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혼자서 여행이라고 하면 쪼메 그렇고
여기 저기 싸돌아(?) 다니다
밤 12시가 다 되어서 집에 도착했는데
다행히 신랑이 저보다 간만의 차이로
늦게 집에 오는 바람에
저 살아서(?) 아직도 건재하답니다.^^
어제 내리는 비에 고독을 씹으면서
어릴때 옆집에 살던 순이라는 친구가 갑자기
보고 싶어서 어케 찾을 방법이 없나
지금 심각하게(?) 고려중입니다.
어릴때 저하고 모든면에서 경쟁하는
순이라는 친구가 있었드랬죠.
글쓰기면 글쓰기..그림이면 그림
운동이면 운동..공부면 공부,...
둘다 항상 도토리 키재기로 비슷했더랬죠.
그래서 경쟁을 했던 것이겠지여-,-;;
여름 방학 시작한 날 이었던가..
국민핵교 몇학년인지는
잘 기억이 안납니다만..
통신표를 받아들고 돌아오는 골목길에
그 가시나와 전 누가 더 잘했나..싶어서
서로의 성적이 무쟈게 궁금했지만..
서로가 먼저 말도 꺼내지 못하고
참고 참다가..급기야..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골목길에 쪼그리고 앉아서
서로의 성적표를 비교 했더랬죠.
국어...스카:백점...순이:백점
산수...스카:팔십오점...순이:백점
(코흘릴때나 지금이나 숫자에는 지가 젬병-,-;;)
사회:...스카:구십오점...순이:구십오점
자연...스카:구십오점...순이:구십오점
음악...스카:팔십오점...순이:구십점
(음악이 그때는 실기라서
음치인 저에게 순전히 아부지의 빽으로
담임 선상님이 쪼메 덤으로 주었씀다^^)
체육..미술..
모 이런식으로 점수를 둘이서 맞추어 나갔는데..
과목마다 동점이던지 순이가 나보다
약간 더 높았더랬죠.
얄미운 그 가시나 순이의 회심의 미소와
나의 울듯 말듯한 이상 오묘한 미소..-,-;;
그런데 갑자기...음메..
이게 모당가..
석차에서 둘다 눈이 딱 멈추었답니다.
석차...스카:6...순이:3
흐미...
도대체 석차가 모길래 그기 순이보다
내가 더 높당가..^^
순이는 다시 확인하자고 하면서
아무래도 믿기지 않는 눈치였습니다.
희야...
아이고 좋아라...ㅎㅎ
벌레 씹은 듯한 순이를 뒤로 한채
한걸음으로 집으로 내 달렸더랬죠.
아부지..어무니..오빠야..언냐야..
숨 넘어가게 대문을 우창창 밀치고 들어서자
오빠왈..
"몬일이고?"
"그랑께 오빠야..시방 이 동상 말 잘 듣거라
그게 몬고하니..
여차..저차...@#$%^&*()ㅎㅎㅎ
순이와 통신표를 비교했는데
석차가 내가 더 높다 아이가"
오빠가 갑자기 이상야리꼬리한(?) 미소를 지으면서
"순이는 석차가 몇이고?"
"그 가시나는 3 이다
내가 3 이 더 높다 아잉교?"
갑자기 오빠가 쿡쿡 떠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면서
내 앞이마에 알밤을 꾹 먹이더니
"이 가시나야..석차가 등수인지 몰랐나 말이가.."
-,-;;
뒤늦게 도착하신 아부지..
"스카야 오늘부터 방학이제?
통신표 퍼뜩 들고 오너라.."
고양이 앞에 쥐꼴로 통신표 들고 갔더니
아부지 이러저리 살피시더니..
잘했다.못했다는 말씀 한마디 없이
도장 꾹 찍어 주시데여.
"그란디 순이는 몇등인고?"
우씨..와 물어 보시는지...-,-;;
"모르겠씸더..물어봐도 안 갈쳐 주데예"=,=;
난 아부지께 거의 첨으로 구라구쳤습니다.
(님들이 믿거나 말거나-,-;;..)
왠지 말씀드리면 제 자존심이 상할것 같아서리..
아니...
어쩌면 순이보다 석차가 더 높다고
좋아서 방방 뛰면서 오빠한테 자랑했던게
고것 때문에 더 자존심이 상해서 였는지도
모릅니다.,ㅡ,ㅡ;
지가 그 가시나 때문에 더 속상한것은
그 다음날 만난 순이..
"야..스카야..
울 언냐한테 물어보니께 석차가 등수라 카더라..
그랑께 나는 3등이고 니는 6등인기라.."
문디 가시나..
누가 그런것 알고 싶다고 했남..-,-;;
공부도 잘하고 똑똑했던 순이가
가난한 집안 형편으로 끝까지 학업을
마치지 못하고 중도 포기해야 하는
안따까움에 저 또한 그때나 지금이나
그 가시나를 생각하면 마음이 많이 아프네요.
어제 부슬 부슬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갑자기 그 가시나가 그리워서 혼났습니다.
가끔 혼자 있고 싶을때...
주변 사람들하고 모든 연락을 끊고 싶을때가 있지요.
어제가 바로 그런날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럴때 생각나는 인연들이 있구요,.
그 가시나...지금은 어데서 살고 있는지..
부산서 힘들게 살고 있다는 소문만 들었는데..
순이야..보고싶데이..
내 소식 알거든 꼭 연락하거레이..
문디 가시나..
갑자기 와 생각나게 하노?
그넘의 비 때문일께야..틀림없이..-,.=;
(스카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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