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 간비오봉(干飛烏峰) 이야기 -2
해운대의 진산(鎭山) 장산 이야기 ❽
간비오봉(干飛烏峰), 봉우리 이름이 독특하다. 이름을 글자 그대로 풀어보면 ‘비오(飛烏)’는 ‘날아다니는 까마귀’임이 분명한데, 다만 ‘간(干)’의 해석은 여러 갈래로 나뉠 수 있다. 먼저 ‘간(干)’이 ‘천간(天干) 간(干)’이니 ‘하늘’을 뜻한다고, 또 동북방(東北方)을 뜻하는 ‘간(艮)’의 와자(譌字)로도 볼 수 있으며, 한편으로 한자 ‘간(干)’을 ‘크다’는 의미의 고유어 ‘한’을 음차한 글자로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어쨌든 간비오봉(干飛烏峰)을 ‘큰 까마귀가 나는 봉우리’정도로 해석함이 타당할 것이다.
그러나 간비오(干飛烏)를 이두식으로 풀어 ‘큰 나루’로 해석하는 전혀 다른 방향의 주장이 있다. 즉 ‘비오(飛烏)’를 ‘날+오’로 읽으면 ‘날오>나로>나루’의 변화과정을 유추할 수 있으며, 그 ‘날오(飛烏)’에 ‘크다’는 의미의 ‘한’을 음차한 ‘간(干)’이 결합하여 ‘간비오’가 되었다는 주장이다. 주장의 근거로 근처 수영강에 ‘큰 나루’가 있었음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언뜻 그럴싸해 보이지만, 실상 아주 단순한 지리적 맥락조차 고려하지 않은 견강부회식 해석에 불과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주장이 『부산문화대전』과 같은 공신력 있는 자료에 여과 없이 수록되어 잘못된 지리 해석이 마치 통설(通說)로 굳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간비오봉에 오르면 가장 먼저 전방과 좌우로 훤히 트인 바다 조망이 눈에 들어온다. 그것이 바로 간비오봉이 고대로부터 봉수대의 적임지로 주목받았던 결정적인 이유다. 따라서 간비오봉에서 외부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으로 이름을 짓는다면, 오히려 ‘고원견봉’혹은‘원망봉(遠望峰)’정도로 지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굳이 간비오봉 아래로 보이는 지형지물에 특정하여 이름을 짓는다 하더라도, 전방 좌우 어느 쪽에도 ‘큰 나루’가 형성될 만한 지형적 조건을 갖춘 곳은 없다. 그나마 나루터로서 조건을 갖춘 곳은 수영강을 제법 거슬러 올라가서 수심이 어느 정도 확보되고 한바다의 거친 파도가 덜한 재송동 나루가 제격이다.
그러나 정작 재송나루는 간비오봉에서 보이지 않는다. 재송나루는 간비오봉에서 뒤쪽 서북쪽으로 직선거리 약 3km 멀리 떨어진 위치, 장산의 서쪽 사면 아래에 있다. 그런 까닭으로 간비오봉에서 재송나루 쪽을 바라볼 때, 재송나루는 장산의 재송동쪽 산자락과 우거진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재송나루 건너 쪽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멀리 수군영(좌수영)이 보이지만, 우리는 기본적으로 수군진영을 나루라 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 고장의 중심인 동래와의 교역을 위해서는 재송나루에서 출발하여 바로 온천천을 거슬러 올라가면 되니, 굳이 재송나루 건너 강변에는 큰 나루가 필요하지 않다. 다만 도강(渡江)을 위한 작은 거룻배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소규모의 시설이 있었을 뿐이다.
잘못된 지리해석은 역사와 인문해석에 있어 심각한 연쇄적인 오류를 양산한다.
정승욱 / 문학박사 · 대동민속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