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경연의 인기가 뜨겁다.
한(恨)적 정서에 바탕한 기(氣)적 동조 현상으로 보여진다.
작금에 ‘풍수 한마당’에도 기(氣)적 파동이 일고 있다.
한민족은 ‘기(氣)’보다 ‘리(理)’를 지향한다고 한다.
여기서 ‘리’는 보편적 원리로 천(天), 즉
자연의 법칙과 인간 사회의 도덕이 일치된 절대적인 규범이며.
오늘날 한국인의 도덕 지향성은 이 전통적인 ‘리’ 지향성의 연장이라 한다.*
우리가 ‘리’를 지향한다는 의미는 보편적 원리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리’의 보편성은 도덕과 맞닿아 있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는 도덕적이지 않은 사람은 철저히 외면을 당한다.
이러한 ‘리’ 중시 민족성을 이용하여
정치는 헤게모니를 잡기 위하여 치열하게 다툰다.
‘리’를 지향하는 경향은 풍수에서도 여실히 보여준다.
자신의 ‘리’적 우수성을 내세우게 된다.
‘내가 가장 도덕적이며 보편적 도를 깨친 자’라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세계만을 주장(고집)하며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자신의 세계에 도취되어 서양의 과학 기술와 제도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중국은 아편전쟁으로 서구에 참패하며 치욕을 당했다.
지금 우리가 머무는 풍수 세계가 바로 이런 우리만의 풍수 세상은 아닐까?
그렇다면 누가 옳고 누가 그른 것일까?
『장자』에는 옮고 그름을 익숙함과 낯설음으로 표현한다.
거리·심리적으로 가깝고 친숙한 것이 옳음(是)이라면
낯설은 것을 그름(非)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으로 자신의 세계에 갇히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세계에 갇힌 배타적 아우성은 세상의 메아리가 없다.
소인은 좁은 울타리(세계)에 갇힌 사고를 하는 사람이다.
자기를 가두고 있는 단단히 굳은 고정관념의 껍질을 깨고 나와야
우주로 날 수 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김지하는 『흰 그늘의 미학』을 이야기하였다.
수운 최재우는 불연 기연(不然 其然)을,
원효스님은 불연 대연(不然 大然)을 언급하였다.
세상에는 음양처럼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흰’이 양(陽)이라면 '그늘'은 음(陰)을 말한다.
불연(그렇지 않음) 속에 기연(그러함)이 존재한다.
주자는 “이기(理氣) 불상리(不相離)”라 했다.
리와 기는 떨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어둠이 짙어지면 빛은 더욱 밝아진다.
빛이 밝아지면 그만큼 그림자가 짙어진다.
그래서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보려면 타자(거울)의 도움이 필요하다.
타자와 함께 다름(차이)을 로고스*로 습합(習合)해 가야 한다.
프랑수아 줄리앙(1951년생: 프랑스 사람으로 중국을 연구함)은 그의 저서
『탈 합치』에서 유럽과 중국을 아우르는 사상
즉 기존 질서에 적응하는 삶에서 벗어난 다른 세계와의 교류를 통한
실존과 정치의 새 규범을 역설한다.
한때 서구가 중국을 과학 문명에서 앞섰지만
그들만의 세계로는 그들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으며 세계를 넓힐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세계인 중국을 통한 싱크리티즘(syncretism:混合主義)*을 설파한다.
또 라깡(프랑스, 정신분석학자)은 “내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나는 생각하고,
그러므로 내가 생각하지 않는 곳에 나는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저기에 있는 세계(타자)를 중심으로 나를 그려간다는 것이다.
타자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탈 합치’하지 않는 자신만의 생각(세계)은
그 자체에 (환원과 일반화 등)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비트겐슈타인(1889-1951)은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라고 설파한다.
풍수 공부는 세계를 이해해가는 길이다.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며 소통할 때 세상은 확장되고
상생하며 공존의 길(理)이 될 것이다.
나의 생각(세계)은 다른 세계를 통해 정화하고 확장해갈 수 있다.
청향 자원(淸香 自遠)이다.
맑은 향은 스스로 멀리까지 퍼져 나간다.
*오구라 기조 지음, 조성환 옮김,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참조.
*로고스(Logos): 그 어원 상 '말'을 뜻하며 곧 말해질 수 있는 것, 이성의 원리. 즉 진리를 의미한다.
*싱크리티즘(syncretism): 혼합주의(混合主義)는 본질적으로 상이하거나 혹은 완전히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여러 믿음을 조화롭게 공존시키고 다양한 학파의 사상들을 융합하는 것.
첫댓글 지침을 제시하는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