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영산 태백산의 정기
友酎 임수홍
2020년 새해가 밝으면서 개인적으로 몇 가지 계획을 세웠다. 하고자 하는 일들도 몇 번이나 꼼꼼히 체크하면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해나가는 성격 때문인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볼 때 남들보다 실수를 덜 하는 편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작년 연말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올 초에 태백산 야간산행을 한다는 말을 듣고 따라가도 되냐고 하면서 덜컥 약속을 하였다.
학창 시절부터 점심시간에도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뛰면서 노는 것보다는 늘 도서관에 앉아 책을 보면서 생활했던 습관이 나이를 먹은 요즘에도 출장 등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일을 하면서 걷는 발걸음이 겨우 몇 백보도 되지 않을 정도로 운동과는 거리가 먼 부실한 다리의 소유자인데, 그래서 등산, 산행 같은 단어는 나에게는 미지의 언어일 뿐이었다.
1월 2일 첫날, 바쁜 일과를 마치고 추운 날씨니 옷 많이 입고 오라는 말에 두꺼운 잠바에 등산가방을 메고 별다른 준비도 없이 청량리역으로 가서, 오후 11시 20분 출발하여 새벽 3시 태백역에 도착하는 무궁화호를 탔다.
요즘 지방출장 갈 때마다 KTX나 SRT를 이용하기 때문에 3시간 40분을 기차 안에서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아무 것도 모르고 철없이 들뜬 마음에 창문 밖 세상을 바라보면서 주변을 보니 대부분 잠을 자고 있었다. 잠을 잔 듯 만 듯 뒤척이다보니, 어느새 태백역이라는 안내가 나온다. 밖에 나오니 싸한 느낌의 공기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기다리던 택시가 와 타고 유일사매표소에 3시 20분쯤 도착하여 바로 간단한 준비운동을 하고 출발하는데 등산가방과 등산화만 신고 있는 나에게 겨울산행에 꼭 필요한 스틱과 아이젠 등 여유분을 주었다.
오늘 등산코스는 유일사매표소-유일사-장군봉(1.567M)-망경사-반재-당골매표소라고 말을 해주었다. 사실 산을 전혀 모르기에 얼마나 힘든 줄도 모르고, 그저 책속에 갇힌 사무실에서 느낄 수 없는 공기를 가슴속 깊이 심호흡하면서 리더자의 헤드랜턴에 따라 한걸음, 한걸음 걷기 시작하였다. 걸다보니, 차가운 영하의 날씨인데도 온몸에서 수증기가 넘쳐흘러 결국 목도리부터 벗기 시작하면서 걷고 또 걸었다. 사실 얼마 가지 않아 다리는 필사적으로 걷기를 거부하는 저항을 하기 시작하였다.
태백산의 밤, 오로지 앞으로 가야만 하는 외줄타기처럼 묵묵히 걷는 동료들을 보면서 내가 뒤처질 때마다 기다리고, 기다려주면서 무언의 응원을 보내는 마음에 다시금 정신을 다잡고 걷기 시작하였다. 가도 가도 계단과 오르막은 끝이 없다. 낮도 아닌 태백산 야간 산행이 무리였다는 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너무 와버렸다.
인생의 길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누구는 먼저 일어나 길에 놓여있는 돌을 집어내고, 잡초를 뽑으면서 이랑으로 만들어 씨앗을 뿌려 수확의 기쁨을 느끼려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놓여있는 길 그대로인 사람도 있고, 남에게 헐값으로 파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 누구에게나 길을 걷다보면 어려운 난관이 있을 수 있다. 힘들다고 포기하고 뒤돌아 가면 앞에 무엇이 놓여있는지 보지도 못하는 것처럼 결국 인생은 끝없는 도전과 극복의 연속인 셈이다. 하나를 해결하면서 기쁨의 열매를 얻고, 또 다른 것을 해결하면서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그래서 자신의 가치를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닐까. 참다운 자신을 찾아가는 길은 아주 가까우면서도 멀리 있는 것 같다.
얼마나 걸었을까. TV에서 보던 주목군락지가 눈에 보인다. 천년의 향기를 간직한 주목(朱木)를 보니 어느새 천년의 세월이 가슴으로 다가오는 느낌이 든다. 또 오른다. 태백산을 예전에 왔다 다시 온 동료들이 나를 위해 천천히, 천천히 기다리면서 또 천천히 걷는다. 그래서 완행열차보다 더 느리게 걷는다. 나중에 안 이야기지만 산악인들은 평균 2시간 정도면 정상에 오른다고 한다.
갑자기 찬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바람도 정신없이 휘몰아친다. 장군봉(1.567m)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바위돌이 보인다. 또 옆에는 천제단이 거대한 성처럼 눈앞에 우뚝 서있다. 천제단에서 소원을 빌면 한 가지 정도는 들어준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간절한 마음으로 소원을 빌었다. 이미 해돋이를 보려는 몇 사람이 바람을 피해 옆에 모여 있다.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부탁을 했는데 나도 찍어주기 위해 장갑을 벗는 순간 동상을 당한 것처럼 손가락이 움직이지를 않는다. 갑자기 상대방한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사진이 없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태백산에 갔다 왔다고 이야기를 해도 믿지를 않는다면서 찍어 달라 했는데......
내려오는 길이 더 힘들었다. 멀리서 여명의 잔잔한 기운이 아름답다. 날이 새면서 천제단에 올라오는 사람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 또 끝없는 길을 조심조심 걷다보니 반재를 거쳐 단군성전까지 내려왔다. 드디어 끝이다. 오전 3시 20분에 출발하여 아침 9시30분경 당골매표소에 도착하였다.
당골광장은 태백 얼음축제 준비로 바쁘게 보였다. 산더미처럼 쌓인 눈, 그리고 눈으로 만든 성(城), 앞으로 조각할 형상 등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늦은 아침을 먹으면서 일행 중 한 사람이 내가 중간에 포기하면 전부 포기하려고 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만약 ‘나’만이었다면 정말 중간에 포기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국보그룹을 이끌고 있었기에 이 정도의 어려움 앞에서 포기했다면 국보그룹의 앞날은 밝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산에 오르면서 다짐을 하였기에 끝까지 견디었다. 이번 태백산 야간 산행은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일이 아닐지라도 나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큰일이었다.
모든 게 힘든 요즘, 어려움은 곳곳에 산재해 있다. 어렵다고 포기하고, 쉬운 일만 찾아다닌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되어 절대 선두주자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지도자는 늘 책임을 위해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고 믿고 있었기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걸었다.
그동안 나 자신을 실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이번 태백산 야간산행을 통해 ‘내가 내 자신’을 확실히 믿게 되었다. 앞으로 그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이번 태백산 야간산행을 거울로 삼고 이겨나가리라 다짐해보면서, 초보인 나를 끝까지 완주할 수 있도록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주며 수고한 동지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아래 사진설명>
1, 장군봉에서
2, 천제단에서
3, 태백산
첫댓글 임수홍 회장님
2020년 경자년 새해 국보문학 대표님
창작문학 뜨거운 열정 세계 속으로 발전 지향 결의
다짐 머릿속에 희망찬 내일 향해 세세한 설계 구상하시며
민족의 영산 태백산 장군봉 천제단 태백 정상 험준한 산행 감행 정기 받고 무사히 다녀오셨군요,
이사장님의 야간 산행기 멋지십니다
국보를 이끄시는 저력이 고스란히 글 속에 녹아 있기에 더욱 감동입니다
이사장님의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이 국보의 성공적인 결실을 예고하는 듯 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거듭 읽었습니다.
글맛 좋습니다.
겨울 야간 등산기는 무척이나 많은 뜻을 내포했기에 엄지 척합니다.
올해 2020년에도 국보문학은 더욱 많이 넓게 깊게 높이 푸근하게 열열하게 진전하겠군요.
체력 강건하심은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그 험준한 산을 무사히 다녀 오심에 감축드립니다. 이번 산행에서 터득하신 묿불 가리지 않는 도전 정신이야말로 우리 국보 그룹을 키워 나가는데 큰 버팀목이 되어 주실 것입니다. 험한 길 다녀 오신 후 체력 관리를 잘 하셔야 합니다 저는 소백산, 태백산을 여름에 넘어 봤는데요 그 감회가 새롭습니다. 이사장님의 인증샷이 늠름합니다.
태백산 야간산행을 하셨군요
멋지십니다
계획이 아닌 실행 그거 쉽지 않던데
새해는 모든소망하시는거 모두 이루세요🍀
건강은 필수입니다
대단한 체력이십니다
경자년도 늘 건강하시길
빕니다^-^*
회장님의 댁내 복락과 평안, 건강을 기원합니다. 태백산을 오르시는 모습을 뵈니 힘이 납니다. 국보 가족을 마음에 담고 힘이 되고자 힘써 산을 오르시는 그 모습에 감동합니다. 감사합니다.
역시 대한민국 문학계를 이끌어 가실 리더로서 엄지척입니다.
평소 운동도 잘 안 하시는 걸로 아는데 '한다면 한다'는 실행력으로
그 험한 태백산 정상을 영하의 날씨에 정복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
올 한해애도 건강과 일, 행복 다 잡으십시요^^
한국의 거인 인정!
2020년도가 손 안에 있습니다
이사장님!~ 와우 넘 감동입니다!~
2020년 경자년 한 해 국보그룹은 든든한 이사장님의
열정과 사랑으로 순풍의 항해가 될 것 같습니다.
청춘으로 되돌아 간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고난 극복과 희망의 상징을 국보 회원들에게 보여준 모범답안을 보았네요.
올핸 자주 산행이 있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