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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 장 동창의 개(犬)들 1 작약루의 만찬장에 앉아서 느긋하게 사이룡을 기다리던 위천모는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았다. 납작 엎어진 밀사는 괜히 자신에게 불똥이 튈가봐 두려움에 몸을 떨었고, 주변에서 요리를 챙기던 어린 동기들도 사색이 되어 위천모의 눈치를 살폈다. "이 어린 놈이 감히 본좌의 청을 거절해? 이렇게 자기를 위해서 잔치상까지 챙겨 놓았거늘 올 형편이 못된다고 한 마디로 잘라 말해버려?" 그는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 속이 부글부글 끓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나 어쩌랴. 내키는대로 하기에는 상대가 너무 거창하다. 사이룡은 비사대장이니 공식적으로는 자신보다 직급이 낮아도 그 일의 특수성에 있어서는 자신보다 중요한 직책에 있음이 틀림없는 사실이었고, 게다가 가장 중요한 건 황제의 사위로 공표된 자라는 점이다. 그는 화를 풀 마땅한 상대가 없었으므로 자기 주먹만 으스러져라 쥐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원래가 악한인지라 밀사에게 화풀이를 한다거나 기녀들에게 짜증을 내는 따위의 실수는 하지 않았다. 악한은 그런 식으로 남들에게 우습게 보이는 법이 없다. 그는 굳은 얼굴로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작약루를 나서며 주변에 말했다. "동료들을 불러다가 실컷 먹고 마시게 해라. 어차피 차려진 상이니." 난데없이 잔치상을 받은 어사대의 장교들은 신나는 표정을 감추고 잔치상에 달려들고, 위천모는 굳은 얼굴로 황궁으로 들어갔다. 어쨌든 곽영명이 시키는 일을 하지 못했으니 보고라도 해야 할 것이 아닌가. 그는 자신이 무시당했다는 것을 감추고 곽영명을 만나자마자 마치 곽영명 당신이 무시 당했다는 듯이 떠들어댔다. "환관들이야 나를 볼 일이 있겠는가? 그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어디까지나 어사대장인데 그럼 점은 염두에도 두지 않고 저를 동창의 심부름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곽영명이 무표정하게 위천모를 내려다 보았다. "그 놈은 우리 동창과는 전혀 대화를 할 마음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비사대의 정보를 얻기도 힘들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곽영명이 위천모를 바라보며 넌지시 물었다. "너희 어사대는 비사대가 없으면 정보도 얻지 못할 정도로 형편없는 부대더냐?" 멈칫. 위천모가 놀란 얼굴로 곽영명을 올려다 보았다. 곽영명은 위천모의 당황한 얼굴을 내려다 보며 심드렁하니 말했다. "그리고 사이룡이 오지 않겠다면 네가 사이룡을 찾아가면 될 것 아니냐? 위천모의 눈이 더 동그래졌다. 그는 그제서야 자신이 동창 운운한 것이 서투른 짓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다. 곽영명은 그런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태평한 얼굴이었다. "사이룡은 널 무시할지는 몰라도 우리 전체를 무시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오도인이 우리와 그 사이에 있기 때문이다." "……." 위천모는 간이 오그라드는 것을 느꼈다. 그는 자신이 무시당한 것에 화가 나서 곽영명으로 하여금 공분을 사게 하려는 뜻으로 모함한 것인데 그 결과가 나쁘게 나타나니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되었다. "또 사이룡은 어느 무리와 반목을 꾀하는 자가 아니다. 그는 우리 동창이든 무림의 사파든 넓게 인간적으로 대한다. 권력에 욕심도 없다. 권력에 욕심이 없으니 당연히 당파싸움에도 끼어들지 않는다. 만일 그가 권력 싸움에 끼어들면 그를 당할 자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곤륜왕이 아니다." 위천모가 머리를 조아렸다. "미처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무엇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말이냐?" 곽영명이 되물었다. 그는 그런 면에서는 누구보다 끈질기다. 특히 아랫사람들의 허점을 들추고 못살게 굴 때는 마치 고양이가 쥐를 놀리듯 끝없이 괴롭히는 편이다. "소인이 우매하여 그, 그를 적으로 알았습니다." 위천모가 기어드는 목소리를 내는데 곽영명은 다시 물고 늘어졌다. "사이룡이 우리 적이 아니다?" 위천모는 이제 멍한 얼굴이 되었다. 곽영명이 뒤로 기대 앉으며 위천모를 내려다 보았다. 곽영명의 집무실인 관계로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위천모로서는 그 점이 그나마 다행이었을 것이다. "너는 아직도 제대로 생각하는 것이 없구나." "……." "우리에게 반감을 가지고 우리와 반목하려고 드는 자가 과연 우리 적일까? 설사 적이 되려고 해도 적수가 될까?" 곽영명이 손가락을 흔들었다. "아니다. 우리를 공격하거나 우리한테 반감을 가지고 있어서 나타내는 것들은 우리가 신경 쓸 가치도 없는 것들이다. 그런 것들은 우리 적이 아니다. 우리의 진정한 위험은 바로 사이룡 같은 공명정대한 인물이다." "……!" 위천모는 고개를 팍! 꺾었다. "그를 적으로 만들면 우리는 절대 그를 이기지 못한다. 그런 면에서 오도인은 너보다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다. 게다가……." 곽영명은 처음으로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우리는 이렇게 머리 나쁜 환관들만 모여있다. 사이룡이 나섰으니 우리를 대신해서 싸워 줄 것이고 결국 그는 이길 것이지만…… 그가 곤륜왕을 물리칠 때 까지 우리가 온전히 살아 남는 것이 문제다. 알겠느냐?" "……예." 살아 남느냐가 문제라니. 황당하게 들리는 말이지만 달리 대꾸할 수도 없었다. 대체 어찌된 상황이기에 살아 남는 것이 문제라고 하는가. "비사대를 우리 편으로 끌어들여서 그들에게 최대한 호의를 베풀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로 하여금 우리를 완벽하게 지켜주도록 해야한다." "……!" 곽영명은 할말을 다한 듯 몸을 일으켰다. "알아 들었으면 가서 용대감과 현장군을 모셔와라. 그리고 우장군도 불러라. 이제 우리도 방책을 세워야지." "명!" 위천모는 뭐가 뭔지도 모르는 체 크게 복명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가슴 속에서 부글부글 끓는 게 없는 건 아니지만 자신이 생각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으니 저렇게 말하는 것이리라 생각해서 하고 싶은 말을 꾹꾹 눌러 참았다. 그깟 판관이나 하던 놈이 그토록 대단하다는 말인가. 복도를 걷는 그의 속은 여전히 부글거렸다. 평소 자신을 총애해주는 상관으로부터 자신이 완전히 무시당한 것도 억울하고 분했지만, 특히 상관에게 그토록 믿음을 주는 사이룡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그는 기회가 주어지면 필히 사이룡과 친구가 되리라 다짐했다. 만일 신분상의 차이로 인해서 친구가 될 수 없다면 그의 수하라도 되리라. 2 마고는 주작대로를 따라 펼쳐진 도시를 천천히 가로질렀다. 그녀는 동네 여인들처럼 평범한 옷차림에 가슴에 뚜껑 달린 바구니를 안고 있었다. 자객은 낮과 밤이 다르다. 자객이 자객처럼 터를 내고 낮에 거리를 다니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물론 사람을 잡아다 주고 현상금이나 타든가 아니면 사례에 눈이 어두워서 살인청부를 맡아 먹고사는 칼잡이들은 종종 일부러라도 사람들 눈에, 나는 살수입네, 하고 다닌다. 그러나 마고 같은 진짜 자객은 틀리다. 그녀는 철저히 때와 상황에 따라서 자신을 감춘다. 누가 어디서 보았어도 절대 기억해내지 못할 정도로 표정도 없고 행동에 특징도 없다. 빨리 걷지도 느리게 걷지도 않는다. 만일 밤이라면 그녀가 바로 곁에 있어도 곁에 있는지도 모를 것이다. 그게 자객이다. 어제부터 그녀는 황궁의 외궁에서 이 주작대로까지를 줄곧 살피며 걸었다. 그녀의 머리 속에는 이미 다섯 남자의 얼굴이 박혀 있었고 그들의 직책과 성격과 일과가 암기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다섯을 해치워야 한다. 쉬운 쪽부터 할 것인가, 아니면 어려운 쪽 부터 할 것인가. 그녀는 아직 차례를 정하지 못했다. 다섯 중 하나가 죽으면 나머지 넷은 긴장한다. 그 중 하나가 다시 죽으면 더욱 경계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어려운 상대는 더욱 어려운 상대가 된다. 그렇게 보면 누구나 어려운 상대를 먼저 죽이라고 할테지만 그렇게 간단한 산술이 아니다. 만약 어려운 상대를 먼저 해치우자고 들면 일단 가장 위험하다. 자칫하면 나머지 넷은 건드려 보지도 못하고 먼저 당할 수도 있다. 그리고 나머지 넷은 이제 경계심을 가져서 다같이 어려운 상대가 될 수도 있다. 그녀는 아직 그런 면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을 가장 신속하게 해치워서 서로간에 연락을 취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가장 지근거리에서 서로 연락없이 시간을 보낼 때 가장 빠르게 가장 많이 해치우는 것이 최선이다. 최선의 장소와 최선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적기를 찾기 위해서는 황궁 내에서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신분이 필요했다. 그녀에게 가장 먼저 눈에 들어 온 것은 황궁 내에서 허드렛 일을 하는 여자들을 구하는 장소였다. 황궁 안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여자들을 구하는 일은 정기적이고 드문 일이었지만 근래 들어서 점점 더 자주 많이 뽑아가게 되었다. 황궁에 간다고 하지만 사실 여자들은 그런 용도로 뽑혀가는 것은 원치않았다. 그것은 부귀와 영화가 보장되는 일이 아니고 궁 내에서 다시는 나오지도 못하고 평생을 혼자 허드렛일을 하면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여자들은 돈에 팔려갔다. 여자의 부모가 팔지 않으면 빚에 팔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스스로 들어가기를 원하는 여자들도 있었다. 그런 경우는 당연히 먹고 사는 것만으로도 족하다고 여기는 어린 아가씨들일 경우였다. 그러나 누구나 다 원한다고 해서 무조건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황궁에서 일을 하는 여자들인 만큼 아무나 뽑아 들일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감독관이 나와 여자들을 하나씩 고르게 되어있었는데 그 또한 부정이 많아서 돈이 오가는 것 같았다. 감독관은 주로 여인들의 인물에 중점을 두는 것 같아서 마고는 안심했다. 무슨 이유든 여인의 인물을 주로 보는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상대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그녀는 자신을 아름답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그러나 그녀 자신이 남자들을 유혹하기에 좋은 인물임은 알고 있었다. 자객이 자신을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얘기다. 그녀는 자신의 미모를 알았다. 그리고 당연히 그녀는 돈도 들이지 않고 다른 어떤 신분상의 조사도 받지 않은 채 무난히 궁 안으로 들어섰다. 3 실내는 밝았지만 안에 모여앉은 사나이들의 안색은 그다지 밝지 못했다. 모두 다섯. 둥그런 탁자에 모여앉아서 굳은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사대장 위천모의 모습이 보였고 그 건너편에 곽영명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세 사람, 나이가 들어 보이고 염소 수염을 단 노인은 태사태감(太使太監) 용유(龍柳)로 궁 내에서 모든 잡다한 일들을 총괄하는 자였고, 그 옆으로 위군의 훈련을 책임지고 있는 위군교두(衛軍敎頭) 현종숙(鉉宗宿). 그리고 다시 그 옆에 금군교두(禁軍敎頭) 우국제(禹局諸)가 앉아 있었다. 그들은 모두 동창의 우두머리들로서 두 교두는 환관이 아니지만 동창의 세력 밑에서 커온 자들이었다. 그들은 근래에 누구에게서도 이렇다할 도전을 받아 본 일이 없을 만큼 세력을 형성하고 허수아비 황제를 대신해서 전권을 휘둘러 왔기에 이렇게 중요한 회의를 열어 본 적이 없었다. 곽영명이 이렇게 다섯을 다 모았을 때는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게 틀림없었다. 그러니 긴장하는 게 당연했다. 그러나 곽영명의 명에 의해서 위천모가 입을 열기 시작하자 일행은 맥이 빠지는 듯했다. 용유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이 고개를 모로 꼬며 입을 열었다. "난 이해할 수 없소이다. 아무리 지금 곤륜왕이 허튼 짓을 하고 다닌다고 해도 결국은 그러다가 말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우리가 그깟 곤륜왕이 두려워서 마음을 졸일 필요는 없다고 보오." 우국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생각도 그렇습니다. 두 분 태감님들께서 너무 과하게 걱정을 하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만…… 사실 우리가 곤륜왕을 그냥 두고 보아 온 것은 폐하의 이복 형제라서이지 그 인간이 두려워서는 아니었는데……." "두렵지 않았다?" 곽영명이 눈을 치뜨며 좌중을 둘러보았다. "벌써 잊었소? 그자가 얼마나 우리 동창의 동지들을 미워하는지?" "미워하는 줄이야 알지만 제깟게 우리와 무슨 힘겨루기라도 하겠습니까? 게다가 역모라니요? 곤륜왕에게 역모를 일으킬만한 군사라도 있답니까?" 용유가 고개를 흔들며 당치도 않다는 듯 말했다. "곤륜왕은 철 모르는 어린애에 불과합니다. 오도인은 원래가 우리를 견제하기 위해서 호들갑을 떠는 작자이고 그 제자 사이룡은 무림에 이름 내기를 좋아하는 풍류객에 불과합니다. 전혀 걱정할 것이 없어요." 곽영명이 답답하다는 듯이 검미를 찌푸렸다. "허튼 소리들 좀 그만 두시오. 그렇게 생각했으면 내가 이렇게까지 동지들을 자리에 모았겠소? 곤륜왕은 철 모르는 어린애인지는 몰라도 철이 없으면 그만큼 용기도 있는 법이오." "그가 만일 역모를 꾸미는 게 사실이라면 그는 가장 먼저 우리를 제거하려고 들 것이고 그의 역모는 군사를 몰고 쳐들어 오는 바보같은 짓은 아닐 것이오." "동지들은 곤륜왕을 과소평가하고 있소. 그는 세상사에 관한한 철부지일 지 모르지만 병법이나 간계에 있어서는 누구도 따라가지 못할 것이오." "그가……." 용유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에게는 그런 간계를 꾸밀만한 구석이 없었다. 적어도 그의 기억에는 그랬다. 곽영명이 눈살을 찌푸리며 설명했다. "곤륜왕이 역모를 꾸민다는 건 그가 역모를 주도하기는 하지만 그 스스로가 간계를 꾸미는 것은 아닐 것이오. 그의 주변에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훌륭한 참모진이 있을 수도 있소." "우리가 이미 아는 바로도 그간에 오도인이 그토록 주격을 했으나 잡아들이지 못한 그의 계집이 있지 않았소? 물론 몰래 움직이느라 그랬다지만 아무튼 비사대의 힘으로도 잡아내지 못하고 말았소."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겠소? 비사대가 잡아들이지 못했다면 그건 우리 중 누구도 잡아들이지 못했을 거라는 이야기가 되오. 비사대가 못하는 일을 해낼 자신은 있어서들 이렇게 큰소리들을 치는 거요?" 곽영명의 말에 좌중이 조금은 동요를 나타냈다. 사실이 그렇기는 하다. 이제까지 비사대가 못하는 일이란 없었다. 비사대를 약아빠진 오도인이 관리하면서 비사대가 못할 일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는 항상 오도인에게 신세를 지게 마련이었고 그건 자존심이 상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대처하면 좋겠습니까?" "지금부터 비상령을 내려서 궁 내에서 움직이는 모든 인원들을 잘 관찰하라 이르시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궁 밖으로 나가는 일이 없도록 하시오." "또한 서로가 긴밀하게 연락하고 술에 만취하는 일이 없도록 유의하시고 여자를 멀리 하고 수하들 외에 칼잡이들을 따로 고용하시오." "그게 전부입니까?' 용유가 황당하다는 듯 곽영명을 쳐다보았다. "그렇소. 공연히 다른 일로 나서지 마시오. 오도인도 생각이 있을 것이고 특히 사이룡이 곤륜왕과 대적할 것이니 우리는 앉아서 그 결과나 보면 그 뿐이오." "그러다가 사이룡이 지면 어찌됩니까?" 우국제가 물었다. "그걸 말이라고 하시오? 사이룡이 지면 비사대가 몰락했을 것이고, 그 정도가 되면 우리가 더 들고 나서도 될 것이오. 어쩌면 오도인은 사이룡이 죽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소." "설마…… 제자인데……." 위천모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바보같은 소리! 오도인에 대해서는 각별히 조심하지 않으면 큰 코를 다친다. 무서운 자야. 우리 동창에 대해서 항상 호의적이지만 언제 우리에게 칼을 들이 댈 지 모르는 자다." 곽영명은 다시 좌중에게 신중히 부탁했다. "만일 사이룡이 죽으면 그때는 곤륜왕을 얼마든지 역적으로 몰 수도 있소. 그러니까 당분간은 우리는 정보에만 귀를 기울이면서 비사대에게 우리의 안전을 맡기고 몸을 사리는 게 좋소." "비사대가 곤륜왕의 자객들을 막기는 하겠지만 만에 하나를 생각해서 우리 스스로도 각별히 주의하시오. 내 말을 명심들 하시기 바라오." 좌중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현장군." "예, 태감." 현종숙이 고개를 숙였다. "장군의 집만이 아니라 다른 장군들의 집에도 항상 경비를 게을리하지 마시오." "여부가 있겠습니까?" 곽영명의 말은, 궁 밖에 있는 장군들의 안전을 지키라는 얘기였다. 환관들이야 궁 내에서 기거하지만 장군들은 궁 밖에서 기거하기 때문에 각자의 집에서 조심하라는 뜻이다. 곽영명은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지만 달리 방도를 세울 것도 없었다. 각자가 당쟁에 시달리면서 자신들의 몸 하나는 잘 지켜냈으니 이번에도 쉽게 당하지는 않으리라 믿는 면도 있기는 했다. "곤륜왕, 끝내 우리와 인연이 없는 자로구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한숨처럼 내뱉았다. |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즐독 ㄳ
재미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