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르트의 어깨 위에서
뉴턴이 자기 자신에 대해 표현한 두 가지 겸손한 표현들은 오늘날도 회자되고 있다. 자신을 ‘진리의 대양 앞에서 조개껍질을 줍고 있는 소년’에 비유한 바 있으며, 나아가 “내가 만약 더 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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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르트의 어깨 위에서뉴턴이 자기 자신에 대해 표현한 두 가지 겸손한 표현들은 오늘날도 회자되고 있다.뉴턴은 자신을 1) ‘진리의 대양 앞에서 조개껍질을 줍고 있는 소년’에 비유한 바 있으며, 2) 나아가 “내가 만약 더 멀리 볼 수 있었다면, 그것은 내가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라는 더 유명한 말도 남겼다.뉴턴이 말한 거인들은 물론 이전 시기의 학자들을 통칭하고 있겠으나, 특히 뉴턴 직전의 학자들인 케플러, 갈릴레오, 데카르트 등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그리고 그중 뉴턴이 가장 오랜 시간 올라서 있었던 어깨를 고르라면 분명 데카르트의 어깨였다고 말할 수 있다.뉴턴은 데카르트의 해석기하학을 독파한 뒤 자신의 수학으로 나아갔고, 데카르트의 우주론을 섭렵한 뒤 만유인력으로 나아갔다.광학연구 또한 데카르트의 실험과정을 흉내 내며 개량하는 과정에서 돌파가 이루어졌다.이 두 사람의 관계는 너무나 밀접해서 서로가 완전히 다른 맥락에서 언급되는 오늘날의 상황이 놀라울 따름이다.그러면 뉴턴에게 영향을 준 데카르트의 업적들을 조심스럽게 되짚어보자.1.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적 세계관을 완전히 부정한 기계적 철학이라는 관점의 영향먼저 데카르트가 뉴턴에게 준 가장 중요한 선물을 꼽는다면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적 세계관을 완전히 부정한 기계적 철학이라는 관점 자체일 것이다.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은 완성된 형상을 말한다.아리스토텔레스는 이 형상을 영혼이라 칭했다.씨앗은 나무의 영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무로 자라나고, 어린아이는 인간의 영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인간이 되어간다.아무리 어린아이라도 내재한 인간성을 가지기 때문에, 인간으로서의 모든 가능성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이 된다.데카르트와 스피노자를 비롯한 17세기 철학자들의 핵심 공격 목표가 바로 이 목적인(目的因)이다.그들은 우주에서 목적을 추방시키고 싶었다.너무나 인간 중심적인 오만한 사고로 보였기 때문이다.바다는 물고기를 기르기 위해 있고, 태양은 식물을 키우려고 위해 존재하며, 이 많은 동식물들은 고작 인간에게 먹히려고 존재한단 말인가?한편 그것은 기존 신학과 교회에 대한 불만도 내포하고 있었다.신은 겨우 인간에게 감사인사나 받으려고 이 우주를 창조했는가? 긴긴 시간을 기다려 겨우 심판의 날이라는 단일한 순간적 이벤트를 위해 이 역사가 흘러가고 있는가? 데카르트는 이런 중세적 논리들을 철저히 거부했다.데카르트에게 있어 신과 자아를 제외한 모든 물질적 존재는 역학 법칙에 따르는 기계일 뿐이었다.거대한 자동기계로서 자연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졌고, 세계에 존재하는 물질과 운동의 양은 일정하고 영원하므로 질량불변의 원칙이 철학적으로 정립되었다.자연이 역학 법칙으로 설명되어지자 자연에 대해 목적이나 의지, 섭리 등의 개념들을 제시하는 중세 신학관은 철저히 부정될 수 있었다.그리고 ‘생각하는 나’를 강조함으로써 중세 전체주의적 질서에서 벗어나 근대의 시민사회적 개인주의가 시작되었다.특히 과학이 종교의 영역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어 독립적 영역이 된 것은 많은 부분 데카르트의 기계론으로부터 비롯된 셈이다.기계인 자연에게는 더 이상 목적을 물을 필요가 없었다.그런 것은 자연의 설계자 신에게나 물을 만한 것이고 신학의 영역에서 다루면 된다.목적론을 떠나보낸 유럽 지식인들이 후일 종교를 떠나기 시작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데카르트는 아리스토텔레스와 결별코자 그가 말했던 ‘성질의 세계’를 ‘수학적 양의 세계’로 바꿨다.우주 내의 입자들은 기본적으로 동질이다.모든 질적인 요소는 양적인 요소로 환원해서 설명할 수 있다.—우리는 열에 대한 설명에서 그 극적인 성공사례를 살펴볼 수 있었다.자, 그렇다면 사실 자연에 대한 기술에서 필요한 것은 수학뿐이다.이렇게 뉴턴이 자신의 과학을 완성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무기가 완성된 셈이었다.뉴턴은 이후 데카르트의 설명들을 멋지게 이어갔다.지구 주위를 달이 돌고 있는 것은 ‘지구이기 때문에’ 돌고 있는 것이 아니다.그곳에 위치한 것이 지구가 아니라 동일한 질량의 다른 행성이었어도 달은 돌았을 것이다.질량을 가진 모든 것의 당연한 운명일 뿐이다.그곳에 지구의 가치, 달의 성질이 개입할 곳은 없다.기계적 철학 자체는 만물을 질량으로 환원하여 바라보는 수학적 만유인력이라는 설명의 기원이라 할 만하다.2. 데카르트의 해석기하학의 영향다음으로 반드시 언급되어야 할 것은 데카르트의 해석기하학이다.데카르트는 새로운 수학적 도구인 해석기하학을 창시해냈다.공간상의 모든 위치와 운동을 좌표축으로 표현함으로써 그는 기하학과 대수학을 결합시켰다.이제 어떤 방정식도 기하학으로 표현 가능하고 어떤 기하학적 형태도 방정식적 표현으로 대체할 수 있게 되었다.뉴턴은 바로 이 기반 위에서 행성들의 기하학적 타원궤도를 만유인력이라는 대수학적 방정식으로 표현해냈다.해석 기하학이 없었다면 만유인력 방정식은 당연히 존재할 수 없었다.3. 직선관성의 개념을 제시또 하나 데카르트의 직접적인 기여는 직선관성의 개념을 제시했다는 것이다.앞에서 살펴봤듯이, 갈릴레오는 관성의 초보적 개념을 제시했지만, 그의 관성은 원관성이었다.그는 던져둔 모든 물체는 외부의 방해로 멈추지만 않는다면 관성에 의해 궁극적으로 원 궤적을 그리게 되리라 보았다.그래서 달은 지구와 동일한 원소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구 주위를 돌게 되는 것이며, 돌맹이라 할지라도 높은 곳에 올라 충분한 속도로 던져진다면 달처럼 지구를 돌게 될 것이다.하지만 데카르트는 이 ‘틀린’ 관성을 바로 잡았다.그는 “물체는 정지상태나 등속직선운동 상태를 계속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현대적 직선관성의 개념을 명확히 제시했다.그 결론에 따른다면 행성의 자연스러운 경로는 원이 아니라 직선이 될 것이다.그렇다면 달의 원궤도 운동은 다른 설명을 필요로 한다.데카르트가 제시해놓은 이 의문에 뉴턴은 결국 ‘매순간 지구가 달을 잡아당기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제시하며 달의 공전을 합리적으로 설명해낸다.천동설이 지동설의 토대였던 것처럼, 데카르트는 뉴턴의 토대였다.그리고 지동설이 천동설을 대체했던 것처럼, 뉴턴은 최소한 과학에서만큼은 데카르트를 완전히 대체했다.
첫댓글 https://youtu.be/29RA6tz4P7o유튜브 시문학TV*목수-시인, 연인-시적 영감, 릴케의 전집-릴케의 시세계*릴케의 시세계의 어깨에 올라타 시적 영감과 낯선 세계를 경험하는 키스릴케의 전집/김건홍그 집의 천장은 낮았다천장이 높으면 무언가를 만드는데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그 집에 사는 목수는 키가 작았다그는 자신의 연인을 위해 죽은나무를 마름질했다목수보다 키가 큰 목수의 연인은붉은 노끈으로 묶인 릴케 전집을양손에 들고 목수를 찾아갔다책장을 만들려고 했는데 커다란 관이 돼버렸다고목수는 자신을 찾아온 연인에게 말했다천장에 머리가 닿을지도모르겠다고 연인은 답했다해가 가장 높게 떴을 때 마을의무덤들이 흐물흐물 무너져 내렸다목수는 연인이 가져온 책 더미를 밟고 올라서 연인과 키스를 했다목수의 입에서 고무나무 냄새가 났다** 김건홍 시인/2020년 한경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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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의 전집/김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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