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지원군, 구선생님의 또 다른 선물
아침 일찍부터 구선생님이 복지관을 찾아주셨습니다.
아이들이 <반도>를 보고 싶다고 하자, 직접 영화 CD를 전해주러 오신 겁니다.
구선생님은 CD와 함께 직접 접으신 학, 학알, 개구리도 선물로 주셨습니다.
부탁을 드린 것도 아닌데 기뻐할 아이들을 생각하며 먼저 선물을 준비해 주셨습니다.
지역사회와 관계 맺다 보니 둘레 사람들의 새로운 강점도 더불어 알게 됩니다.
아이들은 오자마자 책상에 놓인 선물을 보고 "우와~ 이거 뭐예요?"라며 좋아했습니다.
학의 날개를 접었다 폈다 해보기도 하고, 개구리를 튕기며 놀기도 했습니다.
지금껏 회의하러 올 때면 조금은 어색하게 앉아있었는데, 오늘은 활기가 넘칩니다.
구선생님의 깜짝 선물로 아이들은 더 가까워졌습니다.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이 구역의 전문가는 나야!
이번 놀이의 첫 활동이 될 운동회를 준비하기 위해 구암초등학교 체육관을 찾았습니다.
아이들은 방학에도 학교를 가야 하냐며 신세한탄을 하지만, 말과는 달리 발걸음은 가볍습니다.
앞장서서 학교의 이곳저곳을 소개하는 목소리에는 힘이 넘쳐납니다.
아이들은 이 학교의 전문가입니다.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를 통해서 위층으로 올라가는지 척척 압니다.
아는 게 많으니 할 말도 많은가 봅니다. 본인들이 잘 알고 있기에 학교에 대해 끊임없이 알려주려 합니다.
당사자가 편안함을 느끼고, 잘 알고 있는 것에 대해 물으니 자신감 넘쳐 보입니다. 빛나 보입니다.
책상에 앉아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이 마냥 당사자를 이해하는 좋은 방법이 아님을 배웠습니다.
체육관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은 공을 집어 들고 농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농구 골대에 공을 넣기도 하고, 서로를 맞추기도 하며 신나게 뛰어놀았습니다.
놀기 위해 방문한 것은 아니었음에도 도착하자마자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며 놀이 욕구를 다시금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운동회 할 때 농구를 잘 못하거나, 규칙을 모르는 친구들이 있을 텐데 어쩌지?"
"더블 드리블하면 반칙이에요. 더블 드리블은 이렇게(직접 보여주며) 드리블을 하다가 멈췄는데 다시 드리블하는 거예요."
"워킹은 공을 들고 세 발자국 이상 걸으면 반칙이고요, 또 트래블링도 반칙이에요."
"슛하려다 점프만 하는 것도 반칙이에요."
"선 넘어가도 안돼요."
"규칙이 너무 많은데 규환이가 한 번 정리해줄 수 있어? 심판도, 아이들도 규칙을 알아야 반칙 안 하고 경기를 할 수 있잖아."
"그러면 제가 규칙 설명할게요. 서준아 설명할 때 너도 도와줘"
아이들은 스스로 역할을 나누고 규칙을 정했습니다.
기존에 정했던 운동회 종목인 피구, 농구, 발야구 외에도 새로운 종목을 생각해 내야 했습니다.
초등학교 공사로 인해 물총놀이할 장소가 마땅치 않다고 판단하여, 운동회를 더 길게 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체육관에 있는 여러 기구들을 보더니 새롭고 재미있는 종목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런 게임은 어때요? 간격을 두고 서서 배구공을 주고받고, 주고받고, 주고받아서 마지막 사람이 골대에 집어넣는 게임!"
"볼링도 해요! 복불복으로 던지는 공이랑 던지는 방법도 다 뽑는 거예요. 짐볼도 쓰고 볼링공도 넣고, 발도 차기!
막 농구 던지는 자세로 던지기! 이런 거 다 넣어요."
"길쭉한 막대 손 위에 올려놓고 오래 버티기 게임 어때요?"
"막대로 하는 돌고 도는 술래 잡기요! 술래는 이 막대를 들고 터치하는 거예요. 닿은 사람이 다음 술래!"
아이들은 훌라후프를 가지고 무슨 게임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실습생 선생님들을 보며 또 다른 아이디어도 냈습니다.
"훌라후프 줄넘기로 달리기하는 거 어때요? 릴레이로 해서 먼저 돌아오는 팀이 승리!"
"그럼 마지막에는 훌라후프를 던져서 저 막대에 끼우는 거 어때?"
"그러면 못 끼우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요!"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들이 정했습니다.
무슨 놀이를 할지, 규칙은 무엇인지, 팀은 어떻게 정할지, 점수는 어떻게 줄지···
아이들이 다 했습니다. 이 사업의 주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