마 굽고 떡 구워 먹으며 집씨통 만들자고 하셨어요^^ 아직 노을공원에서 여름, 가을 밖에 지내보니 않았으니 이번 겨울에는 또 어떤 재미있는 일이 있을까 기대가 됩니다.
노을공원에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스스로 찾아내서 의지를 가지고 오시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지, 참 열심히 하시고 재미있게 하시고, 선한 모습이 그냥 느껴져요. 오늘 만나 본 개미님들 덕에 재미있게 개미활동할 수 있었어요. 현서랑 보경이랑 세연이는 오늘 정말 재미있게 놀았는데 언제 또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