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천 걷기(뚝섬역-성동교-살곶이다리-군자교-군자역, 6km 정도, 2024년 3월 12일)
뚝섬역 근처는 예전에 비해 변화가 많다. 고층 빌딩이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현재도 계속해 건물이 지어지고 있다. 서울숲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큰 복으로 작용하고 있다. 뚝섬역에 방송대가 자리하고 있다.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한 이유로 졸업장을 찾으러 방문하게 되었다.
조만간 응봉산 개나리 축제가 벌어지면 응봉산에서 서울숲까지 걸으려고 한다. 뚝섬역에서 성동교로 성동교에서 살곶이다리로 걸었다. 들쑥날쑥한 일기예보다. 살짝 비가 뿌려졌다. 살곶이 이름은 한강과 중랑천이 만나는 성수동 지역의 평야를 부르던 이름이라고 한다. 뚝섬이라고도 하는데, 뚝섬은 왕권을 상징하는 둑기(纛旗) 그리고 둑제(纛祭)를 지내던 섬에서 발음이 바뀌어 부르게 되었다. 살곶이다리는 큰 돌기둥을 세워 만든 다리다. 세종 시기에 시작해 성종 시기에 완성되었다. 살곶이다리 위를 처음 걸었다. 조선 시기에 이 다리를 걷던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다. 착취와 수탈의 다리, 역사가 아니었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청계천과 중랑천이 만나는 곳에 살곶이공원(체육)이 크게 조성되어 있었다. 학생들이 조성한 작품에 시선이 갔다. 청동으로 만든 어린아이의 앙증맞은 모습에 미소가 번졌다. 누군가 목도리에 옷을 입혀 놓았다. 추위에 떨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으리라.
양주시청부터 한강에 이르는 중랑천은 전부 걸은 것 같다. 천을 걷다가 마주하게 되는 풍경은 넉넉하다. 오리와 물고기는 쉽게 만날 수 있다. 나무와 갈대는 봄을 기다리고 있다. 꼴불견 아파트, 고층 건물을 피해 눈에 드는 산의 풍경은 마음 그대로다. 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그 자리에서 인간을 위로하고 감동과 행복을 느끼게 한다. 탐욕에 젖은 인간들이여! 내 눈에서 산을 가리지 말라.
‘심하게 우울하다’ 페북 친구의 글이다. 다른 어떤 글도 없다. 그저 일곱 글자가 전부다. 나도 동병상련의 입장을 전했다. 그는 당원이고 나는 당이 없다. 24년 정치 지형과 4.10 총선 후 주어질 결과에 대한 심장이리라. 민주당 정권의 무능하고 반역사적인 패악질은 정권 교체의 의미를 상실하게 했다. 진보정당 민주노동당의 분당 이후 현재 진보정당의 지형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길을 잃었다. 뻥 뚫린 가슴에 참담한 바람이 숭숭 불어대고 있다.
콩나물해장국 집에서 홀로 술잔을 기울였다. 자정을 막 넘긴 시간이었지만 술이 정신을 붙잡았다. 이미 전작이 있었던 관계로 내일의 괴로움이 뻔히 보였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