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강의 장편소설
因 緣
<제1편 세상 문>
⑰ 양지호라는 사람-5
또, 앞으로도 이러한 수모를 수없이 겪어야할 굴레를 쓰고 있으니, 그러할 때마다 이러한 꼴이 연이어 일어난다면, 차라리 더러운 목숨 죽이느니만, 못하다는 거였다.
하기에 하찮은 목숨 하나를 끊어서 이 세상에서 깨끗이 없어지면, 이 사바에 미친 개고기 먹은 놈들이 지천일지라도, 사람들이 평온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지 않겠는가 하는, 희생양의 정신도 곁들이어 있었다.
그러나 정희는 경산의 치맛자락을 한번 움켜쥐더니,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면서 사력을 다해 놓아 줄 줄을 몰랐다. 게다가 정희의 등에 업힌 세룡이마저 울음보를 터뜨리기 시작하였다.
“응애응애 응—애.”
경산은 어찌 할 수가 없어서 한동안 정희와 실랑이를 벌이다가는 못 이기어 방바닥에 몸을 풀썩 주저앉히었다. 아직도 풀리지 않는 분함에 격한 감정을 끌안은 경산은 끼억 끼억 울먹거리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정희도 속에서 무엇이 울컥 치미는지, 몸에 엉킨 치맛자락을 젖히고, 경산에게 달리어들어 대뜸 품으로 안기더니, 더욱 큰소리로 울음을 터뜨리었다. 게다가 등에 업힌 아이마저 울음을 그치지 않고, 세차게 울어 대었으니, 방안은 온통 울음바다가 되었다.
서까래에 걸어놓은 치마끈이 섬뜩하게도 치렁거리었다.
한편 정숙은 일이 끝나는 대로 제사장을 빠지어나와 돌아오는 길에 마포어항 근처에 있는 천도교 포교당을 찾아들었다. 그녀는 금강산 봉래사에서 하산한 뒤에는 제사장을 다니면서 천도교에 심취되어 있었다.
그래서 틈틈이 찾아가 두현 접주의 강론에도 귀를 기울이고, 그에 감동을 받기도 하였다.
교당이 우뚝 선 언덕배기에는 초겨울의 바닷바람이 시리게 불어왔다.
“오, 박 부인! 어서 오시오.”
정숙이 교당을 향하여 걸어오자, 마침 밖에 나와 유유히 흐르는 강줄기를 멀리로 바라보고 있던, 두현 접주가 이렇게 인사말을 건네면서 그녀를 맞았다.
“접주어른, 그 동안 귀체 만강하셨는지요?”
정숙은 두현 접주 앞에 가까이 다가가 다소곳이 머리를 숙이었다. 그리고 그를 따라 교당 안으로 들어갔다. 삼십 평은 낙낙할 넓은 강당 안은 바닥에 목판을 깔아놓은 마루방이었다.
두현 접주는 그녀를 구석진 별실로 이끌어 교제상을 가운데 두고, 나무의자에 마주 앉았다.
정숙은 벌써부터 그가 홀아비로 홀로 지내는 게 안타까운 나머지 경산을 그에게 맺어주려고, 속으로 별렀던 거였다. 그러면, 그네가 피차 외로움을 달래면서 잘 살아갈 것 같기도 하였다.
그런데 더욱이 두현 접주는 인품도 출중나서 딱 벌어진 체격에 위풍이 당당할 뿐 아니라, 성품도 침착 중후하여 보통 인물이 아니었으니, 경산이 비록 절개가 굳어서 서슬이 퍼렇게 자존심을 지킬지라도, 그의 앞에서는 쉽사리 넘어가리라 믿었다.
그러한 생각을 하면서 그녀는 그에게 한번 귀띔을 해준 적이 있었으나, 이제는 그 문제를 다시 숙의하여 보리라는 거였다.
첫댓글 접주가 사무국장자리 정도의 직책인가보죠?
또 한 주가 시작됩니다 ㅎ
즐거운 월요일 되십시요^^*
접주는 동학에서 지역활동 대표격인데 동학운동의 지류의 인물이며 동학의 탄압으로 천도교를 포교하기도 했지요.
지금 정의의 실현 천주교도들과 그 활동이 같았습니다. 천도교는 민족 정통종교지요.
언제 휴가하시는지 오늘도 보령에 갔다가 종강하고 가족들과 만나 성주계곡을 들어갔습니다. 평일이라 맑은 물에 바지 걷고 멀에 들어가보았는데 이게 30년만입니다. 언제 휴가하시는지 성주계곡 한번 다녀가세요.
벌에 들어가신게 30년 만이라시는게 이해가 안갑니다 ㅎ
보령이 마침 잘 아는 원장님의 고향이라
같이 한번 다녀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그동안 근처에는 감동할만한 골짜기 물이 없지요.
공휴일은 만원입니다. 평일이 좋겠지요.
암반위로 흐르는 맑고 차가운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