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이해와 감상
4․19 혁명으로 한층 부풀었던 자유와 사랑과 양심에의 희망이 5․16 군사 쿠데타로 일순간 물거품이 된 상황에서 시인 김수영이 소시민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를 자조함으로써 불합리한 현실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각 연은 대조항 사이의 대립을 통해 시적 긴장을 유발하고 있다.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발견하게 된 시인의 초상은 자신의 내면이 추구하는 시의 경향이나 시인으로서의 사명과는 어울리지 않음을 알게 된다. 가진 자, 힘 있는 자에게는 반항하지 못하면서, 가지지 못한 자, 힘없는 자에게는 사소한 일로 흥분한다. 이렇게 커다란 부정과 불의에는 대항하지 못하면서 사소한 것에마 흥분하고 분개하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봄으로써 시인은 자기 모멸(자조)의 감정에 빠지게 된다. 또한,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는 자신이 방관적 자세를 확인한 그는 모래․풀․바람보다도 보잘것없는 자신의 존재를 비판․반성하게 된다.
시인은 시를 통해 아무 죄 없는 소설가를 구속하거나 자유를 억압하는 정치 권력에 정면에서 대적하지 못하고 방관하는 지식인의 무능과 허위 의식을 폭로하는, 진지한 자기 반성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핵심정리
성격 ; 현실 참여적, 직설적, 반성적, 자조적
제재 : 부조리한 권력과 사회 현실
주제 : 부정한 권력과 사회적 부조리에 저항하지 못하는 소시민적 삶
소시민 의식에 대한 부끄러움.
특징
① 대조적인 상황 설정을 통해 강한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화자의 소시민적 속성을 드러내고 있다.
② 자조적인 표현을 통해 독자들에게 교훈적․반성적 태도를 제공함.
출전 : <거대한 뿌리> 19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