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역사 중 사랑의 면에 수록된 5편의 시를 읽으면서 보이는 만큼 볼 수 있다는 말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그리고 저자의 도움을 받은 결과이긴 하지만 시를 알아간다는 즐거움도 더불어 느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나에게 시는 여전히 난해하고 어렵다. 새로운 시를 만날 때마다 다시 리셋 되는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5편의 시를 읽고 인상 깊었던 문장들을 꼽아보았다. 세익스피어의 소네트 73(그대가 잃을 수 밖에 없는 그것), "그대가 머지않아 잃을 수 밖에 없는 그것을 더욱 사랑하게 되리라.",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두이노의 비가(연인들에게 묻는다, 우리의 존재를), "너희에게 묻는다, 우리들 인간의 존재를.", 이영광의 사랑의 발명(무정한 신과 사랑의 발명), "나는 너무 놀라, 번개같이, 번개같이 사랑을 발명해야만 했네.", 나희덕의 허공 한줌(허공을 허공으로 돌려보내는 사랑), "허공 한줌까지 허공에 돌려주려는 듯 말야.", 그리고 메리 올리버의 기러기(착한 사람이 될 필요 없어요), "그러는 동안 세상은 돌아가죠."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한계가 분명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때론 위대하고 때론 평범함과 비참함을 느끼면서 인생을 보내는 것 같다. 언젠가 광고인이자 작자이기도한 박웅현씨가 말한 라틴어 3대 명언이 생각난다. "아모르 파티(운명을 사랑하라), 카르페 디엠(현재에 집중하라),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 인데, 나에게는 인생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듯 느껴지는 문구들이다. 이번에 시와 시화를 읽다 보니, 그 말들을 되새기는 방법 중 하나가 '시'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는데, 과연 지속성을 가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