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청소년 아시아 문화체험 기록 7
8월 5일(목)
숙소에서 아침을 먹는다. 간단하게 토스트와 잼, 버터 그리고 차를 마실 수 있도록 해놓았다. 1인당 빵은 두 쪽만 먹으라고 했는데, 우리 아이들은 그걸 모르고 4개 이상 먹어치웠다. 내일은 정량대로 먹기로 하자.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한다.

2차 아시아 문화체험 때는 학습에 상당히 비중을 주었다.
하지만 아시아 문화체험은 지식보다는 직접 부딪히면서 보고 느끼는 경험이 더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이번에 참여한 일부 학생의 경우 공부에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기에 설명을 줄이고 다양한 체험을 할 기회를 더 만들어줄 생각이다. 오늘 목적지는 사바주 박물관이다. 어느 나라나 도시를 방문할 때 제일 먼저 찾아봐야 할 곳이다.
말보다 더 좋은 건 직접 보고 체험하는 것이다. 밖으로 나가 걷기 시작한다.
박물관으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 버스를 타고 가거나 걸어서 가기. 버스를 타도 좀 걸어야 한다.

나는 내심 걸어서 가고 싶었지만 모두들 엉덩이가 무겁다.
마침 택시 기사가 흥정을 해온다. 잘 됐다. 다수의 뜻에 따른다. 한 대의 택시에 여섯이 모두 탔다.
사바주립 박물관(The Sabah Museum)에 도착했다. http://www.museum.sabah.gov.my/
입구에서 아이들의 눈을 끈 건 오래된 고급 자동차들이다. 태은이가 자동차에는 일가견이 있다.

첫 학습장소이니 인증샷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뜨거운 햇살에 머무는 걸 좋아하지는 않는다.

어서 저 시원한 건물 안으로 들어가야지...

사바 박물관 입장료가 좀 터무니 없다. 외국인에게는 15 링깃(6천원)을 받는다. 우리 나라 사립 박물관 입장료만큼이나 한다.
말레이시아 인은 2 링깃. 외국인은 봉이다. 말레이시아 인이라도 학생과 어린이, 55세 이상 어른과 장애인은 무료 입장이다.
문을 여는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쉬는 날은 없다고 한다.
박물관 내부는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보관함에 모든 짐을 맡기고 들어간다. 입구에 큰 고래 화석이 보인다.
아이들은 우리보다 먼저 박물관 이곳 저곳을 돌아다닌다.
사실 우리 나라 초중고등학교에서는 말레이시아 역사를 거의 가르치지 않는다.
우등생이라도 영국 식민지를 겪었다는 사실과 이슬람 교를 믿는 사람이 많다는 정도를 알 뿐이다.
보르네오 섬이 말레이시아 영토의 일부라는 것도 잘 모른다.

게다가 말레이 반도로 구성된 서부 말레이시아와 보르네오 섬 북쪽을 차지하고 있는 사바 주에 대한 지식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말레이시아 역사에 관한 책도 거의 없지만 그나마 말레이 반도를 중심으로 서술되고 사바 주에 대한 것은 극히 한정적이다.
정말 우리는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에 대해 너무 알고 있는 게 없다.

그나마 자유 여행자들이 남긴 단편적인 기록이나 여행기로 정보를 얻을 뿐이고, 인문학이나 문화 예술 분야 자료는 정말로 찾기 힘든다.
사바(Sabah)는 1881년 11월부터 영국 지배하에 들어간다. 영국은 동인도회사를 설립하여 인도를 지배했듯이, 북보르네오회사를 통해 보르네오 지역을 식민지화 한다. 초기에는 담배와 고무나무 플랜테이션과 목재와 토지 판매 등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어나갔다.
1896년, 영국은 북보르네오에 철도를 놓기 시작한다.

일본이 조선에 철도를 부설한 목적은 식민지 자원을 수탈하기 위한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 나라 최초 철도는 1899년에 개통된 경인선이다. 중국 근대화 과정에서 일어난 의화단 운동 당시 제국주의 국가들이 부설한 철도를 중국 인민들이 대부분 파괴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철도는 산업 혁명의 상징이 아니라 침략과 수탈의 도구일 뿐이었다.
말레이어와 영어로 설명이 붙어 있어 천천히 보면 이해되는 내용이지만, 아이들은 그냥 훑고 지나가 버린다.

충분한 기본 지식이 없이 박물관을 관람하려면 무척 시간이 많이 걸리고 실감이 나지 않는다.
우리 국립중앙박물관을 수학여행 코스로 잡아서 아이들을 집어넣으면 삼십 분도 안 되어 나오는 이들이 태반이다.
박물관을 찾는 이는 별로 없어 조용해서 좋기는 하다. 간혹 가이드를 데리고 오는 외국인이 있기는 한데, 가이드 설명이라는 게 뭐 특별하지는 않다. 이건 뭐고, 저건 뭐고 하는 수준이라 혼자서 봐도 충분하다. 단,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갤러리는 문을 열지 않아 사바 예술 작품을 감상할 기회를 얻지 못하여 아쉽다.

박물관에는 과학기술 센터가 있어 각종 물리 현상을 체험할 수 있는 소규모 과학관이다.

과학 교사가 인솔하면 좀더 충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사바주에서 석유가 생산되므로 석유 시추 관련 전시장도 별도로 되어 있다.

박물관을 구경할 때는 왜 그리 다리가 아픈지. 어딘가 앉을 곳이 보이면 아주 반갑다.

* 제3차 청소년 아시아 문화체험
2010년 8월 4일-22일까지 말레이시아(사바 코타키나발루, 라부안, 사라왁 미리)와 브루나이(반다르스리브가완)를 청소년 네 명과 연오랑 세오녀 부부가 함께 한 여행 기록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앙코르사람들과의 만남> http://cafe.daum.net/meetangkor
에서 볼 수 있습니다.
첫댓글 맞아요.. 박물관 둘러 보러면 다리가 많이 아파요.....
헉 공부에 거부감을 느끼는 학생있다는 대목을 읽는데 가슴이.....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