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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숲에 숨어 하는 |
3. 풀숲에서의 낮잠
임신행
잠은
또
하나의
명상입니다.
8월에는
우포늪도 낮잠을 청합니다.
푸른 해오라기가 갈맷빛 마름 이불을 덮어줍니다.
저길 보세요, 저길!
생이 가래가 짠 주단綢緞이 드문드문한 저곳!
노랑어리가 노랑 꽃등을 내 단 저 곳에
수백 마리 가물치가 개구리밥을 헤집고 나와 등을 말리는
저 풍경!
먹새 좋은 황소개구리도
우포늪이 낮잠을 자라고 눈만 끔벅이고 있습니다.
8월에는
비꽃이라도 내리려는지
청개구리가 이따금 울고 있습니다.
양파 논둑
미루나무는 푸른 물줄기로 휘청이고
우포늪도 8월에는 낮잠을 청합니다
4. 강아지풀 따라
임신행
멀쑥하게
웃자란 창포들이 어깨를 흔드는
우포늪!
9월에는
우포늪의 달빛도 소리를 냅니다.
쓸쓸한 냄새를 품은
9월의 저 서늘한 달빛에 강아지풀들이 점점 야위어갑니다.
강아지풀들을 따라
둑을 지키고 섰던 버드나무도 핼쑥해지고
콩밭두렁을 기운차게 건너가던 박주가리도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화왕산 억새숲도 야위기 시작합니다.
여름장마에
녹아내리는 버섯처럼
도시의 많은 사람들이 궁핍에 무너져 어둠 속으로 돌아누웠지만,
가시연은 아기 미르의 혓바닥 같은 신비한 꽃을 내었습니다.
스스로의 살갗을 찢어 피어내는 저 아픔의 꽃, 가시연꽃을 보시려면 늦은 9월에 오십시오.
9월의 우포늪은
소리의 늪입니다.
야윈 창포들이
서늘한 달빛 아래서 서툰 소리꾼으로 노래하고 있습니다.
9월에는
우포늪 달빛이 소리를 냅니다.
5. 소금쟁이
임신행
늪에다 발을 담그고 사는
작은 것들은 떠날 때와 머물 때를
누구보다 먼저 압니다.
물벼룩, 생이가래, 해캄, 물매암이, 소금쟁이 들이 저마다 괴나리봇짐을 싸고 있습니다.
챙겨 보면
미물들은 비밀이 더 많습니다.
덩치 큰 것들보다
작은 것들은
결코
우리의 예감 더듬이가 내시內視되기를 거부하고
큰 것들은
오만으로 지딱지딱 문을 열어주고
가진 자들은
볼꼴과 못 볼꼴을 가리지 못해
침몰해 버리고
민망해라, 민망해라
거친 바람에 쓰러졌던 버드나무가
스스로 일어서는 9월
유어 마을에 저녁 등불이 하나 둘 켜지면
적막해지는 우포늪으로
기러기 한 떼가 날아듭니다.
9월에는
한층 우포늪이 맑아집니다.
얼풋한 물 속으로 걸어다니는
가물치와 논우렁이 사는 법이 보입니다.
6. 늘 깊숙한 곳
임신행
일어나십시오,
게으름에서 일어나십시오.
아른 아침
스스로 체중을 내리는
9월의 풀밭을 걸어보십시오.
어머니의 눈물 같은 이슬이
바짓가랑이를 적시고
치맛자락을 적시고, 함께 가자며 방아깨비가 겅중겅중 뛰는 9월의 길을 걸어보십시오.
그 이슬밭이 우포늪입니다.
9월에는
작은 것들은 일탈을 꿈꿉니다.
늪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마름은
꺾기와 풀기를 거듭거듭 해내어 내일로 가고 있습니다.
이 땅의 어수룩한 국민!
그 국민을 닮은 개구리밥들이
일탈을 하고 있습니다.
환골탈태 뒤 빈손으로 돌아서는 단아한 저 모습
아침이면
물안개로 눈앞이 부예 마을과 마을을 보지 못합니다.
늪을 겹겹이 둘러싼 갈대들 사이에는
늘 새바람이 서성거리고
새바람은 더러 불협화음을 냅니다.
산 너머 저쪽
물안개로 얼굴을 가린 키 작은 교회에서
번져나는 부드러운 종소리가 물 메아리를 만듭니다.
한 사람의 기다림은
거친 바람 앞에서
옷깃을 여미는 일
사랑은 끝없이 이어가야 할
또, 하나의 부활입니다.
산수유꽃
흩날리듯 초가을비가 내리면
우산 없이 우포늪으로 오십시오.
토란잎 우산을 쓰고
소처럼 천천히, 천천히 우포늪을 걸어보십시오,
워낭소리를 내며
어수룩한 또 하나의
그대를 만날 것입니다.
7. 연꽃
임신행
짬을 내시어
무안 회산 연꽃방축이나
나주 우습제나, 광한루 연밭으로 나가 휘파람을 숴^이 숴^^불어보십시오.
연잎들이 신비한 소리를 낼 것입니다.
바람소리도 아니요, 물 소리도 아닌 신비한 소리를 내는 연들이
우산을 접듯 스스로의 삶을 접는 쓸쓸한 풍경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폭염 아래서
그토록 짙은 갈맷빛으로
천년을 너끈히 활기차게 살아갈 것처럼 무성했던 연잎들이
스스로를 오그리고 있습니다.
순수하여 나서지 못하는 미물들이
스스로 없어짐을 준비하는 풍경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풍경은 느티나무 언덕 아래 지붕 낮은 교회의 새벽 예배를 보듯 경건해질 것입니다.
삐걱거리는 긴 의자에 앉아 드리는 소박한 예배의 기도 소리는 억새숲을 지나 머리 잘린 수숫대
옆구리를 스치고 와 우포늪의 물옥잠 잎에 앉습니다.
펄펄했던 우포늪 가시연들이 열매를 맺기 시작합니다. 종족 보존을 위해 가시연들은
백연이나 홍연같이 열매를 물뿌리개 꼭지처럼 생긴 송아리에다 여물게 담지 않습니다.
가시연은 개구리알처럼 투명한 작은 우무주머니에 씨를 넣어 띄어 보냅니다. 물에 떠 며칠 떠돌아다니다
뿌리를 내리고 살 만하다 싶은 곳에 스스로 잠겨들 수 있게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바람이 들면 사람 속이나 무속이나 소리가 납니다.
바람이든 우포늪 갈대들이 내는 소리는 서럽습니다.
한 그루 미루나무로 서서 듣고 있으면 까닭모를 서러움에 젖어 끝내 울고 맙니다.
없어짐을 위해
마른 갈대들이
속이 비어 내는 저 슬픈 소리를
늪 사람들은 반가워하지 않습니다.
언젠가
그들도 그렇게 소리를 내다가
없어질 테니까요.
우포늪은
있음과 없어짐의 자리이기도 합니다.
8. 우포늪 너머
임신행
이른 아침부터
우포늪 방축 너머
유어마을 아주머니들의 상수리 이파리 같은 웃음소리가 헤픕니다.
읍내로 이어진 코스모스 꽃길을 따라갑니다.
코스모스들은 산들거리고
아주머니들 머리 위에는 저마다 깨, 마늘, 고추, 콩, 조, 수수들이 이야기보따리로 올망졸망 앉아 있습니다.
더러는 누렁이도 끌고 갑니다. 돈하고 바꿀 열망으로 걸음이 활기찹니다.
뒤질세라 붉은 양파 포대를 그득 실은 경운기가 꽁무니로 파란 도우너스를 흘리며 세차게 달려갑니다.
탱~탱….
소리가 먼저 풀섶을 흔듭니다.
경운기는 그냥 가지 않습니다. 달려가며 산골아이 속내 같은 달개비꽃, 구절초, 도라지꽃, 호박꽃,
박꽃, 제비붓꽃, 이지풀, 억새꽃, 초롱꽃, 며느리밑씻개꽃, 새꽃, 바랭이꽃, 달맞이꽃 들을 만만하게 흔들고 갑니다.
길에서는 늘 한걸음 물러나 있는 노란 탱자와 단감과 알밤들이 눙치듯 경운기를 향해 눈웃음을 보냅니다.
3,8,13….
창녕 5일장을 향해 가슴 설레며 달려가는 모습이 우포늪 물억새 사이로 비칩니다.
청둥오리 떼처럼 줄지어 장 보러 가는 아주머니들 어깨 위로 햇솜 같은 흰구름이 떠갑니다.
늪에는
성급하게 첫 나들이를 한 고방오리 한 쌍이 머뭇머뭇 자라풀 사이를 거닐고 있습니다.
10월의
우포늪 부들들은 흔들리며, 흔들리며 지난 여름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겨울
나그네 새들이
무리 지어 날아들고 있습니다.
9. 아기 쇠물닭이
임신행
보아라!
저기 보아라!
물 위를
걷다가 물을 치고 날아다니는
쇠물닭을
그 뒤로
아기 쇠물닭이 동백꽃으로 따라 나는구나.
홍홍
웃음이 수련꽃으로 피네.
발끝에 닿는 개구리밥
마름
가시를 내고 사는 덩치 큰
가시연
아기 쇠물닭들이
연꽃으로 뜨는구나.
늪에서는
경계가 없구나.
몸집이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철벅이며 저렇게 사는구나.
우포늪에
새 식구 늘었구나.
동백꽃 같은 아기 쇠물닭 셋
10. 노랑어리연꽃이
임신행
이른 아침
아기 원앙새들이 놀러 왔다가
계란 과자인 줄 알고
그 예쁜 부리로
콕콕 쪼아 보다가
노랑어리연꽃인 것을 알고
새침해져
포드닥 포드닥
달아나 버렸어.
노랑어리연꽃이
계란 과자 같은 노란 꽃을 피웠어.
우포늪이 환해.
정말이야
와 · 봐 · 봐 ….
11. 두꺼비와 자운영
임신행
자운영꽃 같은 저녁놀이
우포늪에 앉았어, 그림처럼 말이야.
"옴마야, 우짜면 저리도 곱노!"
아름다워 입만 벌리고 섰는데
아, 글쎄 부들들이
쑥쑥 햄 소시지를 내 놓았어.
"먹어봐, 먹어봐"
하고 말이야 ….
그런데
몸집 작은 동생 두꺼비가
뚱뚱이 형 두꺼비를 업고 부들 사이로 헤엄쳐 다니더라.
보그르르 물방울을 내놓으며 말이야.
수련이 깜짝 놀라
고개를 숙이더라.
황소개구리는 입만 뻐끔거리고
정말이야.
동생 두꺼비가
형 두꺼비를 업고 밤새도록 우포늪을 쏘다니겠지.
아무래도 냄새나지
그 둘이가.
12. 우포늪은
임신행
낮은 목소리에
귀를 모으며
하늘을 보는 미루나무이고 싶습니다.
침묵으로 당당히 사는 미루나무이고 싶습니다.
진화를 돌려놓고
흔들리는 세상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어온
가시연이 사는 우포牛浦 늪은 사실 우포늪이 아닙니다.
소벌입니다.
옛날 순하고 약한 사람을 잘도 드잡이하여 패댕이치던 일본사람들이 곱고 맛깔 나는
우릿말을 짓뭉개고, 사람 이름도 바꾸고, 이 나라 땅 이름도 바꾸고, 강 이름도 식물 이름도
동물 이름까지 바꾸며 끝내 내세운 우포늪(목포늪, 사지포늪, 쪽지포)을 한데 묶어
우포늪이라고 그냥 부릅니다.
쪽지벌 나무벌 모래벌 소벌 ….
저는 소벌이라고 불렀고 앞으로도 부르고 싶습니다.
소벌 소벌 ….
부르면 부를수록 정다워지니까요.
참 억새처럼 참 억세게 사는 이 고장 사람들은 소벌, 나무벌, 모래벌, 쪽지벌이라고 이 순간도
그렇게 부르며 활기차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남의 나라 것이라면 마냥 좋아하는 겉똑똑이들이 소 牛, 개浦를 써서 우포늪이라고 부르고
길 안내판에도 우포늪이라고 써 놓았으니 여러분은 어쩔 수 없이 우포늪이라고 이름하며
오셔서는 소벌로 불러 주십시오, 우포늪을.
이 땅에는 아직 이런 앞뒤가 안 맞는 말과 글, 사물의 이름들과 땅 이름이 많습니다.
이 시 속에도 들어 있습니다. 이러고도 친일이 사라졌다고 말할 수 없지요.
일억 사천만 년 전에 생성된 소벌에서 갈맷빛 우산을 펴기 시작하는 가시연을 보며
조금 더디게 가는 경우가 있더라도 싹수는 제대로 키우며 살아가자고 몇자 올립니다.
그대들에게
13. 환상이라는 꽃
임신행
꿈은
열망하는 사람만이
피울 수 있는
환상의 꽃입니다.
새가 되기를 꿈꾸던
풀이 새라는 이름 얻어
날지 못하는 새가 되어 연초록 빛 날개를 팔랑이며
줄지어 서 있습니다.
모래벌로 트인 둑을 따라 줄지어 서 있습니다.
새들은 조붓한 길을 내어 오소리도 부르고, 수달도 부르고 아기 멧돼지도 부르고
외로운 사람도 부릅니다.
이 땅 어디에도 새라는 이름의
풀은 새가 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점심나절이면
장재마을 왈짜 순아가
발맘 발맘 개망초꽃 길 마을 앞을 나와
새들이 내준 조붓한 길을 따라 소벌로 들어갑니다.
홀랑홀랑 옷을 벗어 던지고 까만 윤이 나는 알몸으로 풍덩 자맥질을 합니다.
덜 여문 물밤을 늪에서 한 주먹 캐 푸아하고 올라옵니다.
온몸이 개구리밥입니다.
새풀들은
"날자!
날자 한 번만 날자"
재잘거리며 이 순간에도 물총새처럼 날개를 펴고 모래벌로 가는 둑 위에 줄지어 서 있습니다.
그래, 한 번만 날자꾸나
14. 아기꿩
임신행
가장
아름다운 것은
어린이, 어린이입니다.
개구리밥이 큰소리치며, 자리잡고 사는
우포늪
쇠물닭이 욥욥…하고 먹어도 먹어도
그득한 개구리밥 바다가 우포늪입니다.
우렁이가 개구리밥 아래로 헤엄을 치고
물닭이 우렁이를 잡으러 다닙니다.
현아네 할아버지가 벽오동나무로 만든 거룻배를 타고
고기잡이를 나갈 때면
부들숲에서 뜸부기가
뜸~뜸~
소리를 지릅니다.
원추리꽃보다 더 예쁜 아기 꿩
열세 마리가 찔레나무 아래서 우포늪을 내려다봅니다.
저만치
웃자란 개망초 꽃길을 따라
물방개랑 소금쟁이를 만나러 도시 아이들이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오고 있습니다.
물새 소리보다 더 아름다운 도시 아이들이 재잘거리는 소리가 미루나무 잎새가 됩니다.
아이들의
말은
새소리보다 더 아름답습니다.
15. 우포늪 말밤
김홍돌
어머니의 자애(慈愛)가 담긴
수초더미 아래
소벌의 얼굴로
긴 잠을 자는
고단한 별
현대 문명을 배운 황소개구리가
포식자의 왕성한 기세로
너를 두쪽으로 내는 순간
화엄(華嚴)의 경계가
그만,
무너지고 만다
또 다른 별을 위해
가장 어려운 기법으로
정화하고 치유하겠다는
그 시인의 은유도
일과성 우항산(牛項山)서쪽골 바람쯤이겠지
* 말밤 : 마름의 열매 (물에서 나는 밤)
16. 우포 오색딱따구리
성기각
저 늙은 가죽나무에
악다문 이빨로 처참하게 쪼아댄
흔적이 역력하다
어느 놈 짓인지 한참을 기다리자
꼬랑지 가득
이 춘삼월 물빛 고운 들녘 햇살을 달고 와
살래살래
댕기 맨 모가지에 묻은 햇살을
간지럽다고 털어내는 저 놈이 범인이다
퉤퉤퉤
부리 끝에 일반미 같은 나무 속살을 뱉어내며
초가을 풋고추만큼이나 맵다고
보송보송한 몸 색깔로 바르르 치를 떤다
따다닥 따다닥 4분의2박자로
죄 없는 가죽나무를 찍고 있다
저러다가 절단 날라
생각하는 순간 우포 물에 반사된
하오 두 시 햇빛에 놀란 그 녀셕이 줄행랑 친다
농협 빚 독촉에
색동저고리 입고 도망질하던
꼭 내 친구 마누라 같다.
17. 백두산과 우포늪
신용찬
우포늪은 뭇 생명이
창조되는 자궁이요
백두산은 칠천만 민족을 창조하는
천지 정액이 출렁이는
발기한 남근이다
18. 우포늪 절개
윤혁
우포늪 水心은 아무도 모릅니다 늦가을 햇살이 수면 바닥에 연청
색 카펫을 깔고 있을 때 주위의 작은 나무들 수면에 그림자 띄우며
짝사랑하는 느릅나무를 부추깁니다 잘생긴 느릅나무는 우람한
자태로 자맥을 하다가 끝없는수심에 혼이 났습니다 버둥거리다
괜한 잎만 다 날리고 내 자태를 수면에 띄워 주는 것은 나를 묶기
위한 거짓 이였던가 생각을 냉정히 겨울 동안은 침묵하였습니다
춘정에 뜨거운 몸 안달하는 계절 태양이 빙그레 웃으며 아무나
하는 것 아니라면서 우포늪의 저고리를 벗깁니다 수심이 아무리
깊다 하여도 애정을 본 자라꽃 가시연 마름 등 뒷굽을 들고 나래
쳤지요 밤별이 가시연꽃 질투 때문에 수원을 그리며 그 속으로
내려오라고 꼬리 칩니다 누구나 쉽게 제 가슴을 열어 주는것 아니
라면서 우포늪은 태양말고는 지금도 수심을 아는 자가 없습니다
절개를 지키니 성처녀에게 연정을 보냅니다
19. 봄의 우포
이인성
마른 풀잎 더미에
새끼 둥지 남겨둔 채
떠나는 철새들의
곡을 알 수 없는
끈끈한 휘파람소리
깨어 숨쉬는 늪의 빈자리에
피어 오르는 봄빛 함성
아직은 소란스런 물결없는
저 늪 위로
작은 꽃배 하나 만들어
띄우고 싶다
20. 생명의 비밀
배한봉
마름 위에
노랑나비가 호롱불을 밝힌다
들여다보니
둥글게, 사방연속무늬처럼 펼쳐진
숟가락 만한 잎들이 뻗어 나온 중심부에
쌀알 같은 흰 꽃 피어 있다
생이 서늘해진다
작아서 향기도 없을 것 같은
마름꽃의 미세한 떨림까지 찾아내는
나비의 갈증, 사방연속무늬는
이 나비를 위해
마름이 깔아논 원앙금침이었을까
문득, 내 몸 속에서도
호롱불 켜지고
말밤 익는 가을
기다리는 꽃들이 자지러지고 있었다
첫댓글 연밥도 참 신기하고 새롭게 보이네요..ㅎㅎ
좋은 글과 사진들이 어우러져.. 먼산 한번 바라보고..뒤도 한번 돌아보게 하시는 .. 제 속을 긁어 놓으시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