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게 정해진 여행날이었지만, 아이들 모두 제 시간에 맞춰 신림역에 도착했습니다.
아무래도 일정이 촉박할 것 같아 아침 8시 반이라는 이른 시간에 모이기로 했지만,
한명도 크게 늦는 일 없이 다들 잘 도착했습니다.
잠이 안오고 늦을 것 같아 밤을 새고 온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하루종일 야외에 있는 일정이라 너무 힘들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여행을 정말 많이 기대했구나 싶어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길찾기 담당인 진주가 찾아준대로 지하철을 타고 경복궁까지 갑니다.
그런데 도중에 나은이가 많이 힘들어합니다.
"선생님, 저 토할것같아요... 더 말하면 진짜 토할거같아요"
앞서 별쌤에게 나은이가 오늘 몸이 안좋다는 말을 들었던 저는 잠시 아이들을 다 함께 모아 지하철에서 내리기로 했습니다.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있는 벤치에 나은이가 쓰러지듯 앉습니다.
잠시 쉬다가 나은이와 함께 화장실에 갔습니다.
저도 마침 그날이라 진통제를 챙겨온 것이 천만다행입니다.
나은이가 아침을 먹고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주위 편의점에서 간단한 먹거리라도 사서 먹이고 진통제를 주려고 했는데,
내렸던 역인 잠원역 근처에는 편의점이 없습니다. 아무리 지도를 봐도 가장 가까운 곳도 왕복 20~30분은 걸리는 거리입니다.
그런데 진주가 약 이름을 알아가더니, 검색을 해봤나 봅니다.
"이 약은 빈속에 먹어도 괜찮대요!"
나은이가 진통제를 먹어보는 것도 처음이고, 빈속이라고 해서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그나마 다행입니다.
약도 먹고 조금 쉰 후에 다시 출발하기로 합니다.
여행에 들뜬 아이들이 출발부터 시간이 지체되는게 안타까웠는지,
'이러면 놀 시간이 줄어들고 집가는 시간도 늦어지는데,,,'
하고 걱정합니다.
아이들의 걱정에 진주는
"그래도 아픈것보단 낫잖아"
하며 아이들을 달랩니다. 그러자 아이들도 곧 수긍하고 잠시 쉬는동안 또 자신들끼리 재미있게 놉니다.
어린 동생이 있는 덕분인지, 진주가 아이들을 살뜰히 챙기는 모습이 감동적입니다.
경복궁에 도착하고, 맨 처음 한복을 빌리러 갔습니다.
아이들은 화려한 한복들 중에 뭘 고를지 행복한 고민을 하며 이것저것 대어봅니다.
색깔이 겹친다고 옥신각신 하기도 하지만 다들 무척 즐거워보입니다.
환복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경복궁에 갑니다.
아이들은 사진을 찍기도하고, 찍어주기도하며 너무 즐거워합니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에 저까지 덩달아 신이 나서 사진을 많이 찍어주었습니다.
이 날 경복궁에는 외국인들이 많았는데, 아이들이 단체로 한복을 입은 모습을 보고 같이 사진요청을 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사진을 살짝 수줍어하면서도 사진을 흔쾌히 찍어주고, 깔깔대며 뿌듯해합니다.
한복을 입고 여러 배경에서 사진을 마음껏 찍은 후, 점심을 먹어야 하는 시간이 왔습니다.
저번주에 논의를 했을때 합의가 잘 되지 않았기 때문에 혹시 끝까지 의견 수렴이 어려우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계속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회전초밥집이면 다들 취향껏 먹을 수 있으니까 괜찮다며 회전초밥집으로 결정되었습니다.
30분이나 걸려 간 회전초밥집,
하지만 유명한 곳인지 만석에다 웨이팅까지 몇팀이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다들 배고픈 상황이라 예민할만도 한데 누구하나를 탓하지 않고 그냥 주변에서 먹을 걸 다시 찾자며 주위를 둘러보는 아이들,
아이들의 유연함과 어른스러움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아이들답게 깔깔대며 놀다가도 어떤 때에는 어른스러움을 보여주는 아이들의 모습에,
이때가 참 입체적인 나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밥을 맛있게 먹고, 서둘러 난지캠핑장으로 향했습니다.
중간에 일찍 퇴근하고 도와주러오신 별쌤도 합류했습니다.
봐두었던 할인마트로 가 고기와 과자, 숯과 토치 등 캠핑에 필요한 것들을 샀습니다.
예상보다 조금 더 돈이 들긴 했지만, 빠트리지 않고 준비물을 다 살 수 있었습니다.
뭘 살지 아이들과 여유롭게 쇼핑을 즐기고싶긴 했지만, 이미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늦어져 그렇게 할 수 없었던 것은 좀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예상외의 일이 발생했습니다.
마트부터 난지캠핑장까지 버스가 당연히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길찾기 담당인 진주가 버스가 '운행종료'로 뜬다고 합니다.
아뿔사.
난지캠핑장까지 가는 버스는 주말에만 운행하고, 저희가 여행을 간 평일에는 운행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어쩔수 없이 무거운 짐을 다같이 들고 30분이 넘게 길을 걸어가야 했습니다.
오르막도 있는데다가 각자 짐을 들고있어 아이들도 힘들어보였습니다.
그래도 어찌저찌 힘들게 캠핑장에 도착해 미리 주문해둔 텐트도 펼치고, 바베큐장에 불도 올리고 하자 제법 놀러온 분위기가 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해가 지면서 날씨가 더 추워져, 저도 추웠지만 아이들도 많이 추워했습니다.
그래도 별쌤이 구워주신 고기를 맛있게 먹고, 이후 캠프파이어를 하며 마시멜로도 구워먹으며 고생스러웠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텐트 대여업체 사장님께서 합정역까지 태워주셔서 올때보다 많이 편하게 왔습니다.
뒷정리를 하느냐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별쌤께서 택시를 타는것보다 가능하면 그 분께 부탁드려보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해 주셨습니다.
사실 저는 생각도 못한 일이었는데, 주변의 자원을 유연하게 활용하시는 모습을 보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덕분에 단돈 만원에 합정역까지 따뜻하고 편하게 도착해 지하철을 탈 수 있었습니다.
신림역에 도착해서는 아이들을 집까지 데려다 주었습니다.
준아, 채린, 인서는 어머님이 오셔서 신림역 출구까지만 배웅해주었고, 저는 나은이를 맡아 집까지 배웅해주었습니다.
신림역에서 조금 멀긴 했지만, 늦은 시간이고 길이 캄캄해 혼자가기는 조금 위험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추운날씨에 고생을 한 것이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자신들이 짠 계획에 따라 성공적으로 여행한 것을 뿌듯해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오늘의 여행이 오래 기억에 남을 추억으로 간직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아이들이 한복을 차려입은 모습이 고아요. 경복궁에서 한복 차려입고, 사진 찍는 것에 대해 로망이 있었는데, 원없이 풀었겠어요.. 7명의 아이들이 얼마나 재미있었을까.... 코로나라 당일치기로 여행해야하는 기관 규정 때문에 아이들에게 미안하긴 한데, 하루 안에 경복궁도 가고, 캠핑장도 가고 아이들이 하루 종일 놀 수 있었네요. 고생한 만큼 더 기억나고, 나중에도 사진 보면서 이 때 생각하며 한참을 깔깔 웃을 것 같아요. 내가 정한 곳으로의 졸업여행, 고생했어도 내가 정했고, 친구들과 함께여서 최고였던 여행으로 기억될 것 같아요. 아이들이 즐겁게 다녀올 수 있도록 거들어주어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