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늦은 후기 올립니다.
성하의 계절... 피서는 큰 산의 계곡이 최고죠. 계곡의 물을 그릴 일이 많아지는 때를 맞이해 도움을 받기 위해서 '숲속의 급류(웨크인웨트 기법)'를 연습했습니다.
오늘은 명희샘, 희자샘, 연숙샘, 그리고 저, 성예 샘은 해결할 일정이 겹쳐 마음만 함께 하셨습니다.
웨트인웨트 기법은 늘 긴장이 됩니다. 물의 농도를 정확히 포착해야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인데.... 습한 날, 에어컨 아래서 빠르게 마르는 물을 타고 숲 속의 급류에 가득한 습기를 표현하는 게 무척 바쁜 일입니다. 그래서 계속 물을 덧바르고 물감을 얹는 글래이징을 반복해야 합니다.
이 그림에서 매력적인 부분은
첫째, 아스라하게 안개가 낀 듯한 원경입니다. 역시 웨트인웨트 기법을 통한 번짐의 표현이 중요합니다.
둘째, 색감입니다. 이 그림은 크게 코발트 블루, 로 시에나, 마젠타(보라) 세 가지 색이 주조이고, 바위나 나무에는 좀 더 어둡게 표현하기 위해서 번트 씨에나, 코발트 블루, 마젠타를, 나무 표현에 터과이즈 그린과 퍼머넌트 그린 라이트가 더해집니다. 주조를 이루는 푸른색, 땅색, 보라색 계열의 조화가 낯설면서도 신비했습니다.
세째, 대범하면서도 동시에 세심합니다. 자세히 보면 바위에 나뭇가지의 그림자가 그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원경의 나무는 아스라하면서 동시에 모든 나무의 선들이 너무나 세밀하고 아름답습니다. Szabo샘은 나무를 그리는 선이 너무나 멋집니다. 그리고 대범하게 쓱쓱 그리는 것 같지만 디테일한 나뭇가지를 그려내는 꼼꼼함에는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앞 부분 동그랗게 구성적으로 표현된 관목의 나뭇가지 표현은 세심함의 극치를 이룹니다. 표현은 구성적인데 나뭇가지의 표현은 사실적이라 이런 대비가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네째, 나무 가지의 표현에 네거티브와 포저티브를 공존시키는 기법입니다. 지금까지 공부한 Szabo샘의 그림에서 나뭇가지 표현에 늘 네거티브와 포저티브가 동시에 사용되고 있는데 나뭇가지의 모양은 무척 사실적인 반면 이 기법으로 인해 사실적인 동시에 구성적인 회화성을 실현시키고 있습니다.
다섯째, 원경과 전경의 극명한 대비로 거리감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섯째, 물살 표현에 뿌리는 물방울입니다. Szabo 샘은 물살의 표현에 크게 힘을 들이지 않고 간단한 터치로 부드럽게 표현하는데요 물살이 튀는 부분, 혹은 바위에 마르기 전에 물방울을 뿌려줍니다. 이게 보일듯 말듯 하면서도 묘한 효과를 자아냅니다. 지난 시간 모래 둔덕 그림에서 모래 물결의 경우도 그렇고... 노골적으로 보이지 않는 작은 효과가 묘한 정서의 차이를 만들어 낸다는 게 신기합니다.
쉽지 않은 그림이라 2시간 넘게 집중해도 완성시키기 힘들었습니다. 미완성한 부분은 숙제로 남기고 사진을 찍어 보았습니다.
역시 그림을 자신의 방식으로 해석해서 표현해내시는 명희 샘, 연숙 샘은 우리 숲의 계곡을 빠르게 그려내셨습니다. 그리고 급류 표현을 더 도드라지게 표현해 주셨습니다.
집에서 그려오신 그림들도 함께 보고 감상했습니다. 연숙 샘의 나리꽃과 장미꽃, 밍글 워시 기법으로 그리신 파피밭, 희자샘 의 파피, 명희 샘의 햇살이 부서지는 여름날 계곡 그림...
정말 열심히 그리시는 샘들.
장마가 시작되면 계곡에 물이 많아 장관이지요. 여름날 계곡은 계절이 주는 선물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더운 계절 건강 잘 지키셔요.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