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조밥 향기 / 정보경
봄비 촉촉이 적시고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면
가마솥에 녹색 차조 한 바가지
맵쌀 조금 넣고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솥에서 고슬고슬 차조 익는 내음 가득하고
밥상에는 은수저 두벌,
쇠 수저가 식구 수대로 나란했었다
녹색 차조밥에 쌀 한 줌 들어가면
하얀 밥풀때기에서
이팝나무 향기가 났었네
봄날 저녁 언니가 캐온 백합 조갯국에
그 푸르디푸른 차조밥을 말아
말갛게 먹었다
조밥을 다 먹고 장작불에
맛있는 깐 밥을
놋쇠 숟가락이 닿도록 박박 긁었네
가끔 뒤란의 대숲에 살던
작은 뱀이 마루 천장에 매달린
탬버린을 칠 때 빼고는,
흙담집 토방에서 먹던
바스락바스락 차조밥 향기
폴폴 나던 고향 집을 잊지 못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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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해 정보경 작품실
차조밥 향기 / 정보경
정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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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17 22:3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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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고향집이 그려집니다.
뱀이 사람사는 집까지....아이 무시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