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 낙동강변의 낭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구에 아는 사람이 찾아오면 바람 쐬러 나갈 데가 마땅치 않았다. 혼자서야 팔공산도 좋고 앞산도 좋은데 함께 가기에는 좀 멀기도 하고 산을 오르는 노고를 누구에게나 요구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성서 쪽에 멋있는 풍광의 놀이터가 하나 생겼다. 대체로 강정보라고 하면 통하지만 보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볼거리와 놀이터가 있다. 무엇보다 환상적인 자연 경관과 생태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고령 다산에 사는 나는 2년 전부터 매일 이곳을 자전거로 지나며 출퇴근을 하고 있다. 처음의 황량하던 강변이 날이 갈수록 발전하여 이제는 낙동강의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대구 12경, 조금 있으면 10경, 5경 안으로 들어갈 것이다. 대구 쪽에서는 성서 강창교를 건너 왼쪽으로 약 1.6km 가면 강변에 펼쳐지는 신세계이다.
강정보 2011년 말에 완공한 보이자 다리인데, 총 길이가 935m에 이른다. 대구를 중심으로 다리 이쪽은 다사이고 다리 저쪽은 다산이다. 그러니까 이 다리가 달성군과 고령군을 연결하고 있는 셈이다. 다리 아래로는 푸르른 물결이 500km나 이어진다. 그러니까 낙동강은 한반도에서 압록강 다음으로 길다. 이 푸르른 강을 매일 건너다니는데, 가끔 물귀신이 잡아가도 모를 만큼 강바람에 혹한다. 나이가 들수록 자연이 좋은 것은, 자연으로 돌아갈 때가 다가오기 때문일까? 강정보는 완공하자마자 많은 방문객이 몰려들어 4대강의 16개 보 중에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1년 전 2013년 8월 통계로 누적 방문객 수가 150만 명에 이르고 있는데 그 이후 거의 기하급수로 늘어나고 있다. 주말에는 자유롭게 걷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강정보(우륵교)의 매력은 수 없이 많다. 1km에 가까운 다리가 멋진 산책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자전거 길이 환상적이다. 다리 위에서 좌우로 시선을 던지면 출렁이는 물결이 끝없이 펼쳐져 있고 가까이는 12 계단으로 된 물풍금 소리가 지상의 소리를 초월해 있다. 가끔 달뜨는 밤에 건너면 그야말로 천지인이 하나 되는 느낌이다. 시각적으로나 기능적으로 강정보의 백미는 다리 중앙에 있는 탄주대(연주대라는 뜻)이다. 수레바퀴처럼 생긴 탄주대 중심에는 토기모양 같기도 하고 가야금의 안족 같기도 한 거대한 기둥이 서 있다. 기둥은 가야금의 12현처럼 12개의 쇠줄에 의해 균형을 잡고 있다. 탄주대는 단순히 오가는 사람들이 쉬어가는 공간을 넘어 수시로 연주회가 열리는 문화공간이다. 탄주는 통상 현악기의 연주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강정보의 컨셉은 가야이다. 다리 아래에는 또 작은 수력 발전소가 있어 연간 12.46Gwh의 전력을 생산하는데, 3천 가구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양이다. 강에는 어류 11종이 살고 있고 주변에는 조류 56종이 서식하고 있다. 양서류와 파충류도 많이 살고 있다. 디 아크(The Arc - Artistry of River Culture ) 강정보 입구 쪽에서 동쪽으로 거대한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수변 공원이라고 하여 숲도 있고 광장도 있고 잔디밭도 있다. 이 공원의 중심에 디 아크라는 전망대가 우뚝 서 있다. 2012년 9월에 세계적인 건축 디자이너 ‘하니 라시드(Hani Rashid)’가 디자인한 일종의 문화관이다. 3층으로 된 이 기묘한 건축물은 여러 가지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전망대, 전시관, 문화관, 물박물관, 커피숍 등등. 먼데서 보면 고래 머리 같기도 하고 배처럼 보이기도 하고. 안에 들어가면 3층까지 소위 서클웨이라고 하여 원형의 계단이 이어져 있다. 벽 전체에 스크린이 설치되어 생명의 순환이라는 영상물이 돌아간다. 꼭대기 전망대로 나가면 전망대에서는 낙동강의 모습과 대구 달성군과 경북 고령을 잇는 강정고령보를 한눈에 보이고 강의 전체 모습을 조망할 수 있다. 밤에는 건물 전체가 다양한 색깔로 변하는 것이 신비감을 조성한다. 달성습지: 자연생태의 보고 습지나 늪 같은 것은 전통적으로 부정적인 표상으로 이해되었다. 습지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은 최근의 일이다. 습지란 담수나 염수가 지표를 항구적으로 덮고 있는 지역을 의미하는데 물이 주변의 생물환경을 규정한다. 습지는 다양한 생물종을 담고 있어 일종의 생태계 고리라고 할 수 있다.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고 자하수위도 조절한다. 수질을 정화하고 심지어 기후도 조절한다. 그러한 습지가 대한민국에 많이 있는데, 낙동강 사문진교와 강정보 사이에 있는 달성보가 한국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습지이다. 총면적 61만평의 범람형 습지로 세계습지협약 람사르(Ramsar)에 등록되어 있다. 이 습지에는 달성습지에는 총 67과 271종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동물은 살쾌이를 비롯한 11종의 포유류가 살고 있는데, 고라니와 수달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주변에 조류는 56종이 살고 있는데 예전에 비해 개체수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주변 한강에는 어류는 11종으로 끄리가 가장 많고 붕어, 잉어, 모래무지 등이 살고 있다. 달성습지 둑길은 일직선의 흙길인데 산책이나 자전거 타기에 더 없이 좋다. 양쪽에는 코스모스와 다양한 꽃들이 수를 놓고 있다. 길 중간쯤에 달성습지 관리 사무소가 있고 뒤쪽으로 메타쉐콰이어 숲길이 있다. 그리 길지는 않지만 대구에서 몇 안 되는 메타쉐콰이어 숲길로 산책이나 데이트하러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대구에서 가장 멋있는 메타 삼나무는 물론 성서캠퍼스에 있지 않나 싶다. 메타쉐콰이어는 보기에도 멋있지만 2억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생명력의 고수이다. 또 달성습지 메타쉐콰이어 숲길 옆에는 8만 평의 대명유수지가 있다. 홍수가 나면 물을 끌어들여 담아두는 것이 유수지인데 언젠가부터 대명 유수지는 맹꽁이 서식지로 유명하다. 한 마디로 낙동강 강정보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는 수변환경은 경치로나 생태학적으로 대구의 명소로 발돋움하고 있다. 주변에 맛집도 있고 술이나 커피가 괜찮은 집도 많아 먹고 놀기에도 그만이다. 무엇보다 자전거 타기에 환상적인 환경이다. 동문 동창들이시여, 한번 오시라! 힐링은 저절로 된다. 9 월 오세영 코스모스는 왜 들길에서만 피는 것일까 아스팔트가 인간으로 가는 길이라면 들길은 하늘로 가는 길, 코스모스 들길에서는 문득 죽은 누이를 만날 것만 같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9월은 그렇게 삶과 죽음이 지나치는 달 코스모스 꽃잎에서는 항상 하늘 냄새가 난다 문득 고개를 들면엷어지기 시작하는 햇살 태양은 황도에서 이미 기울었는데 코스모스는 왜 꽃이 지는 계절에 피는 것일까 사랑이 기다림에 앞서듯 기다림은 성숙에 앞서는 것 코스모스 피어나듯 9월은 그렇게 하늘이 열리는 달이다 |